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
 1  2  3  4  >>
 
자유연재 > 로맨스
보통이 아닌 연애
작가 : 꿀크리스마스
작품등록일 : 2017.6.16

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6살이나 어린, 갓 대학을 졸업한, 아주 예쁜, 우리 회사 신입사원과.

개자식, 3년 간 사랑이 이거야?

소임은 이를 바득 갈았다.
이별을 고했던 건 소임이었지만,
헤어진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시기에 새로운 애인을 사귀는 건
임준답지 않았으니까.

“오해하고 있잖아. 어떻게 나를 그렇게 몰라.”
왠지 모를 슬픈 눈으로 자꾸만 소임의 주위를 맴도는 준과

“저한테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나는 우리가 오늘부터 1일인 줄 알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들이대는 카페 알바생 진기까지.

소임과 준, 그리고 진기가 그려내는
보통인 듯 보통이 아닌 연애 이야기.

 
23 알 수 없어요 (2)
작성일 : 17-07-16 01:30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777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3 알 수 없어요 (2)

 

 

  깊어진 여름에는 저녁이 되어도 하늘이 늦게 어두워지고, 온도 또한 크게 내려가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퇴근 후 회사 건물을 빠져나오면 어두워진 주변에 하루가 다 가버린 기분이 들어 조금, 울적했다. 반면, 이제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건물을 빠져나와도 노을지는 하늘을 볼 수 있다. 뭔가 하루 24시간 중에 2, 3시간을 더 얻은 기분이랄까.

  회사 건물을 빠져나온 소임은 꼭 그런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나의 자유시간 중 2, 3시간이 늘어난 기분이라고. 데이트하기 딱 좋은 기분인 걸, 하는 생각도 저절로 따라왔다.

  “하아, 데이트하기 딱 좋은 기분은 개뿔."

  하지만 소임은 곧 한숨을 내뱉고 만다. 오후에 만났던 진기를 생각하니 긴장감이 감돌았다. 진기를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와 같은 고민들을 하니 더 그랬다.

  그러니까, 낯선 여자와 함께 있었던 진기와 그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진기.

  소임에게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문제였다. 그 여자가 누구였든, 하물며 현재 소임 자신과 양다리를 걸치고 만나는 여자라고 하더라도. 진기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더 힘들었다.

  “내가 잘못 봤던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몰랐다. 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변덕이 심한 존재인가. 긴 기억이든 짧은 기억이든, 기억 속에는 언제나 각색이 함께한다. 냉면집에서 본 것이 진기가 확실하고, 그 확신에 대해 진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현실에 자신의 기억이 조작이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는 소임이다.

  소임이 진기의 거짓말을 깨달은 것은 그러니까, 진기가 입고 있었던 그 티셔츠였다. 냉면집에서 본 것과 같았던 카페 안에서의 그 티셔츠. 오후 업무 내내 진기의 티셔츠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더니, 카페에서의 티셔츠가 먼저인지 냉면집에서의 티셔츠가 먼저인지 헷갈리는 정도였다.

  “휴, 모르겠다.”

  그렇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한숨을 쉬던 소임의 팔을 누군가 다가와 붙잡았다. 소임은 진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는 유희가 있었다.

  “……?”

  “차대리님, 오늘 날씨 괜찮지 않아요? 어디가서 우리 맥주 한 잔 하고 가요.”

  이 여자가 드디어 미쳤나 싶은 소임이었다. 퇴근을 해서 까지 어디가서 내가 너와 단 둘이 왜 술을 마시냐는 거다. 사무실이 아닌 밖에서, 그것도 술까지 먹은 상태에서 신경을 살살 긁으면 그때는 정색이 아닌 손이 먼저 나갈 것 같았으니까.

  “그래, 차대리. 더운데 시워어어언하게 맥주나 한 잔 하자고.”

  그때, 뒤따라오던 박대리가 한 마디 덧붙였다.

  ‘아, 다 같이? 그럼, 그렇지. 얘가 미치지 않고서야.’

  소임은 여전히 자신의 팔을 붙들고 들뜬 기분에 흔들어대는 유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유희 역시 소임과 단 둘이 밖에서까지 술을 마시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소임을 쪽 주는 게 아니라면 소임과 같이 있을 필요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응? 같이 가요.”

  유희는 반말과 존댓말을 섞은 콧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린다. 후배들에게 엄하거나, 격식을 따지는 소임이 아니었지만, 왠지 유희가 반말을 하는 것은 언짢았다. 괜한 자존심 싸움 같은 것일 것이다.

  “아, 저는 오늘 약속이 있어서.”

  “무슨 약속이요? 데이트?”

  “네, 데이트.”

  유희가 자꾸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사용해서 소임 역시 반말과 존댓말이 섞인 대답을 했다. 보통은 유희에게 존댓말만 썼다. 직장 사람이기 때문에 후배라고 해도 언제나 예의 있게 말을 놓지 않았다.

  “나도 오늘 데이트 포기하고 가는건데. 앗, 그러면 진기씨도 같이 가요?”

  “진기씨가 거길 왜 같이 갑니까?”

  “뭐, 우리 다들 초면도 아니고. 진기씨도 소개시켜 주시고 하면 좋잖아요.”

  “아니요. 안 좋고요. 오늘은 전 빠지겠습니다. 그럼.”

  우물쭈물하면서 유희를 이성적으로 설득시키려고 하면 그대로 말려들어버릴 것 같아서 소임은 아주 단호하게 거절했다. 소임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의 의사를 표하자 사람들 역시 더는 소임을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소임은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어, 진기씨네요!”

  소임보다 진기를 먼저 발견한 유희가 소리쳤다. 유희가 가리킨 곳을 쳐다보자 이쪽으로 다가오는 진기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대로 진기가 이곳으로 온다면 꼼짝없이 이 사람들과 함께 가야했다. 그러니까, 준과 유희 하물며 다른 사람들까지 같이 있는 자리에 또 진기와 소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했다.

  “갈게요, 내일 봬요!”

  소임은 빠르게 인사를 하고 천천히 다가오는 진기를 향해 뛰어갔다. 뒤에서는 남자친구가 그렇게 좋은가봐, 아주 버선발로 뛰어가네, 하는 말들이 오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진기 역시 소임이 자신이 너무 반가워서 뛰어오는 걸로 보였는지, 소임을 향해 방긋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빨리 가요, 당장, 저 반대편으로 말이죠.”

  소임은 진기의 팔을 다급하게 붙잡고 이끌었다. 명령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인 소임의 모습에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진 진기는 자리에 멈춰서,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냐는 둥, 낮에도 봤는데도 보고싶어서 그렇게 뛰어오냐는 둥, 주절댔다. 소임은 오후부터 계속 난데없는 착각에 빠진 진기에게 짜증이 날 것 같았다.

  ‘이 거짓말쟁이가, 진짜.’

  잠시 유희와 말하면서 잊고 있던 거짓말에 대한 일들이 진기의 얼굴을 보자 바로 화르륵 전부 떠올랐다.

  “아니요. 저 사람들이랑 같이 저녁도 먹고 술도 먹고 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진기씨도 빨리 서두르라고요!”

 

 

 *

 

 

  온갖 고민에 휩싸인 소임은 도통 진기의 말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진기에게 묻고 싶은 것은 산더미였다.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하는지, 아니 물어봐도 되긴 하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라는 유명한 말을 빌어 고민을 해서 고민이 없어지면 고민이 없겠네, 라고 말하고 싶은 소임이었다.

  냉면집부터 이야기를 꺼내려면 단 둘이서가 아닌 비록 무리를 지어있긴 했지만, 어쨌든 준과 함께 밥을 먹었다는 것을 말해야하는 건가, 아닌가.

  그렇게 준의 생각에 발을 살짝 걸치고 보니 그 이후부터는 준에 대한 생각이 무한하게 확장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 이상했던 건 진기씨뿐만이 아니야.’

  회사 건물 앞에서의 준. 그러니까 준은 왜 그런 눈빛으로 그런 요상한 질문을 던졌는가. 그 눈빛이라 함은 나라를 잃은 처참한 눈빛이었달까. 그 요상한 질문이라 함은 마치 그 낯선 여자가 진기의 새로운 여자친구라도 되기를 바라는 질문이었달까.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럼 좀 전의 그 눈빛은?’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 유희의 말에 무던한 척 하면서도 기대에 들떠 있던 눈빛. 소임이 진기와 데이트를 하러 간다고 하니까 급격하게 촉촉해지던 눈빛. 재빠르게 인사를 하며 돌아서는 소임을 보며 더욱 짙어진 슬픔이 채워졌던 눈빛.

  출장을 다녀온 후, 준은 오해를 풀어서인지 더는 소임에게 쌀쌀맞게 대하거나 일부러 틱틱대지 않았다. 대신, 조심스러워졌고, 소임을 슬금슬금 피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왜냐고!’

  “……임씨, 소임씨. 소임씨!”

  “앗, 네?”

  언제부터인지 진기가 팔을 톡톡치며 소임을 부르는 중이었던 것 같았다. 소임은 너무나 긴 고민을 하던 중에 혼을 빼놓고 있었는지 그 인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넋을 놓고 있어요?”

  진기의 물음에 소임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게, 준에 대한 생각이요, 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소임은 반성했다. 진기와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을 하고 함께 있으면서, 이렇게 혼을 빼놓은 채로 준의 생각을 하는 것은 옳지 않으니까 말이다.

  “다 왔어요. 내려요.”

  진기는 웃으면서 말했다. 언제 움직였는지,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으로가 문을 열고는 소임이 사뿐히 내릴 수 있게 한 손을 내밀면서 말이다.

  ‘이렇게 다정하고, 이렇게 스윗하고, 이렇게 좋은 사람이 거짓말을 했을 리 없어.’

  카페라떼의 거품처럼 부드럽게 웃고 있는 진기의 얼굴을 보면서 소임은 그렇게 생각했다. 일단은 의심을 저버리자고, 오랜만의 데이트니까 말이다.

  소임은 차에서 내려 이곳이 어디인지 두리번거렸다.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었고,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 했다. 비릿한 물의 냄새가 맡아지기도 하고, 풀내음도 함께 인 것 같기도 했다. 굉장히, 익숙한 곳인 것 같기는 한데.

  “소임씨, 이것만 좀 들어줄래요?”

  차의 트렁크를 살피던 진기가 소임에게 부탁을 했다. 주변을 살피느라 진기가 뭘 하고 있었는지 몰랐던 소임은 그 부름에 진기를 향해 다가갔다. 진기는 캠핑 매트, 음료와 맥주가 든 검정 비닐봉지, 담요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소임에게 내민 것은 3단 도시락이었다.

  “이게 다 뭐예요?”

  “음, 한강에서 편하게 즐기기 위한 준비?”

  “아, 맞다! 한강!”

  진기가 소임을 데려온 곳은 한강 유원지였다. 그랬다. 어쩐지 굉장히 익숙하다 싶었다. 그러니까, 여름의 한강 유원지가 낯익고 익숙했던 이유는 그랬다. 준과 연애를 하는 3년동안, 여름 밤이면 즐겨 찾았던 한강 유원지였다.

  “아…… 가, 갑자기 한강 유원지는 왜요?”

  “음, 시원하고 분위기 좋고? 서울 한 복판에 이런 곳이 또 있나요?”

  “청계천도 있고, 뭐냐, 그 뭐 중랑천 같은 곳도 있고.”

  “여기는 탁 트인 시야까지 있잖아요. 왜요, 한강 싫어요?”

  “아니요, 싫은 건 아니고……”

  “그렇다면 갑시다. 도시락 싼 거 빨리 자랑 좀 하고 싶거든요.”

  “네? 진기씨가 직접 쌌어요?”

  “그럼 있지도 않은 엄마가 싸주셨겠어요? 하하. 가요, 얼른."

  진기의 말에는 왠지 가시가 있는 듯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런데, 왜 하필 한강인지. 자꾸만 준과의 추억들이 가득한 곳들에 진기와 함께 하는 것이 불편한 소임이었다. 준에 대한 죄책감과, 바래지는 것 같은 추억, 진기와 함께 있으면서도 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다시 돌아가자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기는 터벅터벅 걷더니 온도와 공기와 시야가 적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캠핑 매트를 깔았다. 준과 함께 올 때는 얇은 돗자리였는데, 진기가 가져온 캠핑 매트는 폭신폭신 해 보였다. 진기는 검정 비닐봉지 안의 물건들도 꺼내 놓았는데, 맥주 두 잔, 탄산수 하나, 보리차 하나, 그리고 운전해야 할 것은 감안한 무알콜 맥주까지 두 병이 있었다.

  “앉아요. 이제 식사할 시간.”

  준비를 마친 진기는 신발을 벗고 매트 위에 올라가, 담요 하나를 깔아 톡톡치며 그 자리에 소임에게 앉으라고 일렀다. 이런 세심한 배려까지. 준과 함께 했을 때는 언제나 소임이 얇은 외투 하나를 꼭 챙기고 다녔어야 했는데.

  ‘아, 이러면 안 돼.’

  자꾸만 진기와 준을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한 소임은 생각했다. 안 된다는 것은 무의식중의 비교를 멈추라는 뜻이 아니라, 무의식중의 준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제 이거 열어봐요.”

  진기는 소임의 손에서 도시락을 받아들어 매트 위에 놓더니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삼단 도시락이라니. 준과 함께 할 때는 치킨을 시켜 먹거나,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오거나……

  소임은 다시 고개를 좌우로 저은 후, 진기의 도시락을 펼쳤다.

  첫 번째 줄의 반쪽에는 유부초밥, 다른 반쪽에는 베이컨이 돌돌말린 주먹밥이 있었다. 뚜껑을 열기만 해도 고소하고 짭쪼롬한 냄새가 풍겨 입맛이 다셔졌다. 두 번째 줄에는 내용물이 알찬 샌드위치를 반으로 잘라 줄을 세워 놓았다. 마지막 세 번째 줄에는 귀엽게 조각을 낸 수박과, 진기의 카페에서 판매하는 마카롱이 있었다.

  “이걸 진짜 진기씨가 직접 쌌다고요?”

  “혼자 살다보니까, 뭐. 이런 음식 같은 건 금방하죠.”

  “에이, 요즘은 마트 같은 곳에서도 이렇게 다 팔던데?”

  “그런 의심은, 진짜 섭섭한데요?”

  “아차, 미안.”

  “자, 이제 내 음식 솜씨를 감상해 보시죠?”

  진기는 미리 준비한 나무젓가락의 포장을 찢어 두 개로 갈라 소임에게 건넸다. 소임은 무엇을 먼저 먹을까 하다가 베이컨 주먹밥 하나를 집어 입 안에 넣었다. 베이컨의 짠맛과 주먹밥의 고소함, 새콤함이 아주 잘 어우러진 음식이었다.

  “우와, 진기씨. 진짜 요리 잘하네요? 간이 딱 맞아요!”

  “제가 미각이 좀 살아있어요. 다른 것도 먹어봐요.”

  소임은 차례대로 유부초밥, 샌드위치까지 먹어봤다. 모두 간이 아주 잘 된 제대로 된 도시락 음식이었다. 진기와 하나씩 나눠 먹으며 소임은 알콜 맥주를, 준은 무알콜 맥주를 마셨다. 배가 고팠던 두 사람은 금새 도시락을 비웠고, 마지막 칸에 있던 수박과 마카롱까지. 간식까지 모두 싹싹, 비워냈다.

  “고마워요.”

  “맛있게 먹었다면, 저야말로 고맙죠.”

  소임은 맛도 맛이지만, 진기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스러웠다.

  ‘그래. 이렇게 다정하고, 이렇게 스윗하고, 이렇게 좋은 사람이 거짓말을 했을 리 없어.’

  다시 한 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일은 그냥 잊어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진기가 아니라고 했으니까. 소임이 본 그 남자는 자신이 아니라고도 했고, 거짓말이 아니라고도 했으니까 말이다. 소임이 잘못 본 것이고, 착각한 것이고, 오해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소임 자신과의 데이트를 생각하며 하나하나 요리를 하고 도시락에 담았을 진기의 모습을 생각하니 고마웠고, 귀여웠고, 사랑스러웠다. 아, 그랬다. 사랑스러웠다. 아마도 ‘사랑스럽다’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단어인지도 몰랐다.

  난생 처음으로 남자친구에게 도시락을 받아본 소임은 감격했다. 준과 연애를 할 때는 도시락을 받아보기는커녕, 언제나 자신이 도시락을 싸주기만 했었다. 물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행복한 표정으로 모두 먹어주던 준이었지만.

  “그만!”

  “네? 뭐가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진기의 앞에서 자꾸만 떠오르는 준의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 소임은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소리를 질러버렸다. 소임은 자연스럽게 무마하며 말무리를 지었다.

  진기가 이렇게 잘해주는 데. 다정하고, 스윗하고, 사랑스러운 진기의 앞에서 자꾸만 떠오르는 준의 생각 때문에 소임은 괴로웠다.

 

 

 *

 

 

  다음날 아침, 소임은 행복한 만족감에 사로잡혀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지난밤의 완벽했던 데이트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지난밤의 데이트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진기의 목소리가 간절해졌다. 보고싶어졌다. 아마도 자신은 진기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전화를 걸면 되지!”

  그랬다. 이제는 낯을 가리며 전화를 걸지 못할 사이도 아니었다. 언제든 보고싶다면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들으며 그리움을 삭혀도 되는 그런 사이였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소임은 손을 더듬으며 핸드폰을 찾아들고 진기에게 통화를 걸었다. 언제나 바로바로 소임의 전화를 받던 진기는 신호음이 길게 울리도록 아직 받지 않았다.

  “흠. 늦잠을 자는 타입인가.”

  소임은 그마저도 귀여운 것 같다며 혼자 키득거렸다. 긴긴 신호음 끝에 드디어 진기가 전화를 받았다. 막 잠에서 깬 진기의 목소리가 어떨지 기대감이 앞섰다.

  - 제가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뚜, 뚜, 뚜.

  “뭐, 뭐지?”

  진기는 처음들어보는 아주 낯선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그렇게 딱딱하고 냉정하게 말해버리고는 뚝,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 뭐…… 아침부터 일이 좀, 있나?”

  소임은 굉장히 낯선 느낌에, 자신이 알던 진기가 아닌 느낌에 당황스러웠지만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전화를 받고 끊은 적이 없던 진기니까 말이다. 다시 전화를 준다고 했으니, 기다리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상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깼던 그 느낌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소임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4 24 알 수 없어요 (3) 2017 / 7 / 30 311 0 7804   
23 23 알 수 없어요 (2) 2017 / 7 / 16 331 0 7779   
22 22 알 수 없어요 (1) 2017 / 7 / 13 343 0 7398   
21 21 그런 출장, 그런 여행 (4) 2017 / 7 / 11 326 0 6436   
20 20 그런 출장, 그런 여행 (3) 2017 / 7 / 9 334 0 7013   
19 19 그런 출장, 그런 여행 (2) 2017 / 7 / 8 338 0 8245   
18 18 그런 출장, 그런 여행 (1) 2017 / 7 / 6 351 0 6424   
17 17 이해와 오해의 너무 잔혹한 차이 (4) 2017 / 7 / 5 331 0 6534   
16 16 이해와 오해의 너무 잔혹한 차이 (3) 2017 / 7 / 3 353 0 6667   
15 15 이해와 오해의 너무 잔혹한 차이 (2) 2017 / 7 / 1 347 0 6486   
14 14 이해와 오해의 너무 잔혹한 차이 (1) 2017 / 6 / 30 337 0 6953   
13 13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5) 2017 / 6 / 30 339 0 7180   
12 12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4) 2017 / 6 / 28 337 0 5911   
11 11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3) 2017 / 6 / 28 330 0 8445   
10 10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2) 2017 / 6 / 26 332 0 7677   
9 9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1) 2017 / 6 / 26 345 0 8186   
8 8 보통이 아닌 연하 (5) 2017 / 6 / 24 339 0 7554   
7 7 보통이 아닌 연하 (4) 2017 / 6 / 22 325 0 6829   
6 6 보통이 아닌 연하 (3) 2017 / 6 / 22 337 0 7444   
5 5 보통이 아닌 연하 (2) 2017 / 6 / 21 332 0 7335   
4 4 보통이 아닌 연하 (1) 2017 / 6 / 19 356 0 6876   
3 3 보통 연애 (3) 2017 / 6 / 18 334 0 6782   
2 2 보통 연애 (2) 2017 / 6 / 17 328 0 6396   
1 1 보통 연애 (1) 2017 / 6 / 16 562 0 716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나를 구원해줘
꿀크리스마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