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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잊혀 진 자들의 나라
작가 : 시란
작품등록일 : 2017.7.17

벌꿀처럼 달디 단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잊더라도 그를...

망각된 기억 속에서 잊혀 진 것들은... 기억해내려 애쓰고, 또 기억되려 애쓴다.
하나하나가 모두 잊혀 진 자들이다.
자신처럼 망각의 길로 빠져들어 모든 것을 잊어가는 이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들을 돕기위해 나선 그녀가 달빛에 희게 빛나는 밤이슬처럼 깨어난다.

 
2장. 그의 곁으로
작성일 : 17-07-17 23:36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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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침이라 그런지 공기가 청명하다.

 시원한 바람이 미자의 머릿결을 흩날리며 그녀의 곁에서 놀아주고 있다. 기분 좋다. 집안에서의 삭막함을 느끼다 이렇듯, 외출하고 나면 너무나 기분이 좋아 날아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 안 나와 있겠지?”

 

 잠시 머뭇거린다. 너무 일찍 나왔는데, 지금 가야할까? 나중에 가야 할까? 미자가 머리를 갸우뚱 거리는 통에 그녀의 긴 검은 머리가 이리저리 떨리며, 바람을 누빈다.

 

 “크크크. 좋다....”

 

 바람에 날리는 머릿결이 마음에 든다. 살랑이며 얼굴을 간질이는 머리카락이 좋다. 온통 좋은 것들뿐 인 아침이다. 한발씩 조금씩 앞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 알 수 없는 가락을 흥얼거리며 미자는 한 발자국씩 걸음걸음 마다 숫자를 세 나가기라도 하듯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누가 깔았는지 알 수 없는 돌바닥 위로 바람이 분다. 조금씩, 조금씩 강해지는 바람에 낙엽이 날리고 있다. 색 고운 주홍과 갈색의 낙엽들이 바람에 날리며 눈앞에서 회오리를 일이키고 있다.

 

 이리 가지 마라. 이리 가지 마라.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하여, 미자는 멈추어 서서 바람이 하는 양을 가늠해 보다, 알 수 없는 바람의 행위에 머리만 갸우뚱 할 뿐이다.

 

 “왠 낙엽이람?”

 

 여기 어디에 나무가 있던가? 주위를 둘러 봐도 나무는 보이지 않는 넓디넓은 평원이다.

 

 “너희는 어디서 날아왔니?”

 

 한 걸음 한 걸음 바람 속으로 다가가며 흩날리는 것들에게 물어본다. 어디서 왔니? 미자가 그렇게 다가가자 바람은 미자를 자신의 속에 가두어 가며 바람을 돌이 친다. 미자의 머리칼이 바람에 미친 듯이 날리며, 산발이 되어가고 바람은 하늘위로 조금씩 사라져 갔다.

 

 “바람이... “

 

 어째서 이리 서글플까? 마치 휘몰아치던 바람이 미자의 가슴속으로 들어오기라도 한듯, 아직도 가슴이 메어온다.

 미자는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색 곱고 예쁜 아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예쁜 단풍잎이 색 고운 다홍빛에 물들어 ‘나 어여쁘냐?’ 라고 묻는 듯 했다.

 

 “정말 예쁘다. 알렌에게 보여줘야지.”

 

 미자는 또 다시 알 수 없는 가락을 흥얼거리며 즐거운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고 있다.

 

 나를 혼란케 했어요.

 알 수 없는 낙엽이 나뒹굴며,

 내 마음을 헤 집어 올리며,

 나를 혼란케 했어요.

 

 그 색이 고와 잊을 수 없어요.

 언저리에 고운 색을 흘리며,

 바람결에 속삭이듯,

 낙엽이 언질을 주었어요.

 

 멀리 노란 파도의 언덕이 보인다. 언덕 맨 꼭대기에는 아름드리나무가 홀로 푸름을 뽐내며, 노란 언덕을 두루 보듬고 있다. 그 커다란 나무 아래. 그곳을 바라본다. 보인다? 안 보인다? 그가 있다, 없다? 미자는 알렌이 안 보이자, 순식간에 풀 죽어서 흥얼거리던 가락도 멈추고 어기적어기적 나무로 걸어가고 있다. 아직 이른 아침인가 보다. 그가 안 와 있으니, 싱숭생숭 설레던 가슴이 이리 답답해 어디에 쓰나 싶기만 한 그녀다. 그래도 연신 낙엽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팽글팽글 돌리며, 으레 내 자리라는 듯 나무의 한 귀퉁이를 꿰차고 앉았다.

 

 “미자?”

 “에?”

 

 미자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알렌의 목소리에 대번에 얼굴이 밝아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알렌이 나무 반대편에서 돌아 나오고 있었다.

 

 “아... 와 있었어요?”

 “네, 조금 전에 왔어요.”

 “에...헤헤.”

 

 풀 죽어서 뒤뚱뒤뚱 느릿느릿 걸어온 자신이 바보처럼 여겨지는 미자였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연신 낙엽을 돌리며 손장난 중이다.

 

 “...그건...”

 

 알렌이 미자의 손가락사이에서 노니는 낙엽을 지긋이 바라보며 물어온다. 그가 곁에 있어 마냥 좋은 미자는 그의 관심이 그저 좋아, 알렌의 얼굴을 향해 낙엽을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여기 오는 길에... 바람에 날아 왔어요. 너무 예쁘지 않아요? 색이 어쩜 이리 고운지...”

 “....그러네요. 정말 예쁘네요. ...바람에 날아왔다고요?”

 “네.”

 

 그 순간 돌연 또 다시 바람이 불어왔고, 미자의 머릿결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만개하는 꽃송이처럼 날아오르는 머리칼에 까르르 웃고 있는 미자를 바라보다, 미자가 놓쳐 버린 낙엽이 바람에 날려 날아가는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알렌이었다. 그 끝은 어디일까? 바람의 시작일지 끝일지 모를 곳을 바라보는 듯 그의 눈빛이 미묘하다.

 

 “놓쳐 버렸네요.”

 “그러게요...”

 

 아쉬운 듯, 자기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고 불퉁해 있는 미자를 보며, 알렌은 작게 미소하면서 그녀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더 예쁜 거, 줄게요.”

 

 알렌이 언덕 위 무수히 많은 유채꽃 중 하나였을, 한 송이를 미자의 귓가에 고이 꽃아 주며, 알렌 특유의 달콤한 미소로 미자를 홀리면서 작게 속삭였다.

 

 “미자는 웃는 모습이 더 예뻐요. 웃을 때면 이 유채꽃처럼, 내 마음이 온통 미자로 번져버려요.”

 “.........”

 

 어떡해.... 이 남자가 또.... 미자의 얼굴에 또 다시 불꽃이 내려앉았다.

 

 “미자? 왜 그래요?”

 

 묻지 마! 또 다시 고개를 든 민망함에 미자는 붉게 달아 오른 얼굴로 고개를 내린 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얼굴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다정한 그는, 한 없이 다정한 그는, 미자를 가끔 정신 차릴 수 없게 만들었다.

 

 “아, 아니예요.”

 “혹시, 어디 아파요?”

 “아....니예요.”

 

 그만 해! 자꾸 고개를 숙이며 미자의 얼굴을 살피려는 알렌 때문에 미자는 숙이다가 숙이다 도저히 안 되자, 얼굴을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

 “.......”

 

 어라? 어째 말이 없다? 미자는 갑자기 말이 없어진 알렌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삐졌나? 화났나? ...서...운했나? 미자는 혼란스런 마음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히익!”

 

 고개를 돌리자, 알렌의 얼굴이 미자의 얼굴 바로 옆에 있었다. 눈알이 튀어 나오는 줄 알았다. 심장이 집밖으로 나간 줄 알았다. 너무 가까이 있는 그의 얼굴을 피하지 못하고 스치듯 그녀의 입술이 그의 볼을 따라 흘렀다. 그대로 일시정지.

 

 “......”

 “......”

 

 그와 그녀에게 사이좋게 불꽃이 내려앉았다.

 

 “아... 음....”

 

 서둘러 진정하고 앉아있던 자리로 몸을 돌리며, 알렌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고 있다. 그리고 미자는 지금 심장이 집을 나왔다 들어갔다 하고 있다.

 

 “어... 나... 날씨가... 좋네요.”

 “..... 네...에...”

 

 알렌의 서툰 말 돌리기에, 미자도 서툴게 대답한다. 서로 동쪽과 서쪽을 보고 있으니, 이 우스운 상황이 민망하기만 하다. 알렌은 알렌대로 발갛게 달아오른 불꽃얼굴을 어쩌지 못해 머뭇머뭇,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황하고 있었고, 미자는 미자 나름 자신의 머릿속을 꽉 채운 생각들에 빠져 그런 알렌의 행동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

 

 미자는 조금 전 그의 얼굴을 스친 자신의 입술이, 그녀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너무 이질적으로 튀어나온 이 입술. 너무 뜨거운 이 입술. 그의 볼을 따라 흘러내린 이 입술. 오... 세상에! 지금 무언가가 미자의 입술을 간질이고 있는 듯 간질간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꾸 입술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비틀어 보기도 하고, 쭉 잡아 빼 보기도 하고, 잘 익은 홍시 같은 불꽃 얼굴이 헤벌쭉 웃었다, 굳었다, 장난감 노릇을 하고 있다.

 

 “저...”

 

 먼저 진정한 알렌이 그녀를 돌아보며 어색하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미자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쭉 잡아 빼고 손으로 만지작 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금 얼굴에 불꽃을 내려 앉히며 다시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말았다.

 

 “.......”

 

 이런... 미자는 그런 알렌과 눈이 딱 마주치는 바람에 입술을 쭉 뺀 채 그대로 굳어버렸고, 민망함에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입술을 비틀어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또 머뭇머뭇 정적의 시간이 지나가고...

 

 “아... 저기... 미자...”

 “나, 갈 거예요!”

 

 알렌이 말 걸기가 무섭게, 미자는 벌떡 일어나더니 도망가 버렸다.

 

 “어? 미자....”

 

 알렌은 엄청난 속도로 사라져 버리는 미자를 보며, 혼자 쿡쿡 웃고 있다. 그의 금빛 눈동자가 다정하게 미자의 뒤를 쫒으며, 눈웃음 짖고 있었다.

 

 “허억! 허억!”

 

 가쁜 숨을 내쉬며 뛰느라 고생한 심장을 달래주고 있다.

 

 “아이고.... 힘들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 무슨 일이 있던가? 무슨 말을 했던가? 어색하게... 인사하고 도망 온 기억은 있다.

 

 “하아...”

 

 미자는 침대에 누워 벽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자신의 민망함을 차가운 시멘트의 벽이 조금이나마 식혀주는 듯 해서, 벽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

 

 “멍청이... 입술은 왜 만져가지고....”

 

 너무 민망해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히잉....”

 

 입에서 절로 신음이 세어 나오고, 곡소리가 세어 나오고, 앙탈이 세어 나온다.

 

 “몰라, 몰라! 어떡해! 으아앙!”

 

 민망함에 머리를 미친 듯이 도리질 치다, 그 반동에 머리를 벽에 쾅 박고 말았다.

 

 “..........”

 

 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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