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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대국의 빈(嬪): 악의 딸
작가 : 써니벨
작품등록일 : 2017.7.15

도덕심이든 윤리의식이든 단 1g도 없는 야만인의 아가씨, 야낙(여주)의 피말리는 궁중생존기와 위태로운 로맨스 스릴러! 살육과 약탈을 생업으로 삼는 야인족의 영애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입궁한 대국의 내명부는 그야말로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세계였다. 그러나 얼마못가 궁에서 낙오되어 사라질 것 같았던 야만인 소녀는 정말 강하고 사악했는데?! 아름답고 가련한 '마왕(魔王)'과 그 마왕을 사랑하고 만 '대마왕(大魔王)'의 사극 로맨스 스릴러.(실제 역사와 아무런 상관없는 중세시대 사극물입니다. )

 
14.초야의 대위기(3)
작성일 : 17-07-16 01:25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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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하! 폐하! 괜찮으십니까?!!!”

 

 드르륵!

 

 “아아, 상선.”

 

 왕의 안위를 걱정하며 모여든 내관들 중에서도, 이들을 총괄하는 ‘상선’(내시부를 총괄하는 수장)이 제일 먼저 적극적으로 현장에 뛰어들고 있었다. 초야를 치러야하는 자리에 내관 따위가 개입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서.

 

 그런 무엄함마저 잊고 입방하는 상선 영감은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늙은이였다. 소위 저승꽃이라 불리는 버짐은 물론이요 주름살까지 가득한 그의 얼굴에는 작은 일까지 쉬이 넘기지 않겠다는 강직함이 잔뜩 서려있었다.

 

 “소인 폐하의 안위가 염려되어 무례를 잊고 감히 입방하였나이다! 용서하여주시옵소서.”

 

 “상선, 짐은 괜찮네. 다만 아가씨가 많이 놀란 모양이야.”

 

 왕은 금세 평정을 되찾은 듯했다. 웃으며 상황을 무마하려는 용안은 몹시도 온화했으니까.

 

 “.....으...으....”

 

 “무엄합니다, 아가씨. 성상 폐하의 안전이오니 어서 예를 갖추세요!”

 

 고지식하게 예의부터 따지는 상선의 눈빛은 서릿발처럼 매서웠다. 왕이 불쾌해하며 꾸짖지만 않았을 뿐이지, 자기 자신 또한 예법 어긴 상태면서.... 이젠 너무도 연로하여 때때로 사리분별을 못하는 측근을 두며 한심스럽다는 왕이 운을 뗐다.

 

 “자네는 정말 은퇴할 때가 되었군. 아가씨가 저렇게 포박당한 상태인데 어떻게 짐에게 예를 갖추나?”

 

 “하오나, 폐하.....”

 

 “자네는 지나치게 충직해서 탈이야! 이만 물러가게. 짐의 안위가 염려되어 확인하러 왔으면 이제 되지 않았나.”

 

 “..........”

 

 부드러우면서도 강경한 위엄 앞에, 상선이 얼굴을 붉히며 도로 방에서 나가고 있었다.

 

 “이거야 원.”

 

 측근이 물러나자, 비로소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그였다. 오늘만큼 군주로서 위신이 크게 떨어지는 날이 또 있나 싶었으니까. 아아, 최악의 하루였다. 초라하고 별 볼일 없었던 연회에, 대령숙수들과 수라간의 상궁들은 어명이 떨어지기도 전에 전부 실종되어 버렸지...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하던 참이었는데, 대체 뭔 배짱인지 이 여인은 벌써부터 임금인 자신을 치한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거참, 맹랑한 아가씨로다. 짐의 모양만 빠지는 꼴이로고!”

 

 기다리다 먼저 잠이 든 영애의 모습이 귀여워서 살짝, 아주 살짝 건드려 본 것뿐이었지만 이제와 변명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

 

 악몽과 약기운 때문에 쉽사리 이성을 못 찾고 있는 야낙을 잠시 쳐다보던 그가 이윽고 그녀의 박부터 풀어주기 시작했다. 눈가리개만은 풀지 않고서. 이불에 빙 둘러져 묶인 동아줄까지 하나하나 차분히 풀던 왕이 이윽고 입던 용포를 벗어, 실오라기 걸치지 않는 그녀의 몸에 덮어준다.

 

 “흡!”

 

 몸으로 차가운 공기가 닿아서야 겨우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알몸 위로 누군가가 옷을 덮어주자, 반사적으로 그것을 꼭 쥔 그녀가 상대를 가늠하기 위해 서둘러 고개를 올렸다.

 

 가림개 때문에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몸을 덮고 있는 용포에서는 언젠가 맡았던 냄새가 코끝으로 전해져서 상대가 누군지 파악하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다.

 

 시원하면서도 산뜻한 이 냄새는, 분명 유향의 것이다.

 

 ‘며칠 전에 봤던 금가원의 남자. 이 자는....!’

 

 아까 상선이 윽박질렀던 대로, 상대를 누군지 알아챈 그녀가 바로 일어나 예를 갖추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력한 약기운 때문에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정신이 너무 아득하여 다리에 힘조차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저런, 쯧쯧쯧 고뿔에 든 게로군! 괜찮으니, 아가씨는 그대로 가만히 앉아만 주시오.”

 

 “소, 송구하옵니다....참으로 송구....”

 

 “송구할 것이 무에 있나. 비명을 질렀던 이유가 따로 있었군, 몸이 아프니 신경까지 예민해질 수밖에.”

 

 본인부터 심기가 좋지 않은 상태인데도, 이런 상황에 제일 많은 고통을 느끼고 있을 그녀를 먼저 배려해주는 왕이었다. 입힌 용포 위에 이불까지 덮어주던 그가 이윽고, 식은땀을 흘리며 고열을 내는 영애의 상태를 두며 말없이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

 

 무언가를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녀의 상태를 잠시 꼼꼼히 살피던 그가 푸념하듯 뭐라 중얼댄다.

 

 “미생(彌生)이가....또.... 후우, 여봐라! 아니. 아니지. 아니다!”

 

 서둘러 밖에 대기 중인 상선을 다시 부리려다 말고 국왕이 어느 덧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초조한 듯 몇 번 같은 자리에 왔다 갔다 하더니.... 그가 곧 판단을 내린 듯 어디론가 걸음하자 그녀가 답답한 듯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후각과 청각만으로,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는데 무리가 많았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으니, 상대가 뭐하려는 작정인지 제대로 파악 할 수 조차 없었고.

 

 자유로워진 두 손마저 자신의 의지대로 쉬이 움직여주질 않아 유일하게 몸을 구속하고 있는 눈가리개를 직접 제 손으로 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자, 그녀가 욕설을 입 안으로 삼키며 입술을 악 다물었다.

 

 “......!”

 

 그러나, 그것도 잠시.

 

 행동을 취하던 왕이 자신에게로 다시 다가오자 그녀가 바로 자세를 취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의 고개를 들어 입술에 뭔가를 대고 있었다. 아마 술잔인 것 같았다.

 

 “이거라도 마시는 것이 낫겠지.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 테고.”

 

 “???”

 

 머리까지 아픈 통에, 그가 뭐라 하는 지조차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육감만이 살아 더 그녀가 경계하며 술을 마시려하지 않자 그가 안심하라는 듯 자상하게 속삭인다.

 

 “다른 자면 몰라도, 짐은 그대를 음독해서 득볼 것이 없어. 이건 그냥 술일세. 취기가 돌면 두통이야 심해져도 기분은 조금 나아질 터니까.”

 

 자신에게 먹이기 전에, 먼저 한 모금 마시는 것 같았다.

 

 “마시게. 합환주는 이것으로 치지.”

 

 “..........”

 

 무슨 속셈인지 몰랐지만, 적어도 상대가 자신을 해할 작정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잠자코 그녀가 술을 마시며 얌전히 있어주자 어린 아이 칭찬하듯 등을 토닥이는 그다. 민망스러운 재회였으나, 희한하게도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기묘한 상황을 다 보겠군.’

 

 다소간의 소란이 진정되자, 분위기는 금세 쥐죽은 듯 조용해지고 있었다. 그도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연신 그녀의 등만 토닥이고만 있을 뿐이었고,

 

 바깥으로 풀벌레가 우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오기만 했지, 사방이 다 고요했다.

 

 “..........”

 

 이제 본격적인 초야라는 듯, 둘 만이 남은 방 안으로 촛불만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국왕이고, 지아비이기 전에 ‘사내’라는 존재를 바로 옆에 두며 야낙이 그 어느 때보다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위기도 극복해낸 그녀로서도 이럴 경우,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해야 할지 감이 잘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몸에 열이 있으나, 손은 차갑고 떨린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오?”

 

 어색한 기류를 파타하고 싶었는지 먼저, 야낙의 손을 잡은 왕이 먼저 은근하게 말을 걸어온다.

 

 “긴장했다는 거야. 천하에 두려울 것 없어 보이는 모습을 하더니만 그대도 결국엔 여인이었군, 하하하하! 짐은 그대가 무엇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지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러니 그대는 두려워하지 마시오. 짐이 알아서 다 주도하리다. 껄껄껄!”

 

 “.........”

 

 “껄껄껄 어...음... 크흠흠!”

 

 상대의 편한 반응을 이끌기 위해, 일부러 체통까지 버렸건만 어째 분위기는 더더욱 차가워지고 있었다. 아니, 경계심만 더 키워버린 듯했다. 그녀가 잡힌 손마저 풀려고 하자 그가 곧 무안한 듯 웃음을 멈추고 말았다.

 

 ‘피곤한 유형이로다. 반응이 이리 인색해서야, 원.’

 

 ‘경망스러운 사내군,’

 

 야낙이 알기로, 대국의 국왕은 자신의 일족이 충성을 바치기로 한 대상이었다. 나이도 지긋한 할아버지요 또 지체 높은 군주시겠다, 첫날밤만큼은 위엄을 보이며 무뚝뚝하게 행동할 줄 알았더니....

 

 “정녕 폐하십니까?”

 

 경황없는 와중에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 그녀였다. 뭐든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판단해야한다는 원칙이 이제는 거의 본능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허허 그것 참 재밌는 질문이로군. 아가씨는 짐이 뉘라 생각하는데?”

 

 “폐하십니다.”

 

 “잘 알고 있네. 맞소, 짐이오.”

 

 애초에 스스로를 ‘짐’이라 칭할 수 있는 것부터 상대가 누군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터였다. 왕이 이를 두고 비웃자 그녀가 더더욱 강경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못 믿겠습니다.”

 

 “뭐요?”

 

 사실, 어조만으로도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지 안하는 지를 알아낼 수 있으면서.... 무슨 생각인지 야낙은 대담하게 나오기로 결심한 듯했다.

 

 “아니 짐이 국왕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소?”

 

 “폐하는 소녀의 눈가리개를 풀어주시지 않았습니다. 용안을 직접 볼 수조차 없는데, 어찌 소녀가 폐하임을 믿어야 하는지요.”

 

 “하, 거참.”

 

 약기운 때문에 몸에 힘이 없어도, 야낙의 기세는 조금도 누그러진 게 없었다. 맹랑하다 못해 무례한 태도 앞에 기막힌 듯 헛웃음을 내뱉던 왕이 은근한 눈빛으로 대답한다.

 

 “귀엽네, 귀여워. 당돌하고 깜찍한 게 아주 귀여워. 허허허, 이보게, 그대.... 안 보인다 해서, 정녕코 짐이 뉘인지 모른다 할 수 없을 텐데?”

 

 이미 서로 만난 적 있으면서~

 

 “후후후.”

 

 다소 음흉한 눈길로 야낙을 쳐다보는 왕의 주름진 눈가에는 흑심이 가득 차 있었다. 사실 눈가리개를 일부로 안 푼 것도 이런 전개를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말년의 소소한 즐거움, 회춘을 위한 낭만적인 놀이라고 할까나.

 

 자식뻘보다도 어린 왕후와 후궁들과도 해왔던 것이기도 했다.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들과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연애의 초석을 다져가는 것.

 

 불경한 무리들은 노인네가 나잇값을 못한다는 소리를 한다지만, 그는 이런 놀음을 그만 둘 수 없었다. 이럴 때만큼은 자신이 일국의 군주라는 것도, 황혼기에 접어든 늙은이라는 것도 쉽게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번식용 수퇘지도 아니고, 기계적으로 여자를 품는 것은 그의 성미에 전혀 맞질 않았다.

 

 ‘어머, 설마 며칠 전에 만났던 그 어르신? 어머낫 세상에 몰라보고... 폐하! 무례를 용서하여주시옵소서.’

 

 ‘허허허, 아니오. 어찌 그것이 그대의 잘못인가.’

 

 ‘어쩜... 폐하는 너그러우신 분입니다.’

 

 “어흠!”

 

 눈치 빠른 아가씨겠다. 며칠 전 금가원에서의 만남을 생각하고 바로 이렇게 행동을 취하겠지. 그리 생각하며 기대하는 그에게,

 

 “송구하오나, 소녀는 직접 제 눈으로 보고 판단을 해야 무언가를 믿는 성정인지라 지금같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 것도 믿을 수 없사옵니다.”

 

 낭만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기대마저 깡그리 무시하는 딱딱한 대답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대, 고단수였군.”

 

 “눈가리개를 풀어주십시오. 소녀가 지금 미령하여 제 손으로 직접 풀 수 없사옵니다.”

 

 “몸에 힘도 없다면서 어찌 그리 말대꾸만은 그리 꼬박꼬박 하는 게요”

 

 “풀어주십시오.”

 

 “정말이지 귀염성따윈 찾아볼 수 없는 처자로고!”

 

 “사내대장부가 어찌 그리 말을 쉽게 바꾸는 겁니까. 아까는 소녀가 귀엽다하지 않았습니까.”

 

 “.........”

 

 “송구 하옵니다, 소녀 아직 예법에 서툴러서 언행이 다소 거칠 수 있사오니.. 폐하께선 아니지, 상대께서는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며칠 전, 자신이 왕족을 가장하여 이 여인에게 접근했을 때랑 똑같이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때도 사람 성질을 있는 대로 긁으면서 자신이 질려버릴 때까지 이런 식으로 말대답을 했지.

 

 “정말이지, 낭만과는 거리가 먼 처자로고. 모른 척하지 마시게 그대는 그 때도 이미 짐의 정체를 알고 있었어.”

 

 “아 그 때 금가원의 나리십니까?”

 

 “그래, 그 때 그 사내가 바로 짐이오.”

 

 결국엔 실토하고 마는 그였다. 본인이 바랐던 상황이 아니었던 지라, 왕의 어조에는 짜증이 그득했다.

 

 “역시나... 목소리도 일치하는 걸 보니 역시 폐하가 맞으셨군요. 쯧, 진작 그리 답하면 될 것을 뭘 그렇게 빙 둘러 말씀하셨습니까.”

 

 “뭐라?”

 

 연애놀음이고 나발이고 간에.

 

 상황이 이쯤에 이르러, 누가 누구를 데리고 가지고 노는 건지 이제는 모를 지경이었다. 드디어 화가 나기 시작했는지 왕의 용안으로 붉은 기가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었다. 갈마의 영애는 너무 건방졌으니까. 비웃는 말투부터.... 사람으로 하여금, 당장 불경죄로 엄히 다스리게 하고 싶은 충동을 들게 했다.

 

 하지만,

 

 “이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겠습니다, 폐하. 이리 다시 만날 줄은 소녀 꿈에도 몰랐사옵니다.”

 

 “..........!”

 

 아까만 해도 부들부들 떨며 긴장하던 야낙의 태도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져 있었다. 여전히 땀을 흘리며 괴로워해도, 그녀가 환히 웃으며 자신을 반기자 왕이 멍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금가원에 있었을 때랑, 정말로 똑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하하! 맞아, 그랬지.”

 

 대국의 전형적인 미인상과 거리가 너무도 멀었음에도, ‘미인’이라 칭하며 그가 영애를 아름답다 평가한 것도 전적으로 저 미소와 웃음 때문이었다. 잠시 잊었던 그 사랑스러움을 회상한 그가 금세 화를 잊으며 마찬가지로 웃어버린다.

 

 “짐이 그대에게 바랐던 건 바로 그 미소였어.”

 

 “네?”

 

 “이렇게나 건방지고 무례한데 말이야. 그대의 웃음만큼은 그렇게나 사랑스럽고 귀여울 수가 없었거든. 원하는 전개는 아니었으나 어쨌든 또 웃어주었군, 짐에게.”

 

 “?”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아까보다 더 많이 침착할 수 있게 된 그녀였다. 안 그래도 좀 거칠게 국왕을 밀어붙였나 싶어 후회하다 싶었던 참이었는데.... 다행히 운이 따라준 모양이었다.

 

 “기묘한 아가씨야, 그대는.”

 

 “폐하, 소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아무리 사람이 미천하고 미련하다 하나, 폐하를 당장 알아보지 못하고 무례를.....”

 

 “쯧쯧, 그 대답은 아까 전에 했어야지.”

 

 손가락으로 톡, 야낙의 이마를 치는 왕의 얼굴에는 짓궂은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밖을 보며 시간이 얼마 남았나 파악하던 그가 어느새 히죽 웃는다.

 

 “하지만 짐의 체면도 있겠다, 그대에게 벌을 내려야겠소.”

 

 “.........”

 

 “금야는 눈가리개를 풀지 않을 것이오. 짐의 재미를 망쳤으니, 그대도 망치는 것 하나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그대는 내게 흥미 있는 얘깃거리를 하나 해야 할 거야. 이를테면 본인의 소개라든가. 짐은 저 해협 건너 초원에서 왔다는 그대의 얘기를 듣고 싶었어. 분명 재밌을 터이지.”

 

 “네?”

 

 눈가리개는 둘째쳐도, 왕이 벌이랍시고 내린 건 상당히 황당한 거였다. 게다가 지금은 분명 초야였다. 승은을 입어야 하는 날이 아닌가. 차분히 있어도, 야낙이 당황해하는 기색을 보이자 그가 장난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짐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소. 그것은 낭만적이지 않고 군주 된 도리로서도 사내 된 도리로서도 도덕적이지 않으니까. 서로를 알아가는 것, 상대를 탐색하는 것... 그것은 짐이 제일 즐기는 인간관계의 묘미인데 짐은 그걸 포기하면서까지 그대를 취하고 싶지 않아. 내명부에 있는 모두가 짐의 내자이오. 그대도 마찬가지고. 지위의 차이가 있을 뿐, 짐은 모두를 아낀다는 것만큼은 그대도 알아주었으면 하오.”

 

 “..........”

 

 진심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위엄을 보이는 왕 앞에서 야낙이 이윽고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그가 자상한 손길로 자신의 등을 토닥이자 더더욱 침묵하는 그녀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왕이 자신에게 하문한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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