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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모험가로서 살아가는 법
작가 : 글쓰는기계
작품등록일 : 2016.8.17
모험가로서 살아가는 법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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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즐기며, 세계의 신비를 밝히는 이들.
리처드.
세상으로 뛰쳐나온 그의 모험이 시작된다.
그만의 방식으로!

 
제 9 화
작성일 : 16-08-17 11:45     조회 : 495     추천 : 0     분량 : 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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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한 철퇴 정도 되는 위력이다!’

 리처드는 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뒤로 물러섰다. 꼬리는 곧바로 회수되었다.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날카로운 시선을 흩뿌렸다.

 “2구역에서 벌써 이 정도면 7구역은 어떻게 가겠냐.”

 리처드는 중얼거리며 다시 달려들었다. 몸을 좌우로 흔들며 리처드는 발을 옮겼다.

 종아리에 힘을 주고 튀어나가듯이 달려가는 리처드를 조준해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꼬리로 직선적인 찌르기를 펼쳤다.

 “야! 같이 움직여야지!”

 타르라가 이를 갈며 왼쪽으로 파고들었다. 리처드가 빈틈을 만든 이상 그것을 활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눈앞에 회색의 점이 갑자기 커지는 느낌을 받으며 리처드는 이를 악물었다.

 “흐읍!”

 철심 박은 가죽 장갑을 낀 왼쪽 주먹을 리처드는 피가 나도록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다가오는 꼬리를 후려쳤다.

 빡―

 둔탁한 소리와 함께 리처드의 몸이 오른쪽으로 반쯤 돌아갔다. 워낙 강력하게 후려쳤기에 자기 자신도 관성 때문에 몸이 꺾인 것이다.

 그러나 그 덕분에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꼬리도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달려 들어오는 타르라에게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혀를 내밀며 위협적으로 덤벼들었다.

 섬뜩한 눈에 살기가 서렸다. 날카로운 이빨이 타르라를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그러나 타르라는 리처드가 아니었다. 곧바로 클레이모어를 비스듬하게 겨눈 타르라는 깨무는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공격을 옆으로 흘려보냈다.

 카카칵, 하는 거친 소리와 함께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머리가 옆으로 비껴 내려갔다.

 그 순간,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꼬리가 리처드에 의해 다시 꺾였다. 타르라는 곧바로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입에 찌르기를 시도했다.

 파공음과 함께 쏜살같은 은색 빛이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입천장을 찔렀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녹색 피가 튀어나왔다.

 “캬학!”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고통에 발광했다. 사방으로 몸부림치자 그 충격에 주변에 벽들이 부서져 파편이 튀었다.

 그 틈을 노리고 리처드가 달려들었다. 날뛰느라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밑이 드러난 것이다. 리처드는 미친 듯이 돌진하며 어깨로 자이언트 스네이크에게 몸통 박치기를 시도했다.

 “뭐하는 거야, 미친놈아!”

 기막혀 하는 타르라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리처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깨에 묵직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놀랍게도 거대한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몸통이 리처드가 달려와서 부딪힌 태클에 옆으로 돌아간 것이다.

 리처드는 이제 완전히 드러난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뱃가죽을 노렸다. 롱 소드로 거침없이 찔러 대자 하얗던 뱃가죽이 피로 인해 붉게 물들었다.

 롱 소드가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뱃속에 들어가자 리처드는 마치 국자를 휘젓는 것처럼 흔들어 댔다.

 “쿠에엑!”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발버둥 쳤다. 고통과 출혈에 둔해진 자이언트 스네이크를 보며 타르라는 마무리를 시도했다.

 “흐읍…….”

 긴 호흡과 동시에 타르라는 그녀 안에 쌓여 있는 마나를 움직였다. 동시에 은백색 클레이모어의 검날이 붉게 물들었다.

 붉은색을 가진 그녀의 마나가 검에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붉게 물든 클레이모어의 색을 유지하며 타르라는 허공으로 머리를 치켜들고 날뛰는 자이언트 스네이크에게 달려들었다.

 서걱―

 허공에 붉은색 반원이 그려졌다. 타르라가 시도한 베기였다. 거의 180도 정도 되는 호쾌한 동작의 끝에는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목이 위치해 있었다.

 마나를 가득 실은 타르라의 클레이모어는 단단한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가죽마저 그대로 베고 지나갔다.

 머리가 잘려 나간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즉사했다. 타르라는 가뿐하게 착지했다. 마나를 담은 일격은 그녀에게 체력을 소모하게 했다.

 심호흡을 하자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굉장하군.”

 옆에서 리처드가 다가왔다. 타르라는 힐난하듯 그를 보며 말했다.

 “지나치게 무모해.”

 “그야 난 마나를 담지 못하니까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지. 그보다 그건 어떻게 쓰는 거야?”

 “무기에 마나를 담는 거?”

 “그래.”

 “이건 어떻게 설명해 줄 수가 없어.”

 타르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계속해서 움직이고 싸우고 단련하다 보면 마나가 자연스럽게 몸에 쌓이지.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면 자연스럽게 마나를 의식하게 되는 거야. 너는 팔을 움직이는 방법을 설명해 줄 수 있어?”

 “하긴 그것도 그렇군.”

 리처드는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머리에 다가가서 머리를 쪼갰다. 살아 있을 때와 달리 죽어 있는 뱀의 머리는 롱 소드가 쉽게 들어갔다.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리처드는 새끼손가락 두 마디만 한, 검은빛을 발하는 돌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 잡는 놈인데 마나석이 있군.”

 “운이 좋았던 거지. 빠르게 움직이자, 리처드. 피 냄새를 맡고 다른 놈들이 올 수도 있으니까.”

 “그러지.”

 마나석을 주머니에 챙긴 리처드는 곧바로 타르라를 따라 움직였다.

 암석이 대부분이었던 1구역과는 달리 흙바닥인 2구역에서는 풀과 균류를 볼 수 있었다.

 “저런 것들은 돈이 안 되나?”

 리처드는 구석에 나 있는 붉은색의 삼각형 모양을 한 버섯을 가리키며 낮게 속삭였다.

 “돈이 될 수도 있지만, 저런 걸 구분하려면 자세히 아는 사람을 구해야 해. 지금 우리한테는 무리야.”

 타르라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다 갑자기 멈췄다.

 “이런, 길을 잘못 들었어!”

 “지도가 잘못된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아. 내가 잘못 본 것뿐이야.”

 타르라는 다시 지도를 살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멀리서 희미하게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뭐였지?”

 “금속음 같은데……?”

 둘은 천천히 움직였다. 자칫해서 자신들이 걸리지 않도록 랜턴의 불빛을 가린 다음 소리의 근원지로 접근한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카르륵!”

 “쉬쉿!”

 둘이 있는 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공터에서 놀과 자이언트 스네이크가 싸우고 있었다.

 다섯 마리의 놀은 사방에서 덤벼들며 도끼와 칼로 자이언트 스네이크를 후려치고 있었지만, 워낙 가죽이 단단해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잘 견뎌내고 있었다.

 자이언트 스네이크가 역습을 가했다. 아까 리처드가 당한 것처럼 꼬리를 움직여 공격한 것이다.

 한 손에 횃불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도끼를 든 채로 정신없이 자이언트 스네이크를 후려치던 놀이 뒤통수를 맞았다.

 빡! 하는 소리와 함께 놀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즉사였다. 놀이 들고 있던 불은 땅에 떨어져 잠깐 타올랐다.

 이윽고 놀들이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더욱 기세 좋게 날뛰었다.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놀을 꼬리로 쳐서 부수고, 몸통으로 감아서 질식시켰다. 마지막 남은 놀은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날카로운 이빨에 찔려서 즉사했다.

 “뒤로 물러서.”

 타르라는 리처드를 뒤로 잡아당겼다. 혹시라도 걸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생각해 보니 몬스터끼리 싸우지 않을 리가 없겠군.’

 이성이 거의 사라진 놈들이 다른 몬스터를 공격 안 할 리는 만무했다. 타르라는 리처드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뒤로 천천히 걸어가자는 신호였다. 리처드는 동의했다. 몬스터들끼리의 싸움은 신기했지만 계속해서 지켜볼 성격은 아니었다.

 “끝났군.”

 “가자!”

 놀라운 소리가 들렸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리처드는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다행히 그들이 있는 곳은 어두워서 쉽게 모습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3장

 

 

 

 리처드와 타르라가 있는 곳에서 반대쪽인 입구에 모험가들이 나타났다.

 네 명으로 이루어진 수인족 모험가들이었다. 그들은 놀과의 전투로 상처 입은 자이언트 스네이크를 노리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넌 왼쪽으로 가!”

 자이언트 스네이크가 혼란스러워하도록 수인족들은 흩어졌다. 가장 먼저 달려든 것은 한 손에 방패를 들고, 다른 한 손에 아밍 소드를 든 수인족 모험가였다.

 그는 쇠를 통째로 녹여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다. 무릎에도 강철 보호대를 한데다가 강철 부츠까지 신은 그는 단단한 철벽처럼 보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꼬리 치기를 받아내었다. 카이트 실드를 비스듬히 들어 충격을 분산시킨 것이다.

 그 틈을 타 다른 수인족 전사들이 달려들었다. 가죽 갑옷을 입은 수인족 전사가 크게 뛰어 워 해머를 수평으로 후려쳤다.

 “케엑!”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급히 턱을 뒤로 뺐지만, 워 해머는 몬스터의 턱에 스치듯이 맞았다.

 그렇게 큰 타격을 입은 것 같지는 않지만, 턱을 맞은 탓에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졌다.

 이번에는 창을 들고 있던 수인족 전사가 나섰다.

 머리를 흔들고 있는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코를 노린 것이다. 조그만 구멍을 노리고 그는 창을 회전시키며 찌르기를 시도했다.

 푹, 하는 느낌에 그는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바로 창을 빼서 회수한 다음 그는 뒤로 뛰어서 거리를 벌렸다.

 “크헤엑!”

 급소를 찔린 탓에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마지막 남은 수인족 전사는 품속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 안에는 검은색에 찐득찐득한 액체가 담겨 있었다.

 “이거나 먹어라, 뱀 새끼야!”

 정확한 동작으로 그는 유리병을 집어 던졌다. 입을 벌린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그대로 그것을 삼켰다.

 이윽고 안에서 병이 깨지자 화르륵거리며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입속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발광하며 몸부림쳤지만, 유리병은 마법적인 처리를 한 타르를 넣은 것이었다. 한 번 불이 붙는다면 여간해서는 꺼지지 않았다.

 이제 수인족 모험가들은 거리를 벌리고 서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힘없이 쓰러졌다.

 머리 주변이 불 때문에 온통 그슬려 있었다.

 리처드는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얼마든지 이런 방법으로 사냥하는 모험가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데도 2구역을 돌파하는 모험가들의 숫자는 많았다.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가죽이 단단하지만 불에 약했다. 그래서 2구역을 돌파하려는 모험가들은 불을 붙일 도구를 가져오거나, 화염계 마법이 걸려 있는 스크롤을 사 오곤 했다.

 다만, 마법 스크롤은 워낙 비싼 물건이라 2구역에서는 사용되는 것이 드물었다.

 “그놈이 여기로 온 거 맞지?”

 “그래. 빌어먹을 타르라 년, 인간이랑 붙어먹다니. 둘 다 죽여 버릴 테다.”

 “인간은 한 번에 죽이지 마라. 사지를 찢어서 죽일 테니까. 건방진 새끼.”

 리처드는 흠칫하고 놀랐다. 무장한 상태여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는데, 그들은 술집에서 리처드가 두들겨 팬 수인 네 명이었다.

 그들은 리처드를 찾아 헤매다가 그가 던전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 잘되었다 여기며 쫓아온 것이었다.

 던전 안에서는 목격자가 없으면 죽여도 별다른 탈이 없으니까.

 타르라는 적개심이 끓어오르는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수인족이 자부심을 버리고 여럿이서 하나한테 덤벼서 진 것도 부끄러운데, 몰래 뒤를 쫓아와서 기습하려 하다니. 그들의 부끄러운 행동에 타르라는 살기가 치솟아 올랐다.

 늑대 귀가 위로 솟고 털이 거꾸로 치솟았다. 손등 위로 힘줄이 돋으며 꿈틀거렸다.

 리처드는 수신호로 ‘공격할까?’라는 신호를 보냈다. 타르라는 그 신호에 정신을 차렸다.

 만약 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타르라는 그들을 무시하고 내려갔을 것이다. 던전은 넓고 깊으니 3구역까지 간다면 그들도 쫓아오지 못하고 돌아갈 테니까.

 그러나 지금은 한시가 바쁜 상황이었다. 언제 공격할지도 모르는 놈들을 뒤에 남겨두고 갈 수는 없었다.

 타르라는 동의의 수신호를 보냈다.

 그녀가 손가락 세 개를 꺼내서 하나씩 접기 시작했다. 리처드는 천천히 롱 소드를 뽑아 들었다.

 소리 없이 롱 소드는 뽑혔다.

 리처드는 사냥꾼 시절, 야생동물들을 잡던 수법을 떠올렸다. 주변의 어둠을 더듬어 그는 적당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묵직한 돌덩이였다.

 타르라의 손가락이 다 접혔다. 이제 공격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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