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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줄리엣의 딸
작가 : 에스더
작품등록일 : 2017.7.17

불을 다스리는 여자, 불꽃의 시대를 열다

 
1. 특수능력자시죠?
작성일 : 17-07-17 19:03     조회 : 365     추천 : 0     분량 : 7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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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먼저 고막을 찢고, 경보음은 그 다음이었다. 사람들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건물이 기우뚱 흔들렸다. 지진이야? 누군가 겁에 질려 외쳤다. 키보드 달칵거리는 소리만 들리던 조용한 사무실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곧이어 높은 고음의 비명소리가 사무실 공기를 찢었다. 모두가 놀라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책상 하나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천장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며 불덩이를 낼름낼름 뱉고 있었다.

 

 “어떡해, 어떡해!”

 

 책상의 주인이 불이 난 것을 걱정하는 건지, 자료며 컴퓨터가 재가 되고 있는 것을 걱정하는건지 모를 목소리로 울먹였다.

 

 소하는 벌떡 일어나 점점 형체를 잃고 있는 모니터를 입고 있던 재킷으로 내리쳤다. 여러번 불을 진압해 보려했지만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불안 속에서 웅성거리고 있는 와중에 다시 ‘우지끈’소리가 나며 천장이 무너졌다. 시멘트 가루며 철근이 제 속을 다 드러내며 떨어졌다.

 

 “자, 잠깐!”

 

 손쓸 새도 없이 사무실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됐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소하도 불을 진압하려던 것을 포기하고 뒤따르려 했으나 이미 무너진 잔해들 틈으로 발을 딛기 힘들 지경이었다.

 

 “소하씨 빨리와!”

 

 동료들이 어서 건너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문까지의 거리가 이렇게나 멀었나. 울퉁불퉁한 시멘트 위를 기다시피 하며 소하는 생각했다. 빨리 오라던 동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으아악’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 버린다. 힐끗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불길이 소하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으... 으으...”

 

 누군가의 신음소리에 앞을 보니 강대리가 넘어진 채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강대리님,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소하의 말과 동시에 불길이 무서운 기세로 치솟았다. 발목 근처에 넘실대는 불의 혓바닥이 여실히 느껴졌다.

 

 “으으으... 으아악!!”

 

 강대리가 허겁지겁 땅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문손잡이를 붙든다.

 

 “잠깐만요! 뭐하시려고요! 문 닫지 마세요, 저 금방 나가요!”

 

 소하의 외침이 들리고 있는건지도 모를만큼 강대리의 두다리가 후들거렸다. 곧 오줌이라도 지릴 태세다. 소하가 겨우겨우 쓰러진 책상을 넘어섰을 때 강대리는 외쳤다.

 

 “소, 소하씨 미안! 미안해!”

 

 강대리가 코앞에서 문을 쾅 닫았다. 그 기세가 어찌나 센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무릎이 쓸렸다. 소하는 순간적으로 멍해져 아프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커다란 불이 발치에서 넘실거리고 있기는 했지만. 사람이 넘어진 틈을 타 문을 닫아?

 

 “하, 참나...”

 

 소하는 어이가 없어서 무릎을 털고 일어나 그대로 우뚝 멈춰 섰다. 밖에서 야무지게 잠긴 문은 당연하겠지만 열리지 않았다. 소하의 등 뒤로 거대한 불길이 덮쳐왔다. 소하는 침착하게 뒤돌아 대형견을 다루 듯 손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내밀었다. 거짓말처럼 불길이 멈췄다. 좀 더 밀어내자 불이 얌전히 멈춰 섰다. 손바닥으로 살짝 내리 누르니 복종하듯 앉았다가 얕게 넘실거리며 사라져 버렸다. 사무실이 언제 붉은 덩어리가 기승을 부렸냐는 듯이 깨끗해졌다. 물론 연기가 좀 남아 있어서 매운 냄새가 났다.

 소하는 짙은 회색 연기를 손을 홰홰 저어 가며 치우고 창문을 모두 열었다.

 

 “화재는 문제가 아닌데 건물이 무너지면 그대로 죽잖아. 아씨, 어쩌지...”

 

 소하는 비상계단을 빠르게 내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저 멀리로 강대리의 기름진 뒷통수가 보이는 것 같았다.

 

 “강대리 그 새끼 미친 거 아냐? 이건 명백히 살인이라고. 내가 아직 안 죽었으니까 살인미수지만 죽으면 살인이야! 진짜 일단 살아나가고 보자 강대리. 당장 고소야 개새끼!”

 

 호기롭게 외쳐보지만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강대리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소하는 창문 밖으로 욕을 더 퍼부어준 뒤 다시 잠긴 문 앞으로 돌아왔다.

 

 “일단 살고 보자면 이걸 녹여서 나가면 되긴 하는데... 그럼 대체 뭐라고 변명을 해. 불 때문에 문은 녹았는데 사람은 멀쩡히 살아서 나왔다는 게 말이 되겠냐고.”

 

 소하는 손바닥 위로 불을 지폈다가 바로 지웠다. 역시 문을 녹이는 건 안 될 것 같았다.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소하는 고전적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문을 탕탕 쳐보니 묵직함이 손을 통해 전달된다. 절대 힘으로는 열고 나가지 못할 거다.

 

 “죽기 직전엔 녹여버릴 거야. 이 무식하게 튼튼한 문 같으니라고! 살려주세요!”

 

 고래고래 악을 쓴지 15분쯤 되었나.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소하는 목이 쉬기 직전이었지만 더 소리를 질렀다.

 

 “여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

 

 발소리가 문 앞으로 가까워진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확 밀려든다.

 

 “주소하씨?”

 

 문밖에서 어떤 남자가 큰소리로 불렀다. 익숙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어째서 이름을 알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소하는 그런 사소한 건 넘어가기로 했다.

 

 “네! 저 여깄어요! 밖에서 문이 잠겨서 못 나가요. 문 좀 열어주세요!”

 

 두꺼운 문 뒤에서 웅웅대는 목소리가 대답했다.

 

 “손잡이를 총으로 쏠 테니까 문 근처에서 멀리 떨어주시길 바랍니다.”

 

 “네!”

 

 ‘탕!’

 

 TV에서나 들어봤던 총성이 귀를 얼얼하게 울렸다. 곧이어 걸레짝이 된 문고리가 덜그럭 거리더니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괜찮습니까?”

 

 남자가, 그것도 잘생긴 남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다. 그는 탐색하는 눈빛으로 사무실을 둘러봤다. 물건이 타다만 흔적이 즐비한 사무실이 그의 눈동자에 비춰졌다.

 

 “아, 저... 이건. 이게 그러니까 아까는 불이 났었는데요. 그게...”

 

 “괜찮습니다. 과연 듣던대로시네요.”

 

 “예?”

 

 “주소하씨 화염능력자, 맞으시죠?”

 

 남자의 입에서 소하가 29년을 비밀로 해왔던 일이 너무나도 쉽게 흘러나왔다. 그는 의문을 품고 있는 게 아니었다. 다 알고 있다는 그의 태도가 소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예...에??? 아뇨, 아뇨.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 불이 갑자기 꺼져서...”

 

 “거짓말 안하셔도 됩니다. 주소하씨, 당신 특수 능력자 등록 안 했죠?”

 

 “네, 네? 아하하, 대체 그게 무슨 소리죠? 저는 잘...”

 

 “다 알아보고 있는 길입니다. 당신 화염 능력자잖아요. 불 다룰 수 있는. 맞죠?”

 

 “아, 아닌데요! 뭔가 잘못 알고 오신 것 같은데...!”

 

 “미안한데 지금 그럴 시간이 없어요. 당신이 능력을 안 쓰면 난 좀 이따가 죽을 거거든요?”

 

 “예에?”

 

 그 말을 듣고 보니 남자의 안색은 조금 파리해보였다. 남자는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전달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특수 능력자 정부에 보고하지 않으면 5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7년 이하의 징역형이에요. 근데 지금 당신이 그냥 나 능력자 맞다, 인정하고 나 좀 도와주면 특별 사면이라고요. 지금 진짜 급한 상황인데 이게 얘기하자면 너무 길고...”

 

 “잠깐 진정 좀 해요.”

 

 “지금 그게 마음대로 안 돼요. 간단히 말하면 나한테 지병이 있어서 체온이 떨어지면 안 돼요. 근데 치사하게 저 새끼들이 그 점을 이용해서 나만 보면 빌어먹을 고드름을 던져 대거든요. 그래서 나 지금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있고 당신이 내 체온을 정상으로 되돌려 줬으면 해요.”

 

 말하는 동안에 남자의 입술에서 핏기가 사악 가셨다. 그의 말은 사실인 듯 했다. 아니 사실이고 말고 정확하게 판단하기도 전에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지면 누구의 말도 그럴싸하게 들릴 것이다. 소하가 어쩔 줄 모르고 주먹만 쥐었다 폈다 할 때 한 번 더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소하는 저도 모르게 손바닥 위로 불꽃을 화르륵 피어 올렸다. 거의 무의식적인 반사반응이었다.

 

 “아니, 아니! 날 태우라는 게 아니라 그냥 따뜻하게만 해주면 돼요!”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아, 아. 죄송... 제가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이미 들켜 버렸다. 소하는 공중에 떠다니는 불덩이를 여러 개 만들어 남자를 감쌌다. 평생 숨기고 살겠노라 엄마하고 했던 약속이 서른도 넘기지 못하고 깨져버리다니. 한 편으로는 정말 특별 사면해주는 거 맞는 거겠지, 생각하는 자신이 있었다. 좋게 말하면 현실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속물이 따로 없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좀 살겠습니다. 근데 이 불꽃들, 제 주변에 계속 따라다니게 해줄 수 있어요?”

 

 “어... 아마도요?”

 

 집에서 음식 데울 때, 목욕물 데울 때밖에 안 써봤던 능력이지만 생각보다 멋대로 다룰 수 있었다. 불덩이들은 소하가 생각하는 그대로 움직여 주었다. 빨간 불덩이들이 도깨비불마냥 남자의 주위에 둥둥 떴다.

 

 “그럼 저 좀 갔다 오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거.”

 

 남자가 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던져줬다. 자세히 보니 지갑이 아니라 경찰 신분증이다.

 

 “제가 다시 찾으러 올 테니까 그때까지 가지고 계세요. 원래는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일종의 담보입니다. 도망치지 마세요. 그리고 제가 이거 다시 안 찾으러오면 순직이니까 신고 좀 부탁드립니다. 근데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잘 숨어 계세요.”

 

 말을 폭포같이 쏟아내더니 책상을 훌쩍 넘어 가버렸다.

 

 “순직이라니... 무슨 그런 끔찍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가...?”

 

 신분증에 남자의 사진이 보였다. 어제 찍은 듯한 것을 보면 신입 경찰인가 싶었다.

 ‘특수 능력반 경위 황이연’

 소하는 신분증을 꼭 쥐고 책상 아래로 더 파고들었다. 남자의 말대로 잘 숨어 있는 게 상책이었다.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자신을 주체 못하고 온 사방을 불바다로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의 소하는 이 건물 내에서 가장 위험한 폭탄과도 같았다. 잘 숨어 있는 게 곧 모든 사람을 위하는 일이지, 소하는 중얼거리며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

 

 “엄마 이것 봐요! 나도 나비 만들 수 있어!”

 

 정원에는 소하가 만들어낸 나비가 붉은 날개를 뽐내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날갯짓을 할 때마다 화르륵, 불길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소하의 엄마가 그 위태로운 불을 보고는 황급히 달려왔다. 안 돼. 너무 빨랐다. 소하의 나이는 고작 4살이었다.

 

 “소하야, 그만.”

 

 “왜? 이뻐요! 그리고 따뜻해.”

 

 엄마가 소하의 손을 꾹 잡아 눌렀다. 불나비가 수그러들었다가 소하가 손을 빼내려 용을 쓰자 다시 힘을 얻어 퍼덕였다.

 

 “소하야 이건 위험한 거라고 했잖아. 소하랑 엄마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야. 다른 사람들은 닿으면 뜨겁고 아파.”

 

 “뜨거운 게 왜 아픈데?”

 

 소하는 당시 뜨겁다는 개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따뜻함까지는 알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소하에게 불은 엄마 품과 비슷한 온도였다. 자신에게 기분이 좋은 온도였다. 이 상냥하고 다정한 온도가 어떻게 사람을 아프게 할 수 있지.

 엄마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 또한 그녀의 딸과 똑같은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딸을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빨리 알아들을 수 있을지 초조해졌다.

 그녀는 딸에게 잠깐 기다리고 있어라, 이른 뒤에 집에 들어가서 얼음을 챙겨 나왔다.

 

 “소하야 불을 쓰지 말고 얼음을 꼭 쥐고 있는거야.”

 

 “응.”

 

 소하의 작은 손에는 정육각형 얼음 하나가 올라갔다. 어린 아이 특유의 높은 체온인지, 아니면 소하의 체온이 높은 탓인지 얼음이 빠르게 녹았다.

 

 “엄마, 손 시려워요.”

 

 “그래도 놓지 말고 더 잡고 있어.”

 

 “차가운데. 아, 아!”

 

 소하가 얼음을 떨어뜨리고는 얼른 손바닥 위에 불을 피웠다.

 

 “아파!”

 

 “다른 사람들도 불을 만질 때에 많이 아파.”

 

 “거짓말! 불은 안 아파요! 얼음은 나를 아프게 해. 얼음이 나쁜 거야.”

 

 “진짜야. 불도 똑같이 아파. 얼음이랑 불은 사람들을 똑같이 아프게 하는 거야.”

 

 그녀는 소하가 피어올린 불꽃 위에 꽃 한 송이를 가져다 댔다. 불이 꽃잎으로 옮겨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 곧 꽃은 재가 되어 사라진다. 재마저 바람에 날아가 버리면, 꽃이 있었다는 사실마저 없어진 것처럼 존재가 지워진다.

 

 “소하야, 불은 모든 걸 사라지게 해.”

 

 소하의 눈동자가 꽃이 사라진 불꽃 중간에 박혔다.

 

 “꽃은 사라지면서 어땠을까?”

 

 “모르겠어요.”

 

 “꽃은 슬펐을 거야. 사라지고 싶지 않아서.”

 

 “근데 내가 사라지게 했어요?”

 

 소하가 슬픈 눈으로 쳐다봤다. 선뜻 맞아, 라고 해야 할지 조금 더 돌려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말을 고르는 사이 아이는 불꽃을 죽였다.

 

 “꽃은 내가 사라지게 해서 슬펐어요.”

 

 소하를 따라 침울해지는 엄마의 얼굴이 몽롱하게 일그러졌다. 정원도 중간에서 회오리를 만든 것처럼 일그러지더니 점점 더 사라져간다. 아니, 불꽃에 잡아먹히고 있다.

 눈 앞이 캄캄해진다.

 

 “주소하씨.”

 

 그 뒤로 소하는 불나비를 아주 가끔 꺼내보았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때, 공중에 높이 띄워, 그 무엇도 닿지 않는 곳에서.

 

 “주소하씨!”

 

 “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머리를 들자 위에 딱딱한 판자에 정수리를 거하게 부딪혔다.

 

 “아악!”

 

 정수리를 움켜쥔다. 정수리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 목뼈도, 아니 온 몸의 뼈가 소리를 지른다. 쭈그린 상태로 몇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괜찮아요?”

 

 황이연이었다.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순직 신고를 해달라던 어처구니없는 남자. 남자의 주위에는 아직도 소하가 만들어주었던 불덩이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소하가 아픈 정수리를 문지르며 손짓을 하자 모두 사라져 버렸다.

 

 “아, 고마웠어요. 소하씨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습니다.”

 

 “네, 그것 참 다행이네... 이게 아니라! 건물 안 무너져요? 여기 있어도 괜찮아요?”

 

 “상층부만 조금 무너졌지, 여기는 괜찮아요. 그냥 걸어내려가면 돼요. 아! 화제는 아직 다 진압을 못한 것 같던데 혹시 좀 도와줄래요?”

 

 “아... 그게...”

 

 소하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잘 숨겨왔다고 생각한 능력을 들킨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쾅거리는데 이 남자는 지금 더 도와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저 정말 특별사면 맞아요? 제가 숨기려고 작정하고 숨긴 게 아니라요...”

 

 숨기려고 작정하고 숨긴 거 맞았다. 변명을 쥐어짜내려고 해도 그럴 듯한 말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특별사면이 맞긴 한데...”

 

 “한데?”

 

 이연이 말을 흐리자 소하는 불안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조건이 있습니다.”

 

 “아아아아아! 이럴 줄 알았어! 역시 특별사면이고 뭐고 다 거짓말이죠? 나 이제 잡혀가요?”

 

 “아니요, 저기. 진정 좀...”

 

 “그럼 뭔데요. 잡혀가는 거 말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어요!”

 

 “특능자시잖아요.”

 

 “예?”

 

 “특수능력자요.”

 

 “아니, 지금 그걸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니거든요?”

 

 “특능부로 들어오라십니다.”

 

 “네에??”

 

 소하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 질렀다. 이연은 부드럽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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