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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잃어버린 영웅 이야기
작가 : 비호랑
작품등록일 : 2017.6.16

지구를 구했지만 사라져야 했던 영웅의 이야기...

 
6화
작성일 : 17-07-18 13:26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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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는 심적으로 지친 나머지 공원에서 긴 의자에 등을 대고 앉았다.

 저녁이 다되어 가는 시간이라 부모들이 아이들을 전부 데려갔는지 공원과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그것도 아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공원에 있는 4인용 의자를 두 개 정도 이어도 될 것 같은 거리의 의자에 여성 둘이 앉아있었다.

 별생각 없이 본 것이지만 이제 보니 두 사람 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들이었다.

 한쪽은 머리카락이 금발인 혼혈로 중년의 과학선생님이었고 다른 한쪽은 머리카락이 백발이었는데 겉보기로는 20살로 보이는 이 사람은 도덕선생님이다.

 도덕선생님은 자연스럽기보다는 색이 깔끔하게 빠진 것처럼 보였다.

 저런 머리색은 본 적이 없다.

 염색이 아닌 한 세상 전부를 돌아도 저런 머리카락을 보긴 힘들 것이다.

 굳이 신경을 쓰진 않았다.

 세상은 넓으니 어떤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덕선생님은 과학선생님에게 마치 연인인 양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연인이었던 건가?

 이건 조금 예상 외였다.

 저렇게 나이 차가 나는 연인은 본 적이 없는데 저렇게 나이차까지 보이면 말이다.

 “바보야, 사람도 있는데 그만 좀 해.”

 과학선생님은 도덕선생님의 머리를 밀며 말했다.

 왠지 가슴이 찔린다.

 “나 학교에 두고 온 게 있으니까 빨리 갔다 올게.”

 “응.”

 과학선생님은 가방을 놔둔 채로 혼자서 자리를 떠났다.

 빨리 갔다 오겠다고 한 것 치고는 걸어서 가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공원에서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도덕선생님이 일어나서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더니 내 옆에 앉았다.

 그런 뒤에 도덕선생님은 말했다.

 “고민거리가 있는 거지? 다 말해봐.”

 “네?”

 너무 뜬금없어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나도 귀찮은 일은 싫어하거든. 그러니까 이렇게 상담을 해주려는 거야. 요즘 꽤나 고생하고 있는 것 같던데.”

 선생님의 마지막 말에 살짝 살이 떨렸다.

 “어떻게 아시는 건가요? 혹시 무슨 심리학이라도...”

 “사람을 많이 보고 살아서 이런 건 척보면 척이지.”

 선생님은 거드름 피우며 의자의 등받이에 양팔을 걸쳤다.

 “선생님, 대체 몇 살이에요?”

 “음... 살아온 기간만 보면 52년 정도인가?”

 무슨 농담인지는 모르겠다.

 설마 과학선생님 연세를 말하시는 건 아니겠지?

 “농담이 심하시네요.”

 “난 농담할 줄 몰라. 그리고 이런 걸로 시간낭비하기 싫으니까 빨리 말하고 싶은 건 전부 털어놔. 아, 참고로 내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진 않을 거야. 조언 정도만 해주는 거라고.”

 “네...”

 엄청 귀찮은 선생님이다.

 “그... 선생님은 세상이 멸망하기 전에 뭐가 하고 싶으세요?”

 “나? 음... 글쎄... 딸이나 보러 갈까.”

 “딸이 있으셨나요?”

 “아마 내가 살아있는지도 모를걸.”

 “무슨 사정이 있나요?”

 그 사정이 뭐든 딸이 있는데 다른 여자랑 연인행세를 한다는 것이 납득이 안갈 것이다.

 “그냥 내 꼴리는 대로 살아보고 싶어서?”

 어쩌면 나는 평생 이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너는 뭐가 하고 싶은데?”

 그 질문에 나는 선생님과 눈을 마주쳤다.

 “저는...”

 “그게 문제야.”

 “네?”

 “굳이 생각할 거면 지금 뭐하고 싶은지를 생각해야지.”

 지금?

 “딱히 하고 싶은 건 없는데요.”

 “그럼 내일까지 숙제다. 정해가지고 와.”

 너무 막무가내다.

 “난 인생을 즐기느라 바쁜 몸이다. 이렇게 상담해 주는 것도 네가 열심히 해야지 내 일상에 피해가 안 오니까 말이다.”

 문제아라고 그런 취급하시는 건가.

 결국 난 누군가의 걸림돌일 뿐인가.

 “결국 말이지. 상담의 끝에선 이런 말밖에 해줄 수가 없어. ‘열심히 하면 길이 보인다.’고 말이야.”

 “너무 식상한 느낌인데요, 선생님.”

 “그렇지? 난 정말이지 좋은 말을 만들어내는 건 못한단 말이지. 만드는 거라면 잘하는데.”

 “공작에 재능이 있으셨나요?”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꽤나 재능이 있었다고 생각해.”

 “그런데 지금은 왜 도덕선생님을 하고 있어요?”

 그 말에 선생님이 고개를 천천히 돌려 나를 보았다. 그리고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녀랑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으니까.”

 “과학선생님을 사랑하시는 건가요?”

 “사랑한다기보다는 좋아한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네.”

 “어렵네요.”

 “꼭 그렇지도 않아. 그녀는 내 유일한 친구이고 내 부모님과 동급으로 소중한 사람들 중 한명이야.”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네요. 저로선 어려운 감정이지만요.”

 “아, 넌... 흠... 이해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나도 너같이 겁쟁이였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겁쟁이라...

 “선생님은 어떻게 했는데요?”

 “글쎄, 그저... 다가온 기회가 좋아서 아이마냥 열심히 했지.”

 “그런가요.”

 “즐거웠거든. 그때는.”

 선생님은 감성에 젖은 듯 하늘을 보았다.

 “그때는 무슨 일을 했는데요?”

 “마법소녀.”

 왠지 이 사람이라면 진짜로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는 든다.

 “그런 걸로 뭔가 얻는 게 있었나요?”

 “경험, 만남, 발견.”

 진심으로 했던 것일까.

 “그걸로 만족을 했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비교적 만족하고 있어.”

 “비교적인가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좋았다는 말인가?

 “세상 살아가는데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순 없으니까. 이 세상에 정나미 떨어지는 일도 겪은 적이 있어. 그래도 지금은 소중한 것이 남아 있으니 이렇게 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 이세상은 끝났어.”

 어쩌면 선생님이 마법소녀였다는 것은 크게 왜곡된 기억이고 사실은 마녀라거나 테러리스트라거나 미친 과학자라거나 더 심하게는 마왕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거 제 상담 맞는 거죠?”

 “음, 일단은?”

 이건 일종의 자아성찰 같은 것일까.

 하는 의미가 이미 상실된 지 오래였다.

 “솔직히 말해서 열심히 하라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누구나 다 그래. 그냥 그때가 되면 뭘 해야 할지 알게 되어 있어. 그때 가서 열심히 하면 돼.”

 나는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선생님, 솔직히 대충 대답하는 거죠?”

 “이게 모범 답안이야. 너같이 남의 도움을 바라고 남의 도움을 받는 녀석한테는 이런 대답으로도 충분하다. 나한테 있어서든 너한테 있어서든.”

 별거 없는 것 같은 말이었지만 나한테 있어서는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이런 한심해 보이는 태도가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이만 가볼게요.”

 “뭐냐, 고민거리를 털어 놓는 건 끝난 거냐?”

 “예, 전혀 안 풀렸지만요.”

 “푸는 건 스스로 해야지.”

 “네, 열심히 해보죠.”

 “그래, 혹시나 아직도 안 풀리는 게 있다면 3층 상담실로 오도록. 내가 아니더라도 나보다 더 적임인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야.”

 “네, 감사합니다.”

 나는 몸을 돌려 집으로 가는 길로 향했다.

 .

 .

 .

 선생님이라 불렸던 그녀는 여전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이 다가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당신은 정말로 아무런 참견도 하지 않을 건가요?”

 그는 목까지 올 정도로 긴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가진 금발의 남성이었다.

 “말했잖아,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잘 해결될 거라고.”

 “하지만 당신이 나서면 이 사태 따위는...”

 “그만해 그만, 나는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내 주변사람만 안전하면... 난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으니까.”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안 되는군요.”

 “그래, 나는 사람에 미련이 있어도 세상에는 미련이 없으니 말이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남자는 입을 열었다.

 “세상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적어도 나쁘게 돌아가진 않겠지. 이래봬도 현재 우주 다른 구석에 비하면 여기는 정말로 평화로운 거라고?”

 “그건 좀 안심이 되네요.”

 “이 행성의 결말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멸망할 것 같으면 그때 나서줄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말라고. 이제 가봐. 곧 있으면 그녀가 오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만 가보죠. 낭몽련 씨.”

 남자는 어느 샌가 사라졌다.

 곧이어 그녀가 돌아왔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낭몽련은 웃어보였다.

 그녀는 낭몽련의 옆에 앉았다.

 “뭔가 큰일이 있는 거지?”

 “에, 아니.”

 그녀의 물음에 낭몽련은 살짝 당황했다.

 “숨길 필요 없어. 몇 년을 친구로 지냈다고 생각하는 거야?”

 “에헤헤, 그래도 그렇게 신경쓸만한 큰일은 아니야.”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응.”

 시간은 흘러갔다.

 그 누구도 뭐라 할 새 없이...

 .

 .

 .

 집에 들어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을 때였다.

 “다녀오셨어요.”

 내가 집에 들어오자 유나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방금 떠올랐지만 지금은 집에서 맞이해줄 사람이 있었다.

 “어, 그래. 잘 있었어?”

 “네, 원래 이런 시간에 오시나요?”

 생각해 보니 오늘은 공원에서 선생님이랑 이야기를 나누느라 조금 많이 시간이 걸려버렸다.

 바보같이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고 말이다.

 “아니, 오늘은 살짝 늦은 거야. 이야기를 좀 나누느라.”

 “그렇군요! 오늘 저녁은 뭔가요?”

 “오늘 저녁? 음...”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을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은 외식하는 게 어때?”

 유나는 잠시 조용해졌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좋아요.”

 아직은 날씨가 쌀쌀했기에 유나의 옷을 챙겨주고 집을 나섰다.

 주택가를 빠져나와 강이라고 불리는 수로 옆의 번화가로 왔다.

 수로는 상당히 넓어 마치 강같이 보이기에 어느 샌가 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다리도 겹겹이 놓아져 있었고 오히려 이 섬과 같이 인공적인 강이라고 보는 것이 편할 것이다.

 유나와 무엇을 먹을 지에 대해 의논을 하다가 앞에서 오던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 죄송합니다.”

 앞을 보니 나보다는 키가 작은 여성이 있었다.

 “아, 네...”

 머리를 뒤로 묶은 검은 머리에 생기가 없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지나쳐 가려할 때였다.

 “저기, 이걸...”

 여자는 자신이 품에 안고 있던 전단지 중 하나를 주었다.

 그것은 실종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전단지였다.

 “제 언니에요. 혹시나 보시면 연락을 부탁드려요. 제 이름은 최아리에요.”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조차 생기가 없었다.

 “아, 네...”

 최아리라는 이름의 여자는 그렇게 지나쳐 갔다.

 “음, 이런 최신도시에서 실종사건이 일어난 건가.”

 그 여자가 지나간 것을 보고 전단지를 보았다.

 조금 예쁜 것 말고는 눈이 작은 장발의 여성이었다.

 뭐랄까... 다정한 얼굴을 한 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실종자를 찾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혹시나 싶지만 최근 일어나는 실종사건의 대부분은 나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른 생각이 든 나는 나도 모르게 유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세요?”

 유나가 의문을 느꼈는지 말했다.

 “아냐, 아무것도...”

 만약이지만 실종자이자 이 32지구의 지도자의 딸인 유나가 이렇게 있는 것이 들킨다면...

 어쩌면 외식을 하러 나온 것은 매우... 경솔한 생각이었다.

 물론 들킨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귀찮은 일이 발생하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은 것이 내 본심이다.

 앞으로도 실종자로 취급되고 있는 개조자가 모이면 모일수록 들킬 가능성이 더 많은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그때 가서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일도 생각해 놓지 않은 그 외계인 놈에게 다시 한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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