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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반전을 사랑한 남자
작가 : 샤뚜르
작품등록일 : 2017.7.5

강지원, 29살의 젊은 사장은 얼음 왕자라는 별명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직원들도 피해가는 그에게, 회사의 햇병아리가 어느 날 찾아와 태클을 건다. 그는 그녀가 만만했었다. 이세희, 24살의 인턴 사원. 상상 속 50대 사장과는 다른 조각미남이 나의 상사라니! 사랑 때문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남자와 귀엽지만 반전 있는 그녀의 좌충우돌 연애 이야기.

 
제 53 화. 뜨거운 태양 아래 홀로 싸우려는 남자
작성일 : 17-07-19 13:41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7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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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사랑한 남자

 

 

 

 

 

 제 53 화. 뜨거운 태양 아래, 홀로 싸우려는 남자

 

 

 

 시간은 야속하게도 흐르고 흘러 수요일이 다가왔다.

 

 세희의 발목 부상으로 지원이 그녀와 함께 차를 타고 출근 한 지 삼 일이 되는 날. 그녀가 한사코 그의 차를 타고 회사에 들어가기를 거부해서 결국 회사 근처에서 헤어지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지원은 사장실의 문을 열고 책상으로 다가가면서 목을 갑갑하게 죄어오는 넥타이를 끌어내린 뒤, 의자에 털썩 앉아 한숨을 후우 내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도, 그리고 민 지수와 만나야 하는 일도. 신경 써야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요즘 같이 지내고 있는 여자 때문에 여전히 불면증으로 시달리고 있는 지원이었다.

 

 여전히 뜨거운 피 때문에?

 

 천만에!

 

 세희가 술주정할 때부터 대충 눈치 채고 있었지만 그렇게 잠버릇이 고약할 줄은 몰랐다.

 

 평소 성격답게 누운 자리에서 반듯하게 자는 지원과 달리, 이리저리 구르고 그 무거운 다리를 제 허벅지에 척 얹는 그 버릇은 평소에 보이던 강아지 같은 모습과는 영 딴 판이라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밤이 되면 찾아오는 그 요란한 파도는 그렇게 지원의 곁에서 잠자리가 외롭지 않게, 본래의 제 뜻을 펼치고 있었다.

 

 물론, 제 잠자리를 위협 받는 남자는 그 와중에 스치게 된 부드러운 살결에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말이다.

 

 

 

 똑똑.

 

 “네.”

 

 이른 아침부터 사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세희였다.

 

 지원의 고약한 심술이 전부 그녀를 향한 관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그와 연애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차(茶) 심부름을 비롯하여, 지원이 시키는 잔일 역시 업무의 일환이라며 고집을 피우던 그녀는 묵묵히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다.

 

 회사 업무와는 관련 없는 일임에도, 고집스럽게 해내는 세희가 지원의 눈에는 사랑스럽기만 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지원의 눈빛에 가슴 깊이 우러나는 애정이 가득 묻어있었다.

 

 “사장님, 레몬을 띄운 시원한 물 한 잔입니다.”

 

 지원은 세희의 발이 염려되어 당분간 기획팀 업무만 처리하라 일러두었다. 그런 그에게 세희는 발에 금이 가고 뼈가 나간 게 아닌데 엄살 피워서 뭐하냐며 고집으로 일관하였더랬다.

 

 

 

 하여간. 이 세희 하면 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한다는 걸 누가 몰라주는 것도 아닌데. 못 말린다.

 

 그러면서도 업무 시작 전에 그녀를 한 번 더 볼 수 있어 좋은 지, 입가에 자리한 부드러운 기운은 떠날 줄 몰랐다.

 

 “고마워. 정말 내가 제안한 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여지도 안 줄 거야?”

 

 “네. 지금 발목에 붕대 감고 있는 거, 처음 며칠이야 그런가 보다 하고 지냈지 엄청 갑갑해 죽겠어요.”

 

 정말 갑갑한 지, 몸서리를 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난 일보다도 네 몸이 우선이야.”

 

 “......”

 

 “정 그렇게 일하고 싶으면 회사에 너랑 나랑 연애한다고 알리면 내가 봐줄 수도 있고.”

 

 지원은 세희를 슬쩍 올려다보며 가슴 깊이 묻어둔 진심을 지나가는 투로 흘려보냈다.

 

 

 

 세희는 그와 만난 지 한 달이 넘은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그와의 관계는 일이 해결될 때까지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다고 그랬다. 저를 배려하는 그녀의 깊은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결혼에 관한 일만큼은 강 회장의 뜻대로 하지 않을 거라 단단히 마음먹고. 민 지수를 만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니 세희를 숨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역시. 돌아오는 것은 심지 굳은 그녀의 말 한 마디. 평소답지 않게 예민해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제 일이에요. ...정말 힘들면 얘기 할 테니까...... 가 볼게요.”

 

 그녀는 정말 지원에게 짐이 되기 싫어 그렇게 말한 것이었으나. 그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을 찔렀다. 지원은 자신의 말 한 마디에도 틈을 주지 않는 그녀의 말에 텁텁한 날숨을 뱉으며 손을 뻗었다.

 

 “이리 와.”

 

 허벅지를 툭툭 치는 그를 보며 세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 하러...”

 

 

 

 “어차피 넌 내 직속 인턴인데 조금 늦어도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조금만 시간 내 줘.”

 

 지원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등 뒤로 내리쬐는 햇살이 회사에서 만큼은 업무에 충실한 세희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녀는 못 이기는 척하며 지원의 벌린 품으로 쏙 들어가 그의 너른 등을 안아주었다.

 

 단단하고 따뜻한 그의 품. 그의 품 안이라면, 그가 제 곁에 있어준다면. 앞으로 일어날 그 어떤 일이든. 겁먹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단단한 남자가 무슨 이유에선지 뭔가를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등을 쓰다듬는 손길이 유독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기분 탓일까?

 

 

 

 “무슨 일, 있어요?”

 

 “음...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되고 있어? 브리핑 심사 준비 말이야. 다음 달로 다가왔잖아.”

 

 조심스럽게 묻자 능청스럽게 말을 돌려버린다. 뭔가가 있는데... 세희의 눈이 가늘어졌다.

 

 “준비는 이제 거의 다 끝났어요. 회사에 안 나가는 날마다 틈틈이 발로 뛰면서 자료 수집도 했는데... 기대는 안 하지만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의 품에 안겨있느라 웅얼거리는 세희의 말을 들으며 지원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그래, 넌 씩씩하게. 기죽지 말고 그렇게 계속 걸어가. 네가 아플 일은 절대 만들지 않을 거니까.

 

 지원은 세희의 여린 몸을 마지막으로 한 번 힘주어 안으며 그녀의 어깨를 톡톡 쳐주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누구 애인인데. 잘 할 거야.”

 

 

 

 삐-

 

 사장실에 연결된 전화가 울렸다. 아마 장 비서일 것이다. 지원은 오늘 있을 중요한 회의를 끝으로 모든 스케줄을 마치고 다가올 저녁 시간에 대비하여야 했다.

 

 지원의 오늘 스케줄을 조정한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닌 강 회장의 지시였다. 그만큼 강 회장이 지원에게 거는 기대가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먼저 가보세요.”

 

 세희가 먼저 지원의 품에서 멀어져 나가자, 지원의 눈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으로 쫒자, 세희는 그가 벗어둔 양복 재킷을 가져와 그의 두 팔에 끼워준 뒤 단정히 여며주었다.

 

 그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야?”

 

 “그냥... 생각해보니까 사장님한테 한 번도 이렇게 해 준 적이 없더라구요. 명색이 사장님 애인인데...”

 

 세희가 쑥스러운 얼굴로 그의 풀어져 있는 넥타이를 단단히 매어주며 말했다. 마무리를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넥타이 위를 맴도는 손길에, 많은 말들이 담겨 있었다.

 

 

 

 그냥. 당신이 오늘따라 힘들어 보여서.

 

 지원의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한 그녀 나름의 배려였다.

 

 그런 그녀의 행동이 마음에 드는지, 그는 세희가 매만져준 넥타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럼...”

 

 오늘따라 쉽게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걸음으로 사장실을 나가기 위한 첫 걸음을 떼려는데.

 

 탁-

 

 지원이 세희의 허리에 팔을 감은 채로 옴짝달싹도 못하게 그녀의 얼굴을 제 두 손에 가두었다.

 

 자유로운 한 손으로 붉은 입술을 속박하느라 병아리 부리처럼 앙증맞게 튀어나왔다. 그런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떨어지는 아쉬운 온기.

 

 

 

 “잘 다녀와.”

 

 “......”

 

 늘 그가 제게 해주던 말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저 말이 가슴에 걸리는 걸까. 다정한 그의 손길을 느끼며, 그의 목소리를 듣는 이 순간이 부담스러웠다. 다가올 일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기라도 한 듯.

 

 “오늘은 같이 저녁 못 먹을 거 같아. 장 비서한테 부탁해둘게. 먼저 가서 씻고, 저녁 챙겨 먹고 있어.”

 

 세희가 강아지 같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많이... 늦어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먼저 자고 있어도 돼.”

 

 세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무리하지만 말아요.”

 

 

 

 세희가 눈치를 못 챌 만큼 아주 잠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지원의 눈이 흔들렸다. 그를 올려다보는 눈빛에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해 주는 게 나았을까.

 

 아니면 오늘 있는 저녁 약속이 민 지수와 만나는 거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편이 좋았을까.

 

 너무 고요한 그녀의 눈빛에, 신경이 쓰이는 쪽은 지원이었다.

 

 한 가지는 꼭 지킬게. 너에게 숨기는 일 따위는 절대 없을 거야. 그녀는 듣지 못할 그의 속마음 역시 다가올 일을 앞두고 여러 번 다짐을 덫 댄 탓에 굳건했다. 꾹 다물고 있던 입술 사이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는 정말 나가봐야할 때이다.

 

 “기다리고 있어. 하던 건 나중에 마저 하도록 하지.”

 

 

 

 지원이 나가버린 텅 빈 사장실에 홀로 남은 세희는 꽉 막혀있던 가슴을 털어내며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늘. 과하다 싶을 만큼 제 업무에 짐을 덜어주려는 그의 말을 듣고 괜한 오기가 생겨서 할 수 있다고. 씩씩하게 고집을 피웠다.

 

 하아, 평소의 저답지 않게 다소 날카로운 말투를 내뱉었던 당사자의 마음이 어찌 편하기만 할까.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데, 저 혼자 까칠하게 굴었던 것 같아 미안함에 한참을 넥타이에 시선을 주던 그녀였다.

 

 태양이 시리도록 뜨거운 하루.

 

 계절은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추위가 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항상 찬란한 저 태양처럼, 지원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세희였다.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새해 1분기에 개최된 임직원 회의는 커다란 파장을 불러왔다.

 

 “작년에 미리 예고한 바와 같이, 다음 달이면 신입 인턴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 심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사원들에게 구체적인 보상에 대해서 언급한 적은 없지만, 우수한 평가를 받은 인턴들은 근무 태도를 참고하여 저희 회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 중인 무인 자동차 기술과 관련한 팀을 조직한 뒤, 본격적인 제품 개발 및 상품화를 추진할 생각입니다.”

 

 지원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던 임직원들은 저들끼리 고개를 맞댄 채 쑥덕거리며 중앙에 앉아있는 젊은 사장을 반신반의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야 말로 파격적이었다. 회사 경험 한참 쌓은 고참들도 쉽게 덤빌 수 없는 것이 신기술 개발과 신제품 출시인데 그걸 다른 누구도 아닌 이제 경험 좀 쌓기 시작하는 햇병아리들에게 맡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저마다 뭐라 한 마디씩 반박하려던 고지식한 임원들을 겨냥한 지원의 자신만만하지만, 가시가 있는 말이 이어졌다.

 

 “아시다시피, 저희 회사에서 비밀리에 진행 시켜온 무인 자동차 기술은 이제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 실제 구현 단계에 들어가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기존의 전담 부서에서 계속 진행 시켜나갈 예정이니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하나 같이 천편일률적으로 기존의 틀에 박힌 사고보다는 새로 올라오는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지원은 말을 마치고 잠시 숨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양 옆으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 임직원들을 스윽 둘러보았다. 잠시였지만, 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사라졌다.

 

 한 번도 직원들에게 보여준 적 없는 사람다운 미소가.

 

 차가운 얼굴과 목소리로 일관하던 그가 보여준 낯선 모습에, 임원들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 피어올랐다. 볼펜을 손에 쥔 채 안경을 밀어 올리던 깐깐한 남자 임원의 입은 충격으로 다물어질 줄 몰랐다.

 

 저건 또 뭔가. 저렇게 마지막에 한 번 웃어줌으로써 우리를 설득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인가.

 

 

 

 그렇게 폭탄 하나를 던져두고 간 지원은 유유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지원을 향해 아까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시선을 보내던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회의실을 나서는 다른 임원들 무리에 끼여 모습을 감추었다.

 

 

 

 “이보게, 성 이사. 자네 말대로 강 사장님... 정말 연애라도 하시는 건가?”

 

 각자의 근무지로 이동하기 위해 올라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김 이사와 성 이사가 만났다.

 

 “음, 자네 보기에도 그렇게 보였나? 내 아무리 옆에서 오래 그 분을 지켜봐 왔어도 그렇게 참한 얼굴로 웃는 모습은 오늘이 처음이었네. 다행이야, 더 이상 외롭지 않으실 수 있어서...”

 

 마치 제 일인 듯 기뻐하던 김 이사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말끝을 흐리던 그는 성 이사를 바라보며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그래...... 그런데 사장님의 교제 상대가 자네 바람대로 그 인턴 아가씨라면... 회장님이 가만히 계실지 모르겠구먼.”

 

 “아... 그건 또 그렇군. 그런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 않나. 어차피 이번 일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터졌을 걸세. 이겨내셔야지. 사장님께서 마냥 그렇게 회장님 시키는 일만 해내가신다면 사장님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질 않나. 이 세희 양이 곁에서 잘 버텨주는 수밖에...”

 

 

 

 

 

 ***

 

 

 

 

 

 “현우야.”

 

 지원과 함께 회사를 나선 현우는 그에게서 차 키를 건네받았다.

 

 “이건 왜...”

 

 “세희, 부탁한다.”

 

 지원을 바라보는 현우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장 비서, 현우는 지금 그가 어디로 가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이자 그의 비서로서 지원이 싸우러 가는 그 길, 외롭지 않게 곁에서 지켜주려 했는데. 그는 자신보다 집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세희를 지켜주러 가라 한다.

 

 내가 세희 씨를 지켜주러 가면 넌. 넌 괜찮겠어? 지원은 그런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걱정 말라는 표정을 지으며 씨익 웃어 주었다. 정말 중요하고, 얼마 동안 힘들어야 할 지 알 수 없는 싸움을 하러 가는 사람치고는 너무 초연한 모습이었다.

 

 오늘 일을 끝내고 나면 세희 씨가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냐.

 

 

 

 그렇다면.

 

 현우는 손에 들린 차 키를 움켜쥐었다.

 

 그래, 내가 세희 씨 지켜줄게. 네가 언제라도 달려와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있게.

 

 지원은 현우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 뒤, 다가온 택시에 올라타 그곳을 빠져나갔다.

 

 꼭. 돌아와라.

 

 

 

 

 

 ***

 

 

 

 

 

 택시에서 내린 지원은 절제된 걸음걸이로 뚜벅뚜벅. 차가운 걸음을 내딛었다. 내딛는 걸음 걸음마다 그의 얼굴에도 냉기가 뚝뚝 묻어났다.

 

 그는 강 회장의 지시대로 M 호텔 내부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그러자, 웨이터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싱긋 웃으며 그를 데리고 홀 가운데로 안내해주며 물 잔에 물을 따라주었다.

 

 “만나 뵙기로 약속하신 분께서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말을 전해주라 하셨습니다.”

 

 웨이터가 사라지고 난 후, 지원은 천천히 레스토랑 내부를 스윽 훑어보았다. M 호텔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까지 그 위상이 알려진 최고의 호텔이자, 각종 가십거리며 온갖 소문이 퍼져나가는 근원지이다.

 

 그런 곳의 레스토랑에서, 한 가운데 앉아 있는 꼴이라니.

 

 절로 씁쓸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강 회장의 의도는 확실히 알겠으나, 이 정도면 심하다 못해 고약했다.

 

 아들의 의지를 박탈시킨 것도 모자라 손을 쓸 틈도 없이 비집고 들어오는 그 치밀함은 수년 간 한 기업을 이끌며,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의 욕심으로 똘똘 뭉친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간 있었던 K 그룹과 M 호텔의 결혼에 대한 소문이 수면 위로 떠올라 기정 사실화가 될 것이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 중 하나라 새삼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그는 벌써부터 이곳 공기가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곁으로 가슴을 강조하는 세련된 블라우스에, 남색 자켓을 걸친 여성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민 지수입니다.”

 

 민 지수는 웨이터에게 일부러 자신이 늦을 거라는 말을 전해 달라 부탁을 했었다.

 

 그녀는 약속 시간 30분 전부터 이곳에 도착하여 줄곧. 그의 도착과 함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으니.

 

 

 

 지원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은 생글생글. 사람 좋은 얼굴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방심은 금물.

 

 그 웃음은 언제 어디서 돌변할지 모르는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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