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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천국을 가리키는 새하얀 나침반
작가 : 소시지
작품등록일 : 2017.6.5

죽은 망자가 범람하는 세계, [저승]
[구원(천국)]과 [심판(지옥)]의 갈림길에서 각자의 방향을 걷는 자들의 이야기.

그 가운데…… 19살 소녀, 한지예는 자신의 방에서 絞死━━목을 매달다.

“아니야! 아니라고, 난 죽지 않았어!”

자살이라는 대죄를 범하고만 한지예는 지옥을 심판받고야 말았다!
천국의 영원한 이별, 확정된 지옥, 그나마 살만한 저승라이프!
사신과 불가촉사망자들을 피해가는 파란만장한 사후세계 생존 판타지!

 
증인
작성일 : 17-07-18 23:38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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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소란으로 인해 처참히 붕괴한 광장에는 수많은 인부들의 수복현장으로 돌변하였다.

 홀가분한 차림새로 안전모를 뒤집어쓰고 무거운 돌이나 흙 따위를 운반하는 인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피해가 큰 탓일까.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흙과 반석 탓에 발 딛을 곳이 비좁을 지경이었다. 뒤늦게 현장에 참석한 젊은 인부의 얼굴에는 환희가 가득 보였다.

 대부분 남자로 구성된 현장의 인부들은 콧노래가 한창이다. 고난한 작업임에도 불과하고 어째서인지 인부들의 기분은 좋아 보였다. 그 말고도 여자랑 광장의 요리사들은 자기만의 솜씨를 뽐내며 육체노동으로 쇠한 인부들을 위한 새참을 만들거나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이번에는 크게 한바탕했나 보군. 여기저기 성한 구석하나 없어.”

 “땅이 주저앉을 정도였으니깐.”

 수레를 끌고 온 인부와 검은 흙을 퍼 담는 다른 인부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지의 바닥을 담당하는 백색암반은 사건의 충격으로 균열이 벌어진 사이로. 무너진 지반 아래에서 검은 땅 일부가 드러났다. 한시라도 빨리 메꾸지 않으면 귀신이 이곳에 빠질 것이라고 염려한 인부가 재빨리 검은 흙을 아래로 쏟아 부었다. 잠자코 지켜보던 다른 인부가 반듯하게 제작된 백색 석재를 준비하였다.

 “하여튼 사신이란 놈들은 하나같이 때려 부수는 걸 좋아하고 말이야. 상식이 없어, 상식이.”

 피해가 켰던 바람에 도통 작업의 진도가 나가지 않자, 인부는 붕괴한 광장을 보고는 뒤늦게 하소연하였다.

 간혹 유별난 자들은 봉사라는 행위를 침탁하게 여겼다.

 사신의 행적이 공적인 일이라고 해도 뒤처리를 감당하는 인부들에게는 귀찮은 일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의로 시작된 봉사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 뒤처리는 고스란히 인간의 몫이었다. 그런 인간의 행동을 보고도 무자비한 사신의 횡포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때문인지 저승의 봉사자들에서 뒤처리를 감당하는 자들의 직업수명은 유독 짧은 편이다. 대체로 뒤처리란 깔끔하다가 기보다는 껄끄러움에 속하였고 본래의 발전보다는 본래의 수복이라는 점에서 제3자들의 눈에는 그 닥 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불평하기에는 상대를 잘못 골랐어. 초짜라고 해도 명색에 사신이라고.”

 그 옆에서 조용히 벽돌을 손질하던 인부는 딱히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다.

 “우리야 일거리도 생기고 좋지 뭐.”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불만이 가득한 인부는 태평스러운 다른 이의 태도에 혀를 찼다.

 “에라이 천국에나 떨어져라.”

 가증스러운 표정을 짓던 그는 별다른 대답 없이 하던 일을 하였다. 수레를 끌고 오는 인부와 흙을 푸는 인부가 살며시 다가와 작업을 훔쳐보았다. 척과 각을 재는 도구로 정교하게 오려내기 위해 석판에 밑그림을 그렸다.

 광장의 인부들은 모조리 분주한 채 쉴 틈이 없었다. 체력이 떨어지면 잠시 쉬고는 곧바로 일을 거들었다. 누구 하나 빈정거리지 않고 가능한 손닿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냈다. 붕괴된 광장은 빠르게 본래의 모습으로 수복되었다.

 그때 어디선가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모두들 이것 좀 드세요!”

 그리고 간절히 기다림이 도착함을 깨달은 모든 인부가 한마음으로 한호성을 내질렀다. 허기에 지친 인부들의 위해 먹을 거와 마실 것이 가득 담진 바구니들 짊어지고 온 마을의 여자들이었다.

 몇몇 성질 급한 인부들은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가 여자들 속에 끼어 먹을 것을 독차지하여 들었다. 여자들은 딱히 그런 자들을 내쫓거나 하지 않고 너그러이 마실 것을 대접해주었다. 바른 인성의 인부들은 그마저 남은 일거리들을 해결하고 뒤늦게 허기를 달랬다.

 메뉴는 호화로웠다. 운이 좋게도 수복현장은 두아디라 여신상의 광장이다. 명소인 만큼 주위에는 맛집이 가득한 까닥이었다. 게다가 인심 좋은 음식점들이 고생하는 인부들을 위해 평소 시에는 꺼내지 않는 특별메뉴들을 마련해주었다. 배고픈 인부들의 눈이 희번덕 떠졌다.

 “모두들 잔뜩 먹어두고 마무리까지 열심히 하자고!”

 그 와중에서 가장 힘이 좋은 거한의 인부가 마실 것을 들고 외쳤다. 덩달아 나머지 인부들도 각자 취향에 맞는 것을 손에 쥐고 환호하였다.

 모두는 먹을 거와 마실 것을 취하였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분주히 움직였던 재건현장은 휴식으로 인해 행동이 정지되고 수다 소리로 가득해졌다.

 “분명하다니깐, 내가 똑똑히 봤어.”

 망치와 조각칼로 가득 무장한 자가 유독 시끄럽게 떠들었다.

 두아디라 여신상에 크게 감명받아 이번 재건작업에 지원한 아마추어 공예가의 진실이 섞인 목소리는 간절하다시피 하였다.

 “거짓말하지 마.”

 그의 친구는 믿지 못한다는 얼굴로 냉수로 적신 수건으로 진득해진 몸을 닦았다. 냉정한 친구의 반응에 공예가는 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진짜야. 어제 아스모데우스님이 귀왕이랑 만나는 걸 봐버렸어.”

 “영주님까지는 속아 넘어줄 만한데, 누구라고? 귀왕? 누가 그런 시답지도 않은 거짓말을 믿겠냐!”

 끈질긴 친구의 설득에 지겨움을 느낀 그는 핫도그를 씹으며 반론했다.

 “‘그때’ 이후로 사람들은커녕 사신 놈들도 귀왕을 못 찾았어, 그런데 평범한 인간인 네가 무슨 수로 귀왕을 찾았다는 거야.”

 “이 녀석. 내 말은 기필코 안 믿네.”

 “믿을 만한 말을 해야 믿지. 안 그래?”

 “네에에, 그럼 믿지 말던가요.”

 분통한 것이 얼굴로 드러난 공예가가 친구의 핫도그를 빼앗아 입안으로 구겨 넣었다.

 “야!”

 광속에 맞먹는 속도로 핫도그를 빼앗긴 친구는 아차 하고 자신의 처량한 빈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탁자 위에는 먹깔스러운 핫도그가 한가득 있었다. 손을 뻗어 입대지 않은 핫도그를 집으려는 순간, 더 이상 말을 잊지 않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는 못내 아쉬운 티를 내었다.

 “그, 그래서 어디서 본 거야.”

 질근질근 핫도그를 씹는 공예가가 토라진 얼굴로 대꾸하였다.

 “영주님 저택에서.”

 “저택이라고? 서, 설마 몰래 침입한 거야?!”

 친구는 경악하여 그만 물통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공예가는 놀란 친구의 얼굴을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누가 미쳤다고 귀신소굴에 들어가게?”

 “그럼?”

 “창문으로 보인 걸 엿봤어. 불빛으로 누군가 보이더라.”

 “하긴 너희 집은 영주님의 저택이랑 가깝지.”

 “너무 가까워서 무서울 정도지만.”

 그는 작게나마 키득 웃었다. 방면 그의 친구는 탁자에 놓인 핫도그를 집어 한입 물었다,

 “그래서. 이쁘냐?”

 “영주님?”

 “그럼 누구겠어. 소문만 자자하지 실제론 목격한 사람은 정말 극소수잖아.”

 인부는 친구에게 뺏은 핫도그를 삼키더니 한동안 행복한 얼굴로 멀리 떨어진 저택을 바라만 보았다. 한껏 풀어진 공예가의 얼굴에서 야릇한 눈빛이 빛났다.

 “쩔어줬지. 그런 여자가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어.”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황홀함에 이성을 빼앗긴 그는 헤벌레한 얼굴로 입에 물 핫도그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친구는 몹시 분한 얼굴로 인부의 어깨를 폭력적으로 흔들었다.

 “이. 이, 이 부러운 자식!”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존재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도 들은 소문이 있다. 정욕의 성 영주는 엄청난 미모의 여인이라고. 단지 얼굴로 대적할 상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하늘의 천사마저도 아스모데우스의 미모에 밉살스러워 정욕에 성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런 분이 귀신일 리가 없어! 분명 영주님을 시기하는 천사들이 지어낸 새빨간 거짓말이야! 우리 영주님이야말로 진정한 천사셔!”

 그의 단호한 외침에 이끌려 주위에서 “올쏘!”라는 함성들이 울렸다. 이에 동의하는 자들은 전부 아스모데우스의 얼굴을 본 적 있었다. 2년 전, 정욕의 성이 건설되던 당시 이곳에 있던 증인들이었다.

 모두가 흥분에 도가니에 빠졌을 무렵, 거한의 인부가 맥주를 치켜들고 모두에게 외쳤다. 모든 인부들 또한 손에 잡히는 거 든 무엇이든 치켜들었다.

 공예가와 그의 친구, 그리고 광장에 모든 과반수의 사람들이 의미심장한 단어를 외쳤다

 “아스모데우스님은 천사시다!”

 “““A.M.T! A.M.T!”””

 “아스모데우스님이 우리를 지켜보신다!”

 “““A.M.T! A.M.T!”””

 “아스모데우스님을 위해 일하자!”

 “““A.M.T! A.M.T!”””

 모두가 축배를 부딪쳤다.

 방금까지 사신에게 불평을 쏟아내던 인부가 가장 크게 호응하였다. 노고에 지친 늙은 인부조차 아스모데우스라는 이름에 경배하듯 머리통만 한 맥주잔을 단숨에 비웠다. 심장이 멈춰 죽은 자들은 마음속 뜨거운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자살한 인부가 춤을 추었다.

 흥분한 남정네들을 한심하게 보는 여자들의 시선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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