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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포저(The Pauser)
작가 : 송지음
작품등록일 : 2017.6.1

[범죄·추리·미스터리·판타지·로맨스]
일시 정지된 시공간, 멈춰진 세상에서 범죄의 비밀을 쫓는다.
시간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현이우. 특수범죄사무국의 영업팀 김수호.
이우에게 도착하는 의문의 메시지로 인해 스치게 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과 시즌별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 사건들.
각 사건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범죄조직의 최종 목표를 파헤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서로를 위한 헌신과 희생.
수호의 헌신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깨워가는 이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즌제 소설.

 
{ 더 포저 시즌 Ⅳ } 종전일의 기적 ... 10
작성일 : 17-07-16 16:23     조회 : 304     추천 : 3     분량 : 8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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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일 팀입니다. 동탄 교차로 앞. 반송초 방면 차량 이동 중-

 한 팀장의 맥 빠진 목소리였다. 어둠 사이로 이동 중이던 수호는 걸음을 세웠다.

 영업이 잘 안 풀려서인지 휴가기간이라서인지 다들 건성으로 돌아다니고 있는 분위기였다. 자정을 넘겨 영업 닷새째가 되었지만 추정자 한 번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웅이 있었으면 좀 나았을까, 수호는 한숨을 흘리며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오전 1시, 수호는 웃음을 꾹 물었다. 퀴즈 정답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마이크에 대고 낮게 말했다.

 “삼 팀입니다. 식사하고 복귀하겠습니다.”

 -빨리 처먹고 와.-

 수호는 무전기의 전원을 껐다. 기웅에게 배운 땡땡이 기술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웃음을 흘리며 메시지를 작성했다.

 ― 형 잠깐 연락 못 받아. 잘 자고 아침에 잘생긴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끌어안고 뽀뽀하면 형인 줄 알아. ㅋㅋ

 수호는 흐르는 웃음을 물고 잰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영천 교차로 방면으로 향하는 수호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장소에서 혹시 범죄가 발견되면 뒤처리를 끝낸 뒤에 이우에게 슬쩍 말해줄 생각이었다.

 시시한 퀴즈 정도는 수월하게 해결하는 걸 보여주면 이우도 자신을 믿고 메시지를 온전히 맡길 것이다.

 수호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폴더를 열었다. 이우의 낙서를 열어 퀴즈를 다시 확인했다. 낙서 끝에 적힌 제 이름과 그 옆에 자신이 덧붙인 하트 메모에 시선을 세웠다. 실없는 웃음을 흘리다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웃던 얼굴이 가만히 굳어졌다.

 왜 이우의 메시지가 가리키는 장소가 계속 영업구역 안에 있을까.

 선암 도로공사현장, 청담 약방. 그리고 이곳.

 이곳도 설마 이번 포커스의 장소일까. 기웅의 말대로 특범국이 계속 쫓고 있는 조직이 노바디라면.

 수호의 다문 턱에 힘이 꽉 들어갔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우의 메시지는 분명 이전부터 오고 있었다. 자신의 신원노출과 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메시지 발신자는 노바디 조직일까. 그 악랄한 놈들이 이우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고.

 수호는 어둠을 노려보았다. 이 장소까지도 이번 포커스의 범죄현장이라면, 세 번 연속 그렇다면.

 이유가 뭔지 몰라도 노바디가 메시지로 이우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우를 숨겨야 한다. 이우를 만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숨겨야 한다.

 수호는 핸드폰 전원을 끄고 모자를 깊숙이 눌러썼다. 뛰는 가슴을 덤덤하게 내리누르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기웅은 감고 있던 눈을 무심코 떴다. 벽면 모니터를 힐끗 돌아보았다. 문득 눈을 키웠다.

 다급한 눈초리로 모니터들을 훑다가 벌떡 일어났다. 허겁지겁 핸드폰을 들었다.

 “김 대리 어디 갔어요? 아, 영업하죠? 지금? 거기 있죠?”

 -하나씩 물어봐 새끼야. 하지 그럼 안 하냐?-

 “아, 근데 위치맵에…”

 기웅은 말끝을 흐리며 찌푸려진 이마를 짚었다.

 -니 개새끼 밥 처먹으러 갔어. 아픈 새끼가 별게 다 궁금하다. 오밤중에.-

 “아… 네 알겠습니다.”

 기웅은 수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길어지던 신호음 끝에 전원오프 안내 메시지가 흘렀다. 핸드폰 액정을 잠시 쳐다보다가 책상 위 수화기를 집어 내선을 연결했다.

 “특범국 보안폰 하나 위치추적 돌려주세요. 번호 바로 메시지 드릴게요.”

 -아, 특범국 파이어월 오픈 안 했습니다. 지부장님 별도 지시 없으셔서.-

 기웅은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바로 착수하세요. 최대한 빨리요.”

 -아 네, 빠르면 내일 오전 중 오픈입니다. 마무리하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기웅은 수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귀에 붙이며 집무실을 나섰다.

 

 영천 교차로와 오산천 갈래의 중간 즈음에 다다른 수호는 걸음을 세웠다.

 까만 어둠 속에 덩그러니 서 있는 공사장을 노려보았다. 이제 막 삼 층을 올리기 시작한 건물 기초 주변으로 쇠파이프 비계에 붙은 회색 분진망이 너덜너덜 떨어져 바람에 흔들렸다. 이 층의 전면 벽은 발코니인 듯 완전히 뚫려있었다.

 건물 주변으로는 불빛 한 점 없었다. 수호는 총을 빼 들고 조용히 건물을 향해 이동했다.

 이유 없이 불안한 기분에 수호는 할 수 있는 최대한 몸을 낮췄다. 칠흑 같은 어둠에 흐려진 시야 대신 후각과 청각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총을 쥔 손에 힘을 넣으며 일 층 입구를 가리고 있는 분진망을 슬쩍 걷었다. 까만 내부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안으로 한 발짝 내딛는 찰나 뒤쪽에서 담배 냄새를 느낀 수호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이며 몸을 돌렸다. 눈앞으로 날아드는 손을 틀어쥐며 동시에 총을 겨눴다.

 붙들린 손에는 헝겊 쪼가리가 들려있었다. 남자는 놀란 눈으로 수호를 쳐다보았다.

 수호는 총구를 이마에 바짝 붙이며 마주 선 얼굴을 노려보았다. 자료상으론 본 적 없는 얼굴. 노바디 조직원일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

 “손들어.”

 수호가 소곤거리자 남자는 헝겊을 움켜쥔 채 천천히 양손을 들었다.

 “살, 살려주세요. 전. 저 지금, 지갑이 차에.”

 수호는 남자를 빤히 쏘아보았다.

 “제, 제가 지갑 드릴게요. 차, 차에 있어서.”

 “입 다물어.”

 수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손에 든 거 뭐야.”

 남자는 헝겊을 다급하게 바닥으로 팽개쳤다.

 “아, 이거. 이거 그냥 걸렌데요. 일하러, 온 건데.”

 수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시간에 걸레질을 하러 왔다는 말인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남자가 갑자기 두 손을 내려 맞비비기 시작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저 집에 처자식도 있고. 늙으신, 어머니도, 저, 제가.”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수호가 물끄러미 쏘아보았다. 처음 눈이 마주쳤던 순간 분명히 살기가 있었다. 걸레쪼가리를 무기 휘두르듯 내질렀다.

 바닥에 팽개쳐진 천 조각을 힐끗 본 수호는 총을 겨눈 채 수갑을 꺼내며 말했다.

 “뒤돌아서 엎드리세요. 손들고!”

 남자가 엉거주춤 엎드린 찰나 수호의 귀에 바람소리가 스쳤다. 동시에 목덜미에 따끔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수호는 남자의 뒤통수에 총구를 겨눈 채 뒷덜미를 더듬었다.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씨발! 지금 쏘면 난 뒤지냐!”

 수호는 손에 잡히는 것을 잡아 뺐다. 마취총 용 주사기였다. 후두둑 연이어 바람소리가 날아들었다.

 타격의 위치들을 느낄 틈도 없이 전신으로 마취촉이 꽂혔다. 몸을 일으킨 남자가 정신없이 뛰며 고함을 내질렀다.

 “총 찼다고 왜 말 안 했어! 이 씨발.”

 수호가 남자의 허벅지를 조준했다. 탕! 총성에 겹쳐진 요란한 비명과 함께 남자가 쓰러졌다.

 수호는 얼굴과 목덜미를 더듬으며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다. 손에 잡히는 대로 마취촉을 뽑아냈다. 허벅지를 더듬어 주사기를 잡아 뺐다. 뭔가가 꽂힌 등허리 쪽으로 팔을 돌려 더듬었다. 잡히지 않았다.

 두려움인지 긴장인지 모를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문득 인기척을 느꼈다. 구석에 등을 바짝 붙이고 총을 단단히 쥐었다. 가만히 숨을 죽이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청각을 곤두세웠다. 둘, 셋. 혹은 그 이상….

 문득 정신이 흐려진 것을 느낀 수호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눈앞의 어둠을 향해 총구를 세워 들고 흔들리는 팔목을 받쳤다.

 목덜미에 뭔가 또 꽂힌 것을 느낀 수호는 감겼던 눈을 부릅떴다. 어둠을 향해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탕! 탕! 탕!

 으악! 헉! 아 씨발! 정신없이 터져 나오는 비명들이 수호의 귀에는 공명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수호는 거칠어진 호흡을 내뱉었다. 이우를 이런 곳으로 불러들인 새끼들. 오늘 다 죽여 버리고 간다.

 목덜미를 더듬으며 자리에 주저앉은 수호는 마취촉을 잡아 뺐다. 어둠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울음 섞인 신음이 멀어지더니 곧 조용해졌다.

 부릅뜬 눈이 자꾸 감겼다. 총을 틀어쥔 손아귀에 힘을 바짝 넣었다.

 눈이 까무룩 감기는 순간, 총을 쥔 손목 위로 쇠파이프가 힘껏 내리쳐졌다. 총을 놓친 수호는 엉겁결에 손목을 감싸 쥐었다. 어깨로 또 한 번 쇠파이프가 날아들며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에이 씨발 새끼.”

 쓰러진 몸 위로 발길질이 정신없이 날아들었다.

 “씨발, 씨발. 개새끼. 씨발 새끼.”

 “죽어! 죽어! 이 썅 씨발놈.”

 분에 못 이긴 남자들이 발길질마다 욕지거리를 뱉었다.

 명치에 누군가의 발끝이 있는 힘껏 들어박힌 순간 수호는 억지로 잡고 있던 정신을 놓쳤다.

 

 

 이우는 세탁기를 열었다. 건조된 흉근패드 속옷을 더듬어 만져보다가 드라이기를 가져다 켰다.

 덜 마른 부분을 한참 말리다가 벽시계를 돌아보았다. 오전 2시 5분.

 속옷을 접어 가방에 챙겨 넣으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음에도 식은땀이 났다.

 심란한 한숨이 흘렀다. 집에도 한동안 가지 못할 수준의 심각한 문제가 생긴 거라면, 수호와 한동안은 계속 같이 지내게 될까.

 가려야 하는 불편함은 수호가 없는 사이를 틈타 어느 정도 가리고 있긴 하지만, 계속 숨기기는 쉽지 않을 텐데.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다면 더 미루지 말고 지금이라도 말해줘야 할까.

 한동안 함께 지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도리어 더 철저히 숨기는 게 옳을까.

 알고 나면 같이 지내기 불편해질 수도 있다. 하필 이런 타이밍에 털어놓는 건, 여러모로 민망하고 어색해지겠지.

 이우는 괜히 뜨거워진 얼굴을 비비며 침대 위로 벌렁 드러누웠다. 머리맡을 더듬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 김수호 : 형 잠깐 연락 못 받아. 잘 자고 아침에 잘생긴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끌어안고 뽀뽀하면 형인 줄 알아. ㅋㅋ

 확인했던 메시지를 다시 읽는 얼굴에 웃음이 떴다. 이내 걱정스러운 한숨을 흘렸다.

 자정이 넘어 걸려왔던 기웅의 전화 이후로 이우는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왜 기웅까지 전화를 했을까. 정말 자신의 신변에 심각한 위험이 감지된 걸까. 그래서 수호도 기웅도 이렇게 긴장하고 걱정하는 걸까. 경호원까지 붙여주고.

 핸드폰 안의 날짜에 무심코 시선이 닿자 이우는 문득 멍해졌다.

 날짜가 바뀌어 8월 15일. 세계 2차 대전의 종결일. 광복절. 새벽 두 시.

 이우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기웅은 왜 갑자기 메시지를 풀었냐고 물었을까.

 백팩을 뒤져 필기구를 꺼내 든 이우는 기억을 더듬어 메모했다.

 광복절 오늘. 새벽 2시, 현재 시각은 2시 10분.

 반석m, brook, crs. 크로스 일까. 개울가의 교차점.

 두 번째 메시지는, oth ranks. kl. kohnshell. 기억이 정확할까. ranks 계급. oth.. other일까. 콘쉘. 쉘, 껍데기일까. 아니면 프로그램 용어인 쉘 명령어 sh를 말할까. 콘쉘.

 불쑥 울린 메시지 알림음에 이우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부터 환하게 키우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낯선 발신번호였다.

 ― ** : 문제 풀었어? 1번 문제 힌트 줄까? 일시-지금 당장. 장소-경기 동탄 반석산 공원 내 영천 교차로 공사현장.

 메시지를 끝까지 읽기도 전에 이우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불쾌하다.

 찾지 못하니 그냥 알려준다.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가 맞는 걸까.

 불쑥 이어진 메시지에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이 움찔 떨렸다.

 ― ** : 기분이다. 2번도 힌트 줄게. OthRanks kill KohnSHell. 이건 쉽지?

 이우는 메시지를 물끄러미 보았다. 이전에 받았던 것과 어딘가 달랐다.

 중간 단어, kl이 아니라 kill. 죽인다.

 이우는 불쾌한 기분을 떨치며 메시지 내용을 찬찬히 보았다. 이전엔 없던 대문자들이 눈에 띄었다. OR kill KSH. 아니면 죽인다. KSH를.

 이우의 입이 멍하게 벌어진 순간 메시지가 또 들어왔다. 첨부된 동영상 파일 아이콘을 이우는 물끄러미 노려보았다. 불안에 떨리는 손으로 파일을 터치했다.

 팬티만 걸친 채 바닥에 쓰러져있는 몸으로 카메라 앵글이 가까워졌다. 심하게 터져있는 얼굴의 벌어진 입에서 피가 벌창이 된 침이 흘렀다.

 앵글이 터진 얼굴과 몸의 피멍을 천천히 훑으며 이동했다. 카메라가 조금 멀어지더니 누군가의 발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늘어진 몸은 죽은 듯 미동이 없었다.

 앵글 밖으로 잠깐 나갔던 발끝이 배를 힘껏 걷어찼다. 컥, 신음을 뱉으며 웅크리는 수호의 몸을 마지막으로 재생이 끝났다.

 핸드폰을 꽉 쥐고 있는 손이 미친 듯이 떨렸다.

 머릿속에 텅 비워지던 끝에 시야가 하얘졌다. 협박하고 있는 걸까. 왜.

 도움을 주려 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을 했다고. 수호는 무슨 잘못이 있다고.

 얼이 빠져있던 이우는 벌떡 일어섰다. 차 키를 집어 들고 정신없이 뛰었다.

 

 -고객님의 전원이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기웅은 전화를 끊으며 운전 중인 경호팀원을 룸미러로 쳐다보았다.

 “얼마나 남았어요?”

 “아, 이십 분 안쪽 도착 예정입니다. 더 빨리 가보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어둠이 깔린 차창 밖을 잠시 내다보던 기웅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네. 저예요. 조갑선은 지금 어디예요?”

 무전을 받는지 다른 소리를 하는 강 실장을 기웅이 잠시 기다렸다.

 “네?”

 기웅의 표정이 굳었다. 현이우가 급하게 차를 가지고 나가서 뒤를 밟고 있다.

 현이우와 조갑선은 결국 한 패거리인가. 아니면, 통 연락이 안 되는 수호를 찾으러 나가는 걸까.

 “현이우 당장 붙들”

 다급하게 말을 멈춘 기웅은 지그시 입술을 물었다. 현이우가 누구이든, 목적지는 아마 노바디의 장소. 수호가 이미 노바디의 장소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현이우를 밟으면 장소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현이우가 다칠 가능성.

 노바디의 목적은 생포가 확실할까.

 “아니요. 붙들지 마시고, 가드 인원 몇입니까. 일단 밟습니다. 긴장하셔야 돼요. 위급상황 있기 전까지는 노출 안 되게 밟아주세요. 어디로 가는지 누구 만나는지 실시간 무전 하라고 하세요. 조갑선 만날 가능성 있습니다.”

 통화를 마친 기웅은 무전 장치를 꺼내 셔츠 안으로 선을 대충 구겨 넣었다. 마이크를 어깨 붕대 사이로 끼워 넣고 인이어를 귀에 넣으며 차창 밖을 훑었다.

 나지막한 야산을 중앙으로 깨끗하게 정돈된 도시가 먼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 이사는 왜 이렇게 늦냐 씨발.-

 -진짜 다 줄까요?-

 -이 씹 새끼가 누굴 좆밥으로 아나. 애새끼들 셋이나 뒤졌는데 안 주면 그냥 두냐? 나도 안 넘기고 다 죽여 버리면 되지.-

 -근데 이 새끼들 뭔데 이 난리래요?-

 -내가 어떻게 알아 새끼야.-

 수호는 늘어진 몸에 남은 신경을 청각에만 모았다. 남자 둘.

 아마도 노바디 라인. 조 이사를 기다린다. 조 이사는 윗선인가.

 안 넘기고 다 죽인다. 누군가에게 넘길 예정이다. 조 이사라는 놈에게 넘기는 걸까.

 다 죽인다. 자신 말고도 타깃이 더 있다는 말일까.

 휴대폰 진동 소리가 들렸다. 이어지던 대화가 잠잠해지더니 둘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수호는 실눈을 떴다. 퉁퉁 부은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어두운 공간에는 조명 하나 없었다. 인적이 그리 멀지 않은 지점임을 떠올리며 수호는 흐려진 시야를 천천히 깨웠다.

 어둠이 익은 눈으로 내부를 둘러보았다. 사람은 안 보였다.

 일 층은 아니고, 외벽이 있고. 삼 층은 철골뿐이었으니 그렇다면 이 층.

 실내 전체가 통으로 뚫어진 공간에 중앙 기둥 하나. 벽마다 창문, 한쪽 벽은 전체 오픈. 공간 끝에 계단. 삼십오 평에서 사십 평.

 실내를 조용히 훑던 수호는 웅크린 채 누워있는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속옷만 남은 몸 위로 발길질과 몽둥이가 지나간 자리마다 피멍이 물들어있었다. 고통이 전신에 걸쳐 느껴지는 통에 딱히 어디가 아프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등 뒤로 묶인 손을 움직여보았다. 오른손에 힘이 안 들어갔다. 설마 부러졌을까.

 수호는 왼쪽 손목에 힘을 주어 흔들었다. 오른손목의 통증에 이를 악다물었다. 왼손을 바짝 비틀며 묶인 끈을 더듬었다. 공사용 밧줄.

 손가락을 매듭 사이에 욱여넣었다. 있는 힘껏 손가락을 당겨 매듭을 풀었다. 오른손목의 극심한 통증에 몸이 떨렸다. 부러졌다. 확실하다.

 수호는 치미는 분노와 통증을 누르며 입술을 꽉 깨물고 왼손을 빼냈다. 오른팔을 앞으로 돌려 팔목 근처를 가만히 더듬었다. 손목 조금 위로 부러진 뼈가 느껴졌다.

 골절상 아래의 손이 제멋대로 흔들렸다. 손가락 끝을 꽉 꼬집었다. 감각이 있다. 신경은 남았다.

 수호는 부러진 팔을 받쳐 쥐고 조용히 일어섰다. 전면이 뚫린 벽으로 다가갔다. 술에 취한 듯 걸음이 멋대로 흔들렸다.

 뚫린 벽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 보았다. 대략 삼사 미터 사이. 비계가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높이.

 비계 위 디딤판들을 살펴보던 수호는 문득 인상을 구겼다. 부러지려면 왼팔이 부러질 것이지 하필.

 짜증을 누르며 어두운 실내를 슬쩍 돌아보았다. 왼손으로 비계의 봉 하나를 붙들고 디딤판 위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밖으로 두 발을 모두 디딘 순간 소곤거리듯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왔어요 형님!-

 수호는 서둘러 몸을 낮췄다. 팔꿈치로 철판 바닥을 짚고 몸을 바짝 웅크렸다.

 -뭐? 왔어? 현이우 확실해?-

 -네!-

 -빨리 올라가서 끌고 와!-

 잠깐 멍하던 수호의 몸이 갑자기 떨렸다.

 현이우. 현이우가 왔다니.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수호는 비계 위에 엎어진 채 굳어있었다. 이우가 여길 어떻게 알고 왔을까. 메시지를 풀었던 걸까. 저 새끼들은 이우를, 어쩌려는 걸까.

 “아… 형님! 형님! 아 씨발 이 새끼 어디…”

 수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부러진 팔목에 붙은 손이 힘없이 기울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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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8 2017 / 6 / 30 294 3 6328   
31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7 2017 / 6 / 29 276 3 6536   
30 { 더 포저 시즌Ⅲ} 그들의 포커스 ... 6 2017 / 6 / 28 291 3 6688   
29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5 2017 / 6 / 26 332 3 4873   
28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4 2017 / 6 / 25 280 4 5613   
27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3 2017 / 6 / 24 282 4 5819   
26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2 (2) 2017 / 6 / 23 340 5 5239   
25 { 더 포저 시즌 Ⅲ} 그들의 포커스 ... 1 (2) 2017 / 6 / 22 409 5 5234   
24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9(완결) (2) 2017 / 6 / 21 324 5 6978   
23 { 더 포저 시즌 Ⅱ} 아담의 비밀 ... 8 (1) 2017 / 6 / 20 300 5 8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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