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가 조금만 더 욕봐라 우짜겠노 .. 그래도 장개는 보내야 안되겠나 .. 장남은 집안
대들보 아이가 .... 글케 알고 끊자 "
..... 누가바는 숨 쉬는 것도 잊은듯했다
어느 집 어머니가 그렇듯 자식사랑 하는 마음은 모두 절절하다지만 누가바에겐 그런것도 아닌듯했다
".. 우리엄마 또 돈 보내랜다 .. 오빠 장가 보내시겠다고 ... 그런 앉은뱅이한테 무슨... 범죄다 그거..."
단 한번 1등 자리 놓치지 않고 서울 가장 높은 대학에도 순조롭게 붙어 승승장구하던 그 오빠...
동네자랑 어머니의 심장 이였고 집안의 영광 이였지만 누가바에겐 짐 이였다고 했다
인천대교 졸음운전 사고로 10중 추돌사고가 났었다 ..
몇 해전에...
그때 나는 가정주부였을 때 였고 누가바는 내게 낯없는 목소리로 돈을 빌리러 전화를 했었다
오빠가 .... 많이 다쳐서 ... 너무 ...
기억이 났다 ...그래 그 오빠 ...
여덣 아홉번 큰 수술에 조각난 다리뼈들은 자리잡아주긴 했지만... 더 이상은 달릴 수 도 걸을수도 없다고 ...
결혼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닌듯했다
평생을 휠체어 신세 영특한 한국여자들은 가망 없다고 해외로 눈돌려 배트남이고 필리핀이고 된다 싶으면 돌진한다고 ...
사기도 두 어번 당하고 잘되나 싶어 데려왔더니 도망이 한번이라고 했다 같은 여자로써 자기 엄마 정말 너무한다고 했다 여자인생은 무시고...
그저 장남 ... 장남
... 비인간적이라고 ...
그 아버지 그 아들 핏줄 못 속인다고 나중에 자식나서 자기 엄마처럼 될까봐 누가바는 결혼도 포기했다고 했었다
..... 맥주를 벌써 4캔째 들이킨다 ...
" 이럴게 아닌데 맡겨놓은 니 보증금 .... 그냥 나좀 주라... 내가 좀 먹고 죽자 ....."
다섯캔째 뚜껑을 열면서 말했다 .
지금 누가바를 가장 힘들게 하는게 뭐냐고 물었다
돈 인줄 알았다고 했다
매번 이런일이 생길 때마다 가난한 우리집 지긋지긋하다 했었다고 ...
나이를 한살 두살 먹다보니
돈보다 더 질리고 힘든게 엄마더라 했다
오빠는 다치기 전에도 다친 후에도 그저 엄마 몸에서 억지로 때어놓은 심장처럼 아파하고 애처롭게 굴면서...
누가바 자신에겐 어머니 당신처럼 헌신하고 당연을 강요 했다고 했다
그래서 사고소식을 들었을 때 오빠가 죽었으면 했다고 했다
짊어지고 갈 짐을 좀 내려놓고 싶었다고 했다 ....
다섯째 캔을 싹 비우고 누가바는 자야겠다고 내일부턴 새벽에 신문이라도 돌리던지 한다며 자기 방으로 갔다 ....................뭐라 위로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혼자 있게 둬야겠다고 생각이 들때 전화한통을 받았다
누가바의 어머니다 ..
내가 집에와 있는걸 알고 계셨던 것 같았다
오랜만이라고 .... 니소식은 들었다며..... 뚝뚝한 경상도 사투리가 귓가를 쳤다
한참 “네....네..... 어머니....” 를 되풀이 했다 ..
물어볼 거 못 묻고 대답할 것도 하지 않은 채 ....그래 잘지내라고.... 하시고 끊자 하신다
그러다 대뜸 ... 미안하다고 ... 전하란다 ...
네 .... 어머니
통화소리가 컸던 것도 아니 였고 말소리도 작았는데 ....
누가바 방에서 낮게 울음소리가 들린다 ....
미안타 .... 욕봐라 ....
마음에 .... 마음이 들린 듯 하다...
내 보증금 떼 먹어도 봐준다 내가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