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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모험가로서 살아가는 법
작가 : 글쓰는기계
작품등록일 : 20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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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즐기며, 세계의 신비를 밝히는 이들.
리처드.
세상으로 뛰쳐나온 그의 모험이 시작된다.
그만의 방식으로!

 
제 20 화
작성일 : 16-08-17 13:13     조회 : 525     추천 : 0     분량 : 6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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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허어억!”

 그리고 동시에 발사된 충격파 주문이 작렬했다. 강력한 진동으로 분쇄하거나 내부에 대미지를 입히는 주문이었다.

 이제 골짜기 안은 마법으로 생겨난 연기와 폭발로 인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타르라는 계속해서 스크롤을 찢어 나갔다.

 허공에서 생성된 얼음 화살이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파바박, 하는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아도 제대로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허공에 스파크가 튀었다. 강력한 번개를 상대방에게 쏘아 보내는 주문이었다. 일직선을 그리며 벼락이 미노타우르스를 노리고 날아갔다.

 번개가 살아 있는 육체와 닿았을 때 나는 거슬리는 파열음이 들렸다.

 모든 공격이 퍼부어지고 난 후에 순간, 정적이 일었다.

 “해, 해치운 건가?”

 타르라는 자신이 쓰고서도 이 정도 위력이 발생할 줄은 몰랐던 것처럼 중얼거렸다. 모든 스크롤을 아끼다 일시에 개방한 효과는 엄청났다.

 리처드도 방금 본 광경에 압도되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서서히 연기가 걷혀갔다.

 그리고 둘은 안에서 불타는 두 개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검은 미노타우르스였다.

 “크르르…… 크르르르르!”

 검은 미노타우르스는 이제 사방으로 검은색 오러를 풍겨내고 있었다. 마나가 극한으로 몸을 채우다 못해 밖으로 방출되는 현상이었다.

 마법사가 봤다면 기절했을지도 몰랐다.

 옆에는 겁탈당한 미노타우르스가 새까맣게 타서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재수 없게 같이 있었다는 죄로 주문을 얻어맞은 미노타우르스는 검은 미노타우르스와 달리 즉사했다.

 검은 미노타우르스는 온 마나를 앞에 두름으로써 그 모든 마법 주문을 견뎌낸 것이었다.

 “말, 말도 안 돼…….”

 타르라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초보자나 할 짓을 했다. 적이 달려오는데 피하지 않고 그대로 멈춰 선 것이다.

 “정신 차려, 타르라! 지금이 현실도피할 때냐!”

 그러나 리처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 나갔다. 어차피 자신이 기대한 싸움은 저런 것이 아니었다.

 조금 더 피가 튀고, 조금 더 강렬한, 조금 더 자신을 흥분하게 만들, 그런 싸움이었다.

 검은 미노타우르스는 포효했다. 극한의 분노가 담긴 포효였다. 사방을 울리는 검은 미노타우르스의 포효는 고막을 찢어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나 리처드는 온몸에 마나를 두르고 달려 나갔다. 그러고는 호흡과 동시에 롱 소드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어차피 저놈은 마나를 아끼면서 상대할 놈이 아니었다.

 그의 롱 소드가 하얗게 불타올랐다.

 “크허헝!”

 검은 미노타우르스도 옆에 떨어져 있던 거대한 도끼를 집어 들었다. 도끼는 미노타우르스의 마나로 인해 검게 불타올랐다.

 그리고 검은 불꽃과 흰 불꽃이 맞부딪혔다.

 콰콰콰쾅―!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파열음이 흘러나왔다. 리처드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이 튕겨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 부딪힌 여파로 몸이 밀려 나간 것이다.

 그러나 미노타우르스도 경악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자신의 공격을 막은 놈이 없었는데, 저렇게 작은 놈이 자신의 것과 비슷한 빛을 뿌려 대며 막아낸 것이다.

 리처드는 다시 달려들었다. 저놈에게 달릴 거리를 주면 위험할 것 같았다.

 검은 미노타우르스는 다른 일반 미노타우르스와는 전투 기술 자체가 달랐다.

 자기 분에 못 이겨 발광하는 대다수의 미노타우르스와 달리 검은 미노타우르스는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고 적을 도망치지 못하게 가로로 도끼를 휘둘러서 몰아붙였다.

 검게 불타는 오러가 길게 선을 그으면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은 막는 수밖에 없었다.

 불꽃 튀는 공방이었다. 던전의 깊숙한 곳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롱 소드와 검게 타오르는 도끼가 맞부딪혔다.

 쾅, 쾅, 쾅, 쾅!

 리처드는 손목이 찌릿거리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위기감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투쟁심이 끓어올랐다.

 드디어 자신의 전력을 맞부딪혀도 깨지지 않는 상대를 만났다!

 “흐읍!”

 리처드의 몸 깊숙한 곳에서 또 한 번 마나가 요동쳤다. 그리고 끓어오른 마나가 검으로 뿜어져 나갔다.

 서로 맞부딪힌 상태로 정신없이 휘둘러 후려치던 둘의 상태에 이변이 일어났다.

 리처드의 롱 소드가 새하얗게 불타오르다 못해 진하게 압축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방으로 퍼지던 빛이 점점 질량이 있는 덩어리로 변해갔다.

 리처드는 전투 도중에 자신의 검이 점점 무거워지고 빨라지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후려치고, 베고, 찌른다. 동작 자체는 기본적이고 평범한 검술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실린 힘이 검술을 강력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결국 파괴력은 속도와 무게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미 공격이 충분히 빠르고 무겁다면 별다른 기교를 부릴 필요가 없었다.

 리처드는 그 사실을 깨달으며 더욱더 공격을 가속했다.

 캉! 캉! 캉!

 그를 상대하고 있는 검은 미노타우르스의 눈동자가 더욱 붉게 타올랐다. 서로 발을 땅에 붙이고 후려치던 도중에 자신의 도끼가 점점 튕겨 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상처 입은 제왕의 자존심이 타올랐다.

 검은 오러가 더욱 치솟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리처드는 온몸의 마나를 집중해 검으로 쏟아부었다.

 그리고 서로가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검은 미노타우르스는 위로, 리처드는 옆으로 검을 뻗어 휘두를 공간을 마련했다.

 서로의 무기가 전투 이래로 가장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공기가 긴장으로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러나 그 긴장은 어이없게 사라졌다.

 콰직―

 “어?”

 리처드는 어이없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는 것을 듣고 당황했다. 자신의 롱 소드가 박살 난 것이었다.

 마나를 불어넣는 것을 견디다 못해 롱 소드의 날은 산산이 부서져 비산했다.

 검은 미노타우르스는 자신의 승리를 직감했다. 도끼를 높게 치켜든 미노타우르스는 어이없는 상황에 당황한 리처드를 향해 그대로 내리찍었다.

 “이, 이런 미친!”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에 여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리처드를 도운 것은 타르라였다.

 둘 사이에 끼어든 타르라의 머리 위로 미노타우르스의 도끼가 내려쳐졌다.

 굉음이 울려 퍼졌다.

 

 타르라는 멀리서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끼어들기 힘들 정도로 둘의 싸움이 가열되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악마 같은 모습을 한 채 검은 불길이 타오르는 도끼를 휘두르는 미노타우르스를 상대하는 리처드는 마치 성기사와도 같았다. 흰색 마나를 태우며 달려드는 모습이 성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점점 밀어붙이던 리처드의 모습에 타르라는 주먹을 불끈 쥐며 응원했다.

 조금씩, 조금씩 미노타우르스가 밀려나고…… 그리고 서로 일격을 준비하더니…….

 리처드의 롱 소드가 부서져 나갔다.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이었지만, 타르라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생각 따위는 할 겨를이 없었다. 미노타우르스의 도끼가 수직으로 내리찍어지고, 그 앞에 간신히 도달한 타르라는 클레이모어에 모든 마나를 불어넣었다.

 둘의 마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클레이모어가 붉게 타올랐다.

 양손으로 검을 잡고 타르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 자세를 취했다.

 비껴 내리는 것처럼 앞으로 클레이모어를 기울인 자세. 타르라는 호흡하며 똑바로 미노타우르스의 눈을 마주했다.

 “쿠허엉!”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로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리처드가 방금 일어난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

 잘 싸우던 도중에 무기는 갑자기 스스로 박살 나고, 그 와중에 덤벼든 적을 막아내기 위해 타르라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타르라는 저 뒤로 튕겨 나가 있었다. 얼핏 봐도 중상이었다. 용케도 클레이모어는 부러지지 않았다. 쓰러진 상황에서도 타르라는 클레이모어의 자루를 쥐고 있었다.

 타르라가 내는 신음 소리를 들으며 리처드는 고개를 돌렸다. 미노타우르스가 오만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든 상황이 자신을 분노케 했다.

 친구가 자신을 위해 공격을 막다가 뒤로 튕겨난 상황도, 잘 싸우다가 무기가 부서진 것도.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도!

 리처드는 이제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강렬한 분노가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분노를 따라서 폭발적으로 마나가 몸을 채웠다.

 리처드의 몸 주변에서 하얗게 타오르는 오러가 일어났다.

 미노타우르스는 무언가를 느꼈는지 순간 움찔거렸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리처드는 그대로 달려들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이번에 저놈을 죽일 것이다. 더 이상 공격을 교환하면서 즐기는 것은 필요 없었다. 증오가 끓어올랐다.

 자신이 사냥꾼이었을 시절에 사냥감의 목에 화살을 꽂아 넣을 때 느끼던, 그런 필살의 감각으로 온몸을 하얀색 오러로 불태우며 리처드는 검은 미노타우르스 앞에 도달했다.

 검은 미노타우르스가 도끼를 휘둘렀다. 검게 불타는 선이 리처드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리처드의 정신은 극도의 분노로 인한 명정 상태에 빠져 있었다.

 사람과 몬스터의, 불타는 눈과 눈이 마주쳤다. 리처드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공격이 날아오는 방향을.

 리처드는 두 주먹을 단단히 쥐었다. 그 위로 중첩되듯이 불어넣어진 마나가 밖으로 튀어나오며 오러로 변했다.

 꽝!

 온몸의 근육을 집중시켜 후려치듯이 옆에서 날아오는 도끼의 날을 향해 리처드는 주먹을 내려쳤다. 흰색 선이 리처드의 주먹을 따라 허공에 그려졌다.

 검은색으로 불타던 도끼는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그 여파로 미노타우르스의 몸이 앞으로 꺾였다.

 리처드는 울부짖는 듯한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도약했다.

 경악하는 미노타우르스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리처드는 공격을 준비했다. 드디어 미노타우르스의 몸에 자신의 공격이 닿기 시작한 것이다.

 미노타우르스는 가슴팍에 힘을 줬다. 안 그래도 단단한 근육에 마나가 집중되며 더욱 단단해졌다.

 공격을 견뎌낸 이후, 리처드의 동작이 멈추면 곧바로 역습으로 찢어 죽일 작정이었다.

 빡―!

 리처드는 이제 타오르다 못해 뭉치기 시작한 오러가 실린 팔꿈치로 미노타우르스의 명치를 후비듯이 후려쳤다.

 미노타우르스는 예상했던 것과 다른, 묵직한 느낌이 타고 올라오자 전율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직 견딜 수 있었다. 곧바로 미노타우르스는 땅에 처박힌 도끼를 들어 올리려 했다.

 빠박―!

 하지만 미노타우르스는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 휘청거렸다. 리처드의 공격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왼쪽 팔꿈치를 그대로 돌려 다시 후려친 것이다.

 그리고 계속되는 타격.

 파바바바바바바박―!

 리처드는 말 그대로 전신을 움직여 미노타우르스의 한 곳을 집중적으로 두들겨 팼다. 처음에는 멀쩡했던 명치가 점점 움푹 파이기 시작했다.

 무아지경에 빠져 리처드는 점점 가속해 나갔다.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미노타우르스의 몸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쿠허어엉!”

 계속해서 두들겨 맞던 미노타우르스의 상반신이 뒤로 꺾였다. 상체가 뒤로 쓸린 탓에 리처드는 발로 미노타우르스의 무릎을 밟을 수 있었다.

 그 상태로 리처드는 계속해서 두들겼다. 타격이 점점 쌓일수록 리처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나는 오러가 진해지듯 불타올랐다.

 리처드의 몸이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 팔꿈치가 다시 한 번 명치를 후려쳤다.

 “커허엉!”

 검은 미노타우르스는 처음으로 피를 토했다. 검은 미노타우르스의 무릎이 접히듯이 꿇려졌다.

 다시 한 번 떨어지면서 리처드는 오른쪽 무릎으로 명치를 후려쳤다.

 또 한 번 검은 미노타우르스가 피를 토하며 비명을 질렀다. 자세는 점점 낮아졌다.

 짧은 시간에 수십 대를 후려쳤다. 리처드는 어느 순간부터 오른쪽 주먹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계속되는 타격에 오른쪽 주먹에 서리던 오러는 빛을 발하다 못해 이제 질량을 가진 덩어리로 압축되었다.

 아까 검으로 못다 한 시도를 다시 시작한 것이었다.

 드디어 리처드의 눈높이까지 미노타우르스는 자세가 내려갔다. 불타는 놈의 눈동자에 서린 공포를 리처드는 분명하게 보았다.

 달성감과 승리감에 고양되며 리처드는 온몸을 휘둘러 오른쪽의 주먹을 미노타우르스의 관자놀이에 쑤셔 박았다.

 마치 사형장의 죄수를 참수하는 기분이었다. 주먹은 오러가 압축되어 마치 새하얀 유성(流星) 같았다.

 빡―

 둔탁한 파열음이 들렸다. 리처드의 주먹이 단단하던 미노타우르스의 관자놀이를 뚫는 것으로 모자라 두개골을 부수며 파고들어 가는 소리였다.

 검은 미노타우르스는 리처드의 최후의 일격에 완전히 머리가 곤죽이 되어 즉사했다. 썩은 고목이 쓰러지듯이 미노타우르스는 천천히 옆으로 쓰러졌다.

 7구역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의 최후였다.

 탁―

 공중에서 부드럽게 착지한 리처드는 길게 호흡하며 미노타우르스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

 그리고 미친 듯이 길게 포효했다. 그 모습은 마치 맹수가 난적을 쓰러뜨리고 포효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노타우르스가 쏟아낸 피를 뒤집어쓴 리처드의 모습은 한 마리의 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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