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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리스의 기사
작가 : 박서희
작품등록일 : 2017.7.15

마법과 과학이 뒤엉켜 발전한 1987년의 홍콩.
우연히 내면에 잠든 마법의 재능을 발견한 스코틀랜드의 형사 '리암 로플린'은 UN의 국제수사기관 '팀 에리스'에 초청받아, 동료들과 함께 인류가 알아서는 안 되는 우주 바깥의 힘을 써서 범죄를 저지르려는 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1. 홍콩, 운명의 도시 (6)
작성일 : 17-07-16 11:36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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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피드스타는 급하게 양탄자를 펼쳐 바닥에 깔고는 손을 허공에 대고 그었다. 마법을 거는 손동작이 끝나자 투명한 빛에 휩싸인 양탄자는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래피드스타는 자신의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 양탄자로 뛰어오르며 외쳤다.

 “빨리 올라! 전속력으로 달릴 거니까!”

 “살아생전에 양탄자를 타고 차를 쫓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리암은 중얼거리면서 양탄자에 올랐다. 양탄자의 앞에 탄 래피드스타는 손을 다시 움직였다. 래피드스타의 손에 따르며 양탄자는 무서운 속도로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잠깐!”

 갑자기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양탄자 때문에 리암은 반사적으로 래피드스타를 끌어안았다. 잠깐 움찔거리던 래피드스타는 웃음을 터트렸다.

 “형사님도 겁을 먹는 모양이네?”

 “거, 겁이 아니라 양탄자가 요동치잖아!”

 “뭐 급한 상황만 아니라면 성희롱이라고 놀려댔을 텐데. 상황이 급하니까 한 번은 봐 줄게. 주변에 그 차 보여?”

 그래. 지금 하늘로 떠오른 이유가 그 승합차를 잡으려던 것 때문이었지. 리암은 정신을 집중하려 애쓰면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상가 건물 옥상 높이까지 올라온 양탄자 아래로 자동차들이 마치 장난감처럼 작게 보였다. 이리저리 눈을 돌리던 리암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고가도로 위로 오른 승합차를 발견했다.

 “저기, 저거야!”

 “좋았어! 드디어 슈퍼스타 래피드스타님이 출동할 차례가 왔다!”

 둘 다 스타로 끝나는군. 래피드스타는 범인을 쫓게 된 것이 기쁜 듯 갑자기 속도를 빠르게 올렸다. 갑자기 달려 나가기 시작한 양탄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리암은 래피드스타의 허리를 부러트릴 듯 세게 끌어안았다.

 래피드스타의 머리카락이 리암의 머리에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오자 샴푸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다.

 아니. 이런 데 정신을 기울이면 안 되지. 리암은 일부러 고개를 크게 돌려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양탄자는 승합차의 머리 위까지 바짝 따라 붙은 후였다.

 “고도를 낮출게! 자동차 뒤 번호판 확인해!”

 “확인하라고 해도 말이지.”

 리암은 승합차의 번호판을 보려고 애썼다. 물론 잘 보이지 않았다. 떨어트리면 큰일 나는데. 리암은 한손으로 코트 안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카메라의 줌을 최대로 당기자 번호판이 얼핏 읽을 수 있을 만큼 보였다. 리암은 팔을 아래로 내려 번호판을 촬영하고는 다시 끌어당겼다.

 “정말 폰 떨어트릴 뻔 했네. 일단 임한수에게 보내서 번호판 조회 좀 해 달라고 할게. 팀 에리스에서도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아마 가능할 걸. 안 된다고 하더라도 경찰에다 보내주면 어떻게든 되겠지.”

 래피드스타가 말했다.

 빨리 도움을 구하자. 리암은 임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래피드스타는 그 사이 다시 양탄자의 고도를 높였다. 양탄자가 높이 떠오르는 사이 임한수의 늘어진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납니다.”

 “형사님?”

 “도와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수화기를 통해 허탈한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근무 시간 방금 끝났는데요. 데보라 씨도 벌써 퇴근했다고요.”

 “오래 걸리는 거 아니에요. 좀 도와주세요.”

 래피드스타가 말했다. “차가 고가도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어. 아직 정보 얻은 거 없어?”

 나도 노력하고 있다고. 리암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납치 사건의 범인들을 발견한 걸지도 모른다고요.”

 “그러면 내일 아침에 처리해 드릴게요.”

 임한수는 귀찮음을 숨기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지금은 한 시가 급한 상황이란 말이야. 리암은 무심코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당장 해 주셔야 해요! 우리가 그 차를 쫓고 있는 중이라고요!”

 “흐음……,”

 래피드스타가 말했다. “둘이 만담 하는 거야?”

 “넌 입 다물고 차나 잘 쫓아. 들키지 않게 고도 잘 조절하고.”

 잠시 고민하던 임한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추가 수당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퇴근 시간 끝나면 전화 걸지 마세요. 데보라님은 근무 시간 딱 끝나면 아무런 터치도 안 했는데…….”

 데보라는 데보라고 나는 나라고. 리암은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차분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면 문자메시지로 자동차 번호판 사진을 보내 줄 테니까 최대한 빨리 조사해 줘요.”

 “알겠습니다.”

 임한수는 곧장 전화를 끊었다. 래피드스타는 두 사람의 전화가 끝나자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사님은 동료들에게 신망이 없는 모양이네.”

 “입 다물고 차나 잘 쫓으시지.”

 “내 허리에 그렇게 딱 달라붙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주제에 무서운 체 해도 하나도 겁 안 나는 거 알아?” 래피드스타는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일부러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야, 야! 떨어지겠다! 그만!” 리암은 허겁지겁 래피드스타를 더 세게 안았다.

 “하하하! 그렇게까지 겁먹을 건 없잖아. 나이도 나보다 한참 더 많으면서.”

 “시끄럽네.”

 리암은 짜증을 내면서 문자메시지로 방금 전 찍은 사진을 전송시켰다. 그 녀석이 최대한 빨리 결과를 보내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승합차는 번화가를 향해 접어들었다. 많은 차량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지역이었다. 래피드스타는 양탄자를 고층 건물들 위에 바싹 붙이고 날았다.

 “사람들이 많아서 들킬 지도 모르니까 앞으로는 이렇게 움직일게.”

 리암이 말했다. “저 녀석. 어디로 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건 형사님인 그쪽이 더 잘 알아야 하는 거 아냐?” 래피드스타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홍콩 사람인 네 자문을 얻으려고 한 거야. 나는 홍콩에 온지 한 달도 안 되었잖아.”

 “뭐? 홍콩 사람?” 래피드스타는 웃어버렸다. “데보라 언니가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해 준 거야?”

 뭐라고? 래피드스타의 말에 리암은 고개를 갸웃했다. 래피드스타는 정말 리암이 모르고 있었다는 걸 눈치 챈 듯 곧장 이야기를 이었다.

 “나도 그쪽처럼 다른 곳에서 날아왔어. 홍콩에 산지는 일 년 밖에 안 됐고.”

 “아아. 어쩐지 홍콩 사람 치고 영어 발음이 해괴하다 했지.”

 “뭐가 어째?”

 리암은 웃음을 터트리고는 시선을 다시 돌렸다. 그와 동시에 래피드스타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렸다.

 “아아아악!”

 “뭐, 뭐야!”

 “잡담 하는 사이에 승합차가 없어졌어!”

 “뭐야?”

 이런 바보 같은. 리암은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방금 전까지 보이던 승합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상에 보이는 많은 수의 자동차들 사이에 숨어 버린 걸까.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저 바보 녀석 때문에 내 머리까지 멍청해진 기분이야. 리암은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빨리 찾아봐. 멀어지면 큰일이야!”

 “나도 노력하고 있거든. 형사인 네가 찾아야지!”

 “너 때문에 놓친 거잖아!”

 “왜 나 때문이야!”

 “왜냐 하면 네가 자꾸 말을 걸어서……아니. 찾았다!”

 리암은 도심의 빌딩 사이에 있는 커다란 건물을 가리켰다. 검붉은 바다를 낀 해안가. 현란한 네온사인과 주변을 성벽처럼 둘러싼 야자수 사이에 세워진 널찍한 카지노의 주차장으로 방금 보았던 승합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랑체아리우스의 빛’이라는 무언가 그럴싸해 보이는 푯말을 단 큼지막한 카지노 건물이었다. 래피드스타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양탄자의 방향을 크게 꺾었다.

 “좋았어. 드디어 악당들의 본거지에 도착했군. 이제야 진짜 슈퍼 대영웅 래피드스타가 활동할 때가 왔다!”

 “잠깐, 너무 갑작스럽게 꺾으면……아악!”

 지상으로 급강하하는 양탄자에서 리암은 눈을 질끈 감았다. 마법의 부수적인 효과 때문인지 양탄자에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흔들림 자체가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주차장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가에 내려앉은 래피드스타는 양탄자에서 뛰어내리면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히야, 이렇게 마음 놓고 날아본 건 오래간만이었네!”

 “좀 정상적인 스피드로 내려앉을 수는 없는 거냐.”

 “이정도면 형사님을 위해서 속도를 꽤 줄여준 거라고. 나 혼자 활동했을 때에는 훨씬 빠르게 돌아다녔는데. 내 소울네임이 왜 래피드스타겠어.”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리암은 마법의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양탄자에서 내려오며 주차장 반대편을 돌아보았다.

 승합차의 문이 열리며 네모난 나무 상자를 든 몇 명의 사람들이 내려왔다. 하나같이 검은 양복과 중절모를 쓴 차림이었다. 무슨 단체의 코스튬이라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나무 상자를 짊어지고 카지노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리암이 말했다.

 “저렇게 큰 물건을 안으로 들여놓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안 받는 건가?”

 “저 카지노가 사건의 원흉인 거 아냐?”

 “그럴 지도 모르지.”

 “거기에다가 저 나무 상자 안에 방금 납치한 피해자가 들어 있을 거 아냐.”

 “그럴 지도 모르지.”

 래피드스타는 두 주먹을 맞부딪쳤다.

 “그렇다면 당장 가서 때려눕히고 모두를 구해야지!”

 리암은 래피드스타의 앞을 가로막았다.

 “성급하게 행동하지 마. 일단 차량 조사 결과를 듣고, 경찰을 부르는 게 먼저야. 우리는 지금 두 사람이라고, 두 사람.”

 “되게 쩨쩨하게 구네.” 래피드스타는 쀼루퉁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알겠어?”

 “네, 네. 알겠습니다. 대단하신 형사님.”

 “나는 네가 걱정 돼서 이런 말을…….”

 리암의 말은 주머니에서 울리기 시작한 스마트폰의 진동 소리에 끊겼다. 리암은 돌아서서 스마트폰의 전화를 받았다. 감자칩을 씹어 먹는 소리와 함께 느긋한 임한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사님, 접니다.”

 “알아 봐 달라고 한 건 알아 봤어요?”

 “당연히 다 찾아봤죠. 꽤나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흥미로운 결과?”

 임한수가 목소리를 낮췄다.

 “스캐빈저를 아세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잘 모릅니다.”

 “근래 홍콩에서 활동하는 초과학 범죄 단체에요. 선조 문명의 기술들을 자기들끼리 해석해서 정부 규제로 금지되고 있는 기술들을 개발해 팔아먹는다던지, 약물 거래를 한다든지 해서 수배 리스트에 올랐어요.”

 “설명은 됐습니다. 요점만 말하세요.”

 “좋아요, 좋아. 방금 그 자동차의 번호판이 스캐빈저 소속의 자동차더라고요. 과거 CCTV에 몇 번 잡힌 적이 있어서 기록이 남았어요.”

 오호라.

 “그러니까 스캐빈저라는 범죄 단체가 사람들을 납치하고 다녔다는 거군요. 그 단체 마법사는 몇 명이나 됩니까?”

 “제가 알기로는 마법사는 없었던 것 같은데. 뭐 발이 넓으면 고용했을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겠죠.”

 조금 애매모호한 답변인데. 리암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래피드스타의 생각을 듣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래피드스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고. 래피드스타님 맙소사. 리암은 주변을 살폈다. 예상대로였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입구로 향하는 래피드스타의 모습이 보였다. 혼자 들어가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 리암은 목구멍을 타고 화가 끓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가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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