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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싸우는 개와 과거의 소녀
작가 : Nine
작품등록일 : 2017.7.8

미신, 전설, 설화, 민담, 소설.
형체 없이 떠돌던 것들이 허구의 장막을 헤치고 인류 앞에 형상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인류의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던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분명했다. 과거였다면 ‘취객이나 광인의 횡설수설’ 정도로 여겨지고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잠깐 떠돌다 사라졌을 사건들이 명확한 증거와 함께 각국 국가기관에 제출되었다.
인류는 ‘점잖게’ 양립할 수 없는 존재들과 너무나도 오래, 거의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어왔고 그러면서도 그 사실을 억지로 외면해 왔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하지만 인류가 공포를 공포로, 경악을 경악으로 영원히 남겨두는 존재였다면 현재에 이르지 못했으리라.
잘 알려져 있지만 공포스러운 소설적 산물로 여겨지던 흡혈귀 정도에서, 기괴하게 비틀린 종교적 광신의 초현실적인 결과물, 생물학적으로 인간이지만 초인적인 능력을 갖추고 그 힘을 파괴와 혼란 조장에 사용하는 인간 등, 정확히 추산할 수 조차 없는 숫자와 종류의 위협요소들, 과거의 기준으로는 초현실적이지만 실제로 존재하고, 인간에게 위협적이기까지 한 수많은 것들이 ‘특이 위협체’라는 이름으로 통칭됐다. 그리고 인류는 이 새로 떠오른 위협에 질병, 스스로의 무지, 실패한 정치 및 경제체제 등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방식이란, ‘해당 위협의 존재 말살 위한 노력의 경주’였다.

 
챕터2. 시크릿 서비스(3)
작성일 : 17-07-15 00:30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6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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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아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니까요?! 지금 청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청강검을 안은 채 철제 의자에 앉아있는 청아의 눈치를 한 번 살핀 지수는 작아진 목소리로 화를 냈다.

  “어떤 상황인지 아시잖아요! 기억은 죄다 잃어버렸고 말도 한 마디 못해요! 그런 애를 지금……!”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SOG 본청, 조금 더 자세히는 관측 감시부서 제 5과의 별실에서는 지수와 상사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눈 밑으로 수 센티미터나 다크써클이 드리워진 상사는 이틀 정도 감지 않은 듯 번들거리는 머리칼을 거칠게 긁었다.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지만 눈가에는 만성적인 피로가 켜켜히 끼어 있었다.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는 ‘김과장 눈매 더러워’로 불리는, 관측 감시부서 제 5과의 과장이었다.

  “그럼 나보고 어쩌란 거냐 지수야. 응? 우리가 매뉴얼에 떡하니 쓰여 있는 것 이상으로 뭘 해줄 수 있는데?”

  “이익……!”

  자신의 처우가 결정될지도 모르는 대화가 목전에서 오가고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지수와 함께하며 조금이나마 표정이라는 게 생긴 청아의 얼굴에 대화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그늘이 지는 것도 당연했다.

  “어쨌든 못해. 내 권한 밖이야. 더 위에다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직접 해.”

  단호하게 논의의 종지부를 찍은, 눈매 더러운 김과장이 뒤돌아서 별실 출구로 향했다.

  “…… 후.”

  출구를 몇 걸음 앞두고 잠깐 멈춰선 김과장은 그래도 좀 덜 더러운 눈매로 슬쩍 뒤돌아보며 남겼다.

  “새벽 두시가 다돼간다. 설렁탕 한 그릇 시켜 먹여라. 코 말고 입으로.”

  지수의 무례에도 불구하고 심하게 화가 나진 않은 듯, 어딘지 국가 정보원 출신다운 농담까지 남겨놓고 나가는 김과장이었지만 지수는 문이 닫히자마자 괴수영화의 거대 괴수처럼 바닥을 쾅쾅 다졌다.

  “농담까지 썰렁해! 저러니까…….”

  거기까지 말하고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다시 확인한 지수가 청아 방향으로 돌아서며 작게 중얼거렸다.

  “…… 시집을 못가지.”

  상사가 들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를 말로 화풀이를 해도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았다. 어깨를 늘어트리며 한숨을 내쉰 지수는 예쁘지만 우울한 인형처럼 앉아있는 청아의 은색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오늘 하루 삼시세끼를 설렁탕만 먹였는데… 설렁탕 질렸겠다. 육개장이라도 시켜줄까.”

  육개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아는 연한 하늘색의 눈을 또르르 굴릴 뿐이었다.

  지수가 자신의 상관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의학적으로 ‘기억 상실’이라고 분류되는 것보다 청아의 상태는 더 심각했던 것이다.

  기억 상실, 혹은 건망으로 번역되는 Amnesia는 자기 자신에 관련된 기억의 상실만을 칭하는 것이지만, 청아의 경우 일반적인 사회상식 등의 사실적 정보부분의 심각한 손괴까지 동반하고 있다. 라는 것이 의사의 진단이었다.

  감성적으로 보면 누구라도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하겠지만 지수의 상관은 단순히 감성만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는 입장에 서 있었다.

  “하아…….”

  씁쓸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지만 눈앞의 순진한 표정에 피식 웃은 지수의 생각이 몇 시간 전에 봤던 조각 케이크로 향했다. 점심 먹은 뒤에 조각 케이크를 즐겨 먹는 동료가 냉장고에 놔두고 퇴근한 것이었다.

  케이크를 먹고 있는 동료를 볼 때 마다 ‘귀족이네, 귀족이야.’하고 농담으로 빈정거리곤 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 케이크가 필요했다.

  지체하지 않고 케이크를 가져온 지수가 일회용 포크와 함께 청아의 앞 탁자에 내밀었다.

  “케이크 괜찮지?”

  “……?”

  당연히 좋아 하겠거니 하고 던진 질문이었지만 청아의 반응은 잘 모르겠다는 듯 갸웃거리는 고개였다.

  “음, 아냐 괜찮아 우선 먹어.”

  딸기로 장식된 고전적인 생크림 케이크를 포크를 든 채 유심히 쳐다보던 청아가 작게 한 입 떠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

  칠칠맞게 벌어져도 예쁜 작은 입과 더더욱 커다래진 눈을 위시한 채 너무나도 다채로워진 표정의 향연이 펼쳐졌다. 과장이 심한 요리만화의 심사위원 같은 표정.

  라틴 음악이 BGM으로 깔리고 하와이 비스무리한 해변을 배경으로 ‘우오오옷! 생크림의 파도를 스펀지 케익 고래가 누비고 있다!’같은 소리라도 외칠 것 같은 표정에 지수는 순간 청아의 말문이 트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꺄하하하핫! 귀여워!”

  귀여움이라는 단어와 개념이 형태를 지닌 것 만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허겁지겁 포크를 휘두르고 있는 청아의 옆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지수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 그러면 되겠구나. 그래그래, 그러면 되겠다. 규정에 딱 맞진 않지만 그 정도는 우기면 통할거야.”

 

 

 * * *

 

 

  “걷는 사람도 생각해서 미리미리 좀 꺼내 놓으라고. 늦어지잖아.”

  왼손에는 서서히 두꺼워지는 설문지 뭉치를 든 여학생이 오른손을 파닥거리며 남학생에게 주문했다.

  머리카락에 관해서는 자유가 보장 되는 덕분에, 크게 튀지 않는 염색 정도는 누구나가 하는 학교였건만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단정한 검은색 단발을 유지하는 그녀는 모두가 인정하는 모범생이었다. 조금 틱틱거린다는 평가가 따라다니긴 했지만 어쨌든 성적 우수 용모 단정의 반장이었다.

  졸린 곰처럼 느릿느릿 내놓는 남학생에게서 낚아채듯 설문지를 걷은 은영이 입술을 삐죽 내민 채 그 앞자리의 ‘뭐라 표현하기 힘든’남학생에게 걸어갔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어딘가 대하기가 불편한 녀석이라는 인상이었으나, 겉으로 불만을 표할 요소는 없었다.

  남학생은 작성이 완료된 설문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였으므로.

  어느 교실에서라도 보일 법 한 평이한 과정이었으나 그 와중에도 영주는 미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키지 않은 말은 전혀 하지 않으며, 그마저도 자로 잰 듯 필요한 만큼만 하고 입을 닫는다. 눈에 띄는 행동도 일체 하지 않으며 쉬는 시간에는 무슨 책을 읽거나 아예 사라져 버리는데 그 책이라는 게 교실 내의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경제 전문서적 같은 걸 펴놓고 있고, 방과 후에는 청소 당번이 아닌 이상 혼자 어디론가 직행하는 녀석. 그런데도 청소를 해야 될 때는 묘하게 열심히 하는 게 눈에 밟히고, 그러다가 간혹 눈이 마주쳐도 ‘우연이었다.’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로 하던 일로 돌아갈 뿐이었다.

  얼핏 보면 조용할 뿐인 녀석이지만 행동 양식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어딘지 지리멸렬,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녀석. 진원고교 2학년 2반 반장 신영주의 영인호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였다.

  영주의 친구 중에서 몇몇은 분위기가 있다느니 찬찬히 보면 귀여운 구석이 있다느니 실없는 소리를 해대는 여학생들도 있었지만 맹세코 그녀는 그렇게 생각 해 본 적이 없었다.

  “성적은 상위 31%. 머리가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언제였던가, 그런 이상한 녀석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공언했던 것 치고는 의외로 성적까지 알고 있는 스스로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 직전, 자신을 향하고 있는 무뚝뚝한 시선을 알아차린 그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흠, 흠.”

  괜히 헛기침 하며 설문지 상단의 이름 란에 ‘영인호’라는 이름이 제대로 기입 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살짝 숙인 때였다.

  “……?”

  그녀의 민감한 코 끝에 익숙한 듯 잘 알 수 없는 냄새가 스쳤다. 우선 땀 냄새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향수 역시 아니었다. 그다지 향기롭지 않을뿐더러, 이 영인호가 집에서 무뚝뚝하다 못해 기계같은 얼굴로 거울 앞에 서서 향수를 뿌리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굳이 무리해서 상상을 해 본다면…….

  “푸흡!”

  너무 우스꽝스러웠다.

  “?”

  고개를 숙인 채 뜬금없이 터져 나온 웃음을 참는 동안, 정수리에 꽂히는 인호의 의문스러운 시선이 여과 없이 느껴졌다.

  “아냐, 아무것도.”

  가까스로 웃음을 꾹 누른 뒤 묻지도 않은 말에 대답하며 설문지를 걷은 은영이 몇 다음 학생에게 다가가며 희미하던 그 냄새가 뭐였는지 기억해 냈다.

  화약 냄새.

  분명 불꽃놀이를 할 때면 맡았던 화약 냄새였다.

  ‘그런데 보통 몸에 냄새가 밸 정도로 불꽃놀이를 하나……?’

  인호의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건네는 설문지를 받으며 좌우지간 지리멸렬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영주였다.

 

 

  * * *

 

 

  “자! 골라 봐 청아야! 위아래 세 세트 정도는… 아니, 두 세트 정도…….”

  호기롭게 시작한 목소리가 용두사미로 수그러드는 그 장소는 지수로서도 몇 개월 만에 와 보는 백화점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번쩍거리는 백화점의 조명이나 사방에 진열된 물건들을 보며 어떤 반응을 보일 법 한데도 청아의 벽안에는 별다른 감흥이 떠올라 있지 않았다. 당장 그녀들이 서있는 백화점 건물 안에만 총 액수 수 억 원 가치에 달하는 상품들이 전시돼 있었지만 막상 청아의 표정은 한 조각의 케이크를 맛볼 때 보다 밋밋했다.

  “골라 보라니까? 언니 이래봬도 돈 꽤 번다?”

  근처에 있던 백화점 직원 한 명이 소리죽여 웃는 모습을 무시하며 청아를 재촉하자 청아는 별 도리가 없다는 듯 정처 없이 몇 십 걸음 정도 떠돌다 적당히 멈춰 섰다. 청아의 무신경한 시선이 닿는 곳은 적당한 크기의 숄더백 앞이었다.

  “어머, 어린 애가 벌써부터 백 찾네.”

  낄낄거리며 다가간 지수가 웃는 얼굴 그대로 가격표를 확인했다. 지수의 얼굴을 지나던 시간이 정지했다.

  이백 만원.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천장 부근으로 올리자 그곳에 박혀 있는 아주 유명한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로고가 보였다.

  “언니가 골라줄게.”

  청아의 팔을 질질 잡아끌어 그 무서운 장소를 피한 뒤로는 사실상 지수의 쇼핑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수 역시 사치를 즐기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합리적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수준의 소비였다. 다만 그녀 역시 옷을 사는 게 오랜만이라 여기 저기 눈이 돌아다니는 건 막기 어려웠다.

  두 시간 정도의 백화점 나들이 후, 그녀들이 나눠 든 것은 지수의 옷 아홉 벌 과 청아의 옷 네 벌, 구두 한 켤레, 그리고 운동화 한 켤레였다.

  “그래도 꽤 많이 사버렸네…….”

  중얼거리며 작은 후회를 표시하는 지수의 발걸음이 의식 중이었는지 무의식 중이었는지 어쨌든 최종 관문 앞에 도달해 멈췄다. 큰 변화는 없었지만 기분 탓인지 조금 지루해 보이는 청아와 눈앞의 매장을 번갈아 본 지수가 각오를 다지며 큰 걸음을 내딛었다.

  “어서 오세요. 리코니아 시크릿입니다. 찾으시는 게―”

  직업적인 미소를 반사적으로 띄우며 지수를 응대하던 점원이 지수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청아를, 정확히는 그녀의 가슴을 보고는 말을 멈췄다.

  “―있으신가요.”

  역시 프로페셔널. 한순간 동요했지만 응대 멘트를 중간에 멈추고 치워버리는 등의 실수는 있을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점원의 동요에 대한 공감을 한숨에 섞은 지수가 우울하게 말했다.

  “큰 거요.”

  “네… 사이즈가?”

  물어보긴 하지만 맞는 속옷이 있을 거라고는 스스로도 기대 하지 않는 목소리였다. 어느새 점원의 표정 역시 지수의 기분에 공감한 표정이었다.

  “몰라요… 재보세요.”

  “아, 아…… 네.”

  한순간 .

  “네. 손님, 이리로…….”

  잠시 후.

  “미국 브랜드라 큰 것도 있을 줄 알고 일부러 비싼 가격을 무릅쓰고 찾아 왔는데.”

  “미국 브랜드긴 하지만 한국 매장에서 그렇게 큰 걸 구비해 놓진 않아요. 지점 창고에서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거기에도 없으면 며칠 기다려야 하실 수도 있어요.”

  “아니 그럼 얘는 그 며칠 동안……!”

  안 그래도 작던 목소리를 더 줄이며 고개를 숙인 지수가 말했다.

  “노브라로 지낼 순 없잖아요… 좀 잘 알아봐 주세요…….”

  청아의 가슴엔 처음부터 두르고 있던 붕대가 여전히 감겨 있었지만 지수의 상식에서 붕대는 속옷을 대체 할 수 없는 도구였다. 조금 과장인가 싶기도 했지만 보니 청아가 제대로 된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있지 않은 건 맞는 속옷을 구할 수 없었던 탓이 아닐까 싶었다.

  “네… 한국 지사에 직접 문의 해 볼게요.”

  그리고도 지사에서 달려오는 퀵 서비스를 한 시간을 더 기다린 후, 지수는 탈의실에서 청아의 가슴을 멘 붕대를 풀고 브래지어를 채워주는 신세가 되어 있었다. 차마 정면에서 마주할 자신은 없었는지 청아의 등 뒤였다.

  “만지고 싶다는 건 그냥 농담이었다고….”

  한숨을 푹 쉬며 탈의실에서 나오는 지수를 따라 나온 청아의 표정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지수는 그 아래에 깔린 미묘한 어색함을 읽을 수 있었다.

  “불편해?”

  청아의 고개가 한 번 끄덕거렸다.

  “적응 될 거야. 못된 계집애야.”

  청아는 자신을 왜 못됐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 * *

 

 

  쓴 맛의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며 준비해온 노트북의 전원을 눌렀다.

  2년 된 노트북의 부팅을 기다리며 창밖의 풍경을 멍하니 쳐다보던 영주의 눈에 익숙한 인물이 포착됐다.

  “…… 음?”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온 목소리와 눈에 맺힌 이채를 알아챈 친구가 영주의 시선이 향한 곳을 따라갔다.

  “앗, 인호다.”

  “어디, 어디?”

  조용하던 소집단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그러고 보니 은영을 제외한 둘 다 인호에게 호의적인 친구들이었다. 그렇다고 말을 걸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쟤는 수업 끝나면 어딜 저렇게 가는 걸까?”

  “정 궁금하면 물어보지?”

  영주의 입술에서 어쩐지 조금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뒤늦게 작게 후회했지만 대상이던 친구는 신경쓰지 않는 듯 뺨을 양손으로 감싼 채 눈을 꼬옥 감고 있었다.

  “꺄아, 안 돼! 거절당할 것 같아! 대답 안 해주거나 해줘도 틀림 없이 거짓말 할 거야!”

  “이번 한국사 과제 혼자 하긴 힘들 텐데 불러 와서 같이 할까?”

  무슨 망상 같은 것에 빠진 친구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침착한 다른 친구의 제안이었다.

  “에? 그렇게 까지는…….”

  영주가 소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동안, 창 밖에 보이던 인호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 없어졌다.”

  망상에서 헤어 나온 소녀가 허무한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 그 녀석 가끔 결석은 해도 숙제를 안 해 오진 않으니까… 알아서 하겠지?”

  성실한 것 같다가도 가끔 결석을 한다. 무단결석은 아닌 듯 했지만 선생님이나 본인에게 이유까지 물어 볼 생각은 없었다. 아무튼 역시 지리멸렬 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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