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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왕 수호 기사단
작가 : 지니2
작품등록일 : 2017.7.18

“주인이다……”

황갈색 눈의 집시들 사이에서, 자그맣게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집시들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웬과- 불타오르는 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서 산발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리가시가 주인을 스스로 선택했다!”

로웬은 바들바들 떨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의 노란 눈이 로웬에게 꽂혔다.

“자격이 없는자- 날카로운 유리 조각 위에서도 무사하리라. 유리 가시는 스스로 선택하는 검. 맨발로 바닥을 뛰어라, 유리 조각을 밟아라. 너의 피가 네 자격을 증명할 것이다. 유리 가시는 선택하는 검.”

집시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간간히 시리어스 주의][생각보다 안진지함 주의][주인공 2명][기사단물][정통(?) 판타지]
[천재검사, 얼굴이 열일하는 주인공1][잔머리대왕, 그냥 일 안하는 주인공2]

 
episode 0. 로웬 아일체스트 -1
작성일 : 17-07-18 01:39     조회 : 412     추천 : 0     분량 : 4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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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웬 아일체스트

 

 

 

 

 로웬은 매우 들떴다. 내일은 그의 열 두번째 생일이었고- 아마도 그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 될 거였다. 여태껏 로웬에게 생일은 그저 ‘케이크를 한 조각 더 먹을 수 있는 날’ 이었지만… 처음으로 아버지가 ‘생일파티’라는 걸 열어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파티라면… 광대들도 부르나요?”

 

 

 로웬은- 언젠가 메어리가 말해준 파티를 떠올리면서 물었다. 메어리는 저택밖의 상인의 딸 생일파티에 가본 적이 있었다. 거길 다녀온 그녀는 잔뜩 흥분해서, 생일파티에 삐에로와 광대들이 왔었다고 설명을 늘어놓았었다.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물끄러미 로웬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잠시, 그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로웬은 반사적으로 헛숨을 들이켰다. 아버지가 그에게 미소를 지어주다니.

 

 

 “물론이지. 아주 즐거울 거야.”

 

 

 로웬의 아버지- 세드릭 아일체스트는 무성의하게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서 창 밖, 먼 풍경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가의 주름이 조금 더 깊어진다. 그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가늠해보며 짙게 웃었다.

 

 로웬은 아버지가 쓰다듬었던 머리를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 어린 소년의 뺨이 발갛에 물들었다. 서재에 들어오면서도, 생일파티 따위의 하찮은 이야기를 할 거라면 당장 나가라는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전에 없이 다정하셨고, 미소를 지어주기까지 한 거였다.

 

 로웬은 우물쭈물하면서 먼 곳을 바라보는 아버지를 훔쳐보았다. 조금 더 아버지의 기분좋은 미소를 보고 싶었던 탓이었다. 그러나 이내-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고개를 다시 돌려서 거기에 여전히 서 있는 로웬을 발견하더니, 눈썹을 약간 꿈틀거렸다.

 

 

 “무얼 하는 거냐. 할 말이 끝났으면 나가질 않고.”

 

 

 로웬은 반사적으로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아버지의 얼굴을 잠시 훔쳐보다가 서재를 나왔다. 조용히 서재의 문을 닫는 소년의 얼굴에서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떠올랐다. 마지막은 언제나의 아버지 같았지만… 어쩐지 오늘만큼은 늘 엄격했던 아버지와 조금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도련님, 도련님!”

 

 

 복도 끝에서부터, 로웬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메어리가 달려왔다. 그녀의 양 뺨이 건강한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생기발랄한 모습이었지만, 혹여라도 아버지 눈에 띈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 뻔해서 로웬은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 댔다. 메어리는 그제서야 이곳이 주인 어르신 서재 앞이라는 걸 깨닫고 히끅 놀랐다.

 

 그녀는 도둑발로 살금살금 로웬 앞까지 걸어왔다. 그러면서 연신 눈을 굴려 엄격한 기사님이 계시지는 않은지 눈치를 보았다. 로웬은 살짝 고개를 흔들어- 주변에 그녀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도련님! 제가 뭘 보고 왔게요?”

 

 

 메어리가 로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느껴졌다.

 

 

 “뭘 봤길래…?”

 

 

 로웬은 머리를 굴리면서 물었다. 광대일까? 아버지가 아까전- 파티에 삐에로며 광대를 부른다고 했으니 어쩌면 그들이 벌써 도착했을지도 모른다. 로웬의 파란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메어리는 잔뜩 신이 나서 로웬의 손을 잡고 팔짝팔짝 뛰었다. 그녀는 또 금세 여기가 서재 앞 복도란 걸 잊은 듯 했다. 로웬은 급하게 어린 소녀의 손을 붙잡고 먼 곳으로 데려갔다. 메어리에게는 여전히 주인이니- 예의니 하는 개념이 부족한 것이다. 로웬은 그에게 격없이 대하는 메어리가 좋았기에 부러 더 주의를 주지 않았다.

 

 

 “글쎄 금방 저택으로 집시 무리들이 들어왔어요. 무희들도 굉장한 몸매고, 악기도 잔뜩 있었어요! 저택에 집시라니! 왜 온걸까요?”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로웬은 왜 집시들이 방문했는지 눈치챘다. 집시라니! 아버지는 로웬의 생일파티에 광대를 불러주겠다고 했었다. 아, 그들은 분명히 로웬을 위한 아버지의 선물일 거였다.

 

 로웬은 방금 전 아버지의 서재에 가서 들었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메어리에게 풀어놓았다. 소녀는 손을 입으로 막으면서 가늘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눈빛이 반짝거리며 빛이 나고 있었다.

 

 

 “맞아요! 틀림없이 도련님 생일 파티 때문에 부른 거에요!"

 

 

 일견 침착하려 애쓰고 있는 소년의 눈도, 반짝거리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로웬은 여태 단 한번도 저택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다. 그가 저택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아버지로 하여금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 일이었다. 세상에 관한 모든 것은 책으로 배웠다. 가장 우수한 교사들이 저택 밖에서부터 그를 가르치기 위해 찾아왔고, 저택 밖의 멋진 것들은 로웬이 필요로 한다면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바깥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저택 사용인들을 통해 들었다. 메어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이야기 전달책이었다. 그녀는 로웬 또래의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밖에 나갔다 온 날이면 늘 조잘조잘 떠들어대곤 했다.

 

 로웬은 아버지가 금지한 바깥나들이를 감행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메어리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때면 늘 바깥을 상상해보곤 했다. 동네 골목을 주름잡는다는 골목대장이며, 그네들끼리 하는 전쟁놀이. 바깥 시장에서만 판다는 설탕물 입힌 도넛.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왔으며 상상하기 어려웠던 게 바로 집시였다.

 

 마법 왕조 몰락 이후에 유일하게 허락받았다는 마술사 집단, 그것이 집시라고 했다. 왕국은 엄격하게 이력(異力)을 금지하고 있었지만, 집시들 에게만은 통제 하에 허용해주고 있었다. 그것은 사실 그들이 그리 대단치 않은 주술밖에는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이력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아는 치들 사이에서 집시는 그저 떠돌이 사기꾼일 뿐이었다. 그들이 이력이랍시고 늘어놓는 것은 적당히 약초를 섞어 낸 ‘만병통치약’ 따위였는데- 만병통치약은 커녕, 그걸 먹고 병이 안나면 다행이었다.

 

 그래도 가끔 아이들 사이에서는 집시가 준 사랑의 묘약으로 빵집의 아들과 여관집 딸이 이어졌더라, 하는 소문이 돌았다. 어딘가의 죽어가던 노인이 집시의 약을 먹고 기운센 장사가 되었더라 하는 이야기도 떠돌아다녔다. 메어리는 그런 가십거리를 주어 듣고 와 늘 로웬에게 조잘거렸다.

 

 

 ‘주술… 볼 수 있을까……’

 

 

 로웬과 메어리는 저택 3층으로 뛰어올라갔다. 어릴때부터 저택 곳곳을 뛰어다녔던 두 아이는, 이 저택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정원이 가장 잘보일 방으로 들어가서 창문을 열었다.

 

 늘 고요하던 저택 앞 정원에는 요란벅적한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 사이에, 방금 전까지 서재에 있었을 아버지가 그들 사이에 서 있었다. 그는 수염도 머리도 덥수룩하게 사방으로 뻗쳐 있는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멀리 떨어진 거리였지만, 로웬은 아버지가 노골적으로 그들을 혐오하는 표정을 짓는 것이 선명히 보였다.

 

 

 “저 사람들이 집시에요, 도련님.”

 

 

 정원에 모여있는 무리들은 대략 스무 명 정도 되어보였다. 그들은 헤져서 여기저기 기운, 낡은 판초 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제각각 독특한 방식으로 수선이 되어있어서, 헤져있는게 오히려 멋져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망토 는 어느 하나 서로 같아보이는 게 없을 정도로 개성적이었다.

 

 여자들은 예쁘다기보다는 기괴했다. 그녀들은 얼굴 가득 괴상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대신에 얄쌍한 허리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어느 여자는 그 허리춤에 화려하게 장신구를 매달아 두기도 했다.

 

 

 “이상하네요, 도련님. 얼굴은 다 가리고 몸은 드러내다니.”

 

 

 메어리가 창틀에 매달려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웬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다가 문득 시선이 느껴져 눈알을 굴렸더니- 아버지와 집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로웬은 잠시 눈을 깜박이고서, 다시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아버지와 집시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

 

 왜?

 

 의문을 가지기 무섭게, 로웬의 몸이 움직였다. 그는 잽싸게 옆으로 몸을 돌려, 벽면에 몸을 숨겼다. 뭔가, 보면 안될 것 같은 것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들키지 말아야 했는데 실수로 들켜버린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여전히 창틀에 붙어 집시를 구경하던 메어리가 의아한 듯이 눈을 깜박인다. 로웬은 메어리한테도 숨으라고 해야하는 걸까 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창밖을 바라보는 메어리의 표정이 몹시 들떠있었기 때문이다.

 

 마주쳤던 집시 남자의 눈빛이 떠올랐다. 그는 꼭 야생동물 같은 노란 눈을 하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대단히 기이해서 마치 로웬의 영혼까지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어째서 저런 사람과…….’

 

 

 아버지가 어째서 그와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유추하려던 뇌는, 곧이어 아버지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도 기억해냈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무기질적인 눈. 로웬은 그 눈을 떠올림과 동시에 어깨를 늘어뜨렸다. 조금 전 서재에서는 분명 아버지와 조금 가까워졌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눈에서는 여전히 자신에 대한 친애를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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