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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도대체 죽질않아!
작가 : JasonJK
작품등록일 : 2017.7.13

8월 열대야의 밤.
창백한 LED 전등 아래 마주한 것은 103년 전의 홍련에 눈동자.
사지가 부러져 퇴물이 되버린 나에게 어느날 6대 살성중 한명, 걸어다니는 재앙이라 불리는 투신이 스며든다.
빠른 속도, 많은 경험, 뛰어난 기술, 모든 것을 압살해버리는 압도적인 힘으로..!!

 
파국의 거짓말은 언제나 소소한 것부터 (1)
작성일 : 17-07-16 20:39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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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녀는 평범한 무인이 아니었다.

 자그만치 6대 교단의 세력 중에 순수한 무력으로 지존의 자리를 차지한 바로 그, 살성이었다.

 끼익, 하며 현관문이 열리는 것을 내가 황망히 쳐다보는 그 찰나 그녀는 번개같이 거미처럼 사지를 숙였다.

 

 파팟

 

 풀벌레가 뛰는 듯, 성인의 체구가 뛰는 것이라곤 믿을 수 없을정도의 작은 소음과 함께 그녀의 신형은 어둠속으로 스며들듯이 사라졌다.

 

 "도련님...?"

 

 교수는 현관문을 반쯤 열다 말고 정원에 서있는 나를 바라보며 멍히 중얼거렸다.

 

 "아, 교수님. 제가 좀 늦...었죠? 하하."

 

 교수는 눈을 꿈뻑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초토화 된 정원과 함께 그 가운데에 서서 멋쩍은 웃음을 짓는 내가 보이리라.

 

 "이...게?"

 "아, 그러니까 그게. 그러니까."

 "설마, 도련님이 그랬습니까?"

 

 망했다.

 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교수의 입술은 퍼런색으로 변했고 그의 손은 푸들푸들떨리고 있었다.

 

 "....아."

 

 현관문의 전등으로부터 비춰진 집의 벽면에 푸른 청의를 펄럭이며 은발의 그녀가 움직이는것이 보였다.

 그녀는 교수의 머리 위 창틀에 매달려서는 연신 나를 향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그게...."

 

 평생 흘릴 식은땀을 한번에 흘리는 것 같았다.

 원망스럽게 그녀를 쏘아보았다.

 눈이 마주친 그녀는 비단결같은 은색머리를 흩날리며 눈썹을 팔八자로 만들며 미안하다고 입모양을 만들었다.

 

 "제가 수...술을, 그렇지. 술을 마셨어요!!"

 

 나는 뻣뻣하게 굳어 되는데로 지껄였다.

 

 "술이요?"

 "예, 술!! 술술! 그 오늘 첫날 등교였잖아요? 저도 정말 걱정 많이 했는데 아이들이 그래도 저를 반겨주더라고요! 그래서 애들이 술을 사줬어요! 저 평소에 술 안마시는 거 알잖아요, 하하. 오랜만에 마셨더니 이런 주사가."

 "도련님은 주사 없지 않습니까."

 "생기더라고요! 나이를 먹으니!"

 "생겼다?"

 "하..하하! 막 속에 쌓인게 많다보니!"

 

 괜스레 발 밑에 있는 분재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빠각

 

 대리석인걸 잊었다.

 발 끝이 박살나는 것 같았다.

 

 "도련님, 그렇다고 제 눈앞에서 이미 부서진 분재를 재차 부시는 것은."

 "아, 그러니까. 제 주사가 이렇다는 거죠! 앞으로 조심해야 할거 같아요."

 "흐음....뭐 주사야 그렇다 치고 도련님께 친구가 생긴 것은 정말 기뻐할 일이긴 한데...."

 

 교수는 안경을 고쳐쓰며 턱을 매만졌다. 그의 날카로운 눈이 나를 스캔하듯이 훑었다.

 

 "도련님. 그 친구들이 술을 사줬다면 말입니다."

 "예. 교수님."

 "그 친구들 중에 가장 친한 친구 이름 하나 좀 이 교수한테 가르쳐 주실수 있겠습니까? 도련님의 첫 친구 이름 하나쯤은 알면 정말 좋을꺼 같군요. 나중에 저희 집에 초대도 하고 말이죠."

 

 머리에서 식은땀이 분수처럼 흐른다.

 이미 교수의 눈빛은 내 거짓말을 꿰뚫고 있다는 듯이 영롱히 빛나고 있었다.

 애초에 어렸을때부터 함께 살아왔던 부모님 그 이상의 존재이다.

 나의 당황스러움을 눈치 못챌리 없었다.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렇게 평소에 괴로워하고 은둔 생활에 가깝게 생활하던 내가 주변 사람들이 좀 잘대해준다고 취할정도로 술을 마시고 주사를 부린다고?

 말도 안되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련님?"

 

 황망히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다 우연히, 어둠속에서 이쪽을 초조히 바라보는 아슈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의 흔들리는 동공과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품 속에서 수정을 꺼내는-.

 

 "그건 아니지!!!"

 "예?! 뭐 있습니까?"

 

 교수는 나의 벼락같은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슈나는 나의 소리에 재빠르게 반응하여 단숨에 다시금 어둠속으로 숨어버렸다.

 

 "도련님, 아까부터 정말 이상하신...."

 "유리, 유리요!!"

 

 그 찰나에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단 하나의 이름이 있었다.

 

 "예?"

 "오늘 술 사준 애 이름이. 유리.....예, 유리 였어요!! 아 진짜, 그만 마신다했는데 어찌나 권유하던지."

 

 말하고 나서 나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스스로 믿을 수 없었다.

 이젠 될대로 되라, 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교수는 내가 누굴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고....

 

 "그 학교에 유리...라면, 혹시 레노프 가문의 그 유리를 말하는겁니까? 학생회장?"

 

 교수는 당황스런 표정과 함께 나에게 물었다.

 주제가 바뀌는 그 찰나의 기운을 느끼고 나는 재차 말했다.

 

 "예, 유리 레노프...라고 했어요. 학생회장이고."

 "오오, 도련님. 정말 그 레노프 가의 자제분이 도련님을 챙겨주셨단 말입니까?!'

 

 그 다음 이어지는 교수의 반응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그 학교에서 레노프 가의 영향력은 학생들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합니다. 그 명가의 자제분이 도련님께 술을 사주고 기운을 북돋아 줬다니....!"

 "아...예....예."

 "제가 비록 아침에 태연히 도련님을 보냈지만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도련님께서 나름 내성적인 면도 있거니와 학생들이 도련님을 놀리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 모든게 이 늙은이의 기우였군요."

 "그렇죠...기..기우."

 "저도 한때 명색이 교수였는데 도련님의 친구들께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조만간 주말에 우리 집에 초대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제 제자들에게 연락하여 한번 제대로 파티를 벌이는 것도 좋겠군요."

 "아, 그 정도는 필요 없을꺼예요."

 "왜요?"

 

 나는 짐짓 심사숙고한다는 듯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가 좀 요란한걸 별로 안좋아하더라고요."

 "아.....레노프 가의 자제답지 않게 허래허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정말 이번에 이야기 많이 나누신거 같습니다."

 "예, 덕분에 학교에 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진거 같아요."

 

 교수님, 죄송합니다....

 나는 마음을 찌르는 죄책감에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눈앞의 교수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정원이 이렇게 망가진 것은 더이상 문제가 아니라고 하였다.

 

 "피곤해서 먼저 좀 올라갈께요."

 "정원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젊은 나이에 평소 안마시던 술을 마시면 이정도 쯤이야, 허허허. 이참에 리모델링 새로 하죠. 안 그래도 너무 너저분하다고 느끼던 차였습니다."

 

 나는 입을 꾸욱 다물고는 도망치듯 현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고 잠궜다.

 방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에 나온 그 상태 그대로였다.

 먼지쌓인 트로피, 상장.

 삐걱거리는 마룻바닥.

 책 하나 없이 덩그러니 놓여진 책상.

 그리고 얕은 홑이불과 함께 침대 하나 있는 삭막한 방.

 커다란 창문으로는 푸른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평소의 내 방에 있음을 체감하자 나는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서둘러 창문을 열었다.

 

 파파팟

 

 기다렸다는 듯이 저 멀리 어둠속에서 단 두번만의 도약으로 아슈나가 방으로 들어왔다.

 몸에 철갑 조각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녀의 발이 닿는 마룻바닥에서는 어떠한 삐걱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푸른 달빛 아래에 그녀의 은색 머리가 한박자 늦게 흩날리다가 차분이 가라앉았다.

 그녀는 고요한 홍련의 눈동자를 들어 나를 보았다.

 

 "선대여, 안색이 창백한데, 괜찮아?"

 

 옥구슬이 굴러가는듯, 이 세상이 아닌듯한 목소리.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서.

 

 "내가 괜찮을리가 있겠어...!"

 

 나는 아랫층의 교수님께 들릴까봐 차마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이를 악물며 소리를 삼키며 말했다.

 

 

 "내가 정말 살아 생전 처음으로 교수님께 거짓말을 했다고! 아슈나!"

 "아버님이셔?"

 "아니. 하지만 아버지와 같은 존재야."

 "그럼 아버지와 같은 존재에게 거짓말을 한거야?"

 "그렇지."

 "못된 아들이네."

 "크아악! 내가 누구때문에 그랬는데! 거기서 수정을 왜 뽑아드냐고, 왜, 왜! 이 전투광아!"

 "그때 선대의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암살당하기 직전의 포로를 연상할껄."

 

 태연자약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나는 더이상 할말을 못 찾고 이마를 감쌌다.

 

 "아, 망했어. 교수님이 완전 철썩같이 믿었다고."

 

 아슈나는 그런 나를 향해 조곤조곤 물었다.

 

 "그런데 그 유리라는 레노프 가의 자제분하고는 진짜 아는 사이야?"

 "알리가 있나!"

 "그럼 왜?"

 "그러게요, 제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다시금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슈나는 흠흠,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생각에 빠진듯 방을 왔다갔다했다.

 

 "여기가 그러니까, 선대의 방인거야?"

 

 그녀는 푸른 달빛 아래에서 붉은 안광을 남기며 여기저기 훑어보았다.

 나는 그때서야 아직 불을 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미안. 아직 불을 안켰네. 너무 어둡지?"

 "아니, 불 키지마."

 

 벽의 전등 스위치를 키려는 나를 향해 그녀가 제지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조곤조곤하던 목소리가 차갑고, 날카롭게 바뀐다.

 

 "...아슈나?"

 

 분명 바로 옆에 있는데,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가늘어져 흡사 고양의 눈동자와 같았다.

 아슈나는 천천히 바닥에 몸을 낮추고는 무언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곧이어 바닥을 꼼꼼히 손가락으로 훑으며 무언가를 매만졌다.

 

 "그 청소를 안해서 좀 더러울텐데..."

 

 나는 좀 걱정스럽다는듯이 말했다.

 

 "청소 상태를 보는게 아니야."

 "그럼?"

 

 킁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작은 코를 씰룩이며 공기중에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는 나를 바라보았다.

 달빛 아래에서.

 홍련의 눈동자는 다시금 그때 전장의 눈동자처럼 잔혹하리만큼 차갑게 식어있었다.

 

 "당신.... 나한테 숨기는게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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