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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왕의 앙칼진 토끼
작가 : 새콤달콤78
작품등록일 : 2017.7.11

왕비는 토끼로 태어났다. 라벨라는 6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미래(2016년)로 왔다. 그녀가 환생한곳은 궁전이다. 운이 좋았구나 생각도 잠시 그는 자신의 몸을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인간이 아니었다. 토끼였다.

게다가 이 궁의 주인인 왕은 사자에게 살아있는 토끼를 먹이로 주는 인간이다. 언젠가 라벨라토끼도 사자의 먹이가 될 것이다. 그것도 산채로 말이다.


왕비의 영혼을 가진 토끼. 다시금 인간이 되고 싶은 토끼. 말하는 토끼. 맹수 같고 약간 돌끼있는 남주. 현시대의 몇 안되는 권력을 가진 왕인 남주.

 
8.토끼로 환생한 왕비
작성일 : 17-07-15 17:40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7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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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에 토끼가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토끼는 예방접종을 마쳐서 산책하러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지난번 다리를 다쳤을 때 레리안이 카시안에게 토끼도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의 의견에 따라 토끼에게 주사를 맞혔다.

 그와는 사이는 좋지 않아서 말을 따르는 것이 껄끄러웠다. 하지만 토끼를 위해서라면 카시안은 어느 정도는 참아줄 수 있었다.

 토끼의 몸엔 작은 목줄이 채워졌다. 처음엔 토끼가 완강히 목줄을 거부하는 터라 채우는데 애를 먹었다. 괜찮다며 아픈 것이 아니라고 말을 해주니 토끼는 얌전히 카시안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마치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는 듯한 그것을 보니 카시안은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카시안은 흐뭇한 미소와 반달눈을 해서는 어린 토끼와 발을 맞추며 걸었다.

 뽀뽀를 할려고 했을 때 단호박스럽게 거절한 토끼이지만 밉지는 않았다. 단지 조금 서운할 뿐. 그의 토끼는 오랜만의 세상구경에 신이 났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를 냈다.

 

 “꿍 꿍”

 

 요즘 토끼는 흥분하거나 먹을 것을 보면 꿍하는 소리를 냈다.

 토끼는 성대가 없어 소리를 낼줄 모른다고 들었던 왕은 당황했지만 이내 적응이 되어 웃음을 터뜨렸었다. 매일 탈출을 하려 미어캣 자세로 서 있더니 이제는 돼지 성대모사까지 하는 자신의 토끼가 이내 뿌듯했다.

 

 ‘짐의 토끼는 특별하도다’

 

 카시안은 토끼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댔다. 산책은 하인에게 시켜도 되지만 카시안은 직접 해보고 싶었다. 카시안의 발길을 따라 지나가던 고용인들의 눈은 둥그레졌다.

 

 ‘토끼 방까지 주더니 이제 직접 산책까지..’

 

 왕의 기이한 횡보에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군주를 지켜보았다.

 유일한 프로이센형 정치체제의 전 세계에서 몇 안되는 권력을 가진 왕이었다. 그의 권력은 다른 입헌 군주제의 나라들의 왕과는 달리 다른 입법부 사법부 보다 높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폭정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그는 다른 반대파를 말로 숨을 죽여 놓았다. 그는 여론과 국민덕에 살아남은 왕이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간과할 수 없었다.

 그런 그의 신념덕분인지 그는 무서운 왕 이었지만 능력 있고 공평한 왕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국민의 지지는 그에겐 큰 힘이 되었다.

 그 누구보다 이성적인 왕은 토끼를 만난 이후로 달라졌다. 물론 좋은 방향이었다. 이제야 냉혈인이 아니라 인간 같아 보인다는 것이 고용인들의 평가였다.

 레리안은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정원을 걸었다. 그의 강아지 브라우니는 신이나서 목줄에 아랑곳 하지 않고 주인 앞을 앞서나갔다. 그는 방방뛰는 자신의 애완견을 보며 흐뭇해 했다.

 카시안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질주하는 토끼를 보며 정원을 거닐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동물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던 그들은 궁의 중간에서 맞닥뜨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먼저 인사를 건넨 것은 레리안이었다. 같은 궁전에 있더라도 그들은 볼일이 잘 없었다. 토끼가 다리를 다친 이후로 오랜만에 마주한 얼굴이건만 할 말도 없었다.

 

 “그러게나 말이다.”

 “멍”

 

 애매한 인간들 사이에서 강아지는 정적을 깨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브라우니는 자신이 본 이상한 생명체를 향해 한번 더 짖었다. 토끼는 잠시 주춤했다.

 그것도 잠시 강아지에게 달려들 태세로 자세를 한껏 낮추었다. 그리고는 사자처럼 이빨을 씰룩거리며 드러내더니 꿍거리며 강아지에게 위협을 가했다.

 생각보다 토끼의 소리는 커서 브라우니는 움찔거리며 한발 물러섰다. 그리곤 자신의 주인 뒤에 숨어 토끼의 눈치를 살폈다. 토끼는 강아지보다 약한 동물이라 개를 무서워하지만 라벨라의 영혼이 들어간 이 토끼는 다르다.

 감히 개 주제에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있는 힘껏 소리를 내며 눈을 부라렸다. 강아지는 성질 더러운 토끼 기세에 눌려 낑낑 거렸다.

 레리안은 브라우니를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 그는 조심스레 토끼에게 다가왔다. 한쪽 무릎을 꿇어 토끼와 얼추 눈높이를 맞춘 뒤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잘 지냈느냐.”

 

 손길이 흰털을 따라 스르륵 내려갔다. 어느새 토끼는 꽤 자란 듯 보였다. 카시안은 떨떠름하게 그를 보다가 토끼를 내려다 보았다. 얌전히 레리안의 손길을 받아드는 꼴이 묘하게 기분이 상했다.

 이상하게 자신의 토끼와 그는 함께 자주 있었다. 저번에 토끼가 성밖을 탈출했을 때 데려온 사람도 레리안이었다. 그리고 토끼가 방에서 나갔을 때 그것을 치료해주며 데려다 준 이도 그였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토끼를 만진다며 그저 자신의 애완 동물을 이뻐하니 기분이 좋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는 레리안이었다. 레리안에게 크게 빼겨본적 있는 카시안으로서는 표정 관리가 잘 안 되었다.

 카시안은 애써 시선을 돌리다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강아지는 아직 토끼에게 쫄아서 주인뒤에 숨어있었다.

 그러다 카시안과 눈이 마주치자 동그란 눈을 깜빡거리며 입을 헤 벌리며 애교를 떨었다. 그 강아지는 깜찍하게 노랑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그러니 귀여움이 더욱 배가 되었다.

 카시안은 웬 옷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입을 다물었다. 그의 애완토끼도 저런 옷을 입는다면 한층 더 깜찍 할 것이라 확신하며 그는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카시안은 컴퓨터를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화면속엔 예쁜 동물들 옷이 가득했다. 하지만 카시안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강아지는 이렇게 옷이 많은데 왜 토끼옷은 없는 거지?”

 

 레리안의 강아지가 옷을 입고 산책하는 모습을 본 카시안은 그 이후로 동물옷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동물이 옷을 입으니 한층 귀여워졌다.

 그의 토끼도 그런 옷을 입는다며 더욱 깜찍할 것이라 이상한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토끼는 애완용으로 잘 여겨지지 않아 생각보다 옷은 구하기가 어려웠다.

 

 “글쎄요.. 아무래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많이 키우니깐요. 원하시면 강아지용을 입혀도 되지 않겠습니까.”

 

 왕의 진지한 물음에 이젠 비서도 덩달아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이례적인 토끼에 대한 왕의 태도는 이젠을 당황하게 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나. 왕이 밑을 핥으라면 핥는 시늉이라도 해야하는게 부하가 아니던가.

 물론 그만큼 강제적인 왕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살아 남으려는 본능으로 부하는 왕을 따라 토끼 이야기에 진지해졌다.

 

 “흠...”

 

 딱히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나오지 않자 카시안은 끙 하고 진중하게 고민을 했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슬쩍 말에 끼어들었다.

 

 “제가 아는 하녀중에 솜씨가 좋은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가 레리안경의 강아지 옷도 만들어줬다고 하더군요.

 그 아이에게 부탁을 하는건 어떨지요. 맞춤제작이니 옷도 전하께서 원하시는대로 만들 수도 있고 좋을 것 같습니다.”

 

 순간 카시안의 머리에 느낌표가 떴다.

 

 ‘그것이군!!’

 

 카시안은 바로 토끼에게 입힐 옷을 무엇으로 할지 궁리에 나섰다.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던 왕은 너무나 앙증맞은게 많아서 고민이 한층 깊어졌다. 노랑색과 검은색이 썩인 벌꿀 옷부터 앙증맞은 고양이 귀가 있는 옷까지..

 

 ‘이것도 귀엽고.. 저것도 귀엽군.’

 

 대충 몇 개를 고른후 비서에게 인쇄해서 갈색 봉투에 담도록 했다. 디자인이 이것저것 고르다보니 봉투가 꽤 묵직해졌다.

 카시안은 알아서 제일 어울릴만한 것은 만들어달라고 전하라 시켰다. 봉투를 들고 이젠 비서는 방을 나섰다.

 

 *

 고용인 피반은 급히 그의 방으로 돌진하는 중이다. 그의 품에는 갈색 봉투가 들려져있었다. 동료에게 건네받은 그것을 마치 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품에 꼭 안은 채 걸음을 서둘렀다.

 섹시한 아낙네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잡지라 그는 다른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봉투에 넣었었다.

 

 ‘영상도 있지만 사진으로 보는것의 시각적인 효과랑은 다르지. 그리고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리안의 최신 섹시 화보라고.’

 

 곧 있으면 침이 고이다 못해 흐를 것 같은 헤벌쭉한 얼굴로 피안은 계단을 질주하다시피 내려갔다. 곧 그는 뭔가와 부딪치며 뒤로 나자빠졌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 들려있던 것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반대편 사람의 물건도 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 송구합니다.”

 

 정신을 잠시 놓았던 피안은 부딪친 자가 비서라는 것을 안 후 사과를 했다.

 비서는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얼른 집어서 가버렸다. 피안은 허둥거리는 그를 의아하게 여겼다.

 

 ‘왕을 닮아 시크한 자인데 왜 저리 당황하지.’

 

 그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 봉투를 다시 집어 보금자리로 허겁지겁 향했다.

 비서가 향하는 곳은 바느질을 잘한다는 나빈하녀의 거처였다. 고용인들의 방은 본궁에서 따로 별관에 있었다. 비서는 나빈이라고 적힌 방으로 가서 노크했다.

 노크 뒤 인기척과 함께 나빈이라는 하녀가 문을 열었다. 이젠은 프린트물이 담긴 봉투를 그녀에게 넘겼다.

 비서는 왕의 이름으로 토끼 옷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보통 왕이라면 말도 안하지. 떵떵거리며 호령하는 차디찬 얼음왕 카시안이 아닌가.

 그런 자신의 상사가 토끼옷을 특별히 만들어달라고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부끄러워 목소리가 어쩐지 기어 들어갔다.

 카시안 할아버지때 부터 10년경력 동안 별의별 일을 다해봤지만 이번처럼 낯을 들고 다닐 수 없던 적이 없었다.

 그의 상사 카시안 왕은 이 모르테국의 최고의 권력자다. 그런 사람이 토끼에게 빠져 자신에게 이런 일을 시키다니..

 

 ‘누가 알기라도 하면..’

 

 그는 이내 고개를 휙휙 휘저었다.

 그는 나빈에게 왕이 특별히 부탁한 것이니 어렵더라도 잘해달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사라졌다. 디자인은 그 중에서 알아서 잘 해달라는 말도 함께.

 나빈은 그의 태도를 조금 의아해 하며 건네받은 봉투를 들고 의자에 앉았다. 그녀 방에는 여러 가지 봉재도구들이 즐비해있었다.

 손재주가 많은 그녀는 일이 끝나고 나면 작은 소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얼마 전 온 레리안의 강아지를 보고는 그녀는 작은 애완용 옷을 만들어서 주었다.

 대외적으론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라고 했지만 나빈은 사실 레리안에게 반해있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그는 딱 백마 탄 금발 왕자님 같았다.

 레리안은 나빈의 옷을 받으며 누구보다 마음에 들어했었다. 그리곤 당장 그것을 입혔었다.

 내심 뿌듯해하던 그녀는 요번에 왕이 직접 부탁을 한다는 소리에 마음이 한껏 들떠있었다.

 왕이 평소 그의 성정과는 달리 토끼를 아낀다는 소문을 그녀도 들었었다. 그녀는 왕이 어떤 옷을 원하실까 기대에 찬 채 봉투를 열었다.

 

 “꺄아”

 

 그녀는 봉투속의 물건을 보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하녀는 자신을 눈을 의심했다. 봉투안 책자에는 옷까지도 않은 종이쪼가리 같은 것을 입은 듯한 여인이 루즈한 자세로 드러누워 있었다.

 코스튬을 한것인지 짧은 치마에 망사 스타킹을 신고 가슴이 흘러내릴 듯한 옷을 입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확인을 부탁드린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왕의 최측근 비서, 이젠이 직접 넘겨준 것이 아닌가. 그녀는 이젠이 직접 가져다준다는 것을 한사코 사양했지만 비서는 그녀를 부르지 않고 그가 직접 가져왔다. 그것도 아주 비밀스럽게.

 

 ‘이것들이 왕이 원하시는 토끼 옷이란 말인가..’

 

 놀람도 잠시 하녀는 그것이 왕이 직접 내린 명령인 것을 기억하고는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종이를 넘겨보았다. 책안은 더욱 가관이었다. 호피무늬 속옷을 입거나 아예 망사 스타킹만 신은 경우도 있었다.

 나빈은 중간중간 책을 넘기다 흠칫거리는 것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녀는 저하의 희망디자인이라고 염불처럼 외우며 인내심있게 보았다.

 비서가 디자인은 그중에서 섞든지 해체하든지 알아서 잘 해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가. 왕은 이 처자들이 입은 옷을 토끼에게 입히고 싶어 하는것이라 생각을 굳혔다. 한치의 의심도해선 안 된다는 다짐을 했다.

 고민도 잠시 일을 특별히 맡은 그녀는 마음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 후 나빈은 직접 비서에게로 가 그의 두 손에 상자를 건네주었다.

 

 “다 되었습니다.”

 

 나빈의 시선은 어디 두어야할지 모르듯 허공을 헤매었다. 뭔가 말 할려는 것처럼 입을 오물거리다가 인사 후 가버렸다.

 비서 이젠은 그녀가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상자 속에 귀여운 토끼 옷이 담겨져있을 꺼라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왕이 있는 토끼방으로 향했다.

 왕은 소파에 앉아 토끼의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집사는 왕의 시중을 들며 곁에 서있었다.

 ‘정말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라며 비서는 하녀가 하지도 않은 말을 보태며 자신감있게 상자를 내밀었다.

 왕이 좋다면 자신도 좋은 척 해야지라며 세상사 이치를 새삼 다시 깨달은 그가 미소를 한껏 지으며 말했다. 카시안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곧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겠군’

 

 왕은 기대에 차서 초롱한 눈으로 상자를 열어 옷을 탁 펼쳤다. 하지만 곧 그의 눈빛은 당황스러움에 바람아래 촛불처럼 눈이 흔들거렸다.

 옷을 본 이젠도 흠칫거리며 두 발을 물렸다.

 

 “커흑”

 

 상자속엔 왕이 기대하는 앙증맞고 귀여운 옷이 없었다. 브래지어 모양의 호피무뉘옷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곤 다리부분이라고 추정되는 곳엔 망사스타킹이 붙어있었다.

 동물의 옷이라고 할 수 없는 다소 요염한 옷이 왕의 손에 들려져있었다. 방안에 비서, 집사, 카시안 이 세 남자가 있건만 아무소리도 없이 정적히 흘렀다.

 

 “꿍꿍”

 

 그때 혼자 놀던 토끼의 흥분한 꿍꿍 거리는 소리 만이 울려퍼졌다. 그것은 마치 바보같은 인간을 놀리던 추임새처럼 들렸다.

 카시안은 조용히 옷을 다시 상자 속에 넣었다. 비서는 안절부절 못해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라고 말한 뒤 방을 나갔다.

 

 *

 카시안은 한손에 토끼를 고이 모시고 당당히 복도를 걸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르는 비서와 집사는 초조해하며 왕의 눈치를 살폈다.

 공식석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왕의 손님을 맞이하러 가는 길이다. 그런데 지금 왕은 당당히 손에 토끼를 들고 접대실로 향하는 중이니 고용인 둘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비서도 집사도 동물을 사랑하지만 일과 사생활은 분리되어야한다는 쪽이다. 카시안은 그들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걸었다.

 지나가던 고용인들은 그 광경을 재미있어했다. 그들은 카시안에게 인사를 한 뒤 몰래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웃었다.

 소문을 듣기 전까지라면 왕이 토끼와 함께 다니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전에 궁내에 암암리에 퍼진 왕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그의 별명은 철혈 인간이었다. 외부적으로는 일 잘하고 잘생긴 왕으로 알려졌지만 궁내에선 아니었다. 그의 행동과 성격을 직접 대면한 사람들은 인조인간, 찔러서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괴물, 맹수에 미친 왕이 그들 주인의 별명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잊혀지고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바로..

 

 변태 토끼왕.

 

 토끼에게 성인잡지에 나오는 옷들을 만들어 입힌다는 소문은 다들 쉬쉬했지만 고용인들 사이에 삽시간에 퍼졌다. 비서는 처음에 그 별명을 듣고 안색이 허옇게 변했었다. 결국 자신의 실수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저하의 귀에 소문이 들어갈 일이 없기를 비서는 간절히 빌 뿐이었다.

 비서와는 달리 집사는 다른 의미로 난감했다. 모르포테국의 한 왕이 그런 스펙 타클한 별명을 얻을지는 생각도 못했었다.

 왕을 모시는 집사로써 저하의 이미지가 심히 걱정이 되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필 새 별명이 변태 토끼왕이라니...’

 

 집사는 비서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었었다. 그래서 고용인들을 관리하는 집사는 착오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인을 위해 해명 아닌 해명을 했었다.

 하지만 원래 소문이라는 것이 자기들 좋을 대로 나는 것이 아닌가. 한번 재미들린 맛난 소문을 그들 스스로 없앨 리가 없었다.

 더 커지지나 말기를 집사는 바래보며 변태 토끼왕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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