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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영의 일거리들
작가 : 공공
작품등록일 : 2017.7.14

자신으로 인해 태어난 음영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왕이 된 불쌍한 거짓말쟁이 영... 그로 인해 어지러워진 세상...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영은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 음영들의 말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영이 할 일은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마부
작성일 : 17-07-16 12:46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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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란하다.

 상당히 곤란하다.

 이제까지 돌아다니면서 계획적이진 않더라도 어느정도 기틀은 마련하고 돌아다니던 나였다.

 고모와 지아는 늘 그래왔듯 떠난다고 말하는 내게 이번엔 돈 좀 벌어오라는 압박 아닌 압박을 넣었다.

 경언이 녀석은 술집에서 끌려나갔단 소식 이후로 행방이 묘연하더니 떠나기 전날 내게 와 결혼을 해야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된 일이냐면 그 때 그 자그마한 여자에게 끌려가다가 원래 마부였던 여인과 만나게 됐다는 것이다.

 질질 끌려온 자신을 측은히 여겨 구원해주는 모습에 홀딱 반해서 다짜고짜 청혼을 했다나 뭐라나

 생전 처음 겪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평소 강한 여성을 이상형으로 여겨왔던 자신의 모토가 겹쳐져 일어난 사건이라며 운명적인 만남인거라고 호들갑 떠는 모습을 보면서 얘가 내가 알던 그 놈이 맞나 싶어서 한참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런 경언이 싫지만은 않았는지 마부였던 여인이 마을에 조금 더 남아보겠다는 걸로 봐서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운명적 만남이 평생의 인연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모든 상황이 내가 마부가 돼서 함께 가는 걸로 정리되고 있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만 아주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사실 난 마차를 몰아 본적이 없다.

 다행히 우리 마을은 입구에서 출구까지 다른 길로 접어들지 않으면 일직선으로 쭉 이어져 있기에 마을을 나가는 것까진 큰 문제가 없으리라.

 큰 문제가 없으리라.

 만약에 아주 만약에 어린아이가 길 중간에 우연히 있게된다면 큰 문제가 생길지도...

 그런 불안을 떠안고 마부석에 앉자 말은 자연스럽게 마을 출구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의 천직이 마부였던가?

 "신기한가요?"

 마차 안에서 질문이 날아들었지만 벙찐 상태의 나는 바보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촌구석에 살던 인간이 마차를 몰아봤을리가 없잖아."

 사람 무시하는 기분 나쁜 말에도 나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당연한 말이다.

 

 

 절로 나아가는 마차의 마부석에 앉아있으니 여러 상념들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부터 들렸던 소리들이 들리지 않자 조용히 내게 있었던 일들을 정리 할 수가 있었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시절을 지나 도우미들에게 세상을 배우던 배우미시절 조금 두각을 보였던 나를 도우미들이 자랑하고 다녔었지.

 그러다가 지역의 도우미들을 관장하는 큰 도우미의 귀에 내 소식이 전해져 한 도우미에게 이끌려 큰 도우미를 만난 적이 있었다.

 우리 지역의 큰 도우미는 나라에서도 인정받는 유명한 도우미였다.

 항상 담배를 입에물고 있던 큰 도우미는 나를 보자마자 씩 웃으며 웃기는 놈이라고 말했었다.

 나를 위해선 떠돌아다녀야만 할 것이라면서 도우미에게 큰 일 시키려고 하지말고 대충 가르쳐서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했다.

 나를 데리고갔던 도우미는 당황했지만 큰 도우미의 말을 어길 수가 없음에 정말 대충 가르치고는 알아서 살라고 학교에서 내보낸 것이었다.

 한창 꿈을 키워야 할 나이에 현실로 던져진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른채 집에서 혼자 뭔가를 준비해야만 했다.

 그때 비웃음을 던지던 이질적인 소리들이 조금은 측은히여겨 내게 더 많은 말을 건넸던 걸지도.

 스쳐가는 상념을 뒤로하면 하릴없이 마부석에 앉아있는 내가 있다.

 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건지...

 생각 할수록 어이없는 처지였다.

 

 "나는 여기 있었네

 

  하염없이 흘러갈 시간 속에서 빚어낸 수많은 인연

 

  그 속에 나는 있었네

 

  시간이 지나 모두 나를 잊어버리겠지만

 

  그 속에 내가 있었기에

 

  잊지않은 이들이 있다면 나는 돌아오겠지

 

  잊지않을 이들이 있기에 나는 돌아가겠지"

 

 처량한 신세타령이었다.

 "솔직하시네요."

 살짝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까지 이름도 모른채 있었군요. 제 이름은 성입니다."

 통성명조차 하지않고 함께 길을 떠나고 있었단 걸 깨닫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예정입니다."

 "연정이야."

 그렇군.

 "자매이신가 봅니다."

 비슷한 이름에 같이 다니는 걸 보면 당연히 자매이리라.

 "아닌데요?"

 "네?"

 섣부른 판단이었다.

 하긴 저렇게 예의있는 처자의 동생이 저렇게 제멋대로일리가 없지.

 이또한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상관없다는 생각에 굳이 더 말을 붙이진 않았다.

 "함부로 단정짓지 말라고."

 정말 싸가지가 어디로갔는지 모를 기집애다.

 대체 경언이와 무슨 말을 나눴길래 저런 여자애한테 순순히 질질 끌려간 건지 모르겠다.

 예정은 수수한 옷차림에 단아하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고 예절은 밥말아 먹고 사는 연정은 전형적인 새침떼기 상에 살짝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앞으로 저들과 잘 지내야만 내가 피곤할 일이 없기에 연정이 하는 말에 일일이 토를 달고 싶은걸 꾹 참고만 있다.

 "저기 그런데 도적과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합니다만?"

 당연히 미리 생각했어야 할 일이거늘 정신없이 합류하게 된터라 차마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걱정이 고개를 쳐들었다.

 여인 둘과 평범한 사내 하나가 감당하기에 도적들은 만만한 녀석들이 아니다.

 혼자 돌아다닐 땐 소리들이 넌지시 알려줘 미리 다른 길로 접어들거나 도망칠 수 있었지만 마차를 끌고 여보란 듯 다니는 지금 상황에 도적들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을리 만무하다.

 유명한 마차장수이기에 더없이 표적이되기 쉬우리라.

 법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무법자들에게 유명하다는건 더 돈될거리로 여겨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건 마부가 알아서 하는 일 아니었나?"

 망할.

 만나면 바로 죽자는 말을 저렇게 쉽게 내뱉을 줄이야.

 "그렇게 쉽게 생각 할 일이 아닐텐데요..."

 "알아서하셔야죠."

 타이르듯이 '죽으셔야죠' 하고 말하자 '그렇군요'하고 받아들이면 그게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일리가 없다.

 "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무사하셨던 겁니까?"

 "마부언니가 알아서 했는데?"

 정말 강한 여성이었구나 경언아 부디 평생 잘 보이면서 살아야한다.

 내 걱정만해도 모자랄 판국에 친구 걱정도 해주는걸 보니 나는 정말로 친절한 사람이다.

 어이없는 대화의 마무리에 도적이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차 어디로 뭘하러 가는지 어떻게 물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잠깐!"

 역시나 등장하셨군!

 떨리는 동공으로 쳐다 본 마차를 막아세우려는 사람은 도적이라기엔 너무도 깔끔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실례가되지 않는다면 가진 것을 전부 내놓아 주실 수 있는지요?"

 정말 예의바른 도적이구나!

 "얼마나 가지고 계시죠?"

 잘하면 가진걸 전부 내놓아 주기만해도 그냥 보내줄 수도 있겠다 싶어 속삭인 내 말에 웃음기 섞인 예정의 말이 나를 더 황당하게 만들었다.

 "마부언니에게 이번에 번 돈을 거의 다 줬답니다."

 하하하하하

 우리 목숨을 마을에 두고 온 거였구나! 하하하

 얼른 돌아가야겠다.

 "마을에 두고 온 것이 있어서 죄송하지만 갔다와도 괜찮을까요?"

 "하하 개소리는 작작하시는게 좋을겁니다."

 순간적으로 눈에 살기가 번뜩이는걸 보니 도적님이 맞으셨다.

 이제야 도적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깔끔한 차림새의 도적님에게 무슨 말을 해야 살려주실까?

 "왜 가죽 옷을 걸치지 않으셨는지요?"

 "냄새가나서 바람에 건조하고 있는 중입니다."

 너무나 스마트한 도적님이시다.

 "냄새를 빼기위해선 탈취제라도 뿌리시는게 좋으실텐데요."

 "하하 개소리는 작작하시는게 좋다고 말했을텐데요."

 더 말을 섞으려 했다간 바로 죽이겠단 말이군.

 [귀찮은 파리떼가 몰렸구나]

 반갑다!

 제발 어떻게 해야될지 알려다오!

 [알아서 잘하겠지]

 멀어지면서 들리는 소리에 내 심장박동이 귀에 들릴정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살아야 뭐라도 할텐데 지금까지 뭐 하나 제대로 한게 없어서 이대로 가긴 너무도 억울하단 생각이 들자 뒷목이 뜨끔거리다가 점차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스스로 골로가는건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자조섞인 체념에도 불구하고 뜨거워진 뒷목은 식을 줄을 몰랐다.

 뒷목을 타고 정수리 쪽으로 열기가 가까워지자 시야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솔직하시네요."

 대체 뭐가?

 그저 살아야겠다는 심정밖에 남지 않자 눈 앞에 있는 도적님이 당황하며 일행을 부르기 시작한다.

 "이 새끼 뭐야? 야 다 튀어나와봐!"

 활과 녹이 슨 칼로 무장한 채 가죽 옷을 걸친 도적다운 분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눈이 시뻘겋네."

 "야야 잠깐만!"

 도적들 중에 한명이 다급하게 외칠 때였다.

 붉어졌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가 이번엔 흑백으로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켜."

 길에 올라와있던 도적들이 몽롱해진 눈으로 길옆으로 비키기 시작한다.

 도적들이 비키자 말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길을 따라 마차를 끌고가기 시작했다.

 "제게 필요한 사람이 맞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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