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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왕의 앙칼진 토끼
작가 : 새콤달콤78
작품등록일 : 2017.7.11

왕비는 토끼로 태어났다. 라벨라는 6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미래(2016년)로 왔다. 그녀가 환생한곳은 궁전이다. 운이 좋았구나 생각도 잠시 그는 자신의 몸을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인간이 아니었다. 토끼였다.

게다가 이 궁의 주인인 왕은 사자에게 살아있는 토끼를 먹이로 주는 인간이다. 언젠가 라벨라토끼도 사자의 먹이가 될 것이다. 그것도 산채로 말이다.


왕비의 영혼을 가진 토끼. 다시금 인간이 되고 싶은 토끼. 말하는 토끼. 맹수 같고 약간 돌끼있는 남주. 현시대의 몇 안되는 권력을 가진 왕인 남주.

 
7.토끼로 환생한 왕비
작성일 : 17-07-15 17:39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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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딜 가는 거지’

 

 토끼는 얌전히 레리안에 품에 안긴 채 불안에 떨었다. 차안에서 편안히 레리안의 품에서 잠이 들었건만 눈을 뜨니 어미의 원수 카시안과 눈이 딱 마주쳤었다.

 자신을 또 카시안 에게 데려다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토끼는 눈을 부릅 떴다. 애써 감기는 눈을 있는 힘껏 뜨는 바람에 흰자가 살짝 보였다. 영락없이 놀란 토깽이었다.

 토끼의 눈을 보던 남자는 안심하렴 이라고 말하며 엉덩이를 받친 손으로 토닥토닥 해주었다.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금발의 남자가 흰 토끼 한마리를 품에 안은 채 뒤뜰을 거닐었다. 토끼는 그의 품에서 나른해졌다.

 레리안이 간곳은 그의 방이었다. 그는 익숙하게 치료할것들을 꺼냈다. 토끼의 다리를 이리저리 만지니 찌릿한 고통에 토끼는 움찔 거렸다.

 

 “끼잉”

 “다리를 다쳤나 보구나.”

 

 토끼의 뛰는 모습을 보고서 수의사인 그는 금방 알아차렸다.

 레리안은 토끼의 왼쪽 다리에 염증약을 바른 후 흰 붕대를 단단히 감았다. 낯선 인간의 행동에 발버둥을 쳐야할 토끼는 얌전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몰라도 자신을 해하는 짓은 아니란 걸 본능적으로 알아서 였다.

 

 “자 다됐다.”

 

 레리안은 붕대를 감은후 토끼를 놔주었다. 토끼의 왼발엔 커다란 붕대가 감겨 있었다.

 토끼는 자신의 발에 뭔가 감겨있는 게 어색한지 붕대 감은 발을 어설프게 살짝 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발을 살짝 살짝 핥아보았다.

 자그마한 몸집의 토끼가 자기 얼굴 만한 붕대를 하고 있었다. 레리안은 그 모습이 안쓰러운 한편 너무나 귀여웠다.

 그는 치료를 잘 견뎌줘서 고맙다며 토끼의 이마에 뽀뽀를 쪽 해주었다. 낯선 남자에게서 뽀뽀 공격당한 토끼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앞발로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쓸어내리며 얼굴을 가렸다.

 

 “부끄러워 하는 것이냐.”

 

 웃음섞인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

 토끼는 더욱 세차게 얼굴을 가리며 낑거렸다.

 레리안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형님이 널 귀하게 여기는지 알 것도 같구나.”

 “...??”

 

 토끼는 알 수 없는 말에 갸우뚱 했다. 그 형은 아무래도 왕을 말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을 귀하게 여긴다고? 알 수 없는 말에 멀뚱히 레리안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레리안은 자세를 낮추어 토끼와 눈을 맞추고는 머리를 다시 한번 쓸어내렸다. 부드럽고 기분 좋은 손길이었다.

 토끼는 초롱한 눈망울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카시안이 서늘한 잘생김이라며 레리안은 따뜻한 잘생김이었다. 어쨌든 둘다 잘생긴 건 확실했다.

 

 '어떤 스타일이 더 나을까? 냉미남? 온미남?'

 

 토끼는 둘다 자신을 좋아한다 그러면 어쩌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토끼는 혼자 김칫국을 드링킹하며 입을 경망스럽게 헤벌쭉 벌렸다. 여러모로 먼저 인간이나 되어야할 토끼였다.

 

 “주인이 너 찾기 전에 데려다 줘야겠구나. 더 미운털 박히면 안 되겠지.”

 

 그의 말을 들은 토끼는 의아했다. ‘더’라니? 그와 카시안 사이에 뭔가 일이 있었던 것일까.

 토끼는 궁금해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레리안이 미소를 지으며 안으니 다시 얌전해졌다.

 카시안이 토끼가 없어진걸 알아챈 건 그날 오후 였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예외 없이 토끼 방으로 가던 왕은 그것이 또 없어진걸 알아챘다.

 

 “이런 또냐..요번엔 또 어떻게 나간거지.”

 

 주위를 살피던 왕의 눈에 살짝 열린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하..”

 

 카시안은 자신의 이마를 탁 치며 한숨을 내뱉어야만 했다. 답답할까봐 살짝 열어놓은 창문이 이일의 원흉이 될 줄이야. 토깽이께선 잊을 만 하면 손수 사고를 쳐주셨다.

 

 *

 늦은 업무를 마친 카시안은 토끼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는 소파에 푹 기댄채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외교적인 위기에 그는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다. 옆나라 먼하국과는 여러 역사적인 이유로 사이는 좋지 못했다. 그 이유로 국익을 포기할 수 는 없었다.

 하지만 카시안이 내놓은 대안은 반대 세력의 어깃장에 가로막혔다. 그들은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를 내놓지는 않았다. 그들은 반대하기위한 반대를 했다.

 카시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세력은 강했지만 반대가 있을 때 예전 왕처럼 막 밀어 붙일 수는 없었다.

 몇 백년 전 만해도 가능 했겠지만 21세기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이 사안을 통과시킬 방법을 연구해야만 했다.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토끼는 어느새 다가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요새는 어디 사라지지도 않고 그의 곁에 잘 붙어 있었다.

 삐었던 다리는 금방 나아 붕대를 풀었다. 레리안이 토끼를 데려다 주었었다. 그때 자기 얼굴만한 흰 붕대를 감은 토끼를 보고 첨엔 아연 실색을 했었다.

 동물이니 사고도 치고 말썽도 부린다고 생각하니 속상한 마음이 그나마 진정되었다. 그리곤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토끼는 다른 애완동물과는 달리 잘 교감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의 토끼는 어쩐지 특별한 것 같았다. 인간처럼 곧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가 힘들어 할때면 그의 곁에 앉아 그에게 초롱한 눈빛을 쏴주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듯했다. 카시안은 그것에게 왠지 모를 감동을 받았다.

 왕은 다른 건 챙기면서 정작 자기자신마음하나 챙기지 못했다. 애써 잊으려고 한 기억들은 더욱 그를 강하게 짓눌렀고 외면하고 싶던 기억들은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상처는 망각되지 않는다. 더욱이 다 자라지 못한 어릴 때의 상처라면. 치유하지 못한 상처는 언젠가 되살아나 다시 그를 아프게 할 것이다.

 여러 생각들로 복잡해서 그는 팔을 눈위에 올린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가만히 지켜만 보던 토끼가 카시안의 무릎위로 폴짝 뛰었다. 그리고는 그의 가슴으로 뛰어올랐다.

 카시안이 소파에 누운 듯이 기대어 있으니 토끼는 쉽게 그의 가슴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곤 그의 볼위에 살며시 흰털솜뭉치손을 올렸다. 너무 가벼워 무게감 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것에서 그는 따뜻함을 느꼈다.

 카시안은 눈을 살포시 감았다.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가 따뜻한 손길로 자신의 이마와 볼과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잊고 살았던 따뜻한 기억.

 자신에게도 이런 좋은 기억이 있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렸다. 그 기억을 살려낸 이 작고 흰 생명체가 새삼스레 사랑스러워 보였다.

 

 ‘네가 인간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 토끼가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곁을 그리 쉽게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그는 그런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토끼가 인간이었다면 그는 어쩌면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소파에 누운 카시안은 지쳐보였다. 입술은 메말라 보였고 눈은 희미하게 지쳐있었다.

 흑발은 그답지 않게 흐트러져 있었다. 무언가 고민이 많은 듯 한숨을 가끔 내쉬었다.

 그동안은 그의 행동들이 그저 의심스럽고 무섭기만 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가 자신을 해 할려고 하는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전엔 레리안의 말들을 떠올리니 확신이 들었다. 토끼를 카시안이 귀하게 여긴다고 했었다. 그때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카시안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동안 얻어 먹은 것이 있으니 자신도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토끼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순간 토끼는 인간이 어떨 때 동물에게서 기쁨을 느끼는 지를 떠올렸다. 그저 곁에 있어주고 애정을 표현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았었다.

 토끼는 그의 품에 올라가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주었다. 어설픈 위로였지만 그에겐 통했다. 그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토끼는 그가 더이상 무섭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그저 그런 똑같은 사람일뿐. 그도 무언가에 고민하고 힘들어했다.

 비록 어미의 원수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했다며 토끼는 훌훌 털어버렸다.

 토끼에게 용서는 쉬웠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한은 오래가는 법. 그의 곁에 영원히 머물며 괴롭혀 줄 거라며 회심의 미소를 날렸다.

 훗.

 토끼의 생각을 모르는 카시안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토끼를 쓰다듬었다.

 

 *

 하녀 세라는 토끼방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다. 토끼가 그의 이름을 알게 된건 옷에 그녀의 이름인듯한 것이 적혀져있어서다.

 토끼우리에서 본 파에라라는 하녀도 그랬고 여기의 고용인들은 모두 가슴팍에 이름이 있었다.

 

 ‘요샌 고용인들의 이름이 적혀져 있구나.’

 

 새삼 새로워졌다는 것을 깨달으며 토끼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토끼는 그녀가 좋았다. 토끼에게 부드럽게 말도 시켜주고 이쁘다고 칭찬도 해주었다.

 그녀가 오면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요새 들어 조금 수척해보이기도 하는데 건강이 조금 안 좋은 것 같아 걱정되었다.

 그녀는 청소를 마무리할 때쯤 방안에 출구 말고 다른 문을 급하게 벌컥 열었다.

 

 ‘웅 저긴 뭐지?’

 

 그동안 그게 문 인 줄도 자각을 못 했었다.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곳이었다. 비밀 통로라도 되나 싶어 토끼의 눈가엔 호기심이 어렸다.

 하녀가 무엇을 하는지 보기 위해 폴짝폴짝 뒤를 쫓았다. 귀를 쫑긋 세운 채 빼꼼히 들여다 보았다.

 하녀는 하의를 벗고 어딘가에 앉으니 쉬쉬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뭔가를 딸깍 내리니 안에 있던 물이 스르륵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후 몇 번 하녀의 동작을 살피던 토끼는 그것이 변소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세상 참 편해졌군. 버튼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니. 나도 한번 해볼까.’

 

 호기심이 든 토끼는 하녀가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화장실 문은 다시 굳게 닫겨져 있었다. 문손잡이는 길게 가로로 뻗어있었다. 끈을 저기에 매달아서 당기면 열릴 것 같았다.

 토끼는 스스로가 너무 대견 스러운 듯 으쓱 거렸다.

 붕대를 푼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호기심 충만한 토끼는 그런 것을 염려할 신중한 토끼가 아니었다.

 일단 토끼는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장난감 끈이 보였다. 둥글게 매듭이 지어진 끈이었다.

 끈을 작은 입에 물고 도도도 거리며 화장실을 향해 뛰었다. 끈이 토끼의 움직임을 따라 정처없이 질질질 끌려갔다.

 화장실앞에 도착한 토끼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생각보다 손잡이는 높았다.

 

 ‘자 이걸 저기에 걸어야하는데..’

 

 끈을 한번 휙 던져보았다. 손잡이에 닿지도 못하고 스르륵 힘없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머리를 쓰자 머리를..’

 

 화장실 문 옆에 작은 의자가 보였다. 가끔씩 하녀가 쉴 때 앉는 낡은 의자였다.

 

 ‘저기군’

 

 토끼는 몸을 쭈욱 빼서 높이를 가늠했다. 힘들긴 하겠지만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토끼는 도움닫기를 몇 번 하더니 힘껏 의자위로 점프했다.

 다시 위를 본 뒤 의자등받이 위로 뛰어올랐다. 나무의자 등받이 위로 올라가야 줄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간신히 앞발만 올리다가 버둥 대며 나머지 몸도 위로 올렸다. 흰 궁둥이가 춤추듯 덩실덩실 거렸다.

 마치 스파이더맨이 벽을 타는 것처럼 위로 점프했다. 아슬아슬하게 발네개를 난간에 조심히 모았다. 입에 문 끈을 손잡이 위로 던졌다.

 몇 번 의자에서 떨어질 뻔한 위기를 넘기며 몇 번의 시도 끝에 아슬하게 끈이 고리에 걸렸다. 그리고 그걸 입에 문채 주저없이 그대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철컹

 토끼의 무게에 손잡이가 내려가더니 문이 끼익 열렸다.

 

 ‘성공이닷!!’

 

 내심 자신의 모험심을 칭찬하며 발길을 안으로 옮겼다. 바닥은 타일을 깔아서 차가웠다. 그리고 시선 조금 위에 토끼의 최종 목표물이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것은 더욱 하얗고 매끈매끈해 보였다. 그리고 언뜻 위를 보니 가장자리의 약간 디딜 곳 말고는 안은 훅 뚫려있었다.

 위험하다는 생각은 잠시고 그것이 몹시 궁금할 뿐이었다. 토끼는 새로운 신문물을 만날 생각에 들뜨고 설렜다. 굳은 결심을 한 뒤 작은 뒷발에 힘을 줘서 힘껏 위로 도약했다.

 토끼방으로 들어온 카시안은 토끼가 방에 없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오른쪽에서 움직임이 느껴져 고개를 휙 돌렸다.

 화장실에서 토끼가 공중에서 붕 떠서 어딘가로 점프하려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 그것이 점프하는 것이 변기안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그는 기겁하며 질주했다.

 모든 것이 슬로우 화면처럼 느려졌다.

 변기로 뛰는 흰 토끼, 그걸 막으려는 왕, 그런 그를 막으려는 비서.

 결국 토끼는 변기안으로 쏙 빠져버렸다. 막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얼른 달려온 왕은 더러움도 잊고 그대로 토끼를 들어올렸다.

 자기가 들겠다는 비서의 말도 물리고 그는 토끼를 두 손으로 꽉 잡았다.

 물이 주르륵 거리며 토끼 몸을 따라 흐르다 꼬리에서 뚝뚝뚝 떨어졌다. 물에 젖어버린 토끼는 당황 스러워 하며 달달달 떨고 있었다. 신문물에 호되게 당한 토끼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카시안은 비서가 가져온 수건으로 온몸을 닦았다. 비서는 얼른 수의사를 불렀다. 사정을 설명하니 수의사는 귀를 확인했다.

 토끼는 귀에 물이 들어갔을 경우는 위험해서였다. 그리고 물로 씻지 않아도 되는 샴푸를 가져와 온몸을 문지르고 수건으로 닦아내기를 반복했다.

 어느정도 놀란 토끼를 진정시키고 말끔히 한 후 카시안은 지쳐 소파에 앉았다.

 지루하다 싶으면 이렇게 한번씩 사고를 쳐주시니 카시안은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미소를 띠며 바닥에 앉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토끼를 내려다 보았다.

 

 “괜찮으냐.”

 “꿍”

 

 마치 자신의 말귀를 알아듣기라도 하듯 토끼는 대답을 해주었다. 꿀꿀도 아닌 멍멍도 아닌 애매한 소리. 그 소리가 퍽 웃겼다.

 

 “내가 무슨 말하는지는 알고 그러느냐.”

 

 그러니 또 토끼가 꿍 거렸다.

 

 “이 녀석이 하하”

 

 말썽꾸러기이지만 토끼를 보면 없던 미소가 지어졌다. 대외적인 웃음이 아닌 정말 호탕호게 웃는 웃음, 입가에 살며시 그려지는 미소가 토끼를 보면 지어졌다.

 카시안은 토끼의 겨드랑이 잡아 살며시 들어올렸다. 요번엔 토끼는 버둥대지 않으며 얌전히 그의 손에 붙들려있었다. 마치 토끼는 자신이 잘못한일을 아는 듯 고분고분해졌다.

 카시안의 눈에 토끼가 너무나 사랑스러워보였다. 귀여운 것을 보면 인간은 뽀뽀를 해주고 싶어진다. 특히 애완동물에게 말이다. 그는 여느 사람들 처럼 토끼를 향해 입술을 쭈욱 빼 내밀었다.

 토끼는 한번 당한지가 있던 터라 그 입술 삐죽 내미는 자세가 익숙했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레리안과 이미 뽀뽀를 한 상태였다. 외간남자 둘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토끼는 발버둥을 쳤다.

 

 '안돼 안 된다고! 난 지조가 있는 인간이라고!! 아니 토끼라구 !!'

 

 토끼의 발악과는 상관없이 주저 없이 카시안의 입술이 다가왔다.

 

 ‘안된다! 아니 된다!! 어허 무엄하다 !!! 돈터치(Don't touch) 돈터치(Don't touch)!!’

 

 장애물없이 다가오던 카시안의 입술은 순간 저지당했다. 하얀솜털이 박힌 손이 단호하게 그의 입술을 막아섰다.

 토끼는 작은 앞발에 힘을 주어 그의 입술을 슬며시 밀어내었다.

 카시안은 거절당했다. 그것도 토끼한테. 왕은 어쩐지 서운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불면 날아갈까 안으면 사라질까 키웠더니 토끼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카시안은 뽀뽀를 거절당했다며 뾰로통 해졌다. 토끼는 지조를 지켰다며 내심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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