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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대마도사로 사는 법
작가 : 볕이드는터
작품등록일 : 2017.7.16

마법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대마도사의 제자!
봉인에서 풀린 마왕에게 찍혀 버렸다?!
"네놈을 찢어 죽여버리겠다!"
위대한 마법사로 오해를 받은 애플의 생존기, 대마도사로 사는 법!

 
1. 마왕 부활(5)
작성일 : 17-07-16 20:42     조회 : 288     추천 : 3     분량 : 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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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도사로 사는 법 005화

 

 

 1. 마왕 부활(5)

 

 

 라즈베리 때문에 생각 없이 일단 창밖으로 발을 뻗긴 했는데…… 이거 뭔가 좀 잘못됐다.

 너무 무서운데?

 게다가 벌써 팔에 힘이 떨어지고 있다. 부들부들 떨리는 게 이거 죽는 거 아냐?

 “미치겠네……. 살려 달라 소리 칠 수도 없고.”

 주륵-

 “끄앍!”

 손아귀가 마침내 한계에 부딪쳐 순간적으로 힘을 빼고 말았다.

 후아, 죽을 뻔했네.

 다행히 조금 미끄러졌을 뿐이다.

 

 [삐빅!]

 

 엥? 뭔가 들어본 소리가 났는데?

 

 [오퍼레이팅 시스템 가동.]

 [사용자의 위기 감지.]

 [레벨 3 추락사 위험 확인. 일시적으로 ‘플레어’의 능력을 개방합니다.]

 

 ……뭐라구요?

 이 누나는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디 사는 누군지 얼굴이라도 좀 보고싶네.

 타닥- 타닥-

 “응?”

 이건 또 뭔 소리야?

 뭔가 튀는 소리가 들린다.

 게다가 좀 타는 냄새가 나는데?

 화아아악!

 “앗 뜨거!”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뜨거움을 느낀 손을 올려다보자 장갑에서 불이 나기 시작하면서 커튼이 타들어가고 있다.

 “…….”

 어이가 없어 보고만 있자 커튼을 타고 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커튼이 기어이 툭 하고 끊어져 버렸다.

 “자, 잠깐……!”

 쉬이이잉-

 쿵!

 “휡뚧넸싮샸!!”

 소리도 제대로 못 낼 정도로 아프다.

 등짝부터 떨어지는 바람에 숨도 제대로 못 쉬겠다.

 다행히 밑에 또 하나의 지붕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세상 하직할 뻔했다.

 “끅…….”

 한동안 그렇게 쓰러져 아무 것도 못 하다 겨우 정신을 차렸다. 등이 여전히 욱신거린다.

 그리고 위를 올려다보자.

 내 방 창문을 통해 검은 연기가 붉은 화염과 함께 피어오르고 있었다.

 “헐, 망했네.”

 불길이 심상치 않은 게 쉽사리 꺼질 것 같지 않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려오는 와중에 장갑끼리 마찰이 되었든가 아니면 잠시 미끄러진 마찰로 인해 불이 나온 모양이다.

 ……이거 생각보다 위험한 물건인데?

 아무튼 저대로 두면 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 타죽을 거다.

 뭔가 도망치라고 알릴 방법은 없을까?

 끼긱-

 “끼긱?”

 콰르르릉-

 “끄아아악! 또냐!”

 “꺄아악!”

 내가 떨어진 지붕이 다시 무너지면서 다시 한번 추락했다.

 이번엔 다행히 그리 크게 아프지 않았는데 메이드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

 난데없이 천장을 뚫고 사람이 떨어지니 엄청 놀란 모양이다.

 “후, 후작님?”

 메이드 누나 B가 날 알아보고 걱정스레 물었다.

 그녀의 부축을 받아 일어났다.

 에잇,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도망치라 하자.

 메이드 누나의 양팔을 꽉 잡고 최대한 급박하게 말했다.

 “성에 불이 났어요! 빨리 대피시켜야 해요! 어서 알람 장치를 울려요!”

 그리고 그녀가 알람을 울리러 가는 사이에 도망치자.

 “부, 불이요?”

 “그래요! 큰 불! 빨리 도망가야 해요!”

 아, 이 누님 참 답답하시네! 빨리 가요! 진짜 큰일 난다구!

 내가 다급히 말하는데도 메이드 누나 B는 꽤 차분했다.

 “소방단에 연락해야겠네요.”

 “아니, 그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대피부터 해야죠!”

 내가 재촉하자 B누나가 싱긋 웃었다.

 “라즈베리 경께서 내일은 출군일이니 모두 퇴근해서 가족과 하루를 보내라 하셨어요. 전 오늘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잠시 들렸으니 지금 성에는 저와 후작님뿐일 거예요. 후작님이 발견하셔서 정말 다행이네요.”

 그녀가 웃으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사람이 없다고?

 그럼 복도에 있던 메이드랑 기사들은 뭐고?

 뭔가 이상한데?

 게다가 출군은 네 명만 하는 거잖아. 성에 있는 기사나 사용인은 왜 다 내보내는 거야?

 “네, 네. 애플 후작님의 본성에 화재 발생하였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우선 후작님부터 모시고 대피…….”

 내가 고민하던 와중 메이드 누나가 성내 통신망을 사용해 소방단에 연락하는 말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렸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근거리 무전기 같은 거다.

 “이럴 때가 아니지.”

 일단 도망치고 보자. 소방단이 오면 불을 끈 뒤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 뻔하다.

 그런 뒤에는 또 라즈베리한테 잡혀 마왕을 잡으러 가자니 뭐니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듣게 될 거다.

 퍼버버벙!

 막 다시 몸을 추스르고 도망가려던 차, 위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뭔가 터진 모양이다.

 

 [‘플레어’가 확살 중입니다.]

 [자동 보호 시스템 가동으로 인해 숙련도가 오르지 않습니다.]

 

 학살? 아니, 뭘 죽이고 있는 거야, 이거. 기사야? 메이드 누나들이야?

 서둘러 밖으로 나오자 성의 상층부가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

 “…….”

 난 장갑을 낀 내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이내 벗었다.

 그러자 빛을 내고 있던 마법진이 사라지며 일반 면 장갑처럼 되었다.

 이거 함부로 끼고 있다간 제명에는 못 살겠는데?

 다시 성을 올려다보자 이젠 아주 벽까지 무너지고 또 요란하게 폭발음이 여럿 울렸다.

 콰과광!

 아……. 진짜 다들 죽었으면 어떡하지? 메이드 누나 말로는 성엔 나밖에 없다고 했는데.

 진짜 불 때문에 죽은 사람이 있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무서워졌다.

 실수라고는 하지만 나 때문에 사람이 불타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도망가자.”

 일단의 목적지는 프루츠 왕국 제2도시 트로피칼.

 나무를 숨기려거든 숲에 가라!

 수도는 날 아는 눈이 많으니 패스하고 트로피칼이 적격이다.

 부지런히 발을 옮겼다.

 

 * * *

 

 “그걸 지금 보고라고 하는 것이냐!”

 붉은 천을 사이에 두고 두 남녀가 거리를 두고 있었다.

 권좌에 앉아 있는 중년은 프루츠 왕국 제1백작 크랜베리 베리. 검붉은 머리카락을 가졌으며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피부가 매우 좋다.

 그 미중년의 주름 하나 없는 얼굴이 분노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면목 없습니다, 아버님.”

 라즈베리가 고개를 숙였다.

 “대체 놈을 놓친 이유가 무엇이냐! 네가 여자나 밝히는 멍청이라 보고하지 않았느냐!”

 “그것이…….”

 라즈베리는 그동안 애플의 행적을 낱낱이 보고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방을 불시에 방문하여 그가 무슨 짓을 하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보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성명 : 애플

 나이 : 22세

 신체 : 왜소. 운동 능력 없음.

 능력 : 10클래스 마도사로 추정되나 마력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재조사 필요.

 성격 : 관찰한 3주 동안 하루의 대부분을 메이드와 함께 있을 정도로 파렴치한. 본인이 싫은 것은 논리 없이 떼쓸 정도로 미성숙함. 이상하고 야한 옷을 만들어 입히고 입는 변태적 취미를 가짐.

 약점 : 오줌 싼 걸 언급하면 멘탈적으로 흔들림.

 종합 평가 : 마왕님께 해가 될 요소라는 평가에 적합하지 않음. 재조사 요망. 시행 중.

 

 크랜베리 백작이 그녀가 올린 보고서를 내던졌다.

 “놈을 혼자 떨어뜨려 암살하려는 계획을 맡겨 달라 한 것은 네가 아니냐! 도대체 3주 동안 무얼 한 것이야! 내가 친히 그 냄새나는 두리안 놈에게 아부까지 떨며 널 꽂아주지 않았더냐!”

 “아, 아버님, 하지만 그는 정말 아무런 능력도 없는…….”

 라즈베리가 변명을 시도하려 했으나 화가 난 크랜베리 백작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오늘 애플 성에 잠입했던 동포 서른이 불에 타 죽었어! 그럼에도 놈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냐!”

 기사와 메이드로 위장했던 상위 마족 30명이 단 한 번의 마법으로 타 죽었다.

 애플이 잠들기만을 기다렸던 그들은 반격 한 번 하지 못하고 모조리 죽고 말았다.

 애플이 잠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을 찾았던 라즈베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가 잠들기까지 시간이 남았다고 판단했다.

 하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단 한 명만으로도 백 명의 기사를 상대할 수 있다는 상위 마족이 무려 서른이나.

 마족 입장으로선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이다.

 “눈은 뭐 하러 달고 있는 것이야! 10클래스의 마도사가 여자나 밝히고 애 같은 성격을 가졌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하, 하면?”

 “당연히 널 속였던 거지! 놈의 연기에 멍청히 속아 넘어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다니! 꼴도 보기 싫다! 당장 나가!”

 크랜베리 백작의 노성에 라즈베리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 뒤 방을 나섰다.

 크랜베리 백작에게 크게 혼이 난 라즈베리는 복도를 지나치며 한 가지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혹시 날 끌어낼 수작일 수도 있잖아요.’

 

 빠득-

 라즈베리가 이를 갈았다. 그 멍청한 얼굴로 자신을 떠본 것이었다.

 ‘용서하지 않겠다, 애플.’

 한편, 딸이 내보낸 크랜베리 백작의 머리는 더욱 지끈거렸다.

 ‘놈은 보통 영악한 놈이 아니야. 마왕님을 방심시키기 위해 스스로 바지에 오줌을 쌀 정도의 녀석이었다.’

 까득-

 크랜베리 백작이 이를 갈았다.

 딸의 보고서엔 애플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상세히 묘사되어 있었다. 비록 딸을 다그치긴 했으나 그것을 본 크랜베리 백작 역시 은근히 애플을 무시하고 있었다.

 “덜 짜인 스타킹이나 입히고 여자를 끼고 논다고 하기에 영락없이 청렴한 스승 때문에 욕구불만인 놈이라 생각했더니……!”

 알고 보니 아주 비열한 놈이다.

 치밀한 녀석이다.

 크랜베리 백작의 계획은 완벽했다.

 남쪽에 동포 몇몇을 보내 소란을 일으켜 애플이 움직일 수밖에 없게 했다.

 그가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못하도록 라즈베리를 시켜 출군일자를 서둘러 잡았으며, 만약을 위해 출군 전날 밤, 드래곤이라도 죽일 수 있는 전력을 투자했다.

 한데, 도무지 어떻게 눈치를 챈 것인지 모르게 당하고 말았다.

 ‘과연 그 대마도사의 제자란 말인가.’

 하물며 만약을 위해 계획했던 2차 작전도 소용이 없어졌다.

 애플이 종적을 감춘 것이다.

 애플이 영지와 영지민의 안위를 아낀다는 점을 이용해 그를 죽일 때 거추장스러운 호위 병력까지 모조리 제거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쾅!

 크랜베리가 권좌를 내려쳤다.

 그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분노로 인해 눈빛이 불타올랐다.

 “좋다, 애플……. 이번엔 내가 패배했다. 하나, 다시는 너의 그 얄팍한 연기에 속지 않을 것이다. 너를 그레이프로 여기며 상대할 것이다. 각오하라. 전 마족이 진심으로 너를 상대할 것이다, 대마도사!”

 크랜베리의 저주가 벼락처럼 내리쳤다.

 

 <마왕 부활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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