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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악녀의 생명력은 이제 1
작성일 : 17-07-18 15:08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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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 행복한 사람들은 신을 찾지 않아. 오직 구할 방법 없이 나락에 떨어지고 비참하게 망가진 사람들만이 원망할 신을 찾지. 알잖아? 우리는 다급할 때만 신을 찾는 거. 완벽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굳이 신을 찾을 필요가 없어. 그 사람들에게 신이 어딘가에서 당신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라고 말해도 아아, 그렇군요. 제가 그 분 덕분에 행복한 거군요. 하고 잊고 자기 인생을 산다고.”

 

 내 호흡은 이제 많이 진정되어 있었다. 악마가 보기 흉하니 의자에 억지로 앉으라고 명령하지 않아도 될 만큼. 속으로 죽일놈 죽일놈 외치고 있었지만 난 알아야만 했다. 그가 날 여기로 데리고 온 이유를 알아야 그 반대도 가능했다.

 

 “넌 불행하지 않잖아? 왜 나를 찾았어?”

 “말해줄까?”

 “응.”

 “하지만 악마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있겠어? 말하면 넌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

 “무슨 말을 하든 그 작은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거야. 그러니 내가 내는 숙제라고 생각해. 스스로 고민해서 네가 낸 답을 가져와 봐. 답을 찾으면 이 일을 풀어가는 게 더 쉬워질 수도 있겠지. 어떤 답을 가져올 지 기대하고 있을게.”

 

 나는 진력이 나서 의자 위에 몸을 쭉 뻗었다. 나는 그에게서 한 톨의 진실도 얻지 못할 것이었다. 절대로.

 

 “좋아. 다시 정리해보자. 난 자기 소설 속에 빠져버린 소설가이고, 넌 내가 빠진 위기의 구렁텅이 변두리에서 네가 원할 때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인물이지. 이를테면 나는 고군분투하는 여주인공이고, 너는 잘생기고 성격 나쁘고 거기다 능력까지 있는 이종족이네? 이 세계는 이미 내 통제를 벗어났지만 내가 한 가지는 확언할 수 있을 거 같아.”

 

 “아아, 힘을 잃은 신의 마지막 예언 같은 건가? 나 그런 거 좋아해.”

 “내가 몇 년간의 로판 베스트셀러 다독자이자 로맨스 판타지 집필 작가로서 말하겠는데,"

 

 로판, 뭐? 그가 내가 하는 말에 반 정도는 못 알아 듣는 거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뒷말은 잘 알아 들을 것이다.

 

 "보통 이야기의 흐름에서는 '나같은 주인공'이 '너 같은' 남자주인공이랑 맺어질 거 같거든. 사랑과 미움은 종이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 서로를 미워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에 대해 많은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빚어지던 갈등이 소멸할 때 둘 사이엔 깊은 관계성만이 남고, 시작부에서 토닥대던 둘이 결말부에서 그 둘이 이어지는 건 얼핏 자연스러워 보이지. 좋아, 멋진 플롯이야! 하지만 맹세컨대, 걸 수 있는 모든 걸 걸고 내가 니 새끼랑 맺어지는 결말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다! 그게 내 로판 작가로서의 자존심이야 임마!"

 

 내 확신에 찬 삿대질에 그가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항상 마르베스에게 뒤통수만 맞다가 내가 처음으로 치는 원펀치였다.

 

 성녀의 정원은 15세 이용가로 나는 내게 일어난 엿같은 상황과 짜증나는 마르베스의 대화에도 불구하고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욕설을 내뱉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했으나 이미 그른 일이었다.

 

 ‘악마새끼’, ‘그 년’, ‘니 새끼’, ‘임마’. 맙소사 아름다운 우리말에 걸맞는 바르고 고운 말의 사용례는 물 건너갔군.

 

 하지만 마르베스랑 혹시나, 만에 하나라도, 내 손톱이 모두 거꾸러지는 일이 있더라도 저 새끼에게 갑자기 연애감정이 일어나거나 애증의 연애를 할 일이 없다는 건 진심으로 맹세할 수 있었다. 내가 훼까닥 미쳐서 저거랑 연애한다면 나는 정말 내 세계로 돌아가지 못해도 할 말이 없다.

 

 “말도 안 돼.”

 

 그가 얼굴을 찡그렸다.

 

 “악마는 정결하고 순수한 처녀의 영혼에 흥미를 가지는 데, 그 말버릇과 성미로 악마의 이상형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조금…아니 많이…. 솔직히 창조주의 영혼의 농도로는 내 급에서 거래를 받아주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타락해서…. 내 취향에 대한 권리보장을 요구하고 싶은데.”

 

 “이게 알렌시아의 영혼도 수집했으면서 어디서 내 영혼의 순수성 운운이야!”

 

 “아, 알렌시아. 순수하게 회색의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생명체. 순수에도 종류가 있다면 그녀는 악의의 순수한 결정체였었지. 알고 있어? 인간의 이기심의 맛은 맛보면 혀끝을 살짝 건드리는 듯한 약간 짜릿한 맛이나. 그녀는 정말…훌륭하게 맛있는 영혼이었어.”

 

 붉은 혀가 날름 마른 입술을 적셨다. 식욕이 솟구쳤는지 그의 눈동자의 동공이 둥근 인간의 눈동자에서 늑대의 것처럼 세로 동공으로 바뀌었다 다시 가라앉았다. 하아아아. 탐욕을 따라 벌어진 입에서 타액이 흘러, 타액이 떨어진 자리에서 치이익 하고 연기가 나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덜덜 떨렸다. 내 의지가 아니었다. 알렌시아의 영혼이 떨어진 자리가 마치 먹혔던 그녀의 공포가 전해진다는 것처럼 몸을 떨게 했다.

 

 “아, 숙녀 앞에서 실례했네. 미안해, 유달리 맛있었던 기억이라.”

 

 그는 빙그레 웃더니 악마의 기운을 풀었다. 비록 평범하게 잘생긴 남자가 내 앞에 있었지만 나는 다시금 자각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자는 정말로 악마다.

 

 "그러면 무슨 결말을 맞게? 반하지도 않은 내가 너한테 반한다는 걸 일단 전제한 그 결말 말고, 그럼 또 무슨 결말이 있지? 억지가 대단한 창조주 씨?"

 

 “이뤄주면 되잖아. 알렌시아의 소원. 네가 날 불러낸 근거. 알렌시아의 소원을 이뤄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날 불러낸 거라며?”

 

 "가능할지도 모르지. 넌 창조주니까. 알렌시아가 혜림을 뛰어넘는단 소원을 빌었을 때 유일하게 이루어 줄 수 있는 대상이니까 스스로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궁금한데? 어떻게 실현할거야?"

 

 알렌시아가 혜림을 뛰어넘는다. 이 말엔 여러가지 함의가 포함되어 있다. 알렌시아 자신은 끝없는 절망으로 혜림이 자기와 같은 나락에 빠지길, 그녀에게 죽음 이상의 불행이 닥치길 바라서 빈 말이었다. 거기에는 상황이 정말 악마의 힘으로 반전되어 미하엘이 갑자기 알렌시아를 애지중지하며 황후에 봉하고 혜림을 성녀에서 끌어낸다는 마술적 사고도 일말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말을 이루려면 혜림의 지위가 알렌시아보다 아주 약간이라도 낮아야 하고 알렌시아의 지위가 혜림보다 아주 약간이라도 높아야 한다. 내가 소설적 수식어로 축복을 가득 채워 넣어준 대륙 최고의 황제, 미하엘의 예비 황후인 혜림보다 더 높이, 권력과 지위를 다 잃은 폐공녀 알렌시아보다 더 낮게...

 

 셸 지방을 중심으로 민중봉기 해서 나라를 하나 세워버릴까. 거저 얻은 황제의 부인보다는 아무래도 스스로 일군 나라의 왕이 더 높이 평가 받을 거 아닌가. 나에겐 군사도, 군사적 재능도 1도 없고 내가 봉기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나에게 찬동하는 사람이 나오기 전에 미하엘이 기마 한 부대 보내서 밟아버릴 확률이 더 높지만.

 

 아니면 먼 바다 건너의 나라로 가서 소국을 부국으로 부강시키는 거다. 어찌됐든 내 세계니까 내가 좀 다스리는 데 소질이 있지 않을까. 중대한 예언 같은 것도 몇 개 알 거고. 미하엘의 나라와 맞먹을 제국을 하나 키운 다음에 내가 키운 공으로 재상이나 황후 자리에 앉아 버리면.

 

 좋아! 그렇게 되면 한 내 손자의 손자뻘쯤엔 대륙통일이 가능할 거다. 알렌시아의 이름은 대륙통일을 한 위대한 자의 고조할머니로 역사서에 남겠지. 알렌시아는 무덤 안에서 차갑게 식은 시체로 흐뭇하게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거다!

 

 세상에, 이 세계에서 인생을 다 보낼 계획은 없었다. 몇 십년에 걸칠 미적지근한 계획을 실행할 인내심 같은 건 기르지 않았다.

 

 ‘혜림을 없애달라고? 황궁 벽 열 두 겹을 두르고 근위대와 성청이 충성을 맹세하고 지키는 애를? 황제가 사랑하고 교황이 자기 신전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애를? 온 백성이 전염병을 물리쳐 준 기적의 성녀라고 사랑하는 애를? 세상에 미쳤어! 이게 가능한 일이야?’

 

 아아악, 소득 없는 고민 끝에 다시 알렌시아의 머리카락만이 고통 받았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있을 거였다. 있을 터였다. 있어야만 했다!

 

 ‘다른 악녀물처럼 열 살에 회귀해서 인생을 바꿔버리는 이야기였다면 좀 더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나쁜 짓 안 하고 착하게 살다가 공작가 공녀로서 자기편도 많이 만들어놓고 나중에 혜림이 이 세계에 와도 황제와의 플래그를 꺾어버리면…잠깐만, 이야기를 바꿔버린다고?’

 

 섬광같은 깨달음이 나의 머릿속을 벼락같이 때렸다.

 

 “이 이야기의 끝은 이세계의 성녀님이 자기 세계로 돌아가는 걸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해 황제와 행복해지는 이야기였지. 황후가 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는 황태자나 황태녀가 되어서 황가를 잇고...그리하여 제국은 오래도록 행복해졌습니다...만약에 성녀님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황후가 되지 않는다면, 황제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자기 세계로 돌아가 버린 다면?”

 

 "혜림을 집으로 돌려보내겠어."

 

 말을 마치고 나는 응접실 소파에 푹 주저앉아 떨리는 손으로 홍차부터 찾았다. 마르베스가 날 빤히 쳐다봤다.

 

 "혜림을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진심이야?"

 

 "혜림의 세계는 민주주의 사회. 신분제가 없어. 돌아가면 그 애는 더 이상 기적의 성녀도 예비 황후도 아니지, 평범한 여고생, 즉 평민이야. 귀환한 것 자체로 알렌시아의 비교대상은 이 세계에서 없어지니까 계약이 무효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성녀가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다면 황제와 헤어지게 되는 거다."

 

 "내가 계획한 일에서 어긋나는 거지. 내가 썼던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 완전히 찢겨나가는 거라고. 내 완벽한 계획이, 내가 생각한 세계의 이상적인 모습을 내 스스로 망치는 데 대단한 각오가 필요했다는 말은 굳이 할 필요 없겠지. 그러니까 더 이상 말 시키지 마."

 

 "아니, 내가 하려던 말은 그 홍차엔 독이 들었단 말이었어."

 "풉-!!!"

 

 풉, 푸푸푸 풉. 입에서 뿜어낸 차로 하얀 테이블보가 붉게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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