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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17화. 설렘 가득한 재회
작성일 : 17-07-18 09:55     조회 : 313     추천 : 1     분량 : 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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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민아, 물 좀 갖다 줘.”

 

 재민과 밤늦도록 술을 마신 신후의 뱃속이 심하게 부대꼈다.

 

 “안 그래도 대령이요.”

 

 일찍부터 냉장고를 뒤적이던 재민은 아침상까지 뚝딱 차려놓았다.

 

 “네가 웬일이냐?”

 “형 마음 위로할 겸 신경 좀 써봤어.”

 “우리집에 북어가 있었어?”

 “냉장고에 있던데?”

 

 옥봉이 차려주던 식탁이 떠올랐다. 각종 나물과 시원한 국으로 차려낸 소박하고 정갈한 식사였다.

 

 “옥봉이가 두고 갔었나 봐.”

 “속은 괜찮아? 형 술이 점점 늘어.”

 “우리 많이 마셨지?”

 “난 아니고 형만.”

 

 신후는 소리 내어 웃었다. 공연 준비 때문에 금주 중인 재민을 앞에 두고 밤새도록 홀짝이던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거실 바닥에 나뒹구는 많은 술병들이 어젯밤의 흔적이라 생각하니 섬뜩하기도 했다.

 

 “형, 이번 가을 학기에 복학하면 어때?”

 “복학? 한 학기 더 쉴 생각인데?”

 “여기서 이러느니 멀리 가서 공부라도 하면 좀 나을까 싶어서.”

 “내가 뭘?”

 

 반문하는 신후 역시 재민의 말에 수긍이 갔다. 이대로라면 곡 작업도, 공연이나 방송 활동도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무기력한 상태가 마냥 지속되고 있었다.

 

 “연습실 가야 한다며? 어서 가 봐.”

 “형 괜찮지?”

 “괜찮지, 임마.”

 “나가서 조깅이라도 해. 달리면 기분 좋아진다며?”

 

 속은 부대꼈지만 달리면 기분이 좋아질 것도 같았다. 신후는 조깅하러 나갈 채비를 했다. 새벽 여섯 시도 안 된 시각이지만 창밖은 이미 훤히 밝아 있었다.

 

 강변으로 통하는 터널에 들어섰다. 어둑어둑한 이곳에서 옥봉과 처음 만난 날이 떠올랐다. 신후는 눈을 감고 단숨에 통과하기로 했다. 휑한 공간 속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무언가가 발에 툭 걸렸다. 신후는 살며시 눈을 떴다.

 

 “옥봉아!”

 “신후야!”

 “너, 어떻게 된 거야? 왜 여기 있어? 언제부터?”

 “하나씩 물어봐.”

 

 신후는 옥봉의 팔을 잡고 급히 터널을 빠져나왔다. 두 사람은 웃자란 풀들이 무성한 한적한 산책로로 들어섰다.

 

 “어떻게, 어떻게 여기 있어?”

 “나도 몰라. 지금 막 온 거 같아.”

 “그때랑 똑같은 상황인 거지?”

 “응.”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면 물어볼 게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이 벅차올라 뜻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전에 왔을 때처럼 집에서 시를 쓰고 있었어. 마지막 구절을 남겨두고 제목을 지었지. 이번에도 마지막 구절을 완성하지 못한 채로......”

 

 재민의 말이 맞았다. 시간여행의 단서는 분명 그녀의 시였다.

 

 “어쨌든 다시 왔네.”

 “그러게.”

 

 안부를 묻느라 정신없던 두 사람은 그제서야 서로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혹시 내 생각도 했니?”

 

 신후가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조심스레 물었다.

 

 “넌?”

 

 옥봉의 가슴이 쿵쾅대었다. 열일곱 살 어린 나이에 출가한 이래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었다.

 

 “여기 있을 땐 몰랐는데 막상 네가 가고 나니까 많이 생각나더라.”

 “정말?”

 “생각나는 정도가 아니라......”

 “아니라, 뭐?”

 

 신후는 망설였다.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가도 괜찮은지 확신할 수 없었다.

 

 “생각 많이 났다구. 넌 어땠어? 설마 안 돌아오고 싶었던 건 아니지?”

 “치. 난 또......”

 “또, 뭐?”

 “아니야.”

 

 옥봉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보았다. 신후에게 다가갈 자격이 되는지 의문이었다.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 따위는 어쩐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오고 싶었을까, 아닐까?”

 “조선 시인도 별 수 없구나? 시답잖은 농담이나 하구.”

 “뭐라고?”

 

 신후가 저만치 달려가기 시작했다. 옥봉은 그의 뒤를 따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로 다시 돌아왔구나. 이 도시 속으로, 신후에게로.

 

 “야, 빨리 와.”

 “천천히 좀 가. 몇 백 년을 거슬러 온 사람한테 빨리 오란 말이 나오니?”

 

 신후가 뒤돌아서 옥봉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그녀를 다시 만나지 못할까 두려웠었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좀 더 잘 해줘야겠다는 다짐도 했었다.

 

 “우리 오늘 뭐 할까?”

 “너 오늘 스케줄 없어?”

 “너 하고 싶은 거 하자, 오늘은.”

 

 신후는 그녀를 이끌고 어디든 가고 싶었다. 그녀가 맛보지 못한 즐거움을 함께 경험하고 싶었다.

 

 ***

 

 “안녕하세요, 민주희라고 합니다.”

 “네, 영광입니다.”

 

 신조는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어젯밤 호텔로 걸려온 뜻밖의 전화만 아니었다면 신후와 마지막으로 보드를 타러갈 생각이었다. 차기 작품의 공동 제작사인 YK 그룹의 상속녀이자 탑 여배우인 민주희. 그녀가 왜 신조와 만나자고 했을까.

 

 “갑자기 연락드려서 놀라셨죠?”

 “네, 조금요. 혹시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으세요?”

 

 주희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미소는 스크린만큼이나 눈부셨다.

 

 “애니메이션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많이 좋아했어요. 특히 감독님 작품은 모두 챙겨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룹에서 운영하는 갤러리 카페는 꽤 한산했다. 고가의 미술품 거래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대중적이기보다는 위압적인 분위기였다.

 

 “저희 회사랑 얘기는 잘 되셨어요?”

 “네, 어느 정도는요.”

 “할아버지가 워낙 영화 사업에 애정이 많으세요. 저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인도 꿈이 배우셨거든요.”

 “그래요? 몰랐네요.”

 “제가 대신 꿈을 이뤄드린 셈이죠.”

 

 실제로 주희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은 유별났다. 어려서 부모를 여읜 탓에 늘 혼자여야 했던 주희를 누구보다 안쓰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탑 여배우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근데 무슨 일로?”

 “에단리 오빠 형님 되시죠?”

 “네. 제 유일한 동생이죠.”

 

 주희는 휘핑크림이 듬뿍 들어간 카푸치노 한 모금을 입에 댄 뒤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에단 오빠가 혹시 제 얘기한 적 없었나요?”

 “네? 글쎄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네요. 워낙 멀리 떨어져 지내니까 시시콜콜 얘기 못하는 것도 많구요. 특히 여자 얘긴 서로 공유하지 않는 편이랍니다.”

 “그럴 거 같았어요. 전 오빠한테 그리 특별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신조는 주희의 애잔한 눈빛을 보고 모든 것을 감지했다. 주희가 굳이 자신을 만나자고 한 이유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동생 녀석이 좀 차가운 데가 있죠? 워낙 범생이라 누군가 끼어들 여지를 안 주죠.”

 “그런가요? 정말 그런 거라면 어느 정도 희망이 있네요.”

 “그래도 남녀 사이의 감정 문제는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게 가장 좋을 텐데요.”

 “저도 알아요. 많이 노력해 봤지만 잘 안 되더라구요.”

 

 주희의 마음이 온통 신후를 향하게 된 지 반 년.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는 그녀의 유일한 약점은 바로 사랑. 스무 해 남짓 짧은 생을 살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경험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가 부족한 게 많은가 봐요. 제 딴엔 오빠 맘에 들려고 이런저런 노력도 해봤지만 소용없더라구요.”

 “그랬어요?”

 “첫사랑이었다는 여자 얘기도 들었어요. 근데 저한테 마음을 안 여는 게 그 분 때문인 거 같진 않더라구요.”

 

 미모가 무색할 만큼 시무룩해진 모습이었다. 후광이 선연한 외모 뒤에 감춰진 그늘을 보는 듯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두 분 사이가 무척 각별하면서요? 출국하시기 전에 감독님 뵙고 조언 좀 구할까 해서요.”

 “조언은 무슨요.”

 “어디에 터놓을 데도 없고 혼자 너무 답답해서요.”

 

 신조는 주희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신후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오빠가 마음을 열까요?”

 “글쎄요. 녀석은 무엇이든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울 정도죠.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항상 그래요. 녀석이 집중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마음이 절대로 다른 데로 열리지 않아요.”

 “한마디로 모 아니면 도군요. 참 고지식하다.”

 “그런 면이 좀 있죠.”

 

 신후는 아빠의 고지식한 면과 엄마의 자유로운 성향을 고루 물려받았다. 뮤지션으로서는 대단한 장점일 수 있으나 사랑에 있어서는 극히 까다로운 타입인 것이다. 사랑에 쉽게 빠지지 않지만 한 번 빠진 사랑에는 온전히 몰입하는 성향.

 

 “방법이 없을까요?”

 “뭔가를 자꾸 보여주려고 하거나 해주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에요. 신후가 주희씨한테 뭔가를 해줄 수 있는 여지나 약점이 있으면 관심을 보일 거예요.”

 “여지나 약점이요?”

 “하긴 주희씬 부족한 게 너무 없어서 문제네요.”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아요.”

 

 주희의 애절한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어 말하기는 했지만 신조 역시 확신은 없었다. 그녀에게 부족한 게 보인다면 신후의 마음이 열릴까.

 

 “신후는 어려서부터 힘든 일을 혼자서 헤쳐 나갔죠. 녀석이 유일하게 약점을 내보인 사람은 저뿐이었어요. 그래서 자기랑 비슷한 사람을 보면 많이 감싸주려고 하더라구요.”

 “전혀 몰랐어요. 항상 사랑만 받고 산 줄 알았어요.”

 

 주희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신후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

 

 “포기하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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