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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리슨 케어풀리
작가 : 스위트폴라
작품등록일 : 2017.7.16

너무나 아름다워 이름도 선녀였다.
하지만 그녀의 주위가 하나 둘, 자신의 연인을
찾아 결혼할 때, 그녀의 반쪽만 나타나지 않았다.
정혼자를 찾으라 인간계로 쫓겨난 그녀.
'여긴...... 누군가의 침소?'
그녀 앞에, 운이 없어도 너무 없는 남자, 동식이 나타난다.

선녀는 과연 동식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자신의 짝을 찾아 선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현대배경 로맨스 판타지]

 
<2화>
작성일 : 17-07-19 01:23     조회 : 278     추천 : 1     분량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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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세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이후

 남자가 두 입술 사이에서 잠에서 깬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 나는……”

 선녀는 당황해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뭐라 말해야되지? 선녀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갑작스레 생긴 자기소개 시간에 선녀의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선녀는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나는 선녀다.”

 ‘이렇게 솔직히 말해도 되는 건가? 내 정체를 밝혀도?

 혼나나? 아니 어쨌든, 이건 내 이름이잖아.’

 선녀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내심 걱정이 되었다.

 ‘어? 그런데 이 남자……’

 

 구름은 바람과 함께 천천히 움직여, 품고 있던 달을 내 주었다.

 달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자 창문으로 달빛이 새며 들어왔다.

 그제서야 선녀의 눈동자에도 남자의 모습이 비쳤다.

 그리고 그 모습은 놀랍게도,

 “선비님?!”

 자신이 예전에 즐겨보던 드라마,

 ‘선비님은 내 사랑’에 나온 선비랑 너무 닮았던 것이다.

 티 하나 없는 고운 피부,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

 무엇보다도 눈빛. 그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선녀는 쿵쿵대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애썼다.

 ‘침착해, 선녀야. 그 드라마는 벌써 칠 년 전에 나온 드라마라고.

 그리고 자세히 보면…… 이 남자, 선비님보다 나이가 어려 보여.’

 선계에는 다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볼 수 있는 텔레비전 역할을 하는

 연못은 있었지만, 인터넷은 없어 배우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대충 선녀의 어림짐작으로, 선비의 나이는 이십 대 후반 정도로 되어 보였다.

 그리고 선녀의 눈앞에 보이는 남자는 많아 봐야 이십 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너무나도 얼굴이 낯이 익어서 선녀는 혼란스러웠다.

 

 ‘원래 인간들은 이렇게 닮은 건가? 아니, 아니지.’

 선녀는 고개를 저으면서 자신이 본 무수한 드라마들을 떠올렸다.

 물론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들 중에 잘생긴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선비의 잘생김은 정말 독보적이었다.

 남자다운 눈빛, 선녀가 그 눈빛에 설레어 그 드라마를 도대체 몇 번씩이나

 돌려봤던가. 그 때마다 두꺼비는 분노했다.

 “선비님은 내 사랑 보게? 명작이죠, 이거.”

 “하하…… 선녀님은 정말 이걸 좋아하시나보다.”

 “그만, 그만! 다른 것 좀 봐요, 제발!”

 ‘그것도 이제 추억이구나…… 잘 지내고 있으려나?’

 선녀는 두꺼비 생각을 하자 어쩐지 아련해졌다.

 

 “저기…… 혹시 선비님은 아니지?”

 “네? 무슨 소리……”

 “아니다.”

 ‘그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튼 이 곳을 벗어나야할 텐데.’

 나가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선녀를 보고 남자가 말했다.

 

 “선녀……”

 

 조용히 중얼거리던 남자의 시선은

 이윽고 선녀의 옷차림으로 향했다.

 하얀색으로 나비 문양의 수가 놓여진 흰색 윗도리,

 고급스런 실크로 만들어진 하늘색 긴 치마가 더없이 단아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선녀의 얼굴은 역광으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선녀님이시구나…… 그렇구나…….”

 남자는 뚫어져라 선녀를 바라보다가

 선녀의 설명에 납득한 듯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이 야밤에 갑자기 비단옷을 입고 있는

 여자가 내 눈 앞에 나타날려면, 꿈이 아니고서는 힘들지.’

 

 선녀는 남자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을 보며 긴장감에 침을 꼴깍 삼켰다.

 ‘으아. 이거 어떻게 해야되는 거야?’

 사람이랑 만날 건 당연히 각오하고 있던 바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빠를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면, 선녀인 건 웬만하면 들키지 마세요!’

 ‘그래, 완전히 사람인 것처럼 행동할게! ……그런데 어떻게 해야되지?’

 두꺼비와 함께 미리 연습한 것도 다 소용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지금은 아무 말없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과연 어떨지.

 ‘게다가……’

 선녀는 남자를 흘끗 바라보았다.

 ‘이 남자, 선비님이랑 너무 닮았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남자는 목이 뻐근했는지 한 손으로 반대편 어깨를 잡고 목을 돌려

 스트레칭을 했다. 선녀는 그 모습에 얼이 빠져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목덜미……”

 “네?”

 ‘으아!’

 선녀는 창피함에 죽고 싶었다. 그렇지만 저 새하얀 목덜미에

 선녀는 온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가자. 이 곳은 위험해.’

 어떤 점이 위험하다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선녀는 어쩐지 여기 계속 있으면 안될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다.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

 단 한 가지 선녀한테 유리한 점은, 남자가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비몽사몽하다는 것이었다.

 ‘어쩌지. 한 대 쳐서 이 남자를 기절시켜야 되나.’

 조용히 대화로 풀어서 나갈 방법도 많을 텐데,

 드라마를 많이 본 선녀는 항상 극적인 이야기로 생각이 가 버렸다.

 

 “저기. 그럼요.”

 정적을 깨고 남자가 말을 꺼냈고,

 선녀의 귀를 파고드는 멋진 목소리에

 이에 선녀의 생각하는 흐름이 깨졌다.

 “무, 무엇이냐.”

 선녀는 당황했지만, 선녀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기절시키고 나가려 했더니. 이렇게 된 거,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해야지!

 선녀답게 말이야!’

 실제로는 위엄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믿었다.

 

 남자는 그런 선녀를 보며 뜸을 들이다,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듯, 선녀에게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녀님이시면…… 제 소원 들어주실 수 있죠.”

 자신의 이상형이 저음의 목소리로 소원을 들어달라하는 것이

 얼마나 유혹적인 일인지, 선녀는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소원?’

 선녀는 예상치 못한 남자의 말에 눈을 깜빡였다.

 “소원이라…… 말이라도 한 번 들어볼까.”

 

 선녀야말로 말 뿐이었다.

 사실 선녀가 남자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는,

 선녀 자신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정식 선녀라 해도, 혼난단 말이야!

 사람의 소원을 멋대로 들어주다간.

 근데……

 

 들어주고 싶다. 이 남자의 소원.’

 매일 텔레비전에서 보던 연예인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모니터속 캐릭터가 내 앞에서 살아 움직인다면?

 선녀의 침착함이고 뭐고, 이 남자의 존재 앞에서는 모두,

 초복에 홀라당 벗은 생닭같았다.

 

 ‘그래도, 안 돼!’

 선녀는 자신에게 굳게 다짐했다.

 자신의 정체를 알자말자 대뜸하는 소리가, 소원을 들어달라?

 아무리 선비님을 닮았다고 하더라도 괘씸했다.

 도대체 그 소원이 뭐길래?

 하도 그 모습이 기가 차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어떤 소원인지

 들어보기라도 하려는 것이었다.

 이 자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꿀꺽.

 긴장감이 흘렀다.

 남자가 입을 벌렸다.

 

 “저 자고 싶은데요.”

 “네…… 네?! 방금 뭐……”

 예상치 못한 남자의 말에 선녀는 그만 존댓말을 썼다.

 그러나 선녀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죄송한데…… 제가 지금 너무너무 졸려서…….”

 

 

 남자는 그렇게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선녀를 혼자 내버려둔 채.

 

 

 ***

 

 “저기…… 자네…… 이보시게!”

 선녀는 자신의 두 팔로 자고 있는 남자를

 있는 힘껏 흔들었지만, 통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몇 번을 흔들어도 깨지않고,

 

 쌔근거리는 숨소리만 내면서 잘만 잤다.

 

 그런 남자를 보고 선녀는 결국 제풀에 지쳐 그만두었다.

 선녀는 턱을 괴고 남자가 자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진짜 자잖아? 기절한 건 아니지?’

 선녀는 조금 의심스러워져서, 남자의 얼굴 근처에 자신의 귀를 가까이 대었다.

 남자의 숨이 선녀의 뺨에 닿았다.

 다행히 남자는 정말로 잠이 든 것뿐인 것 같았다.

 피곤이 극에 달했던 탓인지, 남자는 마치 퓨즈가 나간 기계처럼

 쓰러져 자고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선녀는 어쩐지 지쳐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선녀는 황당했다.

 ‘아니, 인간세상으로 보내줄거면 조금 상식적인 곳으로 보내줘야지, 어?

 괜히 이렇게 좋은 구경하고 말이야.’

 선녀는 남자의 잘생긴 얼굴을 보며 다시 한 번 뿌듯해했다.

 ‘역시 인간세상에 오길 잘했어. 아, 곱다, 고와.’

 남자는 정말 아이처럼, 아무 걱정도 없는 얼굴로 자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구경하다 선녀는 밑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런데 이 남자, 옷……’

 

 아까는 당황해서 몰랐는데, 웃통을 벗고 있었다.

 다행히 밑 부분은 이불로 가려져 있었다.

 

 ‘밑에는…… 입고 있겠지? 설마.’

 

 괜히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선녀는 화끈거려 손을 얼굴 앞에서 휘휘 저었다.

 

 “망측하구나.”

 오늘은 저 잘생긴 얼굴을 본 것만으로 충분했다. 더 이상은 선녀의 뇌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 분명했다.

 선녀는 하반신에 간신히 걸쳐 있는 이불을

 

 손수 배꼽까지 끌어 올려 그의 몸을 가렸다.

 

 “음……”

 선녀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넌지시

 이불을 그의 입술 밑까지 끌어 올렸다.

 

 “음…… 더워……”

 남자는 조금 칭얼거리는 것 같았지만,

 

 선녀는 더 이상 이 문제에 관해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남자는 조금 더 뭐라고 말하는 것 같더니,

 곧 조용히 잠이 들었다.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고 난 듯한 느낌에, 선녀는 한숨 돌린 듯 있었다.

 

 ‘아까는 그렇게 인상을 팍 찡그리고 있더니.

 

 잘 때는 참 아이처럼 자네.

 

 ……그런데, 정말 선비님을 닮았단 말이야?

 아니라고는 생각해도.’

 

 선녀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남자의 볼을 꾹꾹 찔러보았다.

 

 “으음…… 하지마…….”

 남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싫어하는 남자를 보며 선녀는 조금 움찔했다.

 ‘이러다 울 것 같은데…… 그건 그거대로 보고 싶긴 한데,

 참아야겠다.’

 

 후우. 선녀는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인간계에 온 거구나.’

 ‘그러니까…… 내가 진짜로 인간세계에 온 거지?’

 선녀는 신이 나서 양팔을 하늘 위로 높이 휘저었다.

 지금 남자가 깨 있는 상태라면, 춤을 추면서

 방안을 뛰어다니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리도 맘껏 지르고 싶었다.

 

 ‘지긋지긋한 선계, 이젠 안녕!

 답답한 선녀 생활, 안녕!’

 그렇게 말하고 선녀는 방긋방긋 웃었다.

 

 ‘아, 그치만. 조건이 하나 있었지……’

 선녀는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정혼자?’

 

 ‘동짓날까지?’

 

 선녀는 자신의 맑은 두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말도 안 돼!”

 

 

 ***

 동식은 목이 말라 일어났다.

 ‘좀 춥네.’

 

 봄인데도 동식의 방은 그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듯, 쌀쌀하기만 했다.

 “……내가 이불을 이렇게 덮었었나?”

 동식은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어찌됐건

 거추장스러운 이불을 옆으로 치우고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하였다.

 “아, 추워.”

 양 팔을 감싸안으며, 동식은 걸쳐입을 옷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동식의 방은 해가 잘 들지 않았다. 암막커튼까지 치자,

 정오에도 깜깜했다.

 동식은 허공에 몇 번 손을 헛짚은 다음에야,

 자신의 서랍을 찾을 수 있었다.

 맨 위에 있는 서랍을 열어 가지런히 개켜져 있는 런닝을 꺼냈다.

 검은색 런닝 소매 부분에 팔을 집어넣으면서,

 동식은 자신이 꿨던 꿈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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