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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악녀의 생명력은 이제 1
작성일 : 17-07-14 21:16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4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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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재판정 안으로 파도가 치듯 놀라움이 퍼져나갔다.

 엔도르시의 녹색 눈동자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다만 놀란 혜림의 손을 잡아 뭐라고 달래주는 것 같았다. 혜림이 떨리는 손으로 잡아오는 엔도르시의 손을 맞잡는 것이 보였다.

 그 다정한 손으로 혜림을 위해 혜림이 모르게 혜림에게 독을 먹였다. 이것은 올바른 일인가?

 

 -성격이 좀 급한 감이 있긴해도 미하엘이 역시 진남주로 더 낫네요. 미하엘이라면 혜림이 위한다고 독 안 먹였을텐데. 엔도르시 소름 돋아요.

 -세상에…무슨 이유든지 여주를 속이고 여주한테 독을 먹이는 남주라니. 이런 남주 전 반대요.

 

 실시간으로 달리던 독자들은 이런 반응이었었지. 당시 나는 알렌시아의 완벽한 몰락을 위해, 그리고 이 서브남의 어딘가 삐뚤어진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이 에피소드를 썼었다.

 ‘이걸 이렇게 활용할 줄은 몰랐네.’

 살짝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꾹 눌렀다. 지금은 목숨을 바늘 끝에 걸고 재판 중이었다.

 

 분노한 미하엘이 좌석의 팔걸이를 쾅하고 쳤다. 근처에 앉은 혜림이 황제의 진노에 움찔하는 것을 보아 별로 좋은 처사는 아니었다.

 

 “죄인이 감히 비루한 세치 혀를 믿고 지엄한 황실법정의 권위를 추락시키려 하는가!”

 “제 목은 이미 형벌 앞에 내걸렸으나 제가 내걸 것이 이 비루한 목숨밖에 없사오니, 다시 한 번 제 목을 걸고 폐하께 아뢰옵니다. 소녀의 말은 일고의 거짓도 없습니다. 소녀는 아틸리아 어를 모릅니다.”

 "죄인의 형제가 일찍이 여러 외국어에 재능이 있어 장래에 외교관으로 촉망받고 있다. 죄인의 일만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 우방국에 대사로 외국에 파견을 나갔을 것이다. 그런 형제를 둔 그대가 아틸리아 어를 하지 못한다고?"

 "형제가 재능이 있다고 해서 그 재능을 제가 빌릴 수 있겠습니까? 물론 제가 아틸리아 어를 잘하는 ‘척’을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는 걸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폐하께서는 제 전 가정교사들을 한번 조사해 보세요. 그들은 제 형편없는 아틸리아 어 실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번은 공녀께서 아틸리아 어 교재를 지금 거꾸로 들고 있다는 말에 화가 나서 즉시 가정교사를 해고한 적도 있었지요. 저는 정말로 아틸리아 어에 무지합니다. 허니... 그 암살과도 연관이 없지요. 그때 성녀님을 주제넘게도 미워하고 있던 건 사실입니다만, 일자무식인 제가 무슨 재주로 아틸리아 인 시녀와 알지도 못하는 아틸리아 어로 지시를 내려 암살을 꾸몄겠습니까?"

 

 알렌시아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효과는 약간 있었다!! 미하엘은 멍청해졌다!!

 알렌시아 :: hp 0 / 100 → hp 1 / 100

 

 이제 알렌시아는 무엇을 할까?

 

 ▷ 엔도르시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 그때 못했던 혜림의 암살을 지금 실행한다.

 ▶ ???

 

 첫번째 선택지. 엔도르시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나는 물론 엔도르시가 진범인 걸 알고 있지만 그걸 증명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 엔도르시가 알렌시아급으로 뇌텅텅이라 발목 잡는대로 잡혀주는 인간도 아니고. 패스.

 두번째 선택지. 갑자기 어딘가에 숨겨뒀던 칼이라도 꺼내 지금 이 자리에서 혜림을 찌른다. 몸주 알렌시아는 굉장히 원할 것 같은 선택지지만 잡는 즉시 처형감인 선택지니까 탈락.

 그리고 세번째 선택지는,

 

 "알렌시아 공녀님의 흑마술 저주 사건에 첨언할 말이 있습니다."

 카드를 한 장 더 꺼낸다. 에반의 등장에 나는 승기가 내게 기울었음을 확신했다.

 

 "세간에 알렌시아 공녀님이 성녀님께 흑마술로 저주했다고 알려진 사건은 사실이 아닙니다. 공녀님은 평소 신실한 분으로써 흑마술과 같은 사특한 술수에는 일절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알렌시아가 평소 사특한 흑마술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는 증거가 바로 눈앞에 태연히 있었다. 나 말이다, 나.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벨하임 공작저에서 성녀를 저주하는 주문과 마법진이 발각되었다. 검거한 성 밖의 마녀들이 말하기를 벨하임 공작가의 알렌시아로부터 돈을 받고 성녀 혜림을 저주했다고 시인했거늘!"

 "예, 벨하임 공작가의 집사였던 제가 공녀님의 이름을 대고 주술을 부탁했으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에반!"

 

 방금 전 암살모의사건에서 모든 진실을 털어놓고 피곤한 표정으로 간신히 서 있던 내가, 에반의 말에 화들짝 놀라 그를 부르짖었다.

 

 "저는 아가씨를 모함했습니다. 그러고 싶었습니다. 비천한 몸으로 아가씨를 사랑하는데, 아가씨는 너무도 높은 곳에 있으셔서 끌어내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성 밖의 마녀들에게 큰 돈을 주고 벨하임 공작가로 데려와서, 공작가 지하에 성녀님을 저주하는 문양들을 그려넣었지요. 공작가 집사라는 위치를 이용하면 손쉬운 일이었습니다."

 “에반, 오 에반! 그만 말해! 더 이상 말하면 안돼, 에반!”

 

 에반은 모든 걸 다 각오한 표정이었다. 나는 연신 그의 이름을 부르며 슬프게 울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하인의 갑작스러운 배신에 당황하는 귀족아가씨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악당에도 상수, 중수, 하수가 있다. 주변에 있는 모두를 괴롭게 해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자가 하수라면, 중수는 자기편과 자기 편이 아닌 자를 확실히 분리해 내 자기 편은 잘 돌봐준다. 상수가 되면 모두에게 칭송받으면서도 거슬리는 이를 조용히 찍어낼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악당론이다.

 

 멍청한 알렌시아. 바닥에 떨어진 쿠키 한 조각만 나눠줘도 이렇듯 배를 까뒤집고 애교를 피우는 충성스러운 개를 자기 손으로 내쳐버렸다. 에반은 알렌시아에 대한 연심으로 알렌시아의 죄를 품고 대신 죽으리라. 연심으로 눈멀게 했으니 뒤를 걱정할 일도 없었다.

 

 "재판을 다시 해야 합니다, 폐하."

 "갑작스럽게 죄인의 여죄가 뒤집힌 것은 나도 당황스러우나 이미 지난번 재판에서 처형이 언도되었소. 그대는 지금 황제의 말을 뒤집을 셈이오?"

 "황족의 경우 암살을 모의한 것만으로도 사형감입니다. 허나 황족이 아닌자, 공후백작위에 있는 자와 그 가족을 노린 경우는 도합 세 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을 때 사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송구하오나 성녀님은 황족이 아니십니다. 황족의 법으로 그녀를 다스릴 수 없습니다."

 "그녀는 내 황후나 다름없는 존재요!"

 "아직 황후가 아니십니다. 황족과 같게 할 수 없습니다."

 

 근래 들어 미하엘 최악의 날임이 틀림없었다. 제국 재상은 친 황제파이자 친 성녀파로 그들의 편이었다. 동시에 성격이 원리원칙 주의자였다.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재상 시어도어 공은 알렌시아를 좋아하냐 싫어하냐 하면, 정말 정말 싫어했다. 그치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성녀 암살미수사건과 흑마술 저주 사건의 죄를 빼고 나니 알렌시아는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죄인이란 호칭도 그녀라고 고쳐 불렀다.

 

 그리고 더 유감스러운 것은 황제 미하엘의 최악의 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폐하, 내 황후나 다름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도 될까요?”

 “맙소사, 혜림.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들려줄 계획은 아니었는데.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잠시만, 이 재판이 끝나면. 응? 그때 설명해 줄게.”

 “아뇨, 기다리고 싶지 않네요. 언제 제가 당사자인 저도 모르게 황후가 된 거죠? 미하엘?”

 혜림이 붙잡고 있던 엔도르시의 손까지 빼버린 채 분연히 일어나 미하엘에게 쏘아붙이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웬만해선 높이 올라가는 일이 없었던 강아지처럼 순하고 둥근 눈매는 지금 북풍한설이 몰아치고 있었다. 사태는 잠시만 기다려달라라는 말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미하엘은 화난 주인 앞의 커다란 리트리버처럼 쩔쩔매었다.

 “…혜림. 지금은 사람이 많아. 아, 음. 난 그 말을…우리만 있을 때 소중하게 하고 싶어. 아껴서 해야 하는 말이니까. 네 인생에…기억에 남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런 혼잡스러운 곳은 절대 안 돼. 제발 혜림, 봐주면 안 되겠어?”

 “물론 봐 드릴 수 있죠. 왜 안 되겠어요, 저와 폐하의 사이에.”

 혜림이 검은 타래같은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기며 환하게 웃었다. 미하엘이 혜림의 미소에 반사적으로 마주 웃었다. 나만 어쩐지 불길했다.

 “한 십년 쯤 봐 드리면 되겠어요?”

 “뭐?”

 “정 없게 한 시간 두 시간 미뤄서 뭐해요. 저희 사이에 인심 넉넉하게 한 십년 잡죠. 십년 뒤에 지금 저를 들들 볶은 이게 무슨 사태인지 해명하러 오세요, 폐하. 저는 이만 저의 궁으로 돌아갑니다. 여러모로 피곤한 점이 많으니 당분간 궁에서 은거할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서, 쓸데없는 일로 귀찮게 하면 죽일거야. 미하엘.”

 “자, 잠깐만! 혜림!”

 “잡기만 해봐요. 지금 잡으면 정말로 십년 뒤에 볼 거예요.”

 

 그 말에 올라가던 미하엘의 손이 딱 멈췄다. 쯧쯧쯧, 내 손가락을 갈아 문장으로 낳은 내 자식아. 넌 어쩜 그렇게 여자 맘을 모르니? 나는 불쌍한 마음에 미하엘의 어깨라도 두들겨 주려다가 퍼뜩 지금 이 몸이 알렌시아의 몸임을 깨닫고 슬그머니 올라가려는 손을 뒤로 숨겼다. 지금 내가 미하엘의 어깨를 두드리기라도 했다간 불을 뿜는 미하엘의 창에 꿰일지도 몰랐다.

 

 그간의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자며 여행에 데려가더니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들볶아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올라왔지, 급한 일이라며 올라온 일은 “사실 그동안 성녀 암살범을 찾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자 우리 이제 새롭게 다시 진짜 암살범을 찾아볼까?” 이라지, 그 와중에 예상치 못했던 청혼 계획 힌트까지 얼결에 들어버렸으니 혜림의 기분이 어떨지는 상상도 가지 않았다.

 

 건너편의 재상 시어도어 공과 눈이 마주 쳤다. 처지는 다르지만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제국의 새로운 황후의 꿈은 아무래도 멀어진 듯 했다.

 

 알렌시아는 죽지 않을 것이다. 미하엘은 청혼여행을 실패했다.

 일단 나는 살았지만, 내가 완성한 해피엔딩의 그림이 하나하나 무너져 가는 것을 나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후로 다시 치뤄진 재판에서 알렌시아의 사형은 취소되고, 수도에서 추방하는 것과 공녀의 지위를 반납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알렌시아는 이제 공녀 알렌시아가 아니라 그냥 벨하임 사람 알렌시아다.

 

 재판을 방해하는 데 제일 열성적었을 엔도르시는 예의 성녀암살미수 사건에서 자신과 관련된 흔적을 마저 지워내기 바빴기 때문에 이번 재판에서는 더 활약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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