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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 귀변사
작가 : 내가너를
작품등록일 : 2017.7.7

조선땅을 어지럽히는 요귀들을 없애기 위해
사도세자가 죽지도 않고 나섰다.
뒤주를 벗어난 몽한이여,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라!

 
불가살이
작성일 : 17-07-14 16:49     조회 : 247     추천 : 1     분량 : 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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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네 네."

 

 ‘거의 맞다시피 쫓겨나서 억울해 하는 소리인가?’

 

 승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노승과 헤어져 다시 주막으로 돌아왔다.

 

 "주고 왔느냐?"

 

 "아 열 받아. 술 좀 줘봐요."

 

 "허허, 이놈. 냄새가 고약하다느니 하더만."

 

 "술을 왜 마시는지 알겠네. 확 저걸 쥐어 팰 수도 없고."

 

 주막주인을 째릿 쳐다보는 승호를 몽한이 달래며 한잔 따라주었다.

 

 "화가 나서 마시는 건 하수고, 기뻐서 마시는 건 중수요."

 

 "그럼 고수는 뭔데요?"

 

 "밥상머리에서도 술 찾으면 고수지. 하하"

 

 승호와 몽한은 그렇게 벌컥벌컥 들이키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서야 의원으로 돌아왔다. 덕로는 지쳐서 쉬고 있었는데 부적 만들기라는 게 그저 끄적대며 쓰면 끝이 아니라 기력을 제법이나 소모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간 만든 것이 음양오행 7기운의 부적을 넉넉해할만했다.

 

 "더-억-로야아~"

 

 무... 무슨 소리야? 방안에서 잠이나 청하던 덕로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문을 열고 나갔다. 밖에는 몽한과 승호가 술에 떡이 되어 엉겨 붙어 있었다.

 

 "떡로! 우리 부적쟁이, 많이 만들었어!?"

 

 "네가 정녕 미친 모양이구나."

 

 제 몸만큼이나 꼬부라지는 혀로 주정을 부리는 승호를 보며 말했다. 어디서 거나하게들 마셨는지 아주 가관이다.

 

 "어찌 이 어린것까지 마시게 했습니까."

 

 "이놈 안 어려! 다 컸어. 다!"

 

 "얌마 나도 사내라고!"

 

 말을 말자... 덕로는 둘을 끄잡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승호의 엉덩이에 꼬리가 삐죽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어어! 이놈, 술에 취해서 제 몸을 제대로 못 다루는 건가.’

 

 덕로는 누가 볼까 둘을 황급히 방안으로 던져 넣었다. 이 화상... 이 꼴을 하고 개성 바닥을 활보하고 다녔단 말인가. 덕로는 화의 부적 한 장을 들어 이마에 붙여버릴까 하다가 꾹 참았다.

 

 

 진즉에 뻗어버린 몽한과 승호 곁에 덕로마저 잠이 든 깊은 시각, 개성은 난리가 났다. 사방이 불길에 휩싸여 가릴 것 없이 태우고 있던 것.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불은 가뜩이나 타기 쉬운 초가를 기름 부은 듯 태우고 있었다.

 

 "불이야-!"

 

 초가집들이 촘촘히 붙어 있어 화마는 삽시간에 퍼져 나갔으니 순식간에 개성은 커다란 아궁이가 되어버렸다. 결국 셋이 잠들어 있는 바로 근처까지 불길이 미쳐 덕로가 눈을 떴다.

 

 ‘또... 무슨 소리야... 오늘 참 여러 번 깨네.’

 

 "불이야-!"

 

 ‘불!?’

 

 조선의 건물은 대부분이 타기 쉬운 초가집이다 보니 백성들이 화재에 대해 가지는 공포심은 대단히 컸다. 한번 발생했다하면 인력으로 잡기란 너무 힘들고 자연 꺼지기만을 바라야 하는데 그땐 모든 것을 잃고 난 후다. 이는 덕로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단박에 눈이 떠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불이 났습니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눈 뜨고 보니 정말 탄내가 방안까지 밀고 들어와 불길이 근방에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술에 완전히 절은 둘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흔들어도 미동도 없자 덕로는 둘을 제치고 우선 밖으로 나갔다. 의원네 몸종들도 비슷하게 깬 듯, 함께 대문을 열고 나가니 사방이 시뻘건 불바다였다.

 

 불 불 불

 온통 불이었다.

 

 망연자실 쳐다보던 몸종들을 덕로가 다그쳤다.

 

 "뭣들 하고 있는가? 어서 물이라도 퍼오게!"

 

 "아,알았시요!"

 

 화급히 그들을 보낸 까닭은 물바가지가 도움이 돼서가 아니라 덕로가 술수를 부리려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물리고 가만 보니 불길이 딱 의원 근처에서 접근을 못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하! 아까 쳐둔 수의 결계 덕분인가보다.’

 

 대문짝에 붙여둔 수의 부적에 결계를 걸어두었는데 사람들 왕래를 방해할까 약하게 쳐두었을지언정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던 것.

 

 ‘당장에 강하게 치고 싶지만 그랬다간 모두 결계 속에서 질식하듯 다칠 테니...’

 

 밤이라해도 주변을 환하게 밝힌 불길 덕분에 부적을 알아보기 쉬웠다. 덕로는 수의 부적을 추려 가장 가까이 불붙은 집에 던졌다.

 

 "어디 그 위력을 한번 보자!"

 

 덕로의 손을 떠난 부적은 놀랍게도 거대한 태음신(太陰神) 으로 화해 날아갔다.

 

 현무!!!

 

 뱀과 거북이를 한데 합친 모양의 현무가 형상화되어 마치 거대한 물줄기가 요동치듯 폭포소리를 내었다. 푸르른 수의 기운 속에 흑색의 현무가 불붙은 집에 부딪히자 불길은 삽시간에 사그라들었다.

 

 거기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지나가면서 몇 집에 붙은 불을 더 꺼버리니 그 위력이 대단했다.

 

 ‘허억 허억, 오방신을 불러내다니 엄청나구나. 수십년 내공을 갈고 닦아도 구사할 수 없는 것이라 들었는데.’

 

 헌데 단 한 장의 부적을 던졌을 뿐인데 덕로는 상당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평소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과연 현무라 그 내력 소모가 심하구나. 아껴서 쓰지 않으면 도리어 내가 먼저 쓰러지겠다.’

 

 같은 부적을 던지더라도 시전자가 얼마나한 내력을 주입하여 쓰느냐에 따라 위력을 달리 하는 부적술이다. 이전의 덕로의 부적술은 그 수준이 높지 않아 있는 힘껏 던져도 이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거센 불길에 가릴 처지가 못 되는 덕로였으니 다른 방향으로 다시 한 번 수의 부적을 최대의 내공으로 던졌다. 역시나 강대한 물줄기의 포효와 함께 날아간 현무는 수채에 붙은 불길을 잡아내었다.

 

 덕로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한번만 더 썼다가는 큰일 나겠네. 차라리 결계로 막아내야겠다.’

 

 그래도 두 차례의 현무로 가라앉힌 불이 제법 커서 덕로는 화재의 중심부로 다가갈 수 있었다. 뜨거운 열기를 참아내며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다섯 장의 수의 부적을 머리위로 높이 던졌다.

 

 ‘어차피 불속에 산사람은 없을 테지. 힘을 끌어 모아 최대한의 결계를 친다!’

 

 힘차게 외친 결계주문에 반응한 다섯 장의 부적은 푸른빛을 내며 퍼져나갔다. 청의동자가 늘려준 부적술 덕에 한 장만으로도 큰집 하나를 가릴만했는데 다섯 장에 모든 힘을 쏟아 부으니 1리(약 400미터) 에 걸친 반원 모양의 결계가 쳐졌다.

 

 정말 엄청나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위력이기에 덕로는 지친 몸과 달리 마음은 몹시도 기뻐했다. 하지만 화마 역시 만만치가 않아 덕로는 연방 남은 부적을 올려 기운을 보탰다.

 그렇게 10여장의 수의 부적을 모두 소진해가며 모든 내력을 쏟자 결계내의 불길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저 멀리 사람들이 손마다 물동이를 지고 오는 게 보였다. 대적할 수 없이 컸던 불이 완연히 사그라지자 용기를 내어 저마다 할 일을 시작한 것이다. 완전히 기운이 빠진 덕로는 자리에 쌀 포대기처럼 털썩 주저앉았다.

 

 "이보라우 사내나이. 괘안!?"

 

 "괜찮습니다... 아이고... 혹시 저 좀 의원에 옮겨주시겠습니까?"

 

 "톰발리 옮기라. 숨넘어가 가겠시야."

 

 "어느바루이네?"

 

 "저쪽입니다."

 

 몸은 탈진 직전이나 몹시도 흡족한 덕로는 사람들까지 다가오자 안심을 했다. 이제 잔불은 이 사람들이 해결 하겠지.

 그렇게 몇 사내에게 부축 받아 의원 쪽으로 향했다.

 

 몇 걸음 옮기던 덕로는 뒤편에서 순간 강한 요기를 느꼈다. 무슨 기운에 어깨동무를 뿌리치고 돌아보니 멀지않은 곳에 해괴하게 생긴 동물이 잔불 사이에 네발로 서 있는데 몸은 곰과 같이 크고 단단하며 머리는 마치 코끼리처럼 코가 길에 뻗은 모습이었다.

 

 ‘저...저건 뭐지...’

 

 코끼리를 알지도 못하는 덕로가 보기에 몹시도 흉한 상이니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요괴는 가만히 덕로 보기를 잠시, 몸을 돌려 산 쪽으로 뛰어갔다.

 

 "저, 저거이 불가살이 아임메?"

 

 "저거가 고려 망할 때 한번 나와서 개성을 왼 쑥대밭을 만들댔더니..."

 

 개성민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 눈도 발도 떼지 못하고 몹시도 겁을 내었다.

 

 "불가살이요? 저게 대체 뭡니까?"

 

 "내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간, 근데 대개이서꺼 악지가리가 보니 불가살이가 틀림없구메."

 

 다행히 불가살이는 그대로 멀리 갔는지 더 이상의 요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덕로는 마저 부축을 받아 의원으로 돌아왔다.

 

 ‘이번 불은 필경 불가살이라는 그 요귀와 관련이 있다.’

 

 요귀가 직접 불 내는걸 본적은 없지만 불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어울리는 것이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볼 수밖에 없었다. 덕로는 화급히 나오느라 열고 나온 방문을 닫고 들어가니 몽한과 승호는 코를 드르렁 골며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개... 썅....

 너무나 지친 덕로는 가운데로 포개지듯 쓰러지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니, 자네 옷 왜 그런가?"

 

 "어디서 불장난이라도 했냐?"

 

 결계를 치기 위해 불 사이로 뛰어드느라 군데군데 그을린 덕로의 옷과 얼굴을 보며 막 일어난 몽한과 승호가 깨근덕하게 물었다. 이에 덕로는 차마 몽한은 건드리지 못하니 승호의 머리에 주먹을 쥐어박아 버렸다.

 

 "아얏, 너 죽고 싶냐? 아침부터 지랄이야!"

 

 "휘유.... 나가서 이 동네가 어찌 되었나 보고나 오십시오."

 

 맞은 건 승호인데 대답은 몽한에게 하니 둘 다 썩 나가서 보고 오너라.

 여전히 밖에는 간밤의 탄 냄새가 남아 의아해 하던 둘은 대문을 열고 뒤늦은 경악을 했다. 발앞에서부터 어제 술 퍼먹었던 주막 너머까지 온통 검댕숯이 되버린 꼴이 됐으니 말이다.

 

 이만한 화재 현장은 승호는 물론이고 몽한도 본 적이 없다. 어안이 벙벙해 하다가 방으로 돌아와 역시나 뒤늦은 호들갑이다.

 

 "아니, 대체 저게 무슨 난리인가?"

 

 "밤새 개성에 ‘큰불’이 났으나 제가 부적술로 ‘아주’ 힘들게 껐습니다. 둘이 ‘술에 뻗어’ 잠 든 사이에 ‘혼자서’ 말입니다."

 

 덕로는 주요 단어에 힘을 꾹꾹 주며 말했다. 쿡쿡 찔리는 몽한 옆에 승호가 펄쩍 뛰었다.

 

 "아, 어제! 그 승려가 한 말이 진짜였구나!"

 

 "무슨 말?"

 

 "주막에서 만났던 늙은 승려가 하나 있었는데, 밤새 큰 난리 날꺼니까 피하라 그랬거든."

 

 덕로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렇게 알려줘도 술을 퍼먹었던 것이냐?"

 

 "나는 그냥 하는 소리인줄 알았지."

 

 "아무튼 문제는 사람이 낸 불이 아니라는 겁니다. 거의 꺼져 갈 때쯤 개성 사람들이 불가살이라고 부르는 요귀를 봤습니다."

 

 "요귀!? 그것이 개성에 불을 냈단 말인가?"

 

 "제가 느꼈던 바로는 그랬습니다."

 

 턱을 괴며 곰곰이 생각하던 몽한이 말했다.

 

 "그 노승... 어떻게 알고 있던 거지?"

 

 "승려니까 뭐 예지 같은 거 아니겠어요?"

 

 승호의 답에 덕로가 말했다.

 

 "아니다. 자연히 난 화재가 아니라 요귀가 낸 불이라면 예지라기보다는..."

 

 "그 불을 낸 요귀와 승려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옳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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