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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신의 선물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9

주신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 딸 일레인은 우연히 보게 된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간 남자아이가 아픈 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왠지 눈길이 갔다. 인간 세상을 꿈꾸던 일레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성년식이 다가오는데...

 
16. 글링턴 백작 성
작성일 : 17-07-16 19:17     조회 : 280     추천 : 3     분량 : 3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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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게 무슨…….”

 

 맑은 물웅덩이가 아닌 접착제에 달라붙은 것처럼 둘의 발이 웅덩이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형…. 형님, 발이 움직여지질 않습니다.”

 

 아무리 발에 힘을 주고 밀고 당겨보고 다리에 힘을 주어 봐도 발가락조차 움직여지지 않았다.

 

 당황한 듯 열심히 발을 움직이고 있던 두 남자를 뒤로하고 일레인은 유유히 골목을 빠져나왔다.

 

 “잘했어. 니아.”

 -감사합니다.

 

 칭찬을 받아 행복한 얼굴로 일레인의 주위를 날아다니던 니아는 저 멀리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익숙한 기운을 느끼며 일레인의 머리카락 사이로 몸을 숨겼다.

 

 “일레인, 대체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것이냐?”

 “루카스 님! 죄송해요. 루카스 님을 찾으러 나왔다가 길을 잃어버렸어요.”

 “길을 잃었다고?”

 

 루카스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마을 인원이 300명 내외인 작은 마을이었다. 여관도 두 개밖에 없어 헷갈릴 일도 없고, 상가가 밀집된 큰길을 따라 걷다보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간단한 구조인 마을에서 길을 잃었다는 말에 루카스는 의아한 듯 일레인을 바라보다 그녀의 과거를 떠올리며 저었다.

 

 “다음부터 절대 혼자서 길을 나서지 마라. 그러면 오히려 서로 엇갈릴 수가 있어 찾기 어려우니. 우리가 헤어졌던 장소에서 가만히 날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반드시 널 찾아갈 것이다. 알겠느냐?”

 “네. 루카스 님.”

 

 일레인의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렸다.

 

 “서둘러야 하니 여관으로 돌아가자.”

 “네, 루카스님.”

 

 앞장서서 길을 걷는 루카스의 뒷모습으로 바라보며 일레인은 붉어진 얼굴로 총총거리며 그의 뒤를 따라가는 일레인의 뇌리에는 그녀를 찾아준다는 루카스의 발이 맴돌았다.

 

 루카스가 준비해 놓은 식사를 마치고 여관을 떠난 그들은 하루를 꼬박 달려 해가 질 무렵 백작 영지에 도착했다.

 

 

 영지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의 연락을 받자마자 글링턴 기사단의 부 단장 에드워드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루카스 님,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오시는 겁니까? 집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내가 할 일을 너무 적게 주었나 보군. 다음에는 참고하겠다.”

 “루카스 님. 무슨 무서운 말씀을 하십니까? 그리고 언제 제가 걱정했다고 했습니까? 제가 아니라 집사가 걱정했다고요. 약속하신 날짜가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으신다고 얼마나 안절부절 못하던지. 만나 보시면 아마 아실 겁니다.”

 “에디, 잔소리는 그만 해라. 그나저나 마차는 아직 이냐?”

 

 하루 종일 무리해서 달려온 덕분에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노쇠한 말은 이곳에 맡기고 마차를 준비하라 일러두었다. 말이 아닌 마차를 준비하라 지시한 것은 일레인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아직은 그녀를 다른 이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이기도 했다.

 

 “어디 다치신 것도 아니면서 웬 마차 타령입니까? 그냥 제 말을 타고 가시죠? 집사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시려면 마차보다는 말이 나을 겁니다.”

 

 에드워드가 루카스의 몸 상태를 살펴보더니 제 시종에게 말을 가져오라 이르자 루카스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런 그의 기분을 알아차린 일레인이 그의 위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두 사람의 눈치를 봤다.

 

 “근데 뒤에는 누구입니까? 혼자 돌아오신 게 아니네요?”

 “신경 꺼라.”

 

 망토와 후드에 가려진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에드워드의 앞을 가로막으며 루카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에드는 믿을만한 부하이지 좋은 친구였지만 미인을 밝히는 바람둥이였다. 어린 나이에 백작 기사단의 부단장으로 임명된 그는 뛰어난 검술 실력과 화려한 외모로 영지의 많은 여인을 울린 전적이 있는 그에게 일레인을 소개하고 싶지 않아 경계심을 세우며 날카롭게 말을 내뱉었다.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지? 기사단은 어쩌고?”

 “집사가 루카스님의 문제로 단장님을 찾는 바람에 대신 제가 영지 순찰을 도는 중이었습니다. 루카스 님이 이곳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이리로 온 것입니다. 부하를 보내 성으로 소식을 전했으니 아마 성에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알겠다. 마차는?”

 “죄송합니다. 검문소에 준비된 마차가 없어 영지에 있는 마차대여소에 사람을 보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병사의 말에 루카스가 그걸 왜 이제야 말 하냐고 책망하듯 날카롭게 노려보자 병사가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했다.

 

 “저…….”

 

 루카스의 등 뒤에서 하늘거리듯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같은 공간에 있던 남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쏠렸다.

 그에 뭐가 못마땅한 듯 루카스가 넓은 등으로 그들의 시선을 가리더니 다정하게 물었다.

 

 “왜 그러느냐?”

 “혹시 마차를 고집하시는 게 저 때문이라면 전 괜찮습니다.”

 

 “왜 그러느냐?”

 “혹시 마차를 고집하시는 게 저 때문이라면 전 괜찮습니다.”

 “하지만 괜찮겠느냐? 이미 오랜 시간 말을 타고 달려오느라 힘이 들 터인데.”

 “괜찮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았다. 에디, 좀 전에 네 말을 질려준다 했지? 잘 쓰겠다. 이따 성으로 와서 찾아가라.”

 

 에디는 생전 처음 보는 다정한 버전의 루카스를 보면서 눈과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아니, 이블린과 있을 때와 비슷한가?’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 낯설어 장담할 수는 없으나 이블린을 제외한 그 어떤 여인에게도 관심이 없었던 루카스가 친절을 베푸는 여인에 대한 호기심에 에디가 열심히 그녀를 살폈으나 큰 여행용 망토와 후드로 얼굴과 몸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목소리와 아름답다는 것과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그나저나 루카스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다니…….’

 

 함께 있던 여인이 말에서 떨어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던 그가 제 눈앞에서 여인을 말에 태우고 그 뒤에 함께 말에 오르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 둘이 사라진 방향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루카스가 영지의 검문소를 통과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집사는 그와 함께 있던 기사단장을 대동하고 성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 익숙한 외관의 말 한 마리가 달려오는 모습을 발견한 기사단장 테오가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저것 봐라. 내가 루카스 님이 멀쩡하게 돌아오실 거라 했지”

 

 기사단장의 말에 마틴이 나직이 한숨을 내 쉬었다.

 

 “루카스 님이 뛰어난 기사임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루카스 님이 신이 아닌 이상 언제나 그분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제 몫이겠지요.”

 

 기사단장이나 루카스는 뼛속까지 기사의 긍지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문제는 루카스가 그냥 기사가 아니라 대륙에서 가장 험악한 산세를 자랑하는 얼음산을 소유한 글링턴 백작의 후계자라는 것. 백작의 하나뿐인 후계자이자, 몇 년 전부터 일선에서 물러나 홀연히 사라진 백작의 대신해 백작의 모든 임무를 대행하는 지금 마틴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그의 안전이었다. 비록 제 주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루카스 님, 왜 이제야….”

 그들의 앞에서 말을 세우는 루카스를 향해 입을 열었던 마틴은 루카스가 말에서 내리자마자 몸을 돌려 말 위에 앉아있는 누군가를 안아 땅에 내려놓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저도 모르게 놀라 입을 벌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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