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를 쓰자 - 세계수편
작가 : 연도단
작품등록일 : 2017.7.6

외딴 섬에 위치한 신국고등학교.
폐쇄적인 고등학교에 생긴 이변.
학생들의 몸에 깃든 신화적 존재들.
이변으로 인해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학교에서 지배하려는 세력과 지배에 저항하는 세력이 충돌한다.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2
작성일 : 17-07-15 23:46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729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

 

  - 세계수 이그드라실(Yggdrasil).

  우주를 떠받친다고 일컬어지는 이 초월적으로 거대한 나무는 그 명성에 걸맞는 크기로 신국고등학교 전체를 휘감고도, 더 뻗어 나갈 기세로 섬 여기저기로 뿌리를 뻗치고 있었다.

  섬 전체를 휘감은 세계수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신국고등학교의 중심인 ‘중앙강당으로 이어진다.

  “맞습니까? 저곳이 확실한가요?”

  뿌리에 짓눌려 완전히 폐허가 된, 돌무더기에 가까운 건물더미 정상에 선 여운은 하늘을 꿰뚫듯 솟아있는 거대한 나무의 근원을 내려다본다.

  “그래. 저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어.”

  뒤따라 올라온 현석이 여운의 옆에 선다.

  “몸 상태는 괜찮으신 건가요?”

  “내가 약골처럼 보여도, 일단은 요툰이라고. 신체적인 능력 하나 만큼은 아스가르드 신 이상이야. 그딴 상처는 하룻밤만 푹 자면 나아. 아, 그리고.”

  그는 여운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약간 비켜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정확히는 저기야.”

  여운은 현석의 손가락이 향한, 이제는 형체만이 겨우 남아있는 중앙강당 B 동으로 시선을 옮긴다.

  “네. 저기가 창세(創世)가 열린 곳이군요.”

  여운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걸음을 서두른다.

  “서두르죠.”

  현석은 돌무더기를 내려가는 여운의 뒤를 따른다.

  돌무더기가 끝나는 평평한 바닥에 내려선 둘은 곧장, 무너진 B동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사방에 널려있는 건물 잔해를 이리저리 피해, B동 앞에 설치된 주차장 앞에 선다.

  B동은 나무 완전히 휘감겨 무너져 있었다. 찢어진 콘크리트와 그 사이로 혈관처럼 뻗어 나온 시뻘건 철근은 흉물스럽게 사방으로 뻗쳐있다.

  현석은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건물을 눈에 담는다. 그렇게 무겁게 굳은 얼굴로 건물을 바라보던 현석은 불쑥 입을 연다.

  “밤이었어.”

  불쑥 뱉은 그 한마디를 끝으로 현석의 입은 열리지 않는다. 입을 굳게 닫고 있는 현석에게서는 평소의 수다스러움과 가벼움은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가자.”

  억눌린 듯이 쥐어 짜내어진 ‘가자.’라는 현석의 한 마디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여운은 말없이 현석의 뒤를 따른다.

  두 사람은 B동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부분과 그곳에 붙어있는 철제문 앞에 섰다.

  “......”

  문 앞에 선 현석은 입을 굳게 닫고 문을 가만히 바라본다.

  여운은 현석의 흔들리는 눈동자에 비친 감정의 격류를 어렴풋이 느낀다.

  - 후회 · 자책 · 슬픔 · 망설임 · 주저함

  B동 건물을 비추는 현석의 눈에서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마이너스 감정들이 격렬하게 뒤엉켜있었다.

  “후우...”

  현석은 크게 숨을 내쉬며 눈을 감는다. 그렇게 눈꺼풀 속에 감정들을 꾹꾹 눌러 넣은 그는 눈을 뜬다.

  “다시 설명해 줄 수 있어?”

  “무엇을 말입니까?”

  “하하... 지금 우리가 가려고 장소에 대해서... 듣긴 했지만, 솔직히 하나도 이해 못 했거든.”

  현석의 웃는 얼굴은 잔뜩 경직되어 있다. 억지웃음으로 자신 안의 감정을 감추려는 노력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다.

  “저곳으로 들어가기 싫으십니까?”

  “아... 아니아!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단지, 내가 이해하지 못한 곳으로 몸을 던지기 싫다. 뭐, 이런 거라고!”

  동공 지진, 말 더듬, 격한 부정, 변명.

  현석은 정곡을 찔린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리액션은 다 보여준다.

  “어, 어쨌든 설명이나 해줘!”

  눈앞의 장소는 현석에게 있어서 격변에 가까운, 그의 가치관을 바꿀 정도의 감정적 충격을 준 장소였다.

  어쩌면 그에게는 감정을 정리할, 자신 안의 감정과 마주할 준비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럼, 간단하게 설명해드릴게요.”

  현석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의 집중이 눈앞의 폐허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여운은 설명을 시작한다.

  “사람의 몸은 우주와 아주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피는 우주를 떠도는 에너지, 각종 세균과 세포들은 별과 생명 정도로 치환할 수 있겠네요. 또한, 그들이 작용하는 메커니즘도 비슷하죠. 그렇기에 사람의 몸은 하나의 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탄생도 하지 못한 껍데기뿐인, 씨앗에 가까운 것입니다.”

  - seed universe (씨앗 우주).

  “사후에 영혼들은 자신들이 생전에 쌓은 인연을 품고 가서, 씨앗의 싹을 틔웁니다. 그렇게 탄생한 수많은 우주들이 모인 은하계. 그것이... ”

  - birth galaxy (탄생은하계)

  “우리는 9개 우주의 틈새에 있는 버스 갤럭시로 갈 겁니다. 현석 님의 시드 유니버스가 싹을 틔울 수 있을 만큼의 강한 인연이 머무는, 인연의 장소를 통로로 해서 말이죠.”

  여운은 이전보다 더 불안하게 흔들리는 현석의 눈을 응시하며 말을 이어간다.

  “씨앗이 싹을 틔운다면, 인간을 초월한 ‘귀신(鬼神)’만이 도달할 수 있는 절대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겁니다. 유니버스(우주)의 탄생과 동시에, 현석 님은 한 우주의 신이 되는 겁니다.”

  “우주의 신?”

  눈앞의 건물에 머물던 현석의 관심이 여운을 향한다.

  “단, 인간의 그릇만으로는 우주의 신이 될 수 없습니다. 우주의 신이 되는 것은 그날 현석 님의 영혼에 박힌 파편. 현석 님의 자아를 집어삼켜, 우주의 주인이 되려고 하는 신의 파편을 물리치고, 흡수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여운은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혀 흔들리는 현석의 눈을 직시한다.

  “하나의 신화는, 하나의 우주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현석 님의 이야기를 쓸 겁니다. 당신이 주인인 우주의 이야기를 쓸 겁니다. 인연이라는 이름의 별을 모아 이야기로 써내겠습니다. 거대한 은하의 탄생을 쓰겠습니다. 신화(神話)를 쓰겠습니다.”

  여운은 현석의 떨리는 어깨에 손을 얹는다.

  “현석 님이 두려워하는 과거까지 당신의 이야기가 되어, 미래로 이어지는 힘이 되도록.”

  “과거가 미래로 이어지는 힘이... 그 녀석의 희망이 미래로 이어지는 힘이 되는 건가...!”

  여운의 손을 통해 전해지던 미세한 떨림이 멈춘다.

  현석은 자신의 어깨에 얹어져 있던 여운의 손을 꼭 잡는다. 그리고 여운의 체온을 느끼며 어깨에서 천천히 내린다.

  현석은 가볍게 웃는다.

  “후훗! 내 이야기는 블록버스터급이어야 한다고!”

  여운은 결의로 단단해진 현석의 눈을 응시하며 미소 짓는다.

  “내면의 가장 큰 인연과 마주할 준비가 된 것 같군요.”

  여운은 문에서 살짝 비껴선다.

  “그렇다면 여세요. 스스로의 손으로...”

  문을 응시하는 현석의 눈에 살짝 긴장감이 어렸지만, 망설이지는 않는다.

  현석은 문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아 비틀어 밀었다.

  - 그르릉

  비틀어져 어긋난 문은 부서진 건물의 잔해와 마찰하며 열린다.

  두 사람은 갈라진 콘크리트 사이로 스미는 희미한 빛이 전부인, 어둑한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희미한 빛뿐인 내부는 실루엣만이 겨우 인지될 정도로 시야가 없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눈은 어둠에 적응했고, 두 사람의 눈에 내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건...”

  여운은 몸을 숙여 강당 여기저기에 얼룩져 있는 붉은 자국들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피군요.”

  말라있는 핏 자국 하나하나는 작은 웅덩이 수준의 크기로, 치사량은 가볍게 뛰어넘었을 양의 피가 고여 있었을 터다. 강당 안에는 9개의 말라붙은 피 웅덩이가 일정한 배열로 늘어서 있었다.

  “이 배열은... 룬 문자군요.”

  “아... 그럴 거야.”

  현석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재물의식을 행한 거군요. 문을 열기 위해서. 신들을 해방하기 위해서.”

  현석은 한숨과 같은 후회를 토해낸다.

  “그... 때 난 없었지만.”

  현석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난 뒤였어. 그 녀석이 모든 것을 짊어진 뒤였어.”

  현석의 일그러진 주름 하나하나에 후회가 스며있었다.

  “같이... 같이 있어 줬어야 했어. 내가... 내가.. 같이 짊어졌어야 했는데!”

  현석은 자책한다.

  “분명... 분명 고통 속에서 날 원망했을 거야. 그럴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날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을 거야. 그랬을 거야...”

  “과연 그럴까요?”

  여운은 자책하는 현석 앞에 섰다.

  “과연 그럴까요... 라니?”

  “저는 현석 님이 말하는 그분이 어떤 분인지 모릅니다. 이곳에서 벌어진 일도 모르고요. 하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죠.”

  “확실하게 아는 한 가지..?”

  여운은 확신에 가득 찬 눈으로 현석의 후회를 마주한다.

  “아무도 그때 그분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분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운의 어조는 강한 확신을 품고 현석을 직격한다.

  “그분과의 인연을 품고 있는 현석 님의 씨앗 우주로 가는 겁니다. 그리고 그분의 의지가 머무는 그곳에서 현석 님이 직접 확인하는 것뿐입니다.”

  현석은 되뇐다.

  “직접 마주하는 것. 직접 확인하는 것... 인가.”

  현석은 가슴 한가운데 걸린 무언가를 내뱉기라도 하듯, 크게 숨을 내뱉는다.

  “후!!”

  그리고 무언가를 떨쳐낸 듯이 씨익 웃는다.

  “가자. 뭐가 됐든. 부딪쳐보자고.”

  여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 안에서 태블릿PC를 꺼내 든다. 태블릿을 꺼내든 여운은 유하의 연락처를 검색해서 선택한다.

  - 뚜르르르...

  식상한 통화음이 몇 번 울리며 통화가 연결됐다.

  「때가 된 거야?」

  “네. 이곳의 좌표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됐어. 잘 아는 곳이야. 그 녀석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장소니까.」

  유하의 목소리에서 감정의 떨림이 느껴져 왔지만, 찰나였을 뿐. 이내 냉정함을 되찾는다.

  「그럼. 시작한다.」

  “네. 지혜의 샘과 에다를 연결해주세요.”

  여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을 조작한다.

  - Edda connect... Network Mimir... complete...

  「연결됐어.」

  연결됨과 동시에 태블릿 화면은 깜빡거리며 점멸을 반복한다.

  “준비된 것 같으니.”

  그렇게 점멸을 반복하던 화면은 순백의 화면에 이르러 멈춘다.

  “시작해 볼까요.”

  여운이 순백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자, 터치한 부분을 중심으로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수면에 물결치듯 파문이 일던 백색의 화면에 여운은 손바닥을 얹는다. 그러자,

  - 즈우우우웅

  태블릿 화면에서 시작된 파문은 여운의 손까지 퍼지며 손의 형체마저 일그러트린다.

  태블릿과 여운의 손은 파문에 일그러지고 뒤섞여, 종래에는 둘의 형체는 서로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인다.

  에다의 데이터를 담고 있는 그릇인 태블릿을 물질화한 차원과 에다의 주인인 여운의 영혼은 차원 단위에서 뒤섞인다.

  그렇게 뒤섞여 하나가 된 둘은 하나의 존재를 데이터의 바다에서 끄집어 올린다.

  “에다의 주인인 내가 허하노라! 주인에게 그 모습을 보여라! 신화강림(神話降臨)!"

  여운의 손은 태블릿과 뒤섞여 일그러진 공간에서 책 한 권을 끄집어 올린다.

  - Mythology Edda!!

  여운은 손에 쥐어진 낡아 건드리기만 해도 가루가 되어 부스러질 것 같은 책을 응시한다.

  “제 손에 들린 이 에다는 고(古)에다의 기능을 그대로 복사한 복사체. 또 다른 에다.”

  - 어나더 에다(Another Edda)

  “미미르에게 있는 에다에 대한 지식을 이용해서, 내용이 지워진 에다를 복사하여 물질화한다는 계획. 일단은 성공이네요. 에다의 내용이 완전했었다면 불가능했을 테지만.”

  여운은 손에 들린 에다를 펼친다.

  그는 주저 없이 펼쳐진 에다의 첫 페이지를 밀어 넘긴다.

  여운이 넘긴 책장은 의지를 가진 것처럼, 저절로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어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육안으로도 충분히 인식이 가능한 수준의 속도로 넘어가던 페이지의 넘김은 순식간에 가속이 붙더니, 수백, 수 천 장을 한 번에 뛰어넘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빨라진다. 그렇게 수만, 수억 페이지를 뛰어넘은 에다는 특정 페이지에 이르러 멈춘다.

  - 창세(創世)

  「내가..- -지- -지...-지직..-.. 할 수 있.. -- 이이잉..-... 여기 -- 까지..-- 치 --지-- 야. 기이잉--.. - 저 -- ... 녀...-- 을 부 타 아 -- 아..할게... 지잉」

  끓어지기 직전의 미약하기 그지없는 유하의 목소리였지만,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지 -- ... 이이--- 잉.. -- 잃지 않겠어. 그때처럼...」

  연결 상태가 엉망이던 통신은 유하의 의지에 반응이라도 하듯, 선명한 한마디를 남기고 끊어진다.

  - 지이이이이 -- --

  끊어진 통신 채널에서는 단음으로 길게 이어지는 신호음만이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여운은 유하의 마지막 말을 되뇌며 의지를 다진다.

  “저 역시 그때의 저처럼 잃게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겪었던 고통을 겪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단단하게 다져진 의지에 자신의 다짐을 새긴다.

  ”쓰겠습니다. 천년... 아니, 만년은 이야기 될 신화를.”

  통신을 끊은 여운은 현석에게로 다가간다. 손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현석과 마주 선 여운은 한 손으로 태블릿을 조작하며, 나머지 손을 현석의 이마로 가져간다. 그리고 현석의 이마에 손을 얹는다. 현석은 움찔했지만, 피하지는 않는다.

  “현석 님. 그때를 떠올려 주세요.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가장 강렬했던 기억을.”

  “그때의 기억..!”

  현석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집중하십시오. 인연의 끈을 놓친다면, 현석 님의 정신은 무한에 가까운 은하계를 평생 헤매게 될 겁니다.”

  눈꺼풀에 덮인 현석의 안구에는 차분한 어둠이 내려앉는다. 현석의 시야를 가린 어둠은 그의 의식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누른다. 어둠에 밀려 가라앉은 현석의 의식은 그 자신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기억의 보관창고인 의식의 심층 지대까지 가라앉는다.

  “도달한 겁니까.”

  의식을 잃고 서 있는 현석에게서 안개가 흘러나왔고, 그 안개는 타원형의 은하수를 형성한다. 그리고 안개의 은하는 현석을 중심에 두고 돌기 시작한다.

  현석은 휘몰아치는 안개 속으로 사라졌고, 홀로 남겨진 여운은 희미한 빛을 품고 있는 안개 저편으로 시선을 던진다.

  현석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안개는 점점 넓어지며, 공간 자체를 완전히 뒤덮을 기세로 거세게 영역을 확장한다.

  여운은 안개에 시선을 고정한 채, 텅 비어있는 창세 페이지에 손가락을 얹는다.

  “열겠습니다.”

  - 창세(創世)를!

  여운의 선언과 동시에 여운의 손가락과 에다는 공명하며 빛나기 시작했고,

  “시작하지요.”

  여운의 손가락은 하얀 종이 위에서 현란하게 춤을 춘다. 그의 손가락이 지난 자리에는 글자가 그려져 빛난다.

  여운은 안개 저편으로 시선을 던지며 자신이 쓴 문장을 읊조린다.

  “태초의 안개 속에서 태어난 인연의 씨앗은 하나의 의지를 품고 있었다. 씨앗이 품은 하나의 의지는...!”

  - 쏴아아아!

  문장을 채 마무리 짓기도 전에 여운은 거친 안개의 폭풍에 삼켜졌다.

  현석에 이어, 여운까지 집어삼킨 안개는 연기처럼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두 사람이 사라진 텅 빈 강당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가 내려앉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3장. 신화창조(神話創造). - 2 2017 / 7 / 28 259 0 3649   
19 3장. 신화창조(神話創造). - 1 2017 / 7 / 24 264 0 5544   
18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9 2017 / 7 / 22 258 0 3958   
17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8 2017 / 7 / 21 284 0 6146   
16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7 2017 / 7 / 20 258 0 5339   
15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6 2017 / 7 / 19 249 0 5279   
14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5 2017 / 7 / 18 241 0 3977   
13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4 2017 / 7 / 17 249 0 3738   
12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3 2017 / 7 / 16 249 0 6059   
11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2 2017 / 7 / 15 273 0 7298   
10 2장: 신화(神話)를 쓰다. - 1 2017 / 7 / 14 266 0 3405   
9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9 2017 / 7 / 13 257 0 5296   
8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8 2017 / 7 / 12 257 0 8670   
7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7 2017 / 7 / 11 254 0 4893   
6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6 2017 / 7 / 10 251 0 7962   
5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5 2017 / 7 / 9 265 0 9672   
4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4 2017 / 7 / 8 251 0 9437   
3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3 2017 / 7 / 7 272 0 5190   
2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2 2017 / 7 / 6 295 0 6764   
1 1장. 잘린 머리 레지스탕스 - 1 2017 / 7 / 6 636 0 719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