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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15화. 이별 겪은 뜬구름 인생
작성일 : 17-07-16 04:49     조회 : 302     추천 : 1     분량 :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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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씨, 이거 한 번 드셔보셔요. 초희 아씨가 두고 간 한과에요.”

 

 한과에는 초희가 정성들여 새겼을 글자와 모양들이 앙증맞게 박혀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입 안 가득 달콤함이 퍼졌다. 기타 선율에 실리던 신후의 목소리와도 같은 달콤함이었다.

 

 “정순아. 아버님 댁에 살 때 명휘란 남자와 가까이 지내지 않았더냐?”

 “아씨, 갑자기 그 얘긴 왜......”

 “나 때문에 두 사람이 생이별한 건 아닌가 해서 말이다.”

 “아닙니다요.”

 

 손을 내두르는 정순의 얼굴에 그리움이 묻어났다.

 

 “명휘가 보고플 땐 어찌 하느냐?”

 “그와 함께 하던 일을 혼자서 해본답니다.”

 “함께 하던 일?”

 “우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요. 서로의 모습을 그려주기도 하고, 나란히 앉아 풍경을 그리기도 했지요.”

 “명휘가 그리울 때마다 그림을 그린단 말이냐?”

 

 마당을 청소하다가 혹은 식사를 준비하다가 쭈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했구나. 보고플 때마다 둘이 함께 하던 일을 했던 게로구나.”

 “그러면 명휘와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기분이 금세 좋아지지요.”

 

 정순이 남은 한과를 챙기며 물었다.

 

 “아씨, 아직도 나리가 많이 보고프십니까?”

 “나리?”

 “조원 나리 말입니다.”

 “아, 아니다.”

 

 두 달 전 옥봉의 마음은 온통 그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정순아, 아버님 댁에 한 번 다녀오너라. 며칠 지내다 와도 좋다.”

 

 정순의 그리움은 손만 뻗으면 해소될 수 있었다. 이는 분명 행운이었다.

 

 옥봉은 붓을 들었다. 몇 백 년을 뛰어넘어 노래하며 살고 있을 신후. 그와 함께 하던 일을 혼자서라도 해보자. 그가 그립지 않도록......

 

 ***

 

 “친선대사이신 에단리씨와 기념 촬영이 있겠습니다.”

 

 행사장은 제법 북적였다. 평소라면 기관 관계자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신후의 친선대사 임명 소식에 팬과 기자들이 북적였다. 쉴 새 없이 플래시가 번쩍였다.

 

 “신후야, 고생 많았지?”

 “고생은 무슨.”

 

 스탭들과 채비를 하는 신후에게 소라가 다가섰다.

 

 “잠깐 차 한 잔 할래?”

 “시간이 좀 빠듯한데.”

 “괜찮아. 이 호텔 카페 브라우니 정말 맛있어. 너 브라우니 좋아하잖아?”

 “내가 그랬나?”

 

 다뉴브 강가를 거닐던 두 사람은 지친 다리를 이끌고 강변의 작은 카페로 향하곤 했다. 그곳에서 함께 먹던 에스프레소와 브라우니는 오랜 동안 잊혀지지 않는 맛이었다.

 

 “맛 어때?”

 “응, 괜찮다.”

 “그치? 다뷰브 강변에 있던 그 카페만은 못 하지만.”

 “......”

 

 두 사람을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넌 이제 많이 익숙해졌나 봐.”

 “뭐가?”

 “사람들한테 주목받는 거 말야.”

 “글쎄,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신경 쓰이면 지금 일어날까?”

 “아니야, 괜찮아.”

 

 지금의 신후는 그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고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는 지금의 모습도 더없이 멋져 보였다.

 

 “지난번 집에서 봤던 여자 말야. 그냥 일하는 사이 맞아?”

 “왜? 어때 보였는데?”

 “집까지 와서 작업하는 걸 보면 특별한 사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잖아.”

 “특별한 사이라......”

 

 신후는 커피만 훌쩍거릴 뿐 브라우니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이제 브라우니 안 먹어?”

 “그러게. 사람 입맛이 변하나 봐.”

 

 소라는 이별에 대한 변명을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헤어질 때 말이야. 힘든 일이 많았어.”

 “힘든 일?”

 “응.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

 “그 힘든 일을 나랑은 나누기 싫었구나.”

 

 신후의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소라는 그에게 자신의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 때 엄마가 자살을 하셨어. 내가 한국을 떠난 후 부모님 사이가 어떠셨는진 지금도 잘 몰라. 엄마가 많이 외로워했고 우울했다는 정도만 알 뿐이야.”

 “그랬구나.”

 “엄마 곁에 있어주지 못했단 죄책감이 들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서 학교도 한동안 휴학했었지.”

 

 어떠한 설명도 없이 자신을 떠나버린 소라에게 야속한 마음뿐이었다. 감당하기 힘든 일을 그녀 혼자서 겪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하고 함께 나눌 수도 있었잖아.”

 “넌 부족함 없는 시절을 보내고 있었어.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손짓하고 있었구. 넌 그저 여러 선택지 중에 맘에 드는 걸 고르기만 하면 되는 때였지. 그야말로 행복한 이십대의 시작이었어.”

 

 부족함 없던 행복한 시절. 소라는 더 이상 신후의 선택지가 되어주지 못했다. 그 시간 속에서 소라의 선택지는 영영 소멸해 버렸다.

 

 “그런 너에게 내 불행을 나누자고 할 수 없었어. 그래선 안 될 거 같았지. 나 자신이 초라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소라야.”

 

 사랑하는 이의 불운한 시절을 함께 나누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면 그저 바라봐 주는 게 맞을까. 그 시절의 소라와 신후처럼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각자의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신후야. 우리 가야 돼.”

 

 매니저 지범이 시계를 가리키며 신후에게 손짓을 했다.

 

 “다음에 보자.”

 “그래. 또 보자.”

 

 두 사람의 이별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어느 한 시절을 살아가는 풍경이었는지도.

 

 ***

 

 『끝없이 만나는데 무슨 근심 있을까/이별 겪은 뜬구름 같은 인생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네......』

 

 명휘가 보고플 때마다 그림을 그린다는 정순의 말이 떠올랐다. 옥봉은 붓을 들고 단숨에 써내려가다 잠시 손을 멈추었다. 자신이 그리는 이가 누구인가. 옥봉의 가슴에서 무언가가 울컥 올라왔다. 뜬구름 같은 인생.

 

 사람들은 견우와 직녀가 일 년마다 한 번씩 해후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실제 하늘에서는 견우성과 직녀성이 늘 만나게 되어 있다. 옥봉의 뜬구름 인생보다야 그들이 한결 행복하지 않은가.

 

 『하늘에서는 아침저녁으로 늘 만나는데......』

 

 매일 오는 아침과 저녁은 사백여 년 뒤에도 계속될 것이다. 그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옥봉은 자신도 모르게 신후를 향하는 마음을 붙잡을 길이 없었다.

 

 ‘다신 돌아갈 수 없겠지?’

 

 옥봉은 무언가 생각난 듯 방 한켠에 쌓인 종이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신후에게 가던 그 날을 기억해 보기로 했다. 그 날도 옥봉은 시를 쓰고 있었다.

 

 『약속을 해 놓고 임은 어찌 이리 늦나/뜰에 매화는 다 지려고 하는데/갑자기 가지 위에서 까치소리 들리니......』

 

 종이 위에는 ‘규정(閨情)’이라는 제목 아래 몇몇 구절이 휘갈겨 있었다.

 

 ‘그래, 여기까지 쓰다가 다음 구절이 생각나지 않았었어.’

 

 『헛되이 거울 보며......』

 

 머릿속에 마지막 구절이 맴돌았던 게 생각났다. 하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 그곳으로 갔었다.

 

 ‘뭐지? 어떻게 가게 된 거지?’

 

 옥봉의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곳에서 돌아올 땐 어땠지? 신후랑 가사를 만들고 있었어. 내 시를 신후가 고쳐서......’

 

 그곳으로 가던 시점과 돌아오던 시점의 공통점은 자신의 시뿐이었다. 옥봉은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은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이었다.

 

 ***

 

 “두 사람 조심해야 할 거 같아.”

 

 주차장에 도착하자 지범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소라씨랑 너 말야. 며칠 전 호텔 카페에서 둘이 있는 모습을 누군가 SNS에 올렸나 봐. 기자 몇 명이 확인 전활 했더라구.”

 “신경 쓸 일 아냐.”

 “신경 쓸 일 아닌 게 종종 문제가 되니까 그렇지.”

 

 머리는 벌집을 쑤신 듯 욱신거렸다. 강바람이 간절히 그리웠다.

 

 “우리 프로젝트 앨범 언제 나오지?”

 “다음 주.”

 

 옥봉과 마지막으로 작업한 곡이었다. 어쩐지 더 기다려졌다.

 

 “이번에도 차트 일위 찍어야 하는데. 노피디 말론 곡이 너무 잘 나왔다면서?”

 “응. 아주 많이.”

 “그래? 네가 자신있게 말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형, 전에 둑섬 얘기한 적 있었잖아?”

 “둑섬? 아, 뚝섬 옛날 이름?”

 

 옥봉이 자신의 집이 있던 자리라며 가리키던 그곳. 옥봉은 시간을 거슬러 그곳에 가 있을까.

 

 “둑섬에 대해 더 아는 거 없어?”

 “태조 때부터 왕이 사냥하거나 무예 검열을 했던 데라니까 왕의 스타일에 따라 쓰임이 달랐겠지.”

 

 옥봉은 선조 시대에 살았다. 옥봉이 살던 시간과 장소에서 어떻게든 단서를 찾아보고 싶었다. 그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단서.

 

 “선조 땐 어땠을까?”

 “사냥이나 무예를 좋아했다면 시시때때로 행차했겠지.”

 “선조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신후야, 너 언제부터 역사에 그렇게 관심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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