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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대
작가 : 장윤봉
작품등록일 : 2017.7.6

여자는 죽어서라도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의 다음 생 끝까지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죽는 그 순간 간절히 빌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게/만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늘은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www_yppah@naver.com

 
도둑 혼례
작성일 : 17-07-18 18:31     조회 : 265     추천 : 2     분량 : 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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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간만에 평화였다. 화창한 날씨에, 시끄러운 양씨 형제들이나 동지도 없고, 후원은 그야말로 무릉도원이었다. 얼마나 평화로운지 말도 저렇게 기쁜 듯이 달려...

 

  말?

 

 "비 전하!! 후원에서 말을 타시면 아니 되옵니다!"

 

  조용하던 후원에 말을 타고 나타나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장본인은 다름 아닌 태자비였다.

 

  그녀는 궁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꽃이 만발한 후원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달렸다. 이상하다. 태자비가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어쨌든 그는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를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에 자리를 피하려고 일어섰다.

 

 "하하하하! 전하, 어딜 가십니까!"

 

  그러나 어느새 지척까지 온 태자비가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앞을 막아섰다.

 

 "이보시오, 비. 태자비라는 직책에 맞게 좀 자중하는 게 좋지 않겠소?"

 

  그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 위에 올라탄 그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높이 들었다. 그런데 그 위에 있는 것은 태자비가 아니었다.

 

 "소명이...?"

 

 "전하야말로 태자답지 못한 멍청한 표정은 좀 자중하시지요. 하하하!"

 

 

 "헉!!"

 

  태자는 숨을 삼키며 눈을 떴다.

 

  소명을 만난 후로 며칠 내내 이 꿈이었다.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꿈속의 모든 사람이 소명을 태자비라 불렀고, 나는 매번 그 얼굴을 보고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갑자기 나타나 사람 가슴에 불을 지펴놓은 그 아이를 보며 내궁에 들이고 싶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 대가였다.

 

 "전하, 기침하셨으면 소세물을 들이겠습니다."

 

  일어난 소리를 들은 건지 밖에서 들려오는 동지의 목소리에 벌써 일어날 시간이 됐나 했지만, 아직 캄캄한 새벽이었다.

 

 "오늘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느냐?"

 

  꼭두새벽에 깨운 것도 모자라 평소에 입는 자색 공복이 아닌 큰 행사가 있을 때나 입는 군청색 면복을 들고 온 것을 보고 묻자 동지는 자신도 영문을 잘 모르겠다며 대답했다.

 

 "폐하께서 오늘은 일찍 면복을 입고 편전으로 오라, 명하셨습니다."

 

  소매가 깃이 붉은 비단으로 된 군청색 포를 걸친 뒤, 무릎을 가리는 붉은 폐슬을 두르고 각 줄마다 아홉 개의 구슬이 꿰어진 구류 면류관까지 얹어지자 영락없이 위엄있는 황태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졸린 눈을 비빌 뿐이었다.

 

 

 

  신랑과 신부는 혼롓날이 되어서야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다고들 한다. 물론 태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열넷, 뭣도 모르는 나이에 황실 어른들이 정해준 상대와 국혼을 치렀다. 물론 그녀의 얼굴은 국혼이 있던 날에서야 볼 수 있었다. (면류관에 달린 구슬 흔들기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그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적어도 내가 오늘 혼례를 치른다는 것은 알았으니까.

 

 "자, 이제 술잔을 드시옵소서."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이것은 합근이라고 하여 표주박에 담긴 술을 부부가 나누어..."

 

  그것을 물은 게 아니잖아!

 

  태자는 주례를 맡은 예부시랑을 보며 한 소리 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지금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자신의 앞에 있다.

 

  저 태연하게 술잔을 들고 냄새를 맡아보는,

 

 "오, 아주 좋은 술이네요. 전하의 것까지 마셔도 됩니까?"

 

  난데없이 이 아이가 왜 내 앞에서 예복을 입고 나랑 혼례를 치르고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편전에 도착하니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나있었고, 폐하의 교지를 든 소명이 태자에게 `저는 이미 전하의 후궁으로 봉해졌으니 지금 저와 혼인하지 않으시면 소첩(소첩이라니! 적응은 쓸데없이 빨라서.), 이 길로 퇴궐 목을 맬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영락없이 혼례상 앞에 설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 혼례가 나쁘진 않았지만(거짓말. 마음 같아선 합근주를 병째로 마시고 춤이라도 추었을 것이다.), 너무 갑작스러워 반항하고 따질 새도 없었다.

 

  게다가 붉은 혼례복을 입고 치장한 소명의 모습이 어찌나 평소랑 다른지 처음엔 누군가 자세히 봐야 할 정도였다. (이것도 거짓말. 자세히 본 것이 아니라 넋을 잃었다.)

 

 "이리 내놓거라!"

 

  태자는 제 술잔까지 그녀가 손을 뻗으려 하자 냉큼 잔을 들었다.

 

 "좋은 날인데 안 좋으시더라도 좋은 척 좀 해주십시오."

 

  합근주를 마시기 전 소명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태자에게 말했다. 물론 그에게 황당한 일이겠지만 그녀는 처음 해보는 혼인인지라 괜히 설레고 들떴다. 반면 언은 그저 황망한 표정만 짓고 있으니 서운한 마음이 솟구쳤다.

 

  언은 그제야 자신의 표정이 소명에게 마냥 싫어하는 것으로 비쳤을 거란 생각이 들어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좋다. 좋긴 좋은데 넌 끝나고 나서 나와 충분한 대화가 필요할 거다."

 

 "무슨 대화요? 몸의 대화요?"

 

  생각 없이 평소처럼 농지거리를 하고 킥킥대던 소명이 아차 싶어 표정을 굳혔다.

 

  태자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성희롱이었다. 그러고 보면 소명은 태자에게 처음 겪는 일을 참 많이도 경험하게 해주었다. 욕설부터 시작해서 팥 세례에 이젠 성희롱까지.

 

  이제 복수할 때가 왔다.

 

 "네가 뭘 기대하는지 자알 알겠구나."

 

  태자는 씨익 웃으며 말로 받은 것을 되로 받아쳤다.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로구나."

 

 "그렇습니다, 폐하."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던 황제와 석안은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이다.

 

 `아무래도 이 숙부가 널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겠구나. 언아, 부디 힘껏 싸우거라. 그 아이가 때가 되면 네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황제는 벌써 저 어린 태자와 독사 같은 최호가 마주 설 생각을 하면 손이 떨려왔다. 형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당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상복을 입고 울던 자신에게 그가 뭐라 속삭였는지도.

 

 

 

 "태자가 혼례식을 치르고 후궁을 들였다 합니다."

 

  황제가 그리도 극비리에 혼례를 준비했건만 이미 최호의 귀에 들어가고 있었다.

 

 "후궁을 들이는데 혼례씩이나? 흐음..."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던 최호는 이제 와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코웃음을 치며 심복에게 말했다.

 

 "두어라. 어차피..."

 

 "즐거워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느니라."

 

 

 

  태자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듯했던 혼례가 끝나고 나서도 쉴 수 없었다. 저녁이 돼야 신방에 들어갈 수 있기에 낮 동안 평소처럼 집무를 보는데 도저히 집중이 안 됐다. 대체 왜, 어떻게?!

 

  내내 소명이 왜 자신과 혼례를 치른 것인지, 폐하는 왜 이 일에 가담한 것인지, 아니 애초에 주동자가 누구고, 누가 가담한 것인지 내내 그것만 생각하던 언은 일과가 끝나기 무섭게 신방이 차려졌다는 내전으로 향했다.

 

  옆에서 수행하던 염은 누가 봐도 `너무 너무 행복하지만 절대 티 내지 않을 거야!`라는 표정의 태자를 보며 다사다난했던 지난 달포 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지금 가야겠어!"

 

  그동안의 태자는 마치 눈앞에 고기를 두고도 기다리라는 주인의 말에 침만 질질 흘리는 개와도 같았다.

 

 "안됩니다. 전하의 일거수일투족이 최호 대감의 귀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시잖사옵니까."

 

 "담이라도 넘어야겠단 말이다!!"

 

  밥을 먹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산책을 하다가도 궐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기 때문이다. 북계에 다녀온 뒤로 아주 의젓해지셨지만 이럴 땐 영락없이 어린 아이, 그 자체였다.

 

 "지난번에도 담을 넘어가셨다가 얼마 가지도 못하고 되돌아오셨잖습까."

 

  아무래도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잊은 것 같아 태자에게 현실을 주입해주었다. 요새 꽤 어른스러워지셨다지만... 이럴 땐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제가 자주 들여다보고 안부도 전해드리고 하지 않습니까. 좀 참으십시오."

 

 "의심스러운데... 혹시 네 녀석이 그 아이에게 딴마음을 품고 나를 못 가게 막는 것이 아니냐?"

 

 "무슨 말도 안 되는!! 전 그런 왈가닥 같은 계집, 딱 질색입니다!"

 

 "소명이가 어딜 봐서 왈가닥이란 말이냐! 그리고 그 아이도 네놈은 질색할 것이다!!"

 

  툭하면 되지도 않는 말로 그에게 시비를 걸며 화풀이를 하던 태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치매 걸린 노인처럼 연신 나가겠다며 옷을 챙겨입었더란다.

 

  이제 소원성취하셨으니 나가겠단 소리는 이제 안 들어도 되겠지. 분명 기뻐야 맞는데 신방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는 주군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30세 미혼남 염의 눈이 촉촉했다.

 

 

 

 "아이고, 혼인 두 번 했다간 죽겠다!"

 

  소명은 밤새 목욕하는데 사람이 몇이나 들러붙고, 옷은 또 몇 겹을 겹쳐 입고, 장신구는 뭐가 그리도 많은지 무게를 못 이겨 옷이 벗겨지거나 머리가죽이 벗겨지지만 않으면 다행일 지경이었다.

 

  혼례식이 끝나고 홀로 신방에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머리가 자꾸 기울어지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는 주먹만 한 장식부터 뽑아 내팽개쳤다.

 

  사실 일곱 겹이나 하는 옷부터 갈아입고 싶었지만, 혼례 준비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안내해준 상궁이 절대 태자가 벗겨주기 전까지 머리 장식도 빼선 안 된다고 무섭게 신신당부를 해서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근데 한숨도 못 자서 그런가, 드러눕자마자 왜 이렇게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인지...

 

 "태자 저하, 듭시옵니다."

 

  깜박 잠들었던 소명은 저 멀리 팽개쳐 두었던 장식구를 헐레벌떡 가져와 머리에 다시 꽂고, 다소곳하게 앉았다. 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인지 해가 져야 올 수 있다던 태자가 벌써 당도한 것인가. 곧 궁인들이 열어준 문을 넘어 그가 신방에 들어섰다.

 

 "풉!"

 

  표정을 어찌 지어야 할지 몰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그녀는 웃음소리에 미간을 구기며 태자를 올려다보았다.

 

 "왜, 왜 웃으십니까?"

 

 "큭큭크, 장신구... 거꾸로 꽂았다, 아하하하하"

 

  그 말을 듣고 머리에 꽂힌 장신구를 더듬었지만 제대로 꽂았는지, 거꾸로 꽂았는지 알게 뭔가. 애초에 어떤 모양으로 꽂혀있었는지도 모르는 그녀였다.

 

 "웃지 마십시오! 생전 이런 걸 해봤어야지요..."

 

  소명이 신경질을 부리자 그제야 웃음을 억누른 그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많이 불편했느냐?"

 

 "차라리 사슴을 이고 다니는 게 낫지, 다시는 이런 짓 못하겠습니다!"

 

 "약식이라 그 정도지, 본래대로라면 그에 갑절은 걸쳐야 했을 거다."

 

 "황제 폐하가 계신 쪽이 어딥니까. 그쪽으로 절이라도 올려야겠습니다."

 

  소명은 으으, 그랬다간 내 모가지가 부러졌을 거야, 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모가지가 간당간당했기에 언을 향해 말했다.

 

 "이제 불편한지 아셨으면 이것 좀 빼주십시오. 전하가 빼주셔야 한다지 뭡니까."

 

  머리 장식이나 빼면 되는 것인데 그 말 한마디에 두 사람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남은 밤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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