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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악녀의 생명력은 이제 1
작성일 : 17-07-19 11:55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4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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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내가 하려던 말은 그 홍차엔 독이 들었단 말이었어."

 "풉-!!!"

 

 입에서 뿜어낸 차로 하얀 테이블보가 붉게 젖어들었다. 그 모습을 여유롭게 구경하며 베히모스가 마저 제 몫의 홍차를 마셨다.

 독이 들었다면서요, 이 자식아. 억울한 내 손가락질에 그는,

 

 "난 악마잖아."

 "아."

 

 인간의 독으로 해칠 수 없겠구나. 납득을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 끄덕이면 안돼지! 몸이 알렌시아가 되더니 지능이 알렌시아를 따라가냐!

 

 "도대체 누가 차에 독을?"

 "그건 모르지. 걔가 적이 한 둘이야?"

 "윽..."

 

 알렌시아가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깽판을 쳐서 원한을 차곡차곡 쌓은 어딘가의 영애가 리스트 작성하면 한 트럭은 나올 것이다. 미하엘이나 엔도르시 같은 사람을 찾을 필요도 없다.

 얘가 죽으면 동기를 가질 용의자가 너무 많아서 무죄다.

 

 

 제인은 들고 있던 먼지 총채를 탁탁 털었다. 혼자서 넓은 저택을 청소하려니 잠시도 게으름을 펼 수 없었다. 한참만에 허리를 펴며 제인은 아까왔던 편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체부가 알렌시아 아가씨 앞으로 온 것이라며 주었던 편지에는 벨하임 공작가의 인장이 선명했다. 황제의 분노를 함께 살 까 우려해 알렌시아를 내치고 딸로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세간의 소문과는 달리 이렇게 편지까지 보낼 정도면 지방으로 홀로 내려온 알렌시아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기는 세상의 소문이 맞지 않는 것은 제인 본인도 직접 알렌시아를 봤을 때 느꼈던 바였다.

 

 자기에게 이 일을 맡긴 사람은 알렌시아 아가씨가 굉장히 성격이 까다로운 분으로 유명한 분이라며 부디 그 분 눈에 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었다. 그래서 꽤 긴장하고 있었지만 직접 본 알렌시아 아가씨는 그렇지 않았다.

 

 넓은 대저택의 창틀 구석에 보이지도 않게 앉아 있는 먼지까지도 닦으라고 하지도 않았고 한밤중에 일어나 케이크를 구워오라며 밤새 한숨도 못 자게 괴롭히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상냥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집안의 가구 중 하나를 보듯이 무관심하게 그녀를 대했지만 하인들 사이에서는 무관심한 주인이 가장 좋은 주인이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상하지. 너무 오래 방에서 소리가 없었어.'

 

 알렌시아 앞으로 차를 가져다 준 지 벌써 한참이었다. 심각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에 일부러 얼씬도 안 하려 저택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후로 한참 자신 이외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제인은 약간 고민하다 이윽고 한 손에 편지를 들고 알렌시아의 방 앞에 섰다.

 

 "아가씨, 차가 식지는 않으셨나요? 계속 드실 거라면 다시 데워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가씨 앞으로 편지가 왔는데...헉!"

 

 제인은 말을 미쳐 마칠 수 없었다. 터져 나오던 작은 비명이 그녀의 입 안 쪽으로 삼켜졌다. 테이블보 위로 갈색의 큰 얼룩이 보기 흉하게 번져 있었다. 그 얼룩은 알렌시아의 입가까지 이어져 있었다. 알렌시아는 찻상 위에 쓰러져 있었고 축 늘어져 미동도 없었다, 그 팔다리가 다시 움직일 일은 없어보였다.

 

 “아가씨, 아가씨, 아가씨이.”

 

 제인이 덜덜 떨며 알렌시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뻗은 손이 알렌시아의 차갑게 식은 맥을 짚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과일 바구니에 있던 과일들이 내 취향이 아니더라고. 짓뭉개서 과즙 좀 짜봤는데 어때, 속을 만 했니?”

 

 뻣뻣하게 굳어있던 알렌시아가 확 일어나 하녀의 팔을 잡아챘다. 그녀의 눈이 파랗게 불이 붙어 있었다.

 

 “꺄아!”

 “닥쳐. 비명은 모시던 아가씨가 쓰러져 있을 때나 그렇게 질렀어야지.”

 “왜 이러시는 거예요. 이러지 마세요.”

 “나 오랜 시간동안 죽척 하느라 힘들었거든? 그러니까 우리 잘하자. 예를 들어, 그렇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거야!”

 

 말과 함께 알렌시아가 나이프를 꺼내들어 보였다. 과일을 깎는 용도의 작은 칼이었지만 충분히 날카로워 보였다.

 

 “카, 칼은 아가씨한테 위험해요. 내려놓으세요.”

 “나한테는 안 위험하니까 걱정할 거 없어. 근데 너한테는 위험할거야. 이걸로 널 찔러버릴 거거든.”

 “전 아가씨를 걱정한 것뿐이예요.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언제부터 차에 독을 타는 게 걱정이었니?”

 “독이라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휴, 너 진짜 말귀 못 알아듣는구나.”

 “악!”

 

 알렌시아가 거침없이 나이프를 하녀의 손에 찍었다. 얼마나 망설임 없이 내려찍었는지 나이프가 그대로 손을 관통했을 지경이었다.

 

 “아파! 아파! 아아아악!”

 “내가 장난치는 줄 알았어? 칼 들고 있으면서 못 휘두를 줄 알았니? 응?”

 

 알렌시아가 하녀의 어깨를 꽉 내리눌렀다. 손을 불에 지지는 것 같은 고통과 그럼에도 옴싹달싹 할 수 없어서 하녀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자, 다시 하자. 누가 했니. 누가 내 차에 독을 타라고 하고 너한테 독을 줬지?”

 “몰라요, 전 몰라요…아파요 아가씨. 엉엉.”

 “됐다. 그럼 찍자.”

 “안돼요! 그러지 마세요!”

 “너 지금 손 조금 다친 거야. 아예 못 쓰게 해줄까? 손 못 쓰는 하녀를 누가 고용할 거 같니?”

 

 하녀는 이제 말없이 눈물만 질질 짰다. 머리가 진땀으로 헝클어지고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었다. 알렌시아가 한숨을 쉬었다.

 

 “얘, 우리 아픈 거 싫잖아. 대답 하자. 대답하면 놔 줄게.”

 “아가씨, 잘못했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제가 장녀고 저한테는, 저한테는 먹여살려야 할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는 간난 동생 셋과 아프신 어머니가 줄줄이 딸려있는 데다가….”

 “아, 예. 아예. 저한테도 먹여 살려야 할 입과 위장과 이 살고 싶은 몸뚱아리가 있답니다. 세상에 털어서 사연 하나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어. 누가 그런 구질구질한 사연 궁금하다니? 내가 너한테 궁금한 건 하나야. 누가 그랬어. 어느 누가, 감히, 내 차에 독을 타라고 시켰어.”

 

 도깨비불처럼 악으로 파랗게 빛나는 눈 속에서 제인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건 자신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말로 자신을 죽일 작정이었다.

 

 정말로, 죽는다.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에 살았다는 아무런 의미도 없이.

 

 “크, 크로이트 남작님이요!”

 “남작?”

 “네, 남작님이 시키셨어요. 시키는 대로 하면 저 하나 평생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큰 상을 내리신다고…. 흐으으윽. 아가씨, 다 말씀드릴게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아가씨.”

 

 해가진 어두운 시간, 로브를 푹 덮어쓴 여자가 크로이트 남작 저를 두드렸다. 로브를 얼마나 깊이 눌러썼는지 여자의 얼굴은 초조한 입가와 가냘픈 턱 선 만이 간신히 보일 듯 말 듯 했다.

 

 “이 시간에 누구냐?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다시 와라.”

 “저, 알렌시아 아가씨 댁의 제인입니다. 남작님이 시키신 일이 있어 왔습니다.”

 “남작님이 시키신 일이 있다고?”

 “급해요, 빨리요.”

 

 문지기는 수상한 듯이 제인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안쪽으로 들어갔다. 크로이트 남작이 버선발로 달려 나온 건 그 직후였다. 퉁퉁한 손이 깍지를 낀 채 덜덜 떨고 있는 게 제인 못지않게 초조해 보였다. 남작은 제인을 데리고 누가 볼세라 저택의 빈 방으로 사라졌다. 남작과 제인 단 둘 만이 남았을 때 제인이 입을 떼었다.

 

 “남작님이 시키신 대로 했습니다. 알렌시아는 독이 든 차를 마시고 피를 쏟고 죽었습니다.”

 “잘했다! 너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다. 대단한 일을 했구나! 이름이 뭐라고 했지?”

 “제인입니다, 남작님.”

 “그래. 제인. 제인! 아주 장하다! 잘했어! 너뿐만 아니라 너의 가족들도 호강할 정도로 내 큰 상을 내릴 테니 기대해도 좋다. 이만 돌아가도록 해라.”

 “예.”

 

 남작이 먼저 방을 나섰다. 그는 자기에게 굴러들어온 이 행운을 믿을 수 없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인이 방을 나서는 지 나서지 않는 지 미처 확인을 하지 못했다. 방을 치우는 하녀가 들어와서 빈 방에 오도카니 혼자 있는 그녀의 존재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밤도 늦었는데 남작님이 좀 쉬고 가라고 하셔서요. 그것보다 남작님의 손님은 어디 계시죠?”

 “그 계집이 절명했답니다. 피를 쏟고 죽었다고 하는군요. 각하의 근심거리가 세상에서 사라진 것을 축하드립니다.”

 “직접 보았습니까?”

 

 크림색의 긴 머리카락이 출렁거렸다. 오늘 내내 남작의 방을 차지하고 심드렁하게 있던 사내는 그 말에 남작을 향해 대번에 돌아섰다. 드러난 사내의 용모는 남자란 게 아쉬울 정도의 얼굴이었다. 남작은 그 얼굴에 감탄하는 정신머리 놓은 모습을 보이기 직전에 토실토실한 허벅지 살을 꼬집고 제대로 말할 수 있었다.

 

 “하녀애가 방금 전 다녀갔습니다. 밤이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 내일 아침에 신고할 겁니다. 모시던 아가씨가 변을 당했다고 말입니다.”

 “일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여기 오지 못하게 하는 쪽이 나았을 겁니다.”

 “하하, 각하의 조심성이 상당하시군요.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죽은 알렌시아는 그간에 자신의 죄가 부끄러워 자결로 목숨을 거둔 것으로 처리될 텐데 무엇을 더 걱정하십니까?”

 “그래요…그럴 텐데.”

 

 처음 재판정을 빠져나갔을 때부터 느꼈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기분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사내는 남작처럼 유쾌해 질 수 없었다.

 

 똑 똑 똑.

 

 둘의 대화가 끊겼다. 남작이 낭패한 눈치로 사내의 눈치를 보았다.

 

 “누구냐,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평소보다도 더 으르렁거리는 남작의 목소리를 신경 쓰지 않는 건지, 남작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똑똑똑”하고 울렸다. 종래에는 자신의 존재를 이미 알렸다는 것처럼 “들어가겠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귀하게 모시는 손님 앞에서 이런 일을 당한 남작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집사가 하인들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군.…아니, 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는 로브를 푹 눌러쓴 여자였다. 알렌시아에게 독을 탄 하녀 제인. 남작이 다시 돌아가라고 했던 그녀.

 

 “이게 뭐하는 짓이지? 분명 돌아가라고 했을텐데. 설마 상을 내리겠다는 내 말을 의심한 것이냐?”

 “돼지는 저리 비켜.”

 “돼, 돼지?!”

 “돼지와 여기 이렇게…후작님께서 내 이야기를 하고 있을 텐데 주인공이 빠져서 되겠어.”

 

 로브를 걷자 있는 것은 하녀 제인이 아니었다. 방금 죽었다던 알렌시아가 씩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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