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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황혼에서 여명까지
작가 : 암달구
작품등록일 : 2016.8.15

(제목 변경합니다)
저주받은 꼬마 스케빈져 성장물.판타지.로맨스

 
돗가비와 꼬마 스케빈져
작성일 : 16-08-17 00:23     조회 : 383     추천 : 0     분량 : 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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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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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인촌이 가까워지자 꼬마 스케빈져는 존의 반보를 앞질렀다.

 

 "형님! 우리 마을의 영웅! 그땐 바로 가버려서 섭섭했습니다. 오늘에야말로 촌장님께 말씀드려 잔치를 열어야겠어요. 아, 짐은 제게 주시죠. 이 아우가 들겠습니다."

 

 필립이 존이 들고 있는 상자를 손대자, 존이 손사래를 쳤다.

 

 "아뇨. 이건… 주인이 따로 있습니다. 잔치는 됐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큼, 보호자로 온 겁니다. 아이들은 어디 있나요?"

 

 "보호자? 자식이 있으셨어요? 고 사고뭉치들은 공터에서 말썽 피울 궁리나 하고 있을 겁니다. 철이 들질 않아요. 철이."

 

 존은 두리번거리며 공터로 걸어갔다. 공터는 텅 비어 있었다. 대신 시장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조용할 날이 없군."

 

 집기가 무너지고 그릇이 뒤집힌다. 그 틈에서 여자의 앙칼진 고함이 적적한 마을 안팎을 휘감았다.

 

 "죽어! 죽어! 이 못된 녀석!!"

 

 낭랑 41세. 풋풋한 소녀 감성의 처녀 위위타는 도축용 칼을 들고 미꾸라지처럼 피하는 꼬마 스케빈져를 향해 휘둘렀다. 푸줏간 경력 21년으로 단련된 위위타는 짐승 근육을 가졌다.

 

 "이놈 !! 이놈!! 죽어라!"

 

 칼 옆면이 꼬마 스케빈져의 엉덩이를 때리자 몸이 공처럼 굴러가 푸줏간에 처박혔다. 꼬마 스케빈져의 몸 위로 장기가 적출된 가축들이 쏟아졌다.

 

 "잡았다! 이 돗가비야! 혼쭐을 내줄 테야."

 

 위위타가 소매를 걷자 꿈틀거리는 팔뚝이 드러났다. 꼬마 스케빈져는 반으로 잘린 가축에 깔린 채 발버둥 쳤다.

 

 "아줌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자고로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어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부끄러운 줄 아세요.”

 

 "아줌마 너무 무서워요."

 

 "사람은 잡아먹는 게 아녜요!"

 

 그리드, 프라이드, 러스트, 앤비는 허리춤에 노끈으로 묶어둔 막대기를 겨누고 머리엔 냄비를 뒤집어쓴 채 위위타를 포위했다. 위위타는 눈을 뒤집으며 포효했다.

 

 "도둑질은 나쁜 거야 이 조꼬맹이들아! 그리드! 네가 엄마 몰래 오줌 쌌을 때 뒤처리를 도와준 게 누구였다고 생각해!! "

 

 "이익! 너무해요.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잖아요! 이 악덕 노처녀 같으니!"

 

 "프라이드! 네게 책을 준 게 누구라고 생각해? 당장 그 종이들을 찢어서 불쏘시개로 써버릴 거야!"

 

 "비, 비겁하게 책으로 협박하다니."

 

 "러스트! 이제부터 예쁜 옷은 어림도 없다! 지금까지 받은 것 다 내놔! 나중에 딸 낳아서 입힐 거야!"

 

 "거짓말하지 말아요. 힝-"

 

 "앤비! 밤마다 야식으로 고깃국 끓여준 걸 잊은 거야!? 이젠 꿈도 꾸지 말아라!"

 

 "너무해요! 엄마한테 이를 거예요!"

 

 아이들은 치명타를 입고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마을 어른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짝다리를 한 채 불구경하며 낄낄거렸다.

 

 "이야- 그리드 언제나 사내대장부인 척하더니 오줌을 쌌구나."

 

 "오줌싸게~ 고추 떼라~"

 

 "시끄러워요. 영감탱이들! 도와주진 못할망정, 고자나 돼버려라!"

 

 그리드의 얼굴이 홍시처럼 익었다.

 

 존은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적대감을 받는 건 같은 마을 사람인 위위타 뿐이다. 다른 어른들은 관망할 뿐 관여하지 않았다. 1대 다수로 싸우고 있는데, 꽤 흥미로운 구도가 아닌가.

 

 "거래를 하시죠. 돗가비가 훔쳐간 거 우리가 값을 게요."

 

 그리드가 총대를 메고 말했지만, 다리가 버들버들 떨리고 있었다.

 

 ‘난 쪼, 쫄지 않았어.’

 

 "호오라- 너희들한테 고깃덩이 스무 근과 열매 일곱 개, 곡물 다섯 바구니, 빵 세 덩이와 상응 혹은 비견될 만한 뭔가가 있다는 말이더냐?"

 

 그리드의 안면근육이 움찔 떨렸다. 방금 내뱉은 말을 주워 담고 싶어졌다. 아니, 사내대장부에게 후진은 없다. 그리드는 위위타의 깔보는 시선에 발끈하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말아쥔 주먹을 위위타를 향해 들어 올렸다. 반 토막 난 손톱 안에 모래주머니가 나왔다.

 

 "내 전부를 줄 테니. 돗가비를 살려줘요."

 

 위위타의 눈썹이 활 모양으로 휘었다. 그리드는 눈치를 보며 주섬주섬 손때 묻은 죽방울과 보라색 두건도 내밀었다. 팔짱을 껴서 팔뚝이 두 배로 두꺼워 보이는 위위타가 무표정으로 뼈마디 관절을 풀기 시작했다.

 

 프라이드는 자신의 수첩을, 러스트는 손가락의 꽃반지를 내밀었다. 위위타가 칼자루를 손등에서 손바닥으로 한 바퀴 돌렸다. 당장에라도 꼬마 스케빈져의 멱을 따버릴 것 같다.

 

 그리드가 오줌 마려운 듯 몸을 비비 꼬며 딴청 피우는 앤비를 뱁새눈으로 노려봤다. 앤비는 뒷주머니에서 한 입 베어 문 주먹밥을 꺼냈다.

 

 "이… 이것도 드릴게요."

 

 쥐어짜듯 말하는 앤비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이들의 성의를 봐서라도 용서해주는 게 어떠한가."

 

 "전부는 힘들지만, 곡물 다섯 바구닛값은 우리끼리 수확한 곡물들을 나눠 줄게."

 

 "그래그래, 그만하면 됐지, 너무 심했어."

 

 마을 사람들의 분위기는 놀라울 정도로 우호적이었다. 지난해 돗가비를 사냥해 죽이려던 사람들과 동일인물인가 싶었다.

 

 이 마을의 미래라고 했던가. 존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머릿속이 복잡한지 턱 언저리를 만지작거렸다.

 

 프라이드와 앤비가 양쪽에서 꼬마 스케빈져의 손을 잡고 가축 밑에서 끄집어냈다. 꼬마 스케빈져는 낯선 손길에 딱딱하게 굳었다.

 

 결국, 한 명씩 돌아가며 하루의 두 시진씩 푸줏간에서 일하는 거로 합의했다. 시집가기 전까지라고 하라고 하는데 무기징역이 되지 않을까.

 

 "가자 얘들아."

 

 입으로는 계속 떠나자고 하는데 아이들은 협상을 마치고도 푸줏간 앞을 흩어지지 않았다. 부자연스럽게 어슬렁거리고 딴청을 부렸다.

 

 그건 꼬마 스케빈져도 마찬가지였다. 묘한 기류를 느끼고 존이 음흉하게 웃었다.

 

 “윽.”

 

 그 미소에 속내를 간파당한 기분이 드는지 그리드는 뻣뻣하게 걸어가 꼬마 스케빈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언뜻 보면 한 대 때리러 가는 것 같았다.

 

 그리드의 귓불이 붉었다.

 

 "우리랑 친구 하자!"

 

 "카-!"

 

 그리드가 목청이 터지라 외치자 돗가비도 소리쳤다. 손바닥에 닿은 체온이 간지럽다.

 

  * * *

 

 널빤지로 막아둔 판잣집의 구멍 사이로 야트막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깊은 상념에 잠겨있던 스캇은 무거운 상자가 떨어지는 소리에 고뇌에서 깨어났다.

 

 스캇은 만감이 교차하는지 불청객을 바라보며 코를 만지작거렸다.

 

 “아, 필립에게 얘기 들었네. 자네도 아시다시피 이곳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첩첩산중일세. 잔치는 시기상조야. 그, 그리고 또. 괜히 아이들한테 환상을 심어주는 것 같아 염려스러우니 되도록 낙인촌에 오는걸 삼가게.”

 

 스캇은 덜덜 떨리는 손을 감추려고 뒷짐을 지거나 불필요한 동작을 많이 했다. 그러다 발치에 뭔가 걸렸는데 시선이 자석에 끌려가듯 상자가 부서지면서 쏟아진 금속을 향했다. 찰나의 순간 스캇의 동공이 흔들렸다. 스캇은 노련하게 시선을 갈무리했지만, 존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입술을 비틀었다.

 

 "오늘은 몹시 피로하니 돌아가게."

 

 스캇이 재만 남은 곰방대를 물고 뻑뻑 나오지도 않는 연기를 빨아 마셨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야 한다. 두 눈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설마 위그드라실에 내가 제 발로 찾아갈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누가 폐에 진흙이라도 부은 것처럼 끔찍한 곳이더군. 그런 곳에 잘도 숨겨뒀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존은 인내심이 한계까지 치닫는지 손바닥만 한 금속 하나를 집어 만지작거렸다.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처럼 능숙한 손놀림. 묵직한 무게에 싸늘한 감촉이 손바닥에 착 달라붙었다.

 

 권총의 안전장치가 풀렸다. 소름 끼치는 쇳소리에 스캇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최선을 다해 평정을 유지했으나 곰방대를 문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솔직해지게 스캇. 여기엔 우리 둘밖에 없어. 내가 이 낙인촌의 씨알을 말려버려야 말할 텐가? 지금 당장 이깟 마을 하나 지워버리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야."

 

 스캇은 코웃음 쳤다.

 

 “끌끌- 그게 자네의 본성인 건가. 그래, 이리가 양의 탈을 쓴다고 양이 될 순 없는 법이지. 과연 대아르콘(Megas Archōn, 큰 지배자)의 대대장이었던 남자인가.”

 

 “입조심 해. 이젠 내 과거까지 캐고 다니는 건가.”

 

 존의 눈빛은 벼려낸 칼날처럼 당장에라도 스캇의 몸을 두 동강 낼 것 같았다. 살을 에는 살기가 판잣집 가득히 들어차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스캇은 체념했다.

 

 "조무래기야. 나는 네가 태어나기 전의 세대를 살았다. 아직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해.”

 

 머리가 새하얘 질만큼 아찔한 빛 무더기와 열기가 추락했다. 혹자는 세계가 멸망하노라 했고 혹자는 신은 죽었다 했다. 그날 신세계가 탄생하였고 세상은 범람한 무법지대가 됐다.

 

 “내 가족. 나의 터전. 국가가 멸망하는 순간의 비극을 넌 상상도 할 수 없을 거다. 오명을 뒤집어쓰고 분파에서 쫓겨난 뒤 난 더는 내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했다.”

 

 스캇은 괴로운 기억이 떠오르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대지는 3존으로 갈라졌다. 생명의 땅 블루존, 생존의 땅 옐로우존, 죽음의 땅 레드존.

 

 벼랑 끝에 몰린 피난민들은 레드존으로 향했고, 위그라드실 숲 영역을 간신히 벗어나는 끄트머리에 낙인촌을 세웠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종족과 약탈자의 침입을 두려워하며 끝자락에서 숨어 살 순 없었다.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고 안전한 땅으로 이주해야 했다. 새로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예순여덟 살. 분에 넘치는 욕심이 세월에 풍화되어 희석될 만큼 나이를 먹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있을 때.

 

 “2년 전. 세 살쯤 됐을까. 갓난아기가 고물을 물고 빨고 있더군. 탄창이었어. 두 눈을 의심했네. 위그드라실을 놀이터처럼 돌아다니는 아기라니. 벼락맞을 확률로 내 눈앞에 스케빈져가 나타난 거야! 헛소문이 아니었어. 그래, 나는 위선자야. 하지만 상관없잖아. 전생의 업보로 스케빈져가 된 거야. 그렇다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어쩔 수 없는…"

 

 걷잡을 수 없이 뻗어져 나온 추악한 욕망은 불꽃만 튀겨주자 거침없이 타올랐다.

 

 "그래서 그 아기를 돗가비로 만들었군. 스케빈져니, 저주받았다느니, 핑계는 집어치워. 때때로 선악의 기준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려는 녀석들이 있지. 유린은 그 어떤 변명과 속죄에도 정당해질 수 없어."

 

 존의 비난에 스캇은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일어났다. 나이든 남자의 쇠약한 몸이 번들거리는 감정을 터트렸다.

 

 "나는 적어도 네놈처럼 대아르콘에게 영혼을 팔진 않았어! 그 돗가비는 내가 살려준 거야! 내가 생존하는 법을 가르쳤어! 부모도 없이 죽어가는 아이에게 새로운 인생을 준거야! 저주받은 스케빈져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나!? 천만에!"

 

 총의 걸쇠에 건 손에 힘이 들어갔다. 차가운 총신이 스캇의 미간을 겨누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었던 걸까.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군. 역시 죽여버려야 하나. 상처 입은 피식자를 노리는 맹수처럼 중요한 것이 결여된 눈동자가 스캇의 머리와 심장을 빠르게 훑었다.

 

 "마을 사람들은 건드리지 마. 제발. 죗값을 치러야 한다면 나 하나로 끝내주게."

 

 나약하고 병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존은 쓴웃음을 지었다. 끝없이 번민했다. 내게 누군가를 심판할 권리가 있는가.

 

 “미안하네… 미안해… 내가 정보를 팔았어… 나만 죽이고 이곳을 떠나게.”

 

 스캇은 영혼의 한 부분을 도려내진 것처럼 넋이 나간 채 중얼거렸다.

 

 "메시아(Messiah, 구세주)가 자넬 추적하고 있어."

 

 스캇의 얼굴은 죽음을 앞둔 노인처럼 늙어 보였다. 그가 말을 꺼냈을 때 존은 정적과 함께 자취를 감춘 뒤였다.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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