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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풍운협(風雲俠)
작가 : 오월성
작품등록일 : 2016.3.30

결국 선택의 문제였다. 우리의 목적은 같았다.
녀석은 선(善)을 선택했고, 나는 악(惡)을 선택했다.

 
수라의 싸움
작성일 : 16-04-18 16:20     조회 : 512     추천 : 1     분량 : 3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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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낫은 장병겸(長柄鎌) 형태였다. 낫날이 길고 두꺼우며 낫날의 반대쪽에 창날이 달려 있다는 점이 달랐다. 남자는 그 거대한 낫으로 바닥을 찍었다.

 

 쿠우웅――!

 

 범종 같은 울림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순간 야수들은 온몸의 힘이 한꺼번에 쑥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저 울림 끝에 생사의 고해(苦海)가 펼쳐지리라.

 

 남자는 거대한 낫을 세운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를 중심으로 시간은 멈춘 듯했다. 고요한 가운데 그는 관능(官能)을 닫았다.

 

 지금부터 수라가 될 것이었다.

 

 남자의 두 번째 스승인 무명노인이 전수한 수라의 무예는 보고 듣고 느끼는 관능을 배제한다. 인간의 눈을 닫고 수라의 눈으로 본다. 수라의 귀로 듣고 수라의 몸으로 느낀다. 그렇게 관능이 사라진 자리에서 수라의 이능(異能)이 발아한다. 그리고 수라의 역장, 수라장(修羅場) 안에서 수라는 모든 것들의 생사를 주관한다.

 

 고오오오오!

 

 남자의 몸에서 푸른색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아지랑이는 푸른색 안개로 번져갔다. 푸른 안개 속에서 남자의 잿빛 눈동자는 무수한 조각들로 갈라졌다. 그 조각들 하나하나에 야수들이 들어왔다. 싸움을 즐기는 전투귀신의 눈동자, 수라안(修羅眼)이다.

 

 야수들이 숨을 죽였다. 자신들이 신으로 떠받들던 왕을 죽음으로 몰고 간 수라의 살기, 불길하기 짝이 없는 푸른색 안개의 중심부에서 도깨비불처럼 타오르는 수라의 눈동자, 그리고 거대한 낫을 세운 채 서 있는 남자의 압도적인 박력 앞에 두려움을 모르는 야수들의 심장은 얼어붙어 버렸다.

 

 정오의 태양이 협로 위쪽 하늘에 들면서 음침한 협로의 어둠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태양은 협로 저 멀리서부터 가까운 데까지 점차로 빛을 몰고 왔다.

 

 낫날이 빛을 받아 번쩍이는 순간이었다.

 

 파앗!

 

 남자가, 수라가 짓쳐나갔다.

 

 “쳐라!”

 

 동시에 표범머리가 고함쳤다.

 

 “크어어어!”

 “캬아아아!”

 “우어어어!”

 

 전후방의 야수들이 병장기를 앞세우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절벽에 매달린 야수들은 화살을 재고 시위를 당긴 채 전장을 주시했다.

 

 남자에게도, 야수들에게도 무척이나 긴 정오가 될 터였다.

 

 *

 

 공격은 방어를 수반해야 한다.

 

 방어는 공격을 동반해야 한다.

 

 공격과 방어의 간격을 좁히고, 나아가 없애는 것이 공방일체(攻防一體)이며 고수로 통하는 경지이다.

 

 남자의 움직임이 그랬다.

 

 서걱!

 

 베면서 막았고,

 

 서걱!

 

 막으면서 벴다.

 

 남자의 공격과 방어 사이에는 틈이 없었다.

 

 태양이 지나가 버린 협로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남자의 그림자는 너울거렸고 낫날은 번쩍거렸다. 낫날의 궤적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야수들의 비명소리가 터졌다. 야수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핏물이 하늘로 땅으로 길게 흩어졌다.

 

 거대한 낫이 푸른색 안개 속으로 뛰어든 야수들을 훑고 지나갔다. 창날에 갈라진 야수들의 상반신이 바닥에 거꾸러지기도 전에 남자는 낫을 거두어들이며 측면에서 달려들던 야수들의 목을 걷어냈다.

 

 잘린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몸통과 분리된 머리통들은 허공을 날았다.

 

 남자가 바닥을 박찼다. 야수들의 몸통과 머리통 사이에서 치솟는 피분수를 비집으며 쇄도했다. 야수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파앗, 남자는 다시 한 번 바닥을 박차며 야수들을 뛰어넘었다. 동시에 공중에서 낫을 크게 휘둘러 야수 네댓을 도륙한 뒤 바닥에 착지, 그 즉시 단창 자루의 중심을 잡고 풍차처럼 휘돌리며 야수들이 구축한 포위진형의 일각을 헤집었다.

 

 휘잉, 서걱! 휘잉, 서걱!

 

 칠 척 사 촌 길이의 단창 자루 양 끝에 연결된 창날과 반월도는 푸른색 안개 속에서 은색의 원을 무수히 그리며 야수들의 살을 자르고 뼈를 갈랐다.

 

 야수들이 죽어가면서 토해낸 비명소리가 협곡 이쪽에서 저쪽으로 몰려갔다가 메아리쳐 되돌아왔다. 죽음은 또 다른 죽음을 불렀다. 살아 있는 야수들은 남자를 향해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달려들었다.

 

 남자는 자세를 낮추어 돌아서면서 낫을 휘둘렀다. 후방의 야수들의 무릎이 예리하게 잘려 나갔다. 야수들이 채 쓰러지기도 전에 남자는 낫을 거두면서 반월도를 분리했다. 거두는 동작 속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으므로 시간은 조금도 지체되지 않았다.

 

 반월도가 좌방에서 남자를 노리며 짓쳐들던 야수들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목이 잘린 야수들이 허물어졌고, 남자는 반 바퀴 돌면서 우방의 야수들의 목을 갈랐다. 그리고 다시 전방으로 나아가면서 단창과 반월도를 결합시켰다.

 

 남자는 멈춤이 없었다.

 

 푸른색 안개 속에서 전 방위를 탐지하는 수라안으로 야수들의 움직임과 그 변화를 포착했고,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하며 야수들이 구축한 진형을 저미고 자르고 으깼다.

 

 ― 일대다수의 전투는 오직 세(勢) 안에서 살아나는 법이다. 나아가고 물러서며, 잡아가두고 풀어주면서 전장에 자신만의 세를 만들어라. 세 안으로 적을 끌어들이되 적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라. 세 안에서 적의 힘과 방향을 읽고, 허실(虛實)을 희롱하여 살(殺)하라.

 

 두 번째 스승인 무명노인의 가르침이었다. 남자는 창날과 낫날에 부딪쳐 오는 야수들의 살과 뼈의 저항을 온몸으로 감당하면서, 그렇게 세를 형성해 나갔다.

 

 “후우우우…….”

 

 긴 날숨 끝에 사내는 다시 나아갔다. 그가 향하는 방향에는 짙은 갈색 피부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경악한 표범머리가 있었다. 그 뒤로 잔뜩 흥분한 눈빛의 소녀가 보였다. 그녀의 좌우로 새의 날개처럼 펼쳐 선 짐승머리들도 보였다.

 

 그리고 전투의 세는 그쪽으로 흐르는 듯싶었다.

 

 남자는 푸른색 안개를 두른 채 낫날로 바닥을 끌며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그의 뒤쪽으로 먼지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남자가 야수왕의 딸과 부족장들이 서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자 후방의 야수들이 먼지구름 속으로 뛰어들었다. 전방의 야수들은 진형을 물렸고, 절벽의 야수들도 물러나는 진형을 따라 이동했다.

 

 남자가 전장의 흐름을 관장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전장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중심이 기울면 몸이 쏠리듯 전장의 중심은 전장 전체의 무게추 역할을 한다.

 

 지금 이 순간, 전장의 중심은 남자였다.

 

 남자가 달리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진형을 물리며 그 모습을 노려보던 표범머리는 마치 거대한 형상의 수라가 협로 전체를 뒤덮으며 폭주하는 듯한 환상을 보았다.

 

 “고, 공격해!”

 

 표범머리가 악을 썼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달려가던 남자가 돌연 방향을 바꾸었다.

 

 뒤로 돌아서면서 창날과 반월도를 분리했고, 먼지구름을 헤치며 쫓아오던 후방의 야수들을 향해 단창 자루를 던졌다.

 

 우웅우웅!

 

 단창 자루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공간을 갈랐다. 그 기세의 무시무시함 때문일까, 아니면 의외의 상황 전개 때문일까. 후방의 야수들이 대경실색하며 좌우의 절벽으로 몸을 붙였다.

 

 길이 열렸다.

 

 단창 자루는 그 길을 지나쳐 협로가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꺾이는 암벽에 박혔다.

 

 파앗!

 

 그리고 남자가 신형을 쏘았다. 질풍 같은 경신(輕身)이었다.

 

 “막아!”

 

 뒤늦게 남자의 의도를 알아챈 표범머리가 외쳤다. 후방의 야수들은 벌어진 가랑이를 오므리듯 길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남자는 이미 삼분의 이 이상을 지나친 뒤였다. 나머지 삼분의 일을 질주하면서, 그는 왼손에 쥔 창날로 왼쪽의 야수들을 쑤셨고, 오른손에 든 반월도로 오른쪽 야수들을 벴다. 단창 자루를 피하느라 진열이 어수선해진 탓인지 야수들은 창날과 반월도 앞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

 

 표범머리는 남자가 길 끝에서 단창 자루를 회수하여 오른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사내가 만들어낸 세의 방향이 본래부터 물가 쪽이었음을 깨달았다. 악에 바친 표범머리가 으르렁거렸다.

 

 “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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