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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Fanatic
작가 : 길헤윰
작품등록일 : 2017.6.21

동생이 결혼을 한단다. 그래도 난 그리 상관 없었어. 그와 깊이 관계되지 않으려 했지.
몇 개월 후, 나라가 망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계략/이중인격(?) 남주 #초식계 여주


 
이별은 소리없이 다가온다(2)
작성일 : 17-07-17 19:54     조회 : 253     추천 : 1     분량 :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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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은 소리없이 다가온다(2)

 

 

 페리헬 가의 분위기와 다르게, 제국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단골 양식당에 온 이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이다, 베니슬린, 파헬, 제뉴어리, 헤일린은 페닐 라에 대해서나, 제국의 요즘 유행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 식물원 형식의 카페는 별로입니다. 벌레 같은 게 있을 것도 같고요."

 

 "네 생각도 일리가 있어. 건축비나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을 거고. 비효율적이야. 지금같은 때는 괜찮지만 여름이 오면 공기가 후덥지근할 거고. 공기환기기를 쓴다해도 전기세가 많이 나오겠지. 그리 오래 유행할 것 같진 않아."

 

 "전문 인력을 쓰지 않고 편리한 게 좋죠."

 

 "페닐 라의 사람들에겐 반응이 좋을 거야. 그런 거 좋아하거든. 자연 속의 휴식 같은거. 그렇죠, 숙부님?"

 

 "아, 그래. 공원과는 또 다른 느낌일테니 좋아할 거다. 귀부인들의 취향이지."

 

 파헬은 그녀에게 대답해주면서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다. 라이다는 대화하면서도 파헬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티나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면서. 라이다는 본디 의심이 많은 성향이다. 그런 주제에 머리가 좋아 대부분 맞아들어갔다. 그는 그녀의 숙부인 파헬을 잠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헤일린과 대화할 때는 안 그런 척했다. 헤일린의 아버지라는 그 백작은 헤일린에게 편지 한통 보내지 않았다. 아카데미 시절에도 그랬고 싸우고 왔다는데도 연락 한통 없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숙부의 등장이라니. 이 꼬맹이 때문에 왔다고 순수하게 이해하고 싶어도, 의심스러운 건 변하지 않았다.

 

 "파헬 님께서는 페리헬 백작의 곁을 지켜오셨다고요? 헬린 선배가 숙부님이 좋은 분이시라고 몇번이고 자랑하더군요."

 

 "그랬느냐? 헤일린. 부끄럽구나."

 

 "하하, 사실인걸요."

 

 헤일린의 얼굴은 조금 붉어져있었다. 필시 민망해서 저러는 거다. 라이다는 오랜만에 저런 헤일린을 보는 게 재밌었다. 파헬도 볼이 빨개진 헤일린을 보며 웃었다.

 

 "어렸을 때, 형님과 약속했다. 형님은 후계자로 가문을 이어받고, 나는 형님의 일을 돕겠다고. 지금도 난 약속을 지키고 있는 셈이지."

 

 "약속, 인가요. 대단하시네요."

 

 외골수구나, 진짜. 헤일린은 그런 이도 형님이라고 약속을 지키고 있는 파헬을 잠시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파헬의 표정은 씁쓸해보였다. 찰나의 순간이라 착각이었나 싶었지만, 숙부는 정말로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헤일린. 공부를 하고 있다고? 여기서 사서를 하고 있었던 거 아니었느냐?"

 

 "예, 그랬죠. 지금은 제 자리에 사람이 한명 보충되는 바람에 새로 일자리를 구하려고요."

 

 "어째서? 사서 일이 좋은 거 아니였느냐?"

 

 베니슬린은 이때다 싶었는지 파헬을 바라보았다. 라이다의 표정이 짜게 식기 시작했다. 제뉴어리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음식에 집중했다.

 

 "그러니까 저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 사서가 아니라도 일자리를 구해주겠다고 했는데 헬린이 싫다고 한 겁니다."

 

 "어째서죠?"

 

 "저도 이해가 안 됩니다. 헬린, 어째서냐?"

 

 "으으, 숙부님까지 그러지 마세요. 이제 제 나이 19살입니다. 사서 말고 다른 일도 해봐야죠. 게다가 교수님께 민폐끼치고 싶지 않아요."

 

 "됐다, 흥! 제뉴어리 때문이기도 하지?"

 

 제뉴어리는 잘 먹다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금 곤란한 표정이었다.

 

 "하핫, 들켰나요?"

 

 "어머니가 따로 없다, 정말."

 

 "그러네요, 교수님. 헬린 선배, 그렇게 저 꼬맹이가 좋아요?"

 

 "꼬맹이라고 하지 말아요, 라이다 선배!"

 

 "어쭈, 이거 봐라?"

 

 베니슬린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눈빛으로 이죽거렸다. 제뉴어리는 '꼬맹이'라는 단어에 발끈해 라이다와 눈싸움을 했다. 헤일린은 제 대답이 어찌 이런 상황을 낳았는지 생각했다. 베니슬린은 저를 의지해주길 바라는 모양이지만, 헤일린은 성인이다. 스스로 노력하고 얻는 게 당연했다. 아직 베니슬린에겐 헤일린이 어리게 보이는 걸까? 그렇게 봐주는 거라고 여기니 기분이 좋았다. 어리광부려도 괜찮은 대상이라는 거니까.

 

 "헬린 선배, 선배라면 아카데미 교사 시험에 합격하겠죠. 응원할게요."

 

 "설마, 베실린 아카데미에 응시하는 거냐?"

 

 "예, 숙부님. 아카데미에 좋은 추억이 많거든요."

 

 헤일린이 밝게 웃었다. 아, 저 아이도 하고 싶은 거 많은 19세 소녀였지. 문득 그 사실이 깊게 다가왔다. 13살의 소녀가 홀로 타국에 와 졸업까지 했다. 제뉴어리만큼은 홀로 두고 싶지 않다는 걸까. 아비인 저보다도 훨씬 다정했다. 헤일린의 고향은 여기였다. 왕국도, 페닐 라도 아니었다. 양심이 아파왔다. 편안하다못해 모든 벽을 거두어내게 만드는 곳. 그는 이제까지 살던 방향을 수정해야할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조카와 아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식사 내내, 그는 어딘가 마음이 편치 않았다.

 

 

 ***

 

 "피곤하시죠, 숙부님?"

 

 "홍차구나."

 

 베니슬린의 저택, 숙부가 방에서 쉬고 있는데 헤일린이 들어왔다. 그녀가 직접 우린 홍차였다. 밤이라 커피 대신 홍차를 갖고 온 모양이었다. 홍차는 두잔이었다.

 

 "숙부님, 사실은 백작님과 약속했어요."

 

 "무엇을 말이냐?"

 

 "라리마의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페닐에 머무르겠다고요."

 

 "그런데 일찍 왔다는 건, 무슨 일이 있었던 거구나."

 

 헤일린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작게 대답했다. 울적함이 묻어나는 탓에 목소리는 작았으나 밤바람만이 휘잉, 휘잉 노래하는 방 안이라 잘 들렸다. 작은 대답 후의 침묵. 파헬은 헤일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놀라 그를 올려다보았다.

 

 "안다. 네가 이유없이 그럴 리가 없지."

 

 "라리마가 사고를 당하고, 백작 부부께선 불안하셨던 것 같아요. 코코나 부인께서 저를 불러 부총통 각하에게 소식을 전하라고 하셨죠. 그런데 전해달라 받았던 선물이 향유였어요. 저는 백작께 이 일을 따졌지만, 그는 오히려 화냈어요."

 

 "가문의 존망이 걸렸다는 이유였겠지.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예."

 

 헤일린은 부총통 아드리안과 친분이 두터웠다. 그러나 헤일린은 스스로 해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 모든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파울 백작의 행보가 점점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장 제 양심도 형님의 이득 때문에 아팠다. 혼란 속의 페닐,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건 중요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결국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 개인의 상처는 누가 보상해주는가. 그는 양심을 위해 입을 다무는 쪽을 선택했다. 아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형님이 라리마와 코코나 부인을 위하듯, 그는 헤일린과 제뉴어리를 위해주고 싶었다. 페닐의 누군가는 그래줘야하지 않을까? 멋진 아버지가 되어야 당당할 수 있지 않을까? 헤일린을 방으로 보낸 후, 그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제뉴어리가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이불도 덮지 않고. 감기 걸리겠구나."

 

 이불을 덮어준 그가 아들의 뺨에 키스했다. 오늘이 지나면 한동안 못 본다는 게 아쉬웠다. 아침 7시. 비행장. 파헬이 페닐 라로 가는 비행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뉴어리는 약간 졸린 눈으로 그의 어깨에 기대 졸고 있었다. 헤일린은 그런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일찍 일어나서 졸린가봐요, 숙부님."

 

 "그렇구나."

 

 "아버지."

 

 "왜 그러느냐?"

 

 "졸린데 화장실 가고 싶어요. 저 올 때까지 어디 가시면 안 됩니다, 네?"

 

 알았다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제뉴어리가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 뒷모습을 보며 웃던 파헬이 헤일린을 진지하게 응시했다.

 

 "헤일린, 꼭 아카데미 교사 시험에 합격하거라."

 

 "예?"

 

 "그래서 돌아오지 말아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숙부님?"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 없다. 헤일린, 돌아오지 말고 여기 있거라. 만나지 못해도 널 도와주마. 그러니 물 흐르듯 살아야 한다."

 

 언젠가 헤일린이 누군가에게 했던 말이었다. 물 흐르듯 살겠다고. 어떤 질문이었길래 그리 대답했었지? 그래, 분명 제국의 문화가 유입되는 이 상황에서 어찌할 거느냐는 질문이었다. 지금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떨떠름한 그녀의 얼굴이 재밌는지, 파헬이 부드럽게 웃었다.

 

 "페닐 라, 페닐 라. 7번 출구의 비행선이 10분 후 출발합니다."

 

 "아버지!"

 

 달려온 제뉴어리가 파헬에게 꼬옥 안겼다. 잘 가라, 잘 있어라. 둘은 서로를 눈에 담았으나 시간이 별로 없었다. 파헬은 헤일린에게 인사했다.

 

 "제뉴어리를 잘 부탁한다, 헤일린."

 

 제뉴어리는 비행선이 떠나는 걸 지켜보았다. 뭔가 굳은 결심을 한듯, 씩씩하게 웃었다. 진짜 갔구나, 아버지. 헤일린이 다정하게 웃으며 제뉴어리의 눈가를 쓸어주었다.

 

 "자, 수업은 오후부터야. 잠이 좀 부족할테니 조금 자는 건 어떠니?"

 

 "네."

 

 저택에 돌아온 그녀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부엌에 들렀다. 라이다가 두꺼운 서적을 보고 있었다.

 

 "그 서적, 아직도 가지고 있었구나."

 

 낡고 낡은 역사 서적, 그녀가 공부했던 책이었다. 라이다가 그녀에게서 커피를 받았다.

 

 "예. 위대하신 헬린 선배님의 서적인데 당연하죠."

 

 "무표정으로 그런 말하지 말아줄래? 네가 원래 그런 거 아는데 당황스럽다."

 

 "진심인데요. 이국인인데 역사학 중급까지 만점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자국인도 그 교수님한텐 칭찬 못 들어봤다고요. 고급 과정을 배우지 못한 게 아쉬워요. 파헬 님은 잘 가셨습니까?"

 

 "응. 근데 좀 이상한 말을 했어."

 

 "무슨 말이요?"

 

 라이다의 손이 멈췄다. 제 의심이 맞는가 싶어서였다. 못된 말이라면 다음에 봤을 때 가만두지 않을 셈이었다. 처음부터 나빴다면 모를까, 목적을 가지고 헤일린에게 잘해줬던 거라면 더 용서하기 힘들었다.

 

 "아카데미 시험에 합격해서, 돌아오지 말래. 날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무슨 의민지 모르겠어."

 

 딱 하나, 제뉴어리를 잘 부탁한다는 건 엄청 잘 이해했지! 헤일린이 헤실헤실 웃었다. 동생 바보. 라이다도 픽 웃으며 다시 책을 넘겼다.

 

 "당장 이해하지 못해도 됩니다, 선배."

 

 "응? 숙부님도 비슷하게 말씀하셨는데."

 

 의아해하는 헤일린에게, 그는 어떠한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헤일린은 이런 거엔 둔했다. 라이다는 헤일린이 그 의미를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저 평화를 즐기기를 바랐다. 파헬이 좋은 이여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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