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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운명을 삼키다
작가 : 우경
작품등록일 : 2017.6.23

어느날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깨어난 아키아.
세상엔 그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커넥트
작성일 : 17-07-19 09:17     조회 : 322     추천 : 0     분량 : 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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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거친 표면.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나뭇잎과 바닥에 넓게 퍼져 수분을 움켜쥐고 있는 뿌리.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면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영상으로 떠올랐다. 거리가 떨어져도 이 모습이 실시간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게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신이 단절되는 순간의 기분은 우울증이 걸려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과 같았고, 텔레파시를 시도하고 나면 정신이 온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쉬어야 했다.

  한 번은 우울증이 심해져서 헛구역질이 나왔다. 노란 위액이 목젖을 치고 흘러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정신이 회복될 때까지 드는 온갖 생각들. 뭐 하러 이렇게 아등바등하면서 사는 거지? 텔레파시가 뭐라고 이 고생을 하는 거야? 네바론의 원인 모를 병을 어떻게 고쳐? 이제 돈도 다 떨어져 가는데 어떻게 돈을 벌지? 돈을 벌 일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사람 만나기가 무섭다. 사람의 눈길도 무섭다. 대화를 하기 싫다.

  다행히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신이 회복되면서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라졌다.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일이 한결 쉽게 느껴지고, 어렵게 느껴졌던 생각들이 가벼운 주제로 변했다.

  외부의 정신과 연결이 끊어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정신이 강인해지고 연결은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점차 연결이 끊어졌을 때의 먹먹함, 막막함, 우울증의 강도가 약해졌다. 자기 비하의 횟수가 줄어들면서 연결이 끊어져도 외부의 정신이 되돌아올 때를 담담히 기다렸다.

  그때부터 아키아의 텔레파시에 속도가 붙었다. 정신이 회복될 때까지 쉬어줄 필요가 없어져 연속으로 정신을 외부로 보내어 나무를 탐구할 수 있었다.

  반복적인 숙달 끝에 아키아는 나무의 상태를 알아보던 연습을 끝내고 나무의 감정을 알아맞히는 연습으로 넘어갔다.

  후에 알았지만, 사실 나무는 텔레파시 초급자가 도전하기에 어려운 개체였다. 한결같은 식물은 그만큼 단순한 감정을 품고 있어서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개의 식물들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초급자가 알아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물론 텔레파시는 눈으로 보고서 상대방에 대해 유추하는 간단한 기술이 아니다.

  문제는 그보다 복잡한 기술이란 점 때문이다.

  동물은 감정의 중추 역할을 하는 뇌를 위주로 교류하면 된다. 그렇다면 식물은? 교류의 과정이 복잡해진다. 특정한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와 교류를 해야 한다. 난이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아키아는 나무를 10여 등분으로 나누어 훑어보던 외정신(外精神)의 크기를 키웠다.

  아키아의 내정신(內精神)에 존재하는 정신핵이 외정신의 크기를 키우는데 도움을 줬다. 외정신의 토양이 되는 생각은 정신핵에 갇힌 과거의 자아를 양분삼아 크기를 키워 신체 밖으로 발산되었다.

  나무를 뒤덮은 외정신은 나무를 관찰했다. 바람의 떨림. 대지와의 관계. 태양과의 관계. 수분의 영향.

  관찰은 깊어졌다. 아키아는 외정신을 따라 나무의 몸을 여행했다. 외정신의 전체적인 농도가 옅어지고, 나무의 특정 부위에 집중되었다. 뿌리에서 시작된 물관의 물과 함께 외정신이 움직였다. 물관의 통로를 따라 나무의 신체 곳곳이 밝아졌다.

  나무 잎사귀에 도달한 물은 그곳에서 태양을 만났다. 빛. 따사로운 빛살을 받으며 물은 변화했다. 태양을 품은 물은 생명을 얻어 식물의 체관을 통해 뿌리로 내려갔다.

  뿌리부터 나무 잎사귀까지. 물관과 체관을 통해 나무의 몸을 돌면서 그 구조가 세세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나무를 둘러싼 외정신은 나무의 전체적 모습을 관조했다.

  전체와 부분을 같이 느끼는 경험을 하며, 아키아는 현재 나무가 품은 감정이 보였다.

  세세한 부분에서 발산되어지는 감정의 조각들이 모여서 그리는 전체적인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만 볼 때나 부분만 느낄 때는 보이지 않던 그림이었다.

  그것은 신비로웠다. 나무의 주위를 둘러싼 알록달록한 빛의 향연. 끊이지 않고 발산되며, 크기를 키우고 줄이는 녹색과 파란색의 빛.

  아키아는 나무가 뿜어내는 빛 뭉치를 손으로 건드렸다. 빛 뭉치가 아키아의 손을 타고 길게 늘어졌다. 손끝을 통해 몸으로 흡수되어지는 빛 뭉치를 통해 아키아는 나무의 감정을 경험했다.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시원하고 따스한 체험.

  여태껏 장님으로 살다가 개안하는 느낌이었다. 여태껏 아키아가 원했던 이상의 감각이 빛 무리 안에 담겨 있었다.

  나무의 빛을 본 이후부터 아키아는 주변인을 포함하여 모든 사물들에게서 감정의 빛이 나오는지 실험해 보았다.

  이미 죽어버린 사물들의 경우, 빛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빛은 오직 생명체에게서만 나왔다.

  사람의 경우, 빛은 식물보다 다채로웠다. 붉고 푸른 원색의 감정들이 숨기는 기색과는 상관없이 빛깔을 드러냈다.

  또한 다채로운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무심코 닿은 빛 무리에 화를 냈다가 울적해지고 박장대소로 웃는가하면 이유 없이 즐거워졌다. 빛 무리를 통해 전해지는 경험,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상태. 정신을 못 차리고 현실과 경험 속 상상을 구별 못하기 일쑤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빛 무리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를 만져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키아는 빛 무리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을 필요가 있었다.

  정신에너지를 이용하여 결계를 친 아키아는 결계에 작은 구멍을 뚫고 외정신을 빛과 연결시켰다. 직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빛은 견딜만했다. 빛이 이루고 있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생각할 수 있었다.

  다만 이 방법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통로가 된 외정신과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는 범위 안에 대상이 들어와야 했다.

  아키아는 기분이 묘했다. 이는 텔레파시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텔레파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정신을 꺼내서 전달하는 행위이다. 외부의 정신은 단절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빛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정신은 거리감을 없애 항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런 만큼 능숙한 텔레파시스트는 거리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반면, 아키아의 텔레파시는 거리가 짧아질 수밖에 없다. 연결이 끊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길게 늘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 아키아의 텔레파시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었다. 휘마렌에서 말하는 파괴적 심상의 전달이 쉬웠다. 외정신으로 이어진 연결통로를 통해 심상이 응집된 회색빛을 보내기만 하면 됐다. 휘마렌의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진 심상이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빛으로 보였다.

 

  회색 빛이 전달되며 파괴되는 외정신에 의해 아찔한 감각이 아키아를 뒤흔들었다.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때 아키아의 정면에 있던 나무가 죽어서 부스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아키아는 기존의 텔레파시와는 다른 자신의 텔레파시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커텍트. 커넥트라고 하는 게 좋겠어.”

  이름과 이미지는 커넥트를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 변화시켰다. 이름에 반응하여 강해진 외정신은 회색빛에도 파괴되지 않고 버텨냈다.

  아키아는 외정신이 버티는 만큼 강력해진 회색빛을 투사했다. 광기어린 광증의 경험은 감정의 빛이 강해지는 자양분이 되었다.

  파괴되는 외정신의 영향으로 정신을 잃기를 수차례. 파괴되어지고 복구되는 반복 속에서 아키아의 정신은 기이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였다.

  견고하고 단단하게 변한 아키아의 외정신은 현재 아키아가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회색빛을 견뎌냈다.

  미미하게 전달되어지는 반동을 느끼며 아키아는 주변을 훑어봤다.

  오데오 종(種)의 아인케르크가 집단으로 쓰러져 있었다. 개를 닮은 몬스터인 아인케르크는 공포의 냄새를 잘 맡아, 열세로 몰려도 대상이 무서움을 느끼는 것 같으면 미친 듯이 물어뜯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아키아가 발한 회색빛을 공포의 냄새로 착각한 아인케르크는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다가 여지없이 쓰러졌다. 덕분에 아키아는 커넥트의 훈련을 위해 몬스터를 찾아다니는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공포의 냄새를 맡고 찾아온 아인케르크만 상대하면 되었으니까.

  점점 드물게 찾아오던 아인케르크가 어느 시점을 기해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돔탐참 숲의 아인케르크는 씨가 마른 모양이었다.

  때마침 무아지경으로 커넥트를 연습하던 아키아도 정신이 들어 숲에서 벗어나 마을로 돌아갔다.

  하우롱 할멈의 집으로 돌아오니, 오랜 시간 기다리게 했던 라넨이 보낸 부하가 아키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 다리를 절고 있는 드와인이었다.

 “잘 있었냐? 이 멍청한 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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