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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최초의 기억
작가 : 루룰루
작품등록일 : 2017.6.6

"난 죽으면 4년 후에 이름 모를 아이로 다시 살게 돼."
9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녀, 소녀를 통해 음모를 파헤치려는 괴짜 청년.
소녀가 잊어버린 최초의 기억을 찾고자 한다.

 
2-4화. The Mischief Makers
작성일 : 17-07-16 16:03     조회 : 376     추천 : 1     분량 : 4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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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지구가 물리적인 움직임 없이 꿈틀거렸다. 지각 속에 꽉 채워진 랜선이 격한 감정을 싣고 하나의 장소로 집결했다. 그것은 그 어떤 자연이나 신이 아닌 인간들이 창조한 태동과도 같다. 온 웹상에 바이러스처럼 퍼진 글은 분노자극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천인공노할 도발적이고 쓰레기 같은 글에 빠르게 반응했다. 욕설은 기본이다. 작성자에 대한 살인예고도 애교에 불과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말들이 2차로 퍼졌다. 분노가 모여 기재된 메일로 직행했고, 관심병이 넘치는 일부 사람은 메일 테러 인증샷으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공권력 없는 사이버수사대가 정의수호를 위해 눈을 부릅떴고, 메일 계정이 전부 '몰도바'와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부 사람들은 몰도바와 샌드백 사진을 합성해서 게시판에 뿌리고 다녔다. 미적지근한 홍차로도 다스릴 수 없는 열기가 내 심장을 흔들었다.

 상황을 확인한 후 읽지도 않은 채 휴지통에 넣은 232조의 메일을 모모에게 몰아 보냈다. 핵 발사 버튼을 누른 것처럼 노트북이 시끄럽게 팬 소음을 내뿜기 시작했다.

 "지금 씨! 이 소리 들려요?"

 어느새 나루의 집 앞에 도착한 아라는 문틈 사이로 액션캠을 붙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 속에서 두려움을 품은 목소리가 꺼질 듯 말 듯 한 촛불처럼 들렸다.

 "모...그래? 무...일이야! ...해봐!"

 나루의 목소리가 모모의 오작동을 알려줬다. 나는 노트북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아라, 지금이 기회야. 어서 문을 두드리면서 구해주러 왔다고 말해."

 아라는 아바타처럼 내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잔잔한 초인종을 계속 손으로 연달아 눌러 비상벨처럼 시끄럽게 울리더니 문을 주먹으로 때리듯이 노크했다.

 "나루 양! 안에 있습니까? 경찰입니다! 어서 열어주세요! 지금 그곳은 매우 위험합니다! 빨리 나오세요! 나루 양! 시간이 없습니다!"

 아라는 수사물이라도 봤는지 어설프게 TV에 나오는 경찰 흉내를 냈다. 배우로서 성공하기 힘든 연기력이었지만, 긴박한 분위기 하나는 잘 조성했다. 화면에 몰두하던 중 갑자기 바깥에서 시끄러운 경적이 길게 울렸다. 창밖으로 오메가타워 인근을 보았으나 아무 일도 없었다.

 "지금 나오고 있어요! 발소리가 들려요!"

 아라는 상황 전달 후 다시 경찰 흉내에 몰입했다. 다시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문손잡이가 덜컥거리며 움직였다.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갑자기 하얀 빛이 카메라에 가득 들어와 섬광탄을 맞은 것처럼 화면이 하얘졌다.

 "경찰 아저씨, 도와주세요! 모, 모모가 이상해요!"

 카메라 초점이 다시 자동으로 맞춰지자 목소리의 주인공이 선명하게 보이려 했다. 카메라에 비친 나루는 전보다 살짝 야위었고 지친 기색이 보였다. 방황하는 나루의 눈이 헬멧에 달린 카메라에 잠시 고정되었다. 렌즈 너머에 있는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 그래. 하지만 지금은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야."

 "안돼요! 모모 버리면 안 돼요! 아저씨 빨리 우리 모모 구해주세요!"

 그때 또다시 바깥에서 같은 경적이 연달아 3번 울렸다. 이유 없이 들리는 경적에 의구심이 생겨 다시 창밖을 보았다. 지상에 주차된 검은 SUV형 자가부상차에서 성인 남성 2명이 재빠르게 타워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자 나의 촉이 반사적으로 내 뇌를 파고들었다. '설마'라는 생각이 입으로 옮겨지는 순간, 나는 노트북에 크게 소리쳤다.

 "도망쳐, 아라! 빨리 나루랑 같이 다시 집에 들어가!"

 아라는 당황했는지 카메라 스피커를 손으로 가렸고, 손가락으로 가려진 틈 사이로 나루의 커다란 눈동자가 보였다.

 "지금이?"

 "무슨 소리예요!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니!"

 메일 전송이 완료되자 곧장 PC 전화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를 노리는 괴한이 있어! 곧 거기로 와! 경찰에 내가 연락할 테니 어서 집으로 들어가서 문 잠가!"

 아라는 내 말을 듣더니 고개를 돌았다. 제트팩 의자 2대가 보호 덮개를 씌운 채 들어오고 있었다. 나와 아라는 동시에 '세상에!'라고 소리쳤다. 곧장 나루를 집 안으로 밀치더니 현관문에 달린 잠금장치를 전부 잠갔다.

 "뭐예요! 저 사람들 다 누구냐고요!"

 "나도 몰라! 어서 거기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

 "100층에서 무슨 탈출 같은 소리예요! 역시 오지 말았어야 했어!"

 아라는 여기저기 카메라를 흔들며 두려움에 떨었다. 그 흔들림 속에 모모가 아무 미동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이윽고 쾅쾅거리며 현관문을 부술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모두 공황 상태에 빠져 저들에게 당할 것이다.

 "나루야! 내 목소리 들리지?"

 나루는 카메라를 보더니 "응, 들려!" 하고 소리쳤다.

 "나루야, 잘 들어! 너는 지금 매우 큰 위험에 처해있어! 거기서 빠져나갈 비상 도구를 알고 있어?"

 "응, 알아. 알기는 하는데..."

 나루가 말을 머뭇거리는 사이에 PC 전화가 설치되었다. 잠깐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액션캠을 음소거 한 후 전화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로그인 창이 뜨자 가입이 필요 없는 112 긴급전화를 눌렀다. 따르릉거리는 짧은 전화기 소리가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네, 광주지구 경찰 정인입니다."

 나는 숨을 한번 가다듬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정인 씨, 위급한 상황입니다. 지금 트뤼포 카페 인근에 있는 오메가타워 '100-2'에 여자아이 한 명이 괴한 둘에게 범죄를 당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신들이 할 수 있는 대로 이 아이를 구해야 해요, 시간이 없습니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내 말에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수화기 너머로 사이렌 소리를 들려줬다.

 "긴급상황 발생! 송정동 오메가 타워 100-2에 거주하는 한 아이가 괴한에게 범죄를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주변 파출소부터 경찰서까지 즉시 협력 요청할 것! 신고자분! 지금 그쪽으로 경찰이 갈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말해줄 수..."

 신고 접수가 확인되자 곧장 프로그램을 꺼버렸다. 절대 신고자가 '나'라는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 나루와의 교신을 경찰에게 곧이곧대로 들려줄 수도 없다. 다시 카메라 화면을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둘 다 살아있어? 어디야?"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루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내 방 이불 속이야. 저번에 보여준 물체 투명화를 작동시키고 경찰 아저씨랑 같이 이불에 숨었어. 다른 사람 눈에는 빈방으로 보일 거야."

 "그러다가 괴한들이 방이라도 헤집으면 어쩌려고! 탈출 도구는?"

 아라는 기침을 몇 번 하더니 나루 대신 말했다.

 "베란다에 긴급 하강 로프가 있었어요. 고강도 탄소 섬유로 만들어져서 끊어질 염려가 없고 허리띠처럼 알맞게 조이면 번지점프처럼 지상까지 내려갈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데?"

 아라는 한 박자 말을 쉬더니 다시 이어 말했다.

 "나루 양이 베란다에 가고 싶지 않대요. 하강 로프를 쓰려니까 모모에 대해 걱정하더니 나중에는 바닥에 드러누워 울부짖기까지 했어요. 그렇게 발광하는 아이는 처음 봤어요."

 나는 아라의 말에 어이가 없어 한 손으로 이마를 받쳤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어서 붙잡고 그거라도 써서 내려와! 나도 그쪽으로 갈 테니까!"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갑작스러운 나루의 괴성에 양쪽 귀를 틀어막았다. 혹여나 이 소란을 주인이 들었을까 싶어 슬쩍 카운터를 보았다. 다행히 주인은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평온히 영화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 아저씨도, 이 아저씨도! 죽을 거야, 죽을 거라고! 우리 아, 아빠, 아빠처럼, 주, 죽을 거야. 아빠처럼 몸, 머리 다 풍선 터지듯이 죽을 거야. 너무 아, 아파 보였어. 불쌍한 우리 아빠. 어, 얼마나 아팠을까. 또 보고 싶지 않아, 또 보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 않다고! 왜, 왜? 그냥 여기, 여기는 안전해! 여기 있으면 안전하다고 했어! 아, 아빠가 만든 거야. 왜 떨어지셨지. 아빠는? 내가 잘못한 걸까? 내가 잘못한 거야. 아빠는, 아빠는, 나 때문에..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커흑...아...싫어! 싫어!"

 "아라, 아무래도 안 되겠어. 어서 힘으로라도 베란다로 나루를 끌고 가. 나도 착륙 지점으로 갈 테니까. 괴한이 언제 문을 부수고 들이닥칠지 몰라. 경찰도 그쪽으로 전부 이동 중이야."

 아라는 알겠다는 말과 함께 격하게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루를 억지로 베란다로 끌고 가려 하자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가게 유리창을 깨뜨릴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앉아 들을 수 없어 노트북 스피커를 음소거했다. 이제 더는 내가 지시할 것이 없다. 아라가 챙긴 백팩에 노트북을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이동했다. 주인은 한가로운 하루를 보낸 표정으로 내 찻값을 계산했다.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뒤돌아 가게 문으로 향했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밀어보니, 열리지 않았다.

 "어?"

 덜컹 거리만 하고 움직이지 않아 고정문인가 싶었다. 옆문도 똑같이 밀어보았지만, 열리지 않았다. 나를 조롱하는듯한 영화 속 웃음소리가 천장을 가득 메웠다. 카운터 뒤에 있는 냉장고가 기류를 눈치챈 것처럼 소음을 그렸다. 그리고 천장이 아닌 바닥에서 차가운 발소리가 들렸다.

 "미안하다, 꼬마야. 널 그냥 함부로 보낼 수 없구나."

 몇 번이나, 몇 차례나 느낀 적이 있다. 항상 인생이란 무조건 올바른 이야기의 구성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걸. 환한 바깥으로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내 뒤꿈치부터 머리까지 덮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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