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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대
작가 : 장윤봉
작품등록일 : 2017.7.6

여자는 죽어서라도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의 다음 생 끝까지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죽는 그 순간 간절히 빌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게/만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늘은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www_yppah@naver.com

 
그녀의 결심
작성일 : 17-07-16 16:24     조회 : 283     추천 : 2     분량 : 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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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도 오지 않으시니 제가 직접 왔습니다."

 

  무, 무슨 이런 여인이 다 있단 말이냐. 조신하게 기다리는 법도 모ㅈ고, 여기가 어디라고 제 발로 찾아오다니. 정말... 정말 좋구나.

 

 "날.. 기다렸느냐?"

 

 "자주 놀러 오겠다던 분이 안 오시니까요."

 

  새침하게 말했지만 붉어진 볼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지금까지 마냥 당차고 거침없는 모습에 반했다면 오늘은 새초롬한 계집 같은 모습에 또다시 심장을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너를 어쩌면 좋을까. 차라리 내궁(內宮:황제나 황태자의 여인이 거처하는 궁)에 들어앉혀 아무도 보지 못하게 할까.`

 

  하지만 언은 자신의 욕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에겐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그 또한 연극을 하는 소명의 모습 또한 사랑했기에 상상에 그쳐야 했다.

 

  끝도 없이 상승하기만 하는 기분에 어찌할 줄 몰라 하던 태자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아..."

 

 `네가 이러면 나는 어찌 참으라는 것이냐.`

 

  소명은 뒷말을 삼킨 그의 한숨 소리에 괜히 여기까지 왔나,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 이미 나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데 귀찮게 군 것인가.

 

 "허허허, 오늘은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시중 대감."

 "오늘은 저희 집이지요! 대식국에서 아주 귀한 술을 들여왔습니다."

 

  한적하던 태자궁 주변에 오늘따라 왜 이리 행인이 많은 것인지. 태자는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소명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우선 이리 들어와 숨거라. 빨리!!"

 

 "창문으로요?"

 

  창문으로 들어오라는 말에 소명은 당황하면서도 그의 손을 잡고 벽을 디딘 뒤 민첩하게 뛰어올랐다. 언은 안에 들어선 그녀를 창 옆으로 잽싸게 끌어당겼다.

 

  당황한 그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태자에게 안기는 꼴이 돼버린 소명은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특히나 북소리처럼 울리는 이 심장 소리는 자기 것인지 그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들렸다.

 

  하지만 두근거림도 잠시, `왜 숨었지?`라는 의문이 떠오르면서 곧 그녀의 머리가 결론을 내리자 기분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어디든 어떻겠습니까! 시중대감이 자리를 빛내주시는데."

 "아무렴요. 하하하하."

 

  아슬아슬하게 수문하시중과 그의 무리가 태자궁 문전으로 지나갔다. 웃음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태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숨으신 겁니까? 비 전하께... 알려질까 그러십니까?"

 

  위기를 잘 넘겼다 생각했는데 훨씬 가까운 곳에 더 큰 위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뭐? 무슨 소리냐. 그래서 숨은 것이 아니다."

 

  언은 갑자기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듯 반문했지만 이미 심사가 틀어진 소명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따로 용무가 있어 온 것입니다."

 

  어디 여인과 말이나 제대로 섞어본 적이 있나. 연애를 해본 적이 있나. 경험 없고 무지한 언은 지금껏 웃어주던 그녀가 왜 갑자기 토라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용무? 그러고 보니 황궁엔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

 

  영문을 알 수 없는 그는 무작정 문을 열고 나서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물을 뿐이었다.

 

 "저를 그리도 숨기고 싶어하시는 분이 궁금한 건 왜 이리 많으십니까?"

 

  삐쳤다. 삐쳐도 단단히 삐친 것이다. 그의 누이가 이렇게 삐쳐선 달포 동안 말도 섞지 않으려 한 적이 있었다. 선례를 생각했을 때 태자가 지금 처한 상황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숨으라 한 것은 비 때문이 아니다. 그건 다...!"

 

  다 널 지키기 위한 것이다. 네가 내게 어떤 사람인지 저들이 안다면 위험해진단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말을 할 순 없었다. 아직 제대로 연모한다, 말도 못 꺼내봤는데 내 감정 때문에 네가 위험해질 거란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다, 뭐요?"

 

  그가 말문이 막힌 사이 멈춰선 소명이 대답을 재촉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소명은 눈썹의 끝이 더 치켜 올라갔다. 결국, 기다리던 답이 나오지 않자 다시 뒤돌아 한층 더 커진 보폭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어찌 들어온 것이냐 묻질 않았느냐!"

 

  더 이상 쫓아올 자격도 없는 것 같은데 그는 뻔뻔하게도 다시 졸졸 쫓아오며 말을 돌렸다. 그러나 방금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소명도 입을 꽉 닫았고, 언은 그녀가 향하는 곳이 어딘지 뒤늦게 깨닫고 급히 멈춰 섰다.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다행히 태자비궁 앞에 있던 궁인들은 그를 보지 못했지만, 소명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 태자를 곁눈질로 보고 표정을 굳혔다.

 

  한 달이나 연통 한 번 없었을 때 깨달았어야 했다. 일국의 태자 전하와 서로 같은 마음을 가졌다, 그리 생각하다니. 별을 보고 욕심에 눈이 멀어 취하려 한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이냐. 결국... 짚신도 다 제 짝이 있는 것을.

 

 "스승, 오셨소!"

 

  여희의 얼굴과 마주하자 문득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이렇게 저만 바라봐주는 조강지처가 있는데, 나한테 그런 오해를 하게 만들다니! 이거 순 날강도 아닌가.

 

 "비 전하, 그 놈팡이가 대체 어디가 좋으신 겁니까?"

 

 

 

  너도 내 지아비에 대한 소문을 들은 것이냐, 라는 멋쩍은 웃음과 시작한 소위 `남편 욕 더하기 은근한 자랑`은 거의 대서사시 수준이었다.

 

  어린 나이에 궁에 들어온 것만도 서러운데 신랑은 신방에 들어오지도 않고, 국혼날 이후론 얼굴도 제대로 못 본데다가 웃전에 문안 인사도 따로, 식사도 따로, 잠자리도 따로(이 대목에서 여희는 눈물을 글썽였다.), 님을 봐야 뽕도 딸 것인데 이러니 웃전들이 기대하는 후사가 생기기는커녕 여희를 항상 가엾게 여기는 노상궁이 승은을 입어 용종을 잉태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그래도 그녀가 유일하게 위안으로 삼는 것은 지아비가 다른 여인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순진한 비 전하. 안 주는 것이 아니라 안 들키는 것입니다.`

 

  소명은 자신에게 혀에 꿀 바른 듯이 감언이설을 내뱉던 태자를 떠올리며 말을 삼켰다.

 

  한참을 자신이 얼마나 지아비에게 외면받고 살았는지 한탄하던 여희는 소명이 자신을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래도 전하께선 표현이 서툴러 그렇지, 참으로 다정하신 분이라네. 내 생일 때 매번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주시는 데다가 가끔 후원에서 산책하다 내 생각이 났다며 꽃을 보내기도 하신다네."

 

  꿈을 꾸는 듯 몽환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여희의 시선이 한편에 있던 화병에 가닿았다. 거기엔 대체 언제 보낸 것인지 말라 비틀어지다 못해 썩어가려고 준비 중인 정체를 알 수 없는 꽃 한 송이가 꽂혀있었다.

 

  그조차도 받아보지 못한 소명의 눈에는 불꽃이 튀었다. (사실 선물이나 꽃은 모두 태자궁의 환관, 동지가 태자 내외의 사이가 나아지길 바라면서 태자인 척 보낸 것이었지만 소명이 그것을 알 리 없었다.)

 

 "좋으...시겠네요."

 

  그리고 질투와 친구나 다름없는 부러움이 뒤따랐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 태자가 내민 꽃을 받은 것은 여희가 아닌 소명이었다. 그 한숨이 절로 나오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한숨? 그래, 한숨을 쉬었다. 그놈이 내 얼굴을 보고 한숨을 쉬었어.

 

  사랑에 빠진 소명과 전투적인 소명이 그녀의 안에서 다투며 태자를 세상 제일 미남으로 포장했다가, 잔뜩 얻어터진 묵사발로 만들었다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질투가 난다 해서 화를 낼 수도, 부럽다고 대놓고 너무 부러워할 수도 없는 것이 그녀의 처지였다.

 

  좋으시겠네요, 라는 말에 신난 여희는 한참을 자신이 지금까지 태자에게 받은 선물이니, 이름 모를 꽃이니, 열심히 자랑을 해대었다. 그러다 창밖에 노을이 지는 것을 보고서야 소명을 놓아주었다.

 

  이게 아닌데... 분명 태자비의 청을 거절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건만 결국 거절의 `거`자도 꺼내지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내일 오라는 말까지 들었다!

 

  소명은 이렇게 내색 못 하고, 망설이고, 속내를 숨길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니 지금 이러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 답답하고 한심했다.

 

 "하아... 기왕 온 김에 정하랑 같이 들어갈까."

 

  터덜터덜 궁 밖을 나서려던 소명은 개경에 온 후로 석안의 제안에 태의감에서 의학을 배우고 있는 정하가 문득 생각났다.

 

 "누님!"

 

  마침 퇴궐하려던 차에 소명을 발견한 정하가 멀리서부터 해맑게 외치며 달려왔다.

 

 "절 기다리신 겁니까?"

 

 "볼일이 있어 왔다가 너도 끝날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정하는 그녀의 착잡한 속을 알아채지 못한 채 그저 오랜만에 누님과 단둘이라는 생각에 싱글벙글했다.

 

 "정하야, 너는 만약 정인이 있는 여인을 마음에 품게 된다면 어찌할 것이냐?"

 

  처음으로 소명의 입에서 이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정하는 이때다, 싶었는지 자신의 사내다움을 보여주려 머리를 굴렸다.

 

 "그 정인보다 저를 더 좋아하게 만들 겁니다! 저는 자신 있습니다!"

 

 "그렇지. 그게 나다운 것이지."

 

  이제 누님도 나를 좀 달리 보시겠지, 했건만 그녀는 그 말을 듣고 뭔가 결심한 사람처럼 가던 길을 멈춰 섰다.

 

 "넌 먼저 마을에 가있거라. 깜박 잊은 일이 생각났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정하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왔던 길을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갔다.

 

  정하의 말 덕분에 그녀는 도적의 가랑이 사이로 화살을 날리고, 태자의 면상에 팥을 뿌리던 `상스럽기 그지없는` 소명으로 돌아왔다.

 

  소명은 여희처럼 지아비가 언젠가 자신을 봐주길 기다리는 꽃 같은 여인이 아니었다. 훨씬 진취적이고 다소 위협적이며 활동적인 벌에 가까웠다.

 

  님은 나에 대한 마음이 식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님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님이 다시 나를 돌아보게 하면 된다. 그것이 단순하고 명료한 그녀의 계산이었다.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계산법이지만.)

 

  나는 교태 부리는 법도 모르고, 비 전하처럼 오매불망 기다리는 법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가진 남자다움으로 승부를 본다.

 

  끝내 결심한 그녀는 한 달 전 만났던 사내를 찾아갔다.

 

 "폐하께서 하신 청, 아직 유효한 것이옵니까."

 

 

 

  퇴궐하는 길, 형제 감찰어사 중 형인 지석은 아까 문득 생각나 내내 궁금했던 것을 동생에게 물었다. 대답은 생각보다 간결하고 간교했다.

 

 "근데 19년이나 꼭꼭 숨어 지낸 대동성 장군을 어떻게 찾겠다는 거야?"

 "어떻긴 뭐가 어떻게야. 그분 부인은 죽고 딸이 사라졌다잖아."

 "그게 뭐?"

 "장군이 은거했다는 고향에다가 사라진 딸이 개경에 나타났다고 소문을 퍼뜨렸지. 아마 제 발로 나타나실걸?"

 "...천하의 쌍놈. 넌 이제 어디 가서 내 동생이라고 하지도 말아라."

 "아, 왜!"

 "할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지! 19년이나 사라진 딸을 찾아 헤맨 대감이 내 딸 내놓으라고 하면 뭐라 할 것이냐!"

 "찾아주면 될 것 아니오! 진짜 찾아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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