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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대국의 빈(嬪): 악의 딸
작가 : 써니벨
작품등록일 : 2017.7.15

도덕심이든 윤리의식이든 단 1g도 없는 야만인의 아가씨, 야낙(여주)의 피말리는 궁중생존기와 위태로운 로맨스 스릴러! 살육과 약탈을 생업으로 삼는 야인족의 영애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입궁한 대국의 내명부는 그야말로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세계였다. 그러나 얼마못가 궁에서 낙오되어 사라질 것 같았던 야만인 소녀는 정말 강하고 사악했는데?! 아름답고 가련한 '마왕(魔王)'과 그 마왕을 사랑하고 만 '대마왕(大魔王)'의 사극 로맨스 스릴러.(실제 역사와 아무런 상관없는 중세시대 사극물입니다. )

 
11.효제태자 자홍염.
작성일 : 17-07-15 21:03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8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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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판세기 1032, 대국력 637년, 목종 10년.

 

 역사상 최악의 암군으로 손꼽히는 선대왕, 경종대왕(敬宗大王)에겐 정해진 후계자가 없어서, 대왕의 갑작스러운 승하 직후 대국은 왕자들을 위시한 외척 가문들의 알력다툼으로 인하여 몇 년에 걸친 내전을 치러야 했었다.

 

 왕좌의 전쟁이라고도 불렸던 내전은 수많은 왕족과 가문들이 ‘전부’ 죽어서야 겨우 끝을 낼 수 있었는데, 결국 왕위를 이어받은 건 선대왕의 숙부가 되는 유안군(裕安君), ‘자낙윤(紫落胤)’이란 왕자였다.

 

 물론 왕자라고 해봐야.

 

 그는 선대왕의 조부이자, 선선대왕의 부왕이신 광조대왕의 ‘늦둥이 막내아들’로 태어났다는 것 외엔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조차 신기할 정도로 힘없는 왕족이었는데....

 

 뜻하지 않은 내전의 결과로 인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왕위계승권자가 되어버린 그는 주축이 되는 가문들의 수장과 조정 관료들의 추대를 받아, 50세의 나이로 국왕이 되었고.

 

 지금은 즉위 10년 차에 이르러 ‘환갑’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오늘 진행되고 있는 국왕의 환갑진연은 규모만이 구색을 갖췄을 뿐, 실상은 왕실의 행사답지 않게 초라한 편이었는데....

 

 종친(宗親)과 왕족이라 불릴 만한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유배를 간 상황이었고, 길고 긴 내전의 여파와 이민족들과의 전쟁으로 인해, 국고의 사정마저 여의치 않았던 터라.

 

 원래대로라면 사흘에 걸쳐 시행되어야 했을 환갑진연의 행사는 단 하루에 그치기로 합의 되어있었고, 수백 명 이상이 참석해야할 진연의 자리에는 조정 대신들과 각 영지의 수장들만이 참석하고 있어서.... 엄숙하고도 즐거워야할 진연의 분위기는 다소 우울하고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폐하, 탄신일을 감축, 또 감축드리옵니다. 홍복을 누리시옵소서.”

 

 나라의 승상이자 국구(國舅:왕의 장인) 마 씨를 비롯한 고관대직들을 위시로 50여명에 이르는 조정 관료들이 술잔을 들어 올리며 그들의 군주에게 예를 다하고 있었다.

 

 “고맙소. 공들도 이만 자리에 앉으세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가진 품계에 따라 차등을 둔 화려한 고배상들 사이로 제일 상석(上席)에 위치한 진어상(:국왕이 받는 잔칫상)으로부터 부드럽고 근엄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론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연히 이 나라의 국왕이 되는, 목종대왕.

 

 일국의 지존답게, 그는 국왕을 상징하는 황룡의 예복을 입은 채로 지엄하게 상석에 앉아 있었지만 그 인상은 군주라 칭하기에 어딘가 많이 유약하고 자상해보였다.

 

 “망극할 것까지 무에 있겠습니까.”

 

 거기다.... 겉만 봐서는 도저히 환갑노인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소문의 늙은 왕과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니, 지척에 자리한 20살 연하의 장인어른 승상 마 씨 보다 더 젊어보일 지경이었다.

 

 새치하나 없는 검은 머릿결에, 잡티하나 없는 깨끗한 얼굴. 심지어, 얼굴의 주름살이라곤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눈가의 주름만이 전부였다.

 

 “짐의 탄신일이기도 하겠다. 이런 날까지 격식에 얽매이고 싶지 않소. 하하하, 다들 먼 길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였는데 차례는 생략하고 약주부터 듭시다.”

 

 “...........”

 

 초라한 진연에, 여러 불행한 사건들이 겹치면서 궁중의 분위기가 많이 침울한 터라, 국왕이 먼저 좋게 또 편하게 나서고 있었지만, 대신들은 자리에 앉으면서 조용히 눈치만을 볼 뿐 감히 어느 누구도 감히 나서질 못했다.

 

 안 그래도 방금 전에,

 

 궁에 초청받은 무희들과 악사들이 모자란 예산 때문에 행사 도중 조기 퇴장하는 참사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몇 달치 봉급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령숙수들이 폐하의 진어상에 올릴 상화(상을 호사스럽게 장식하는 꽃)마저 올리지 않은 대죄까지 범한 상태였는지라.....

 

 반찬 가짓수만 많았지, 역대 최악일 될 진어상을 받아드는 군주를 보며, 대신들은 연신 왕의 안색만을 살피며 초조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례하고 초라한 생일상을 받아들면서도 왕에게는 불쾌한 기색 같은 건 찾아 볼 수 없었다. 싸늘한 분위기 속에, 자리를 쓱 돌아보던 그가 오히려 환하게 웃는다.

 

 “들라 할 것도 없는 초라한 진연이오, 허나 기쁜 자리이니 공들 모두 오늘은 국사를 잊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오늘을 보냈으면 하오.”

 

 “다시 한 번 감축 드립니다, 폐하. 또한 이 자리를 빌려 천심공주(天尋公主)님, 아이아라시 왕비 전하의 회임 또한 같이 감축 드립니다.”

 

 “고맙소, 승상.”

 

 모든 조정 대신들의 대표이자, 조정의 실세로 통하는 승상 마 씨가 공손하게 군주에게 예를 갖추고 있었다. 노련한 재상이자, 왕의 장인으로서 진연의 우울한 분위기를 타파할 묘책을 마련한 모양이었다. 승상이 최근에 접한 희소식을 화제에 올리자 왕이 금세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긴 최근 기쁜 일이라곤 그다지 없는 와중에, 왕에게 있어 동맹국으로 시집간 장녀의 임신 소식은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았으니 말이다. 거기다, 슬하 왕자, 왕녀들 중 유일하게 살아 성인이 된 이는 천심공주라는 왕녀 하나뿐이었으니 더더욱 그 희소식이 간절했을 터였다.

 

 “공주가 아이아라시 족에게 화친(和親:자국의 왕자, 녀가 타국으로 혼인하여 떠나는 것)을 간 지 도 벌써 8년이나 흘렀습니다. 외손녀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로, 희소식이 뜸해 아비로서 근심이 컸는데, 정말 잘 된 일이에요.”

 

 “아이아라시 군왕 전하께서도 왕비 전하의 회임을 감축하고 탄신일을 경하한다는 의미에서 폐하께 백마 50필을 바친다합니다. 왕비 전하 또한, 재정에 보탬 하라 비단 100필을 보낸다 하였나이다.”

 

 “하! 그래요?”

 

 “진심으로 감축 드리옵니다, 폐하!”

 

 “하하하하!”

 

 이번엔 정말로 기분이 좋아진 모양인지, 왕이 아까보다 더 환히 웃자 대신들도 어느 덧 긴장을 풀며 하나 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국왕이 손수 내리는 어주를 받아드는 승상도 자애롭게 눈웃음을 지으며 누그러진 분위기를 더 수월하게 이끌어나갔다.

 

 “작년 역적패당의 난부터, 올해 남부 이민족의 침략까지. 국가 전반적으로 많이 혼란스러웠지만 내년부터는 나라에도 평화가 깃들 것이라 사료됩니다, 폐하. 군사적으로 아이아라시 족과 굳건한 동맹을 맺고 있고, 작년에 갈마 성씨를 하사한 야만인의 용병 일족까지 그 우두머리의 질녀를 후궁으로 들이면서 인척 관계를 맺지 않았습니까.”

 

 “......아아 그 야인 족이라 했던.”

 

 승상과 국사를 논의하면서, 약주를 마시던 왕의 눈가가 영애 갈마 씨가 언급되자 가늘어지고 있었다. 그러보니 오늘 밤, 첫 승은을 내리는 날이기도 했다. 너털웃음을 터뜨린 왕이 어느 덧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군.”

 

 “또한 태자 전하와 위국의 공주님과의 혼담도 잘 진행되는 중이옵니다. 위국과의 국혼이 잘 성사된다면 나라의 재정난도 해결되겠지요. 소인은 내년을 기대하며 올해를 와신상담하고 있사오니, 폐하께선 너무 심려치 말아주시옵소서.”

 

 “승상은 선대 때부터 국사에 관여한 유능한 인재가 아닙니까. 짐은 어련히 잘 해결할 거라 믿어요.”

 

 “황송합니다, 폐하. 최근, 내의원의 말에 따르며 폐하의 옥체가 많이 허하시다 들었는데 이는 마음의 병으로 걱정과 불안에 기한다고 들었습니다.”

 

 “짐을 걱정해주는 겁니까. 승상은 아량이 깊은 사람입니다.”

 

 순간,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승상을 마주하는 왕의 눈초리로 떨떠름한 기색이 오갔지만 그것도 잠시 뿐.

 

 “폐하.”

 

 만찬이 열리는 전각 밖으로, 상선내관이 또 다른 귀객이 왔음을 알리자 왕의 안색이 바로 달라지고 있었다. 이 시각에 만찬에 참여할 사람이라곤 이제 딱 하나 남았기 때문이었다.

 

 “오오, 그래 무엇인가.”

 

 “폐하, 동궁으로부터 태자전하께서 오셨사옵니다.”

 

 승상을 비롯한 조정 대신들 모두 새로이 등장하는 왕가의 후계자를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상석에 앉아, 자신의 ‘질손(姪孫:조카 손자)’이자 양아들이기도 한 태자를 기다리는 왕의 입가로 자애로운 미소가 가득 피어난다.

 

 전각 위로, 내관들과 궁녀들을 거느리며 붉은 융복을 입은 젊은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종조부와 질손 사이임에도, 왕과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대단한 미남자다. 하얀 피부에 명백하게 이질적인 ‘붉은 눈동자’를 가진 젊은 청년은 왕이 앉은 상석 앞에 서기 무섭게 공손히 예를 갖추며 절을 올리고 있었다.

 

 “왔느냐.”

 

 “자리에 늦어서 송구합니다, 폐하.”

 

 효제태자(孝悌太子) 자홍염(紫泓焰).

 

 “...........”

 

 궁중예법에 따라, 절을 마치고 관모를 내리는 태자의 머릿결은 눈동자만큼 핏빛처럼 붉었다. 선대왕의 후궁이었던 친누이의 소생이자, 본인의 외조카이기도 한 태자를 보는 승상 마씨의 눈길에도 자부심이 가득 차있었다.

 

 올해로 25세. 눈에 띄는 적발홍안의 외모가 아니더라도, 태자는 이미 자리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독특하고도 강렬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만찬에 지각한 적 없던 네가 어찌하여 이리 늦은 것이냐.”

 

 6척(약 180cm)에 이르는 장신에, 누구든 한 번쯤은 돌아보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 저 수려한 미모는 현재까지 경국지색이라 거론되는 외고조모 ‘순연공주(純然公主)’의 유전자를 받든 덕분이라 했고, 저 적발홍안의 외모는 왕실 대대로 ‘부계유전’되는 ‘명군’의 징조라고도 했다.

 

 “진심으로 송구 하옵니다, 폐하. 도중에 소자에게 일이 있었습니다.”

 

 부드럽게 물어오는 국왕에게 더없이 정중하게 굽히는 그였다.

 

 “일이?”

 

 컹! 컹!

 

 전각 아래로, 때 아닌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왕도 그 곁을 지키는 대신들과 내관들도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 곳으로 멧돼지만한 도사견들이 한 내관의 통제를 받으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범상 찮은 체구에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운 이빨, 야생성이 강하게 살아있는 뚜렷한 눈동자. 멀지 않은 조상대로부터 늑대의 피가 껴있는 모양이었는지, 개들은 그냥 보기에도 무척 사납고 위험해보였다.

 

 ‘...........’

 

 궁중에서도 유명한 애견인인, 태자는 유독 저런 도사견들을 모아 사육하는 취미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자리에까지 개를 데리고 온 태자의 행동이 영 못마땅한 듯 국왕이 어느덧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애완견들을 데리고 잠시 산보를 하는 와중이었습니다.”

 

 “아.... 그러느냐.”

 

 “도중에, 개들에게 ‘먹이’를 주느라 진연에 부득이 늦게 되었지요.”

 

 “..........”

 

 양아버지이자, 종조부의 환갑날에 고작 애완견 데리고 놀다 늦었다 변명하는 태자의 말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왕을 비롯한 어느 누구도 이를 꼬집지는 않았다. 마 승상이 자리에 있는 한 아무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컹! 컹! 컹! 왈왈! 그르릉!

 

 “구완(狗宛)! 이만 물러가도 좋다.”

 

 어딘가 피비린내마저 풍기는 개들로부터 짖는 소리가 더더욱 격렬해지자, 태자의 명을 받은 내관이 개들을 데리고 진연에서 물러나고 있었다. 분위기가 싸해지고, 심기불편해진 종조부를 바라보며 태자가 이번에 아랫것들에게 신호를 보내며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더군다나, 오늘 폐하의 진어상에는 상화마저 없었다 들었습니다. 아무리 재정난이 심하다지만 감히 왕실의 진연자리에, 이런 경우 없는 일이 생겨서야 되겠습니까.”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번에 나인들이 저마다 품에 잘 장식된 꽃다발을 들고 전각 위에 오르고 있었다. 어디서 준비했는지, 색색의 꽃들이 진어상을 비롯한 대신들의 고배상에 오르자 다소 칙칙하고 초라했던 연회 자리가 순식간에 화려하고 웅장하게 변모해갔다. 고작 꽃다발만이 장식된 것 뿐인데도!

 

 “어허허..... 태자는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지. 도대체 언제 꽃을 구해다 장식까지 하였나.”

 

 “동궁 후원에 핀 꽃을 가져다 썼습니다.”

 

 "아니... 그런."

 

 웃으며 왕에게 아뢰는 태자의 모습은 반듯했으나, 묘하게 살기를 품은 붉은 눈동자에는 감지 못할 ‘어둠’이 깔려있었다. 개인 화원에서 난 꽃을 꺾어다 썼다는 태자의 말에 왕이 당황하여 말을 못하는 사이.... 외관은 더없이 고우나, 흉흉한 분위기를 머금은 태자에게로 외숙부인 승상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전하, 얼마 전에 나인 하나를 취하셨다 들었습니다. 선시(选侍)로 봉하셨다지요.”

 

 “벌써 승상께로 그 소식이 닿았습니까.”

 

 “3년 만에 새로이 들이는 후궁이 아니십니까. 소신은 오히려 경하 드리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어벙한 표정을 하고 있는 국왕을 사이로 숙질간의 날카로운 대화가 오고가고 있었다. 자신의 사생활이 공적인 자리에서 언급되는 데 기분 좋을 턱이 없는 지라, 태자가 미소를 거두고 다소 정색하자 승상이 여유롭게 말을 이어간다.

 

 “올해로 연치가 스물다섯이 아닙니까, 어서 후사를 보셔야지요.”

 

 “아... 그러십니까, 고맙습니다. 승상.”

 

 국가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태자를 타국의 왕녀와 국혼을 진행할 작정인 승상으로선, 태자의 사소한 사생활 문제까지 신경써야하는 입장이었다.

 

 태자는 벌써 두 번의 상처(喪妻:아내를 잃음)를 겪은 데다, 여색을 밝히지 않아 필요에 따라 맞아들인 후궁들에게마저 차갑게 대한다고 했다. 거기다, 먼젓번 태자비들과는 물론이고 후궁들에게서도 후사를 보지 못했으니.... 재혼을 하려해도 대외적으로 그 생산력을 의심받는 중이었고 심지어 그가 ‘남색’을 즐긴다는 끔찍한 풍문마저 궁중에서 떠돌고 있었다.

 

 첩보에 따르면,

 

 도사견들을 데려다 사육하는 건 어디까지나 핑계고, 얼굴 반반한 내관들을 사육사로 채용해 항시 곁에 두며 지낸다고.... 아까, 개들을 끌고 간 내관부터 요즘 태자의 총애를 받는 자라고 했다.

 

 “하하하! 선시면, 종 4품으로.... 그 아래 숙녀(淑女)보다 더 높은 자리가 아닌가! 나인 출신인 처자에게 그런 자리를 내어주는 걸 보면 태자가 썩 마음에 담았나 보오.”

 

 풍문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그런 건 전혀 상관없다는 듯 승상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도 안색하나 바뀌는 법 없는 그였다.

 

 “민망한 일입니다.”

 

 “태자비가 영면한지도 벌써 3년 째. 태자도 제법 오랜 기간 애도의 시간을 가졌소. 이제 그만 속히 새로운 내자를 들여 후사를 보는 것이 짐의 소망인데. 현재 진 행중인 위국와의 혼담이 잘 진행될 지가 미지수인지라.... 혼인 가능한 위국의 왕녀부터 아직 8살 난 어린아이라니....”

 

 “혼담이 성사된다면 약혼을 맺어 왕녀께서 성년이 되는 데로 바로 국혼을 치를 것이옵니다.”

 

 “짐이 그걸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진행 중이니, 언제든 혼담이 파토날 수 있음을 염두하고 말하는 것이오.”

 

 “..........”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17살이나 어린 외국 왕녀와의 혼담을 논의하는 두 사람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그 둘을 두며 태자의 입가로 씁쓸함이 어리자, 승상과의 대화를 마친 왕이 이제 태자를 응시하며 하문하고 있었다.

 

 “그보다 태자, 그대가 여인을 품어 후궁으로 맞이한 건 짐으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로군. 혹시 그 나인이 태자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악(惡)의 딸’이건가? 태자가 누누이 말하던 운명의 상대 말이오.”

 

 악의 딸.

 

 이 말이 나오자, 그 사연을 아는 대신들의 얼굴이 바로 굳어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승상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사연 모를 국왕만이 농담조로 즐거이 얘기를 꺼내들고 있었다.

 

 .........

 

 무슨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는 듯 한 태자의 눈빛에는 사악함이 가득 차 있었다. 최근, 외숙부가 사람을 시켜 자신의 뒤를 캐고 다닌다는 것 정돈 잘 알고 있는 그가 승상 들으라는 듯 이어 차분하게 답한다.

 

 “이 선시는 어디까지나 우연한 계기로 만나 연을 맺게 된 사람이옵니다. 소자의 ‘그녀’ 같았으면 결코 후궁으로 두지 않았겠지요. 거기다 그동안 소자를 거친 후보는 여러 명이었으나, 그녀들 모두가 아닌 가운데 최근에 그 후보가 새로이 하나 생겼습니다.”

 

 “오호라!”

 

 “!!!!!!!!!!”

 

 외조카의 성정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승상의 눈빛이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태자의 악의 딸 얘기는 짐에게도 흥미로운 얘깃거리야. 운명의 상대만큼 낭만적인 것은 없으니 말이오. 더욱이, 태자가 태어나면서 신녀께서 점지해준 사람이라 했으니.... 태자와는 매우 깊은 인연을 가지고 태어난 여인일 것이야.”

 

 “방금 전, 소자의 혼담을 논의하셨으면서 그런 얘기를 하셔도 되는 것이옵니까? 폐하.”

 

 “그까짓 성사되지도 않는 일. 짐이 내 아들의 일을 듣겠다는 데 감히 뉘가 뭐라 할 것이오. 그래, 최근 생긴 그 후보는 누구인가.”

 

 국혼을 가리켜, 그까짓이라 칭하는 군주를 보며 말없이 한숨을 내쉬는 승상이다. 현 국왕은 선대에 비하면 성품만은 너그럽고 인자했으나, 국사에 대해선 무지했고 관심마저 없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조정 대신들이 다 모인 자리에, 태자와 국사가 아닌 사담을 나누는 왕을 두며 대신들 모두 말없이 술잔만을 기울이고 있었다.

 

 “...........”

 

 후보를 묻는 국왕의 하문에, 대답대신 미소만을 짓는 태자였다. 사실, 그 후보는 얼마 전에 만난 얼굴도 모르는 여인으로..... 양아버지이기도 한 국왕에게 결코 말해선 안 될 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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