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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리스의 기사
작가 : 박서희
작품등록일 : 2017.7.15

마법과 과학이 뒤엉켜 발전한 1987년의 홍콩.
우연히 내면에 잠든 마법의 재능을 발견한 스코틀랜드의 형사 '리암 로플린'은 UN의 국제수사기관 '팀 에리스'에 초청받아, 동료들과 함께 인류가 알아서는 안 되는 우주 바깥의 힘을 써서 범죄를 저지르려는 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2. 비트, 몽환의 여신 (8)
작성일 : 17-07-18 23:53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4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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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 제발…….”

 리암은 비트를 말리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주머니 옆의 다른 아저씨가 말했다.

 “뭔 일이야? 도대체.”

 비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갑자기 군중 속에서 일어난 비트의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비트는 마치 연설자처럼 주변을 돌아보면서 외쳤다.

 “다들 들어. 지금 너희들은 모두 속고 있어. 저 노인의 거짓된 가르침이 너희들을 옳지 않은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악마의 헛된 속삭임에 넘어가서는 안 돼. 저 자가 말하는 낙원은 그저 불타는 마계의 지옥일 뿐.”

 “비트! 제발 그만!”

 리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졸고 있던 래피드스타도 갑자기 일어난 소란 속에서 눈을 떴다.

 “뭐야. 뭐야. 무슨 일이야?”

 리암이 말했다. “아주 끔찍한 일.”

 “당신들 다른 교회에서 보낸 프락치지? 그렇지!” 아주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트는 주먹을 들어올렸다. “인간계의 올바른 신은 나, 여신 비트밖에 없어. 악마들이 만들어낸 헛된 마계의 존재에게 넘어가서는 안 돼.”

 “뭐, 뭐라고?”

 그레그 웡이 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자들은 불신자다!”

 비트는 그레그 웡의 일갈에 곧바로 돌아서서 관객석 사이의 통로로 빠져나왔다. 비트는 통로 아래의 그레그 웡을 내려다보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인간들에게 거짓된 가르침을 가르치는 이교도의 수장. 나 비트가 신성한 여신의 빛으로 이곳을 정화하겠어!”

 그레그 웡은 주위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당장 끌어내!”

 그레그 웡의 외침에 맞춰 관객석 여기저기에 서 있던 검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일행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거야. 리암은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래피드스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비비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대강 망한 거 맞지?”

 “도망쳐야 해.”

 리암은 래피드스타를 끌어올렸다.

 “당장.”

 비트의 돌발행동을 시작으로 강연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로브를 입은 사제들이 일제히 문 안으로 뛰어 들어오고,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여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심판하겠…….”

 “안 돼!”

 그레그 웡을 비트가 때려 눕혀버린다면 일이 장난 아니게 커진다. 리암은 앞으로 뛰쳐나가려던 비트의 옷소매를 끌어당겼다. 앞으로 달려 나가려던 비트가 헛발질하며 앞으로 휘청거렸다.

 “뭐 하는 거지?”

 “얼마나 일을 더 크게 만드려는 거야. 도망쳐야 해!”

 “하지만!”

 “둘 다 그만 싸우고 좀 도와줘!”

 래피드스타가 외쳤다. 래피드스타는 자기를 붙잡으려던 로브 입은 남자의 손목을 꺾어버리곤 남자의 배를 찼다.

 “아아악!”

 남자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나뒹굴었다. 탈출해야 한다. 리암은 비트를 끌고 뒤로 빠져나왔다. 리암은 힐끔 고개를 돌렸다. 그레그 웡은 이미 무대 바깥으로 도망쳐버린 후였다.

 “내가 길을 열게!”

 리암은 우왕좌왕하는 시민들 사이로 달려오던 로브 입은 남자 한 명의 허리를 잡아 그대로 뒤로 던졌다. 바닥으로 거꾸러진 남자가 그대로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불신자를 제압하라!”

 뒤편의 문이 열리며 곤봉을 든 십 수 명의 사제들이 더 뛰어 들어왔다. 숫자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 하군. 래피드스타가 바닥을 세게 발로 내리치며 외쳤다.

 “다들 떨어지지 마!”

 그 말과 함께 래피드스타의 주위로 검은 안개가 퍼져나갔다. 한치 앞도 판단할 수 없는 어둠이 강연장 안을 가득 채웠다.

 “우와악!”

 갑자기 퍼진 하얀 연기에 놀란 리암이 소리쳤다.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시끄러운 비명과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기를 틈타서 탈출하는 거야!”

 비트가 말했다.

 ”그레그 웡을 잡기 전까지는 나가지 않겠어.”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

 래피드스타가 말했다.

 “위에서도 사람들이 있어!”

 “젠장! 강제로 끌고 간다!”

 “뭐?”

 래피드스타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리는 사이. 리암은 비트를 강제로 끌어당기며 래피드스타를 따라 달렸다.

 사제 한 명이 말했다. “다들 못 가게 막아! 그리고 연기, 이 연기를 치워!”

 안개 속 통로 계단 위에서 내려오던 두 명의 마법사들이 손에 냉기 마법을 만들었다. 입구에서 표를 받던 그자들이었다.

 하필 여기에도 마법사라니. 리암과 래피드스타는 자세를 잡고 뛰었다. 두 마법사들은 냉기 마법을 두른 주먹을 일행을 향해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이것 참. 얼음덩어리 주먹에 맞는 건 별로 좋은 경험이 안 될 것 같은데. 리암은 마법사가 휘두르는 얼음 주먹을 피해 왼쪽 마법사의 턱을 주먹으로 날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왼편의 마법사가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나뒹굴었다.

 “이 불신자가!”

 하지만 다른 한 번의 공격이 남아 있었다. 리암의 오른편에 남은 다른 마법사는 얼음덩어리로 감싸진 주먹을 리암의 허리에 내리쳤다.

 “윽!”

 허리가 반으로 접히는 것 같은 충격과 함께 리암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리암은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리암은 반대로 돌아서서 남은 마법사의 뺨을 온 힘을 다해 때렸다.

 “아악!”

 마법사는 뒷걸음질 치며 물러나더니 몸을 웅크리고 떨던 다른 관중의 몸과 부딪쳐 의자더미 위로 나뒹굴었다.

 래피드스타가 리암의 옆으로 빠져나가 올라서며 말했다.

 “몸은 괜찮아?”

 리암은 허리를 만져보았다. 욱신거리는 통증이 세게 느껴졌다. 허리가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리암은 잘 펴지지 않는 허리를 억지로 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쇼거스보단 약하네.”

 “허리 다치면 큰일 나. 너무 무리하지 마,”

 래피드스타가 뒤를 돌아봤다.

 “아래에서 더 와!”

 “뭐라고?”

 리암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비트가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던 사제 한 명을 발로 쳐 날렸다. 턱을 얻어맞은 사제는 뒤로 넘어져 뒤따라오던 다른 사제들과 뒤엉켜 쓰러졌다.

 “처리했어.” 비트가 덤덤하게 말했다.

 리암은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안개 속을 뛰어다니는 관객 몇 사람을 피해 대강연실 맨 뒤의 문을 발로 차 열었다. 문이 열리자 짙은 안개가 바깥까지 퍼져나갔다.

 오래 지체할 수는 없었다. 리암은 래피드스타, 비트와 함께 계단으로 뛰어내려왔다. 안개와 군중들로 엉망진창이 된 탓에 바깥까지 뒤따라오는 사제는 없었다. 하지만 리암은 예배당 바깥의 택시에 오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결국 원래 목적이었던 그레그 웡의 강연 조사는 실패했다. 거기에다 세 사람의 얼굴을 그레그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방식으로 각인시키기까지 했으니 더 없는 완벽한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셈이었다. 리암은 어떻게 이 이야기를 데보라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다.

 

 “참 멋지네요.”

 데보라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이런 아무렇지도 않은 임무를 완벽하게 실패했으니까.

 “누가 보면 제가 해저 아틀란티스 유적이라도 탐사하고 오라고 시킨 줄 알겠어요.”

 “미안해요.”

 “강연 하나 조용히 듣고 오는 것도 실패해서 일을 이렇게 만들어 버리신 거예요?”

 데보라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거칠게 쏘아붙였다.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리암은 그냥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친구 집에 놀러갔다 1파운드 동전을 훔쳐 왔다 들켰던 어린 시절의 어느 날. 화를 내던 아버지와 마주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참 화를 내던 데보라는 이마를 쓸어 넘기며 물었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래피드스타가 말했다.

 “나는 자고 있어서 몰라. 깨어나니까 난장판이더라고.”

 그래. 자랑이다.

 리암이 말했다.

 “강연을 절반 즈음 들었을 때 까지는 별 일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레그 웡이 죽음 이후에 만날 수 있는 초월적인 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벌어졌죠.”

 “네?”

 데보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비트가 거짓된 가르침을 못 들어주겠다면서 난리를 피웠거든요.”

 비트는 평소 그대로의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가만히 말했다.

 “신으로써 나는 인간들이 올바르지 못한 길을 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어.”

 비트의 무덤덤한 말투가 도리어 리암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화가 치밀어 오른 리암이 바닥을 세게 발길질했다. 비트 때문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실마리를 잃어버렸다. 그런 생각이 리암의 속을 불태웠다.

 “올바르지 못한 길?”

 “그래.”

 “우리가 거기에 왜 갔어. 그레그 웡의 이야기를 들으러 간 거잖아.”

 “그랬지.”

 “그러면 일단 그 이야기는 듣고 나서 난리를 피워야 할 거 아냐!”

 리암의 주먹이 떨렸다. 갑자기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치는 리암의 행동에 비트도 다소 당황한 듯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비트는 금세 다시 당당하게 어깨를 피며 리암을 손가락질했다.

 “그럴 수는 없었어.”

 “어째서.”

 “거짓된 이야기를 듣고서도 움직이지 않는 건 여신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그만!”

 더 이상 참지 못한 리암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그 망할 놈의 망상 놀이 그만 해! 너는 신도 뭣도 아니잖아!”

 “뭐?”

 비트의 푸른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리암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가녀린 몸이 떨렸다.

 “리암 형사님.” 데보라가 말했다.

 래피드스타가 비트의 옆으로 다가갔다. 래피드스타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과해.” 래피드스타가 말했다.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

 “너는 지금 내게 무례한 어휘를 사용했어.”

 비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난리를 친 건 너잖아! 젠장!”

 “형사님!”

 데보라가 고함쳤다. 귀가 먹먹하게 울릴 만큼 큰 소리였다. 시끄럽던 사무실 안이 정적으로 가득 찼다. 데보라는 리암을 흘겨보더니 문 쪽으로 걸어갔다.

 “팀원의 잘못은 리더의 잘못. 몇 번이나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만 하세요. 저도 더 이상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데보라는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갔다.

 “이건 형사님이 정말 잘못한 거야. 알아?”

 “래피드스타.”

 “형사님은 비트에게 큰 상처를 줬어.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래피드스타는 비트의 팔을 끌었다. 힘을 잃은 비트는 래피드스타의 손길에 순순히 끌려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가자, 문이 거칠게 닫혔다.

 “젠장!”

 혼자 남겨진 리암은 스스로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벽을 이마로 내리쳤다. 눈앞이 번쩍였다. 강한 통증이 이마를 짓눌렀다. 도대체 뭐가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몇 번이고 벽에 이마를 내리치며, 리암은 눈을 질끈 감았다. 무한한 외로움만이 홀로 남겨진 리암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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