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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왕의 앙칼진 토끼
작가 : 새콤달콤78
작품등록일 : 2017.7.11

왕비는 토끼로 태어났다. 라벨라는 6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미래(2016년)로 왔다. 그녀가 환생한곳은 궁전이다. 운이 좋았구나 생각도 잠시 그는 자신의 몸을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인간이 아니었다. 토끼였다.

게다가 이 궁의 주인인 왕은 사자에게 살아있는 토끼를 먹이로 주는 인간이다. 언젠가 라벨라토끼도 사자의 먹이가 될 것이다. 그것도 산채로 말이다.


왕비의 영혼을 가진 토끼. 다시금 인간이 되고 싶은 토끼. 말하는 토끼. 맹수 같고 약간 돌끼있는 남주. 현시대의 몇 안되는 권력을 가진 왕인 남주.

 
10.토끼로 환생한 왕비
작성일 : 17-07-18 12:29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7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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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날 카시안은 그답게 빨리 몸을 회복했다. 토끼방에 들르니 토끼는 이리저리 공을 구르며 놀고 있었다.

 

 제법 그의 토끼는 새끼티를 벗고 토실토실해져 있었다. 손바닥에 다 올라가던 몸집은 두 손으로 해야 잡을 몸집이 되었다.

 

 분홍코를 킁킁거리며 공을 갖고 노는 폼이 꽤 성인 토끼 같아 보였다. 그는 그것을 흐뭇하게 보다가 지난밤일을 떠올렸다.

 

 귓가를 아름답게 울리던 고운 목소리는 누구였을까.

 

 분명 그의 곁에는 토끼뿐이었다. 잠결에 그의 토끼가 희미하게 보였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이 토끼가 말을 한단 말인가.’

 

 그는 토끼를 지그시 내려다 보았다.

 

 “루아야 너 말할 수 있느냐”

 

 참 직접적인 질문이지만 뭐라 돌려서 말할 것이 없다. 토끼는 ‘뭐?’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휙 보다가 고개를 갸우둥 거렸다.

 그러더니 토끼는 화답 하듯 꿍 거렸다.

 

 그것을 본 카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을 하는 토끼는 있었다. 중세까지만 해도 꽤 되었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지다 시피 했다. 그 이후 말하는 토끼는 몇 마리 있긴 있었는데 모두 특별한 생김새를 가졌다.

 

 귀가 축 처지고 사자 같이 머리에 갈기가 쏟은 라이언 품종의 토끼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있는 토끼는 귀가 하늘로 쏟아있고 사자 머리도 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이내 어이없는 말을 했다는 생각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열병과 고단함으로 그가 잘못들었을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착각했을 수도 있으리라. 약의 기운에 취한 덕도 있겠지.

 

 토끼가 말을 할수있었으면 바란 적은 있었다. 그것이 너무나 간절해 꿈으로 나타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꿈이었으리라 여기며 그는 토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토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토끼는 일단 모른척했다. 간밤에 그가 걱정되어 노래를 불러주었었다. 불러주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그가 자신이 말할 수 있냐고 추궁할까봐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도 그는 의심하는 듯 했지만 별탈 없이 넘어갔다.

 

 ‘아직 말하기는 일러.’

 

 그와 꽤 정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마음한구석이 아직 열리지 못한듯했다. 그와의 첫만남이 워낙 인상이 깊었던 탓이었다.

 

 자신을 산채로 사자 먹이로 주려고 했으니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았다. 토끼가 그를 완전히 믿고 이해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렸다.

 

 *

 

 한낮이 머무른 자리에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토끼는 어스름히 져가는 해를 보고 있었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아쉽다. 토끼로 살아갈 날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인지 시간이 참 빠르게도 지나가는 듯 했다.

 

 토끼의 수명은 추측건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동물은 대부분 10년 내외. 동물로써는 길수도 있지만 한때 인간이었던 라벨라에게는 그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못해본 것을 맘껏 해보고 살고 싶었다. 인간으로써 누릴수 있는 것은 포기했으니 토끼로서라도 맘껏 말이다. 토끼가 이런 저런 사색에 잠겨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왕비님.”

 

 마법사 레번이었다. 그는 회색 머리칼을 빛내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 모르포테 국의 몇 명 남지 않은 마법사 중 한 명이었다.

 

 마법을 부릴 수 있게 해주는 마법석이 고갈되면서 마법사도 일부만 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른 마법사들처럼 그가 할 수 있는 마법은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그마저 마법석이 없기에 엄청난 체력소모가 필요했다.

 

 마법석이 있다면 마법을 마음껏 부릴 수 있겠지만 마법석이 사라져가는 요즘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남은 마법석도 얼마 없는 상황이었다.

 

 “무슨 일로 왔느냐.”

 

 “카시안에게 일 보고를 하러 왔다가 왕비님이 보고 싶어서 왔죠. 저 안보고 싶으셨어요?”

 

 레번은 뻔뻔스럽게 말을 한 후 싱긋 웃었다. 얼굴만 보면 참 호감형이었다. 그것에 속아 그에게 사랑의 약을 만들어 달라고 한게 화근이긴 했지만 말이다.

 

 “됐다. 난 그럴 일 없다.”

 

 라벨라는 냉정하게 말한 후 고개를 휙 돌렸다. 토끼의 냉랭한 말투에도 레번은 아무렇지 않게 웃어보였다.

 

 레번의 실수로 라벨라는 먼 미래로 왔다. 게다가 토끼로 말이다. 사랑의 묘약이라 마셨더니 먼 미래로 가서 토끼 인생을 살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왕 태어난 몸 살아야겠지만 그저 실수였다며 모른 척 넘어가려는 그가 얄미웠다.

 

 미운건 미운거고 토끼는 일단 궁금한 것을 물어보려 입을 열었다.

 

 “내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다.”

 

 “무엇입니까. 하문하시옵소서.”

 

 레번은 토끼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누군가가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인간이 토끼에게 경어체를 쓴다는 것이 말이다.

 

 레번은 토끼의 몸속에 라벨라 왕비의 영혼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도 잘못은 있으니 있는 힘껏 예를 갖출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내가 살던 시대로 돌아가는 방법은 없느냐.”

 

 “없습니다. 마법석의 부족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예전엔 저도 전생과 이곳을 자주 이동하기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따라 마법석이 부족해 잘 안됩니다.”

 

 레번은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자였다. 그에게 그런 재주가 있는지 안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모두에게 비밀로 한 채 시간을 이동해서 옛사람들을 보고 관찰하는 것이 그에겐 하나의 취미였다.

 

 과거와 현재 양 공간에 마법석이 있어야 시간이동이 가능했기에 그동안은 수월히 이동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현재 마법석이 사라지면서 전생에서 현생의 이동을 쉬우나 그 반대는 어려워졌다.

 

 “..흠..그러면 영영 돌아갈 방법이 없는 것이냐.”

 

 “마법석을 찾는다면 가능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모르포테국 뿐만아니라 모든 나라가 마법석을 찾기위해 애쓰고 있지만 발견은 쉽지가 않았다. 아마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 일수도 있다는 말이 학자들 사이에서 팽배한 의견이었다.

 

 “그런데 왜 돌아가고 싶으신 겁니까?”

 

 “...그래도 내가 살던 시대때의 인간의 몸이 낫지 않겠느냐.”

 

 “...사랑에 구걸하는 왕비로 말입니까.”

 

 

 그의 말에 라벨라는 언성이 높아졌다.

 

 “그게 무슨말이냐. 말을 가려서 하거라.”

 

 “이칸 왕께서 다시 왕비님께 돌아오리라 믿으십니까.”

 

 “그래..난 그렇다. 그는 날 아주 많이 사랑했다. 그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잠시 다른 사람을 보고 있지만.. 곧 나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

 

 라벨라는 대상인의 딸이었다. 아버지는 나라전체를 뒤흔들만한 재력있는 대상인이었다. 우연히 만난 이칸은 라벨라에게 끈질기게 청혼을 했다. 그의 일편단심 같은 마음에 그의 청혼을 수락했다.

 

 하지만 1년도 안되어 그는 다른 여자를 보는 일이 잦아지며 라벨라를 소홀히 대했다.

 

 그뒤로도 이칸은 가끔씩 찾아와 말로 사람을 녹여놓았다. 바빠서 잘 들르지 못했다면 미안하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묵묵히 이해하는 척 했었다.

 

 그가 들릴때면 그의 용건은 분명했다. 돈.

 

 라벨라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녀에게 물려주신 재산을 그는 야금야금 가져가고 있었다. 머리로는 그가 마음이 변했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마법사 레번을 찾아가 사랑의 묘약을 만들게 했고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결과는 결국 이칸이 없는 다른 세상에 와버렸다. 하지만 라벨라는 지금도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레번은 마법사로서 궁에 들르곤 했었기에 궁내 일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라벨라가 자신이 있던때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 영 탐탁지가 않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돌아갈 방법을 한번 찾아보겠다며 방을 나갔다.

 

 *

 

 카시안은 궁내의 복도를 걸었다. 그의 팔엔 토끼 한 마리가 쫑긋히 귀를 세운 채 눈을 초롱초롱히 빛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토끼를 흐뭇해 내려다 보았다.

 

 그의 토끼와 함께 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산책도 해주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만 요번에는 토끼와 성안 깊은 곳을 함께 가보고 싶었다.

 

 복도를 지나가는 고용인들은 이제 왕의 행동에 익숙해진 듯 놀라지 않았다. 그저 ‘여저히 변태 토끼왕이시구나’ 하며 속으로 생각 할 뿐이었다.

 

 한참을 걸으니 한낮인데도 마주치는 고용인들이 점점 적어졌다. 그는 어느 방에 우뚝 멈춰 섰다.

 

 기억의 방이었다. 궁전에는 여러 가지 이름의 방이 있이 있었다. 그중 하나인 이곳은 복도처럼 가로로 긴 방이었다.

 

 벽에는 최근의 왕이었던 카시안의 할아버지 모습을 거쳐 역순으로 왕의 얼굴들이 초상화에 그려져 있었다.

 

 요새 들어 왕으로서 책임감이 무겁게 카시안을 짓눌렀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왕의 책무. 그의 아버지를 건너뛰고 카시안이 이어받았었다.

 

 아직은 한나라를 다스리기엔 경험부족이었을까.

 

 그에 대한 평가는 무엇보다 좋았지만 가끔씩 부담감이 그를 억눌렀다. 그럴때면 그는 이 기억의 방으로 왔다. 선대의 왕들을 보면 어떤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로 말이다. 대신 요번에 혼자가 아니라 토끼와 함께였다.

 

 한참을 걸었을까. 토끼는 어느 초상화에서 눈이 동그래졌다. 익숙한 얼굴이 보여서였다.

 

 ‘저건..’

 

 왕비였던 라벨라의 남편 이칸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초상화로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던 라벨라는 기분이 묘했다.

 

 “왜 그러느냐.”

 

 카시안은 토끼가 멈춘 시선의 끝자락에 보인 초상화에 눈길을 주었다. 그 그림에는 고동색 머리의 한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서있었다.

 

 군주로써의 위엄을 억지로 보여주려는 듯 그의 옷은 무엇보다 화려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왕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인색해보였다.

 

 “리던7세 왕이시다. 최악의 군주라고들 하지”

 

 카시안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토끼가 말귀를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그는 혼잣말처럼 설명을 했다.

 

 이칸왕 이후로 어찌된 일인지 마법석은 모두 사라졌다. 한곳에 숨겨놓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보통 사라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마법석이 사라지니 마법은 쇠퇴했고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몇몇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마법사는 나라에서 손꼽을 정도로 소수뿐이었다.

 

 편리하던 것이 사라지니 사람들은 당황했고 불편해했다. 그래서 어쩌면 여러 가지 편리한 도구들과 교통이 발달하게 된 것 일수도 있다는 학자들의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먼 과거의 일이다. 사장되다 시피한 그것을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는듯했다.

 

 토끼는 여전히 의문투성이 있듯한 표정으로 그림을 빤히 보고 있었다.

 

 이칸은 어쩌다 최악의 군주로 이름을 떨쳤을까.

 

 마치 토끼의 생각을 읽은 듯 카시안은 말을 더 이었다.

 

 

 “그가 왜 또 최악의 군주라고 하는지 아느냐. 왕비는 한명 뿐이어야하는 종교아래 그는 8번 왕비를 갈아치우느니라. 첫번째 부인은 대상인의 외동딸로 그녀는 괄괄하고 무식해서 왕이 옆에 잘 두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저 재정 상태가 안 좋으니 그녀를 이용해 돈을 얻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하지. 그녀를 사형에 처하고 두 번째 부인을 맞이하지만 곧 누명을 씌워 죽이느니라. 그 뒤로 총 8명의 부인을 맞이하지만 한명 빼고는 모두 화형에 불태우느니라.”

 

 

 토끼는 침울해졌다. 토끼는 인간으로서 미처 다 살지 못한 자신의 인생의 뒤가 궁금했다. 또한 역사에서 그녀가 어떻게 알려지는지도.

 

 하지만 역사를 통해서 알아버린 그녀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하기만 했다.

 

 결국 이칸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죽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이칸의 마음을 얻으려고 이상한 약을 먹고 이리 딴 세상에 토끼로 태어나기 까지 했다. 그 얼마나 멍청한 짓이었나.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진실을 들으니 그녀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가 뼈저리게 느껴졌다. 결국 이칸은 돈 때문에 그녀를 이용 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자신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일지도 몰랐다.

 토끼는 귀가 축 처진채 그림에서 얼굴을 돌려버렸다.

 

 

 *

 한낮의 햇살이 큰 창가를 덮치듯 내리쬐었다. 덥다기보다는 따스한 날이었다. 카시안은 흰 토끼의 애교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왕이라는 임무를 맡은 자로서 그의 일정은 요즘 들어 더 빡빡해졌다. 식사 후 잠깐의 시간이 그가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급히 식사를 하고 토끼방으로 왔다.

 

 카시안은 어느새 바닥에 엎드려 체면도 잊고 토끼와 놀고 있었다. 밑에서 올려다보니 토끼는 거대해 보였다. 항상 자신이 토끼를 보호했는데 밑에서 보니 자신이 작은 아이가 된 느낌이었다.

 

 토끼는 왕의 얼굴을 아무렇지 않게 앞발로 내디디며 두리번거렸다. 조금은 까끌까끌한 촉감이 카시안 얼굴에 와 닿았다.

 

 그러다 토끼는 흥미가 사라졌는지 다시 바닥으로 내려왔다. 카시안은 토끼에게 말린과일을 내밀었다. 토끼는 좋다는 듯 꿍 거리며 먹이를 야무지게 씹었다.

 

 밑에서 보니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앙증맞은 입이 보였다. 잘 그려놓은 듯한 조그마한 입으로 오물오물 씹고 있는 것을 보자니 자동으로 그의 입가가 올라갔다.

 

 토끼는 배가 부른지 먹는 것을 그만두고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어느새 통통해진 배가 햇빛을 받아 둥글게 굴곡이 져있었다.

 

 “배보거라 아주 빵빵하구나”

 

 그는 토끼 배를 쿡쿡 찌르며 장난기 어린 소년처럼 웃었다. 먹이를 주던 손은 토끼의 금세 부풀어 오른 배로 향했다.

 

 언제 이리 살이 오른것인지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문득 카시안은 토끼가 간지럼을 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손으로 토끼의 배를 살살 간질렀다.

 

 간질간질

 

 토끼는 간지럼 타는 듯 조금씩 몸을 흠칫거렸다. 카시안은 토끼의 반응이 재미있어 겨드랑이로 슬며시 올라가서 그곳을 만지작 거렸다.

 

 카시안의 더욱 간지러운 손길에 토끼는 엉거주춤 자세를 취했다. 억지로 웃음을 참으려고 애쓴 탓에 선것도 아니고 앉은것도 아닌 자세가 되어버렸다.

 

 ‘어헉 거기는 안 되는데..’

 

 토끼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려고 하다가 삐죽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더욱 강력한 간지럼 공격이 몰려왔고 토끼의 몸을 이리저리 베베 꼬이게 했다. 그러다가 토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악 간지러워”

 

 말을 내뱉었다.

 

 

 “헉”

 

 

 카시안은 눈은 커다랗게 뜬 채 토끼를 보았다. 라벨라도 순간 당황해서 이리저리 시선을 둘 곳을 찾아 헤매지만 실패했다.

 

 “뭐라고 했느냐. 네가 지금 말을 한것이냐?”

 

 카시안은 순간 말더듬이가 되어버렸다. 삼십 평생을 살면서 말을 더듬어본지가 언제더라. 그는 너무나 당황해서 말을 제대로 잇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다시 토끼를 두 손으로 번쩍 들며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를 외쳤다.

 

 토끼의 눈을 허공을 헤매었다. 이것을 어찌하면 좋을까.

 

 토끼는 카시안이 자신이 말할 수 있는 것을 알면 미래가 염려가 되었다. 아마 국가에 귀속해 이리저리 실험 당하다가 내팽겨쳐 지겠지.

 

 하지만 순간 그의 눈을 보자 그 모든 생각이 흔들렸다. 그동안 함께한 시간 덕분일까. 그에게 이 비밀 같지 않은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알라면 알라지.

 

 “간지럽구나.. 에헴”

 

 다시 토끼에게서 나온 말은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턱을 하늘로 쳐든 채 마치 자신이 귀족 인것처럼 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감히 왕인 자신에게 하대하는 말투라니..카시안은 당황스러움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풋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러느냐.”

 

 그는 토끼의 말에 장단을 맞추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의 토끼는 정말로 이상하면서 여러모로 특별했다. 그 토끼가 자꾸 그의 얼굴에 미소를 피워 오르게 했다.

 

 앞으로도 토끼가 어떤 식으로 카시안을 놀라게 할지 지금의 그는 몰랐다. 단지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것 이란 걸 예상하지도 못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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