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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트여왕의 황금시계
작가 : 주결아
작품등록일 : 2017.7.18

그 누가 보아도 우아하고 늠름하며 공정한 하얀여왕. 그녀에게 살해당한 붉은 머리의 하트여왕. 죽음의 순간, 시간에 경계에 떨어진 하트여왕에게 작은 회중시계가 말을 걸어왔다. 마치 운명처럼. "너의 운명을 바꿀 수 있게 내가 도와줄게. 대신, 잃어버린 내 본체를 찾게 도와줘." "좋아. 하지만 왜 본체가 원더랜드에 있을 거라 생각해?" "원더(wonder)랜드 잖아. 아무도 올 수 없는 이 시간의 경계에 네가 나타난 것 처럼, 놀라운 일이 생길 것 같으니까." 죽음을 넘어 다시 돌아온 하트여왕과 황금시계의 운명은?

 
하트여왕의 황금시계 02
작성일 : 17-07-18 10:39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6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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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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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덜미로 느껴지던 서늘한 감각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암전. 그 뿐이었다. 그 어떤 아픔도 없었다.

 

 '나는 죽은걸까.'

 

 눈을 떠보니 감고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사방이 암흑이었다. 스스로의 손 조차 볼 수 없는 암흑. 몸은 물 속을 부유하듯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공기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끊임없이 부유하듯 떠다니는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키자 발바닥에 지면이 닿았다. 아니, 닿는 것 같았다. 사방이 새까매서 이곳이 땅인지 하늘인지조차 알 수 없었으니까.

 

 손을 뻗어 휘둘러 보았지만, 손에 닿는 것은 없었다.

 

 앞이 보이질 않아 엉금엉금 기다가 일어나서 걷다가를 반복하였다. 아무리 가도 벽을 만나거나 무언가 만져지는 물체를 찾지 못했다. 그저 끝없이 펼쳐진 어둠뿐이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사후세계인가…….'

 

 상상해왔던 사후 세계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따뜻한 햇살과 사방으로 가득한 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죽음 후 나를 처음 마중 나올 사람은 아버지, 어머니 아니면 에릭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암흑 뿐이라니.

 아니, 어쩌면 그들은 나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에릭."

 

 소리 내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형편없이 갈라지는 목소리 대신에 원래의 목소리가 매끄럽게 흘러나왔다.

 

 "에릭."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은 없었다. 그저 갇혀있는 바람이 웅웅대는 소리뿐이었다.

 

 "……너무 늦지만 말아줘요. 조금 쓸쓸하네."

 

 조심조심 손바닥을 뻗어 바닥을 확인 한 후 그대로 몸을 둥글게 말며 모로 누웠다.

 

 

 

 째깍 째깍.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어디선가 시계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잠깐. 시계 소리? 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역시나 눈에 보이는 건 새카만 어둠뿐이었다. 사방이 온통 깜깜하여 내 손발조차도 보이지 않았기에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거기 누구 없어요?"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있다면 제발 대답해줘요. 저는 로즈 메리언 골드입니다. 원더랜드에서 왔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닥을 더듬거리며 나에 대한 소개를 늘어놓았다. 누군가 있다면 내 말을 들어주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더듬거리는 손으로 바닥을 기며 몇번이고 혹시 있을 누군가를 애타게 불러보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내가 잘못들은 건가. 제발…… 아무나 좀 대답해줘요."

 

 나의 간절한 기도가 통한 것인지 저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빛은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서 갑자기 솟아난 것처럼 보였다. 아주 희미한 빛이었지만 흐릿한 시야로 바닥을 더듬거리는 내 손이 보였다.

 

 '휴우.'

 

 손이 보임과 동시에 안도감이 몰려왔다. 다행히도 나는 온전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엉금엉금 기어간 곳엔 희미하게 빛을 내는 회중시계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아무런 음각도 새겨지지 않은 밋밋한 모양의 회중시계였다. 특이한 점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과, 황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정도였다. 그 앞에 앉아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작은 시계를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긴 체인이 절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딸려올라왔다.

 

 작은 시계였지만 속까지 모두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제법 무게가 나갔다.

 

 시계 옆 면의 작은 버튼을 누르자 부드럽게 달각이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뚜껑이 열렸다.

 

 "어?"

 

 시계 안쪽은 이상했다. 시침과 분침이 없었고 어지럽게 돌아가는 톱니바퀴만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이상한 모양새에 시계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어린 소년의 목소리 들려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린 아이의 목소리였다.

 

 "하-암. 넌 누구야."

 

 나른하게 하품을 하며 물어보는 말투가 흡사 긴 잠에서 갓 깨어난 것 같았다. 그의 목소리에 놀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누구세요? 어디 계시죠? 여긴 어디죠?"

 

 드디어 '누군가'를 만났다는 것에 기뻐 그만 내 소개도 잊은 채 궁금했던 질문을 와다다 쏟아내었다.

 

 "질문이 많네. 그나저나 그만 좀 흔들어."

 

 응? 그만 좀 흔들라니…….

 설마……하는 마음에 손에 쥐고 있던 회중시계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설마. 에이. 아니겠지. 죽어도 헛것이 들릴 수 있구나."

 

 여전히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는 회중시계를 흘긋 거리며 나는 혼자 중얼중얼 자기변명을 늘어놓았다.

 

 "거 참, 시끄러운 계집이네."

 

 "아니, 계집이라니! 초면에 너무 무례하군요!"

 

 계집이라는 말에 발끈하여 나도 모르게 시계를 향해 소리쳤다. 바로 이어지는 대답에 흠칫, 어깨가 떨려왔다.

 

 "그래. 내가 말하는 것 맞아. 근데 넌 누구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네? 내 이름은 로즈 메리언 골드. 원더랜드에서 왔습니다. 어떻게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죽어서 온 것 같은…… 데요."

 

 방금 전에 질문이 많다고 투덜대더니 그쪽도 질문이 만만찮게 많은데요.라고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원더랜드?"

 

 시계는 조금 전보다 더 밝게 빛을 내며 물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뻐하는 목소리 같았다.

 

 "네. 원더랜드요."

 

 "날 원더랜드로 데려가 줘!"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뭐야! 왜 대답이 없어! 데려가 줘!"

 

 "어…… 전 죽어서 여기 온 거라……."

 

 그럴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갈 수 있는지도 모르고.라는 뒷말은 내 말을 끊고 소리치는 회중시계덕에 웅얼웅얼 입속으로 사라졌다.

 

 "어? 너 죽은 거 아닌데? 음, 그렇다고 산 것도 아니지만."

 

 "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라는 회중시계의 말에 나는 그저 멍청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몸은 죽었는데 정신은 살아있는? 그런 상태야. 다시 살아나지 않으면 그냥 그대로 죽는?"

 

 "……."

 

 나는 도통 시계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목소리만 어린아이의 것이 아니라 말투나 어휘도 어린아이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다시 살아나야 할걸? 아니다. 인간은 그런 거 못하나? 하지 않나?'라며 주절거리는 시계의 목소리가 한 귀로 들어가 한 귀로 흘러나왔다.

 

 "어, 안되는데. 나 원더랜드 가야 하는데. 어떡하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시계의 말에 머리가 팽글팽글 도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고민을 입 밖으로 -실제로 입은 없었지만- 꺼내어 놓던 시계는 무언가 깨달은 듯이 큰 소리로 "아!"하고 외쳤다.

 

 "그래! 너, 나랑 계약하자!"

 

 신나는 목소리로 외친 시계는 조용히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에서 풍기는 분위기……라고 하면 웃기겠지만, 그의 분위기상 꽤나 두근두근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나는 그의 발언에 약간 황당해하고 있는 상태였다.

 

 '계약이라니? 시계랑?'

 

 그저 침묵을 고수하는 내게 시계가 초조한 듯 외쳤다.

 

 "계약하자고! 내가 너 살려줄게!"

 

 살려준다고? 날 살려낸다고 한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으며 나 또한 국왕 시해범으로서 살아가야만 했다. 날 비호해줄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다시 살아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사랑했고 존경해 마지않았던 나의 언니 알리시아를 벌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국왕 시해범이 궁에 들어가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일 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거절할게요. 살아나도 국왕 시해범으로 다시 죽임을 당할 텐데 그러고 싶지 않아요."

 

 "국왕 시해범? 너 범죄자였어? 내 마지막 희망이 범죄자란 말야?"

 

 시계가 빽 하고 소리를 지르자 빛이 조금 강해졌다가 다시 희미하게 사그라졌다.

 

 '시무룩해진건가?'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마 꽤나 알기 쉬운 시계가 아닌가. 웃음이 비싯 흘러나왔다.

 

 "전 범죄자가 아니에요. 말하자면 길지만……."

 

 나는 간략하게 내게 일어난 일은 음모였으며 그로 인해 나는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말하자 시계는 안타까움을 담은 신음 소리를 내었다. 모든 일의 흑막이 나의 친언니임을 설명할 즈음엔 자그마한 회중시계는 비명을 질러댔다.

 

 "그건 완전 막장 일일 드라마 수준이잖아!"

 

 "네?"

 

 알아들을 수 없는 그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하자, 회중시계는 '아, 모르는구나. 그런 게 있어.'라며 조금은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무튼, 언니로 인해 왕이었던 아버지와 남몰래 사랑하던 나의 기사를 잃었음을 말하는 내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뭐야. 너 불쌍해……"

 

 이야기를 끝마치자, 진심으로 동정을 느낀 것처럼 시계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렸다.

 

 "그러니까 나랑 계약하자!"

 

 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아까 말했듯이 전 다시 살아나도……."

 

 "시간을 되돌려줄게! 그리고 네가 원하는 결말을 맞을 때까지 도와줄게! 어때?"

 

 "……네?"

 

 마치 과일 하나를 사면 양배추를 떨이로 준다는 식의 말투였다. 시간을 되돌려준다고? 어떻게?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시계를 공손히 내려놓으며 물었다.

 

 "시간을 되돌린다니……. 혹시, 신이신가요?"

 

 "음하하하하! 드디어 나의 위대함을 알아보네. 제법 똑똑하잖아? 그래! 난 시간의 신이야."

 

 정중했지만 약간은 빈정거리는 나의 질문에 시계는 커다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작은 어린아이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 배를 쑥 내밀며 자랑스레 외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 신이라고 하니, 더 빈정거리려던 말투가 쑥 들어갔다.

 

 "시간의 신은 시계 모습이었군요. 몰라봬서 죄송해요."

 

 어린아이인들 어떠하리.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에릭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건데.

 

 "아니야!"

 

 "네?"

 

 시계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새된 소리로 외쳤다.

 

 "내 본체는 엄청 아름답고 고귀한 모습이라고!"

 

 "본체요?"

 

 "그래! 난 지금 벌을 받고 있어. 으으……. 망할 놈이 날 시계 안에 가두고 본체를 어딘가로 던져놨어!"

 

 "왜요?"

 

 "음……. 난 너무 심심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난 심심했다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시간의 경계에서 혼자 있기 싫었어! 그래서 이 나라 저 나라의 시간을 좀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더니……."

 

 자기가 잘 못한 걸 아는지, 시계는 점점 말 끝을 흐리며 웅얼웅얼 알아들을 수 없게 말을 얼버무렸다.

 

 "그럼 여긴 사후세계가 아니라 시간의 경계군요?"

 

 "……그래. 그리고 이곳에 들어온 인간은 네가 처음이야. 그러니까 내 본체도 네가 온 곳에 있을 것 같아. 그놈이 내 정신과 몸을 강제로 뜯어내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시계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시간을 어떻게 뒤죽박죽으로 만들었으면 이런 벌을 받을까. 시계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건 슬슬 기다림이 지루해져갈 즈음이었다.

 

 "날 도와줘. 그럼 나도 널 도와줄게."

 

 "어떻게요?"

 

 "너의 운명을 바꿀 수 있게 도와줄게. 네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말야. 대신, 얼마가 걸려도 좋으니 네가 살아 있는 동안에 내 잃어버린 본체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줘."

 

 일생 동안 찾아 달라. 괜찮은 조건이었다. 수천 아니, 수만 년을 살아왔을 시간의 신이니 인간의 수명은 그기 길게 느껴지지도 않을 터였다.

 

 "좋아요. 하지만 본체가 원더랜드에 있다는 걸 어떻게 확신하죠?"

 

 "원더(wonder) 랜드 잖아. 아무도 올 수 없는 이 시간의 경계에 네가 나타난 것처럼, 그곳에 가면 뭔가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 같으니까."

 

 장황하게 말했지만 결국은 감이라는 소리였다.

 

 "음……. 좋아요. 하지만, 그곳에 당신의 본체가 없어도 내 책임은 없는거예요. 알았죠?"

 

 "으으. 좋아! 난 사실 여기서 나가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계약하죠. 어떻게 하면 되나요?"

 

 "넌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데? 거의 모든 힘은 본체에 담겨있어서 난 시간을 한 번 밖에 되돌리지 못해. 그러니까 잘 생각해서 말해!"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이요."

 

 "그게 언젠데?"

 

 "음…. 16년 전?"

 

 "어?"

 

 16년 전이라는 말에 시계가 멈칫하더니 끙끙거리며 답을 찾아 헤매는 듯했다.

 

 "안 되나요?"

 

 "미안. 나로선 최대한 힘써봤자 2년이야."

 

 그럴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거의 모든 힘이 본체에 담겨 있다고 했으니까.

 

 "그럼 1년 반. 제 18살 생일 열흘 전, 마스터 승급 시험이 열리는 날로 돌아가게 해줘요."

 

 "그 정도라면 뭐. 좋아!"

 

 "참! 당신이 아무리 신이라지만, 당신과 나는 주종관계가 아니에요. 알죠? 동등한 입장의 계약자라는 걸 명심해줘요."

 

 "그래!"

 

 나의 당돌한 요구에도 작은 회중시계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밝은 목소리로 대답해왔다.

 

 "날 여기서 꺼내 준 대가라고 하긴 뭐 하지만, 열심히 널 도와줄게!"

 

 "좋아요."

 

 그의 명확하고 명쾌한 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시간을 되돌린다. 살아있는 아버지를, 에릭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그 생각만으로도 몸이 뜨거워질 정도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할게! 날 네 손위로 올려줘!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을 이름만 바꿔서 따라 하면 돼."

 

 그의 요구 사항에 맞춰 시계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내부의 태엽들이 엄청난 속도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주변을 전부 비출 정도로 빛의 세기도 강해졌다. 부드럽고 노란 빛이 내 주위를 맴돌며 감싸 안았다.

 

 "나, 시간의 신 크로노스. 그대와의 계약을 허한다."

 

 "원더랜드의 로즈 메리언 골드. 그대와의 계약에 동의합니다."

 

 도저히 신에게 '허한다'는 표현을 쓸 수 없어 약간의 변형을 주어 화답했다. 말을 마치자, 회중시계 끝에 달려있던 사슬이 절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왼쪽 팔목을 휘감기 시작했다.

 

 돌아간다. 다시. 알리시아는 내가 모든 것을 빼앗았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그녀가 내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두 번다시 그녀에게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모든 것을 지켜낼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녀로부터 빼앗을 준비도 되어있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스스로의 맹세를 되뇌고 있는데, 크로노스가 '아!'하는 작은 탄성과 함께 말을 꺼내었다.

 

 "아! 맞다. 아까는 말하지 못했는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약간의 후유증이 있을거야."

 

 "네?"

 

 크로노스는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듯이 애교있는 목소리로 재빨리 '미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건 좀……!"

 

 뭐라고 더 말을 하기도 전에 시계로부터 나온 거센 바람이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우우우우우웅!

 

 웅웅 거리는 소리가 점점 거세지더니 이윽고 하얗게 변한 빛이 거센 파도처럼 나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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