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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왕의 앙칼진 토끼
작가 : 새콤달콤78
작품등록일 : 2017.7.11

왕비는 토끼로 태어났다. 라벨라는 6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미래(2016년)로 왔다. 그녀가 환생한곳은 궁전이다. 운이 좋았구나 생각도 잠시 그는 자신의 몸을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인간이 아니었다. 토끼였다.

게다가 이 궁의 주인인 왕은 사자에게 살아있는 토끼를 먹이로 주는 인간이다. 언젠가 라벨라토끼도 사자의 먹이가 될 것이다. 그것도 산채로 말이다.


왕비의 영혼을 가진 토끼. 다시금 인간이 되고 싶은 토끼. 말하는 토끼. 맹수 같고 약간 돌끼있는 남주. 현시대의 몇 안되는 권력을 가진 왕인 남주.

 
6.토끼로 환생한 왕비
작성일 : 17-07-14 10:53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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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안은 자신의 품에서 세상모르게 자는 토끼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작고 어린생명체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를 깨달으면서 묘한 죄책감을 느꼈다.

 카시안은 그런 감정을 싫어한다. 원하지 않는 죄책감. 수백명의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자르고 정계에서 내몰았던 그였다.

 이상하게도 자신보다 약한 것을 괴롭힌 것에 대한 죄책감은 생각보다 그를 훨씬 괴롭게 만들었다.

 잘 치료해주다가 다시 원래 우리에 살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토끼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안절부절 못했다.

 그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 세상모르게 자는 그것이 요물이라도 되지 않을까.

 별 생각을 다하다가 그것을 한번 더 손으로 쓰다듬어본다. 그리고 두손으로 그것의 양 겨드랑이를 잡아 눈을 마주보았다.

 어느새 잠이 깬 그것이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막 깬 듯한 몽롱한 눈과 분홍 코 그리고 입은 어찌나 앙증맞게 생긴것인지.

 그의 흐뭇한 미소와는 달리 붙잡힌 토끼는 뒷발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흰 발바닥은 그동안의 고생을 보여주듯 새까맺다. 그 작은 뒷발을 진동모드로 하여 양옆으로 심하게 떨었다.

 카시안의 눈에는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웠다. 카시안은 애완토끼를 감상하며 사랑을 눈길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오래가지 못하고 그것을 내려 놓아야했다.

 토끼 가랑이 사이에서 흐르는 익숙하지 않은 액체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쭉 수직으로 하강하며 떨어져 그의 바지를 축축이 적셨다. 코끝을 자극하는 지독한 냄새였다.

 그것은 굳히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토끼의 소변이었다.

 

 *

 깔끔하게 치워진 방에 홀로 토끼가 남겨졌다. 주위에는 소파외에는 가구랄 것은 없었다. 창문으로 밝은 달빛이 세어 들어오고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토끼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뒷발로 목 주위를 벅벅 긁었다. 동물들이 하던 것처럼 뒷발로 가려운 부위를 긁어내니 시원했다.

 

 ‘알 수 없는 인간이란 말이지.’

 

 곤히 자다 일어난 뒤에 마주친 섬뜩한 눈이었다. 편안히 꿈을 꾸고 나서 그 미친놈을 다시 맞닥뜨렸다.

 차라리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마주 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리 금방이라니. 그의 눈빛에 토끼는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지렸다.

 한때 한나라의 왕비였던 그녀에게 수치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자기 생각과는 달리 몸은 자동으로 반응했다. 두려움에 움찔하며 아랫도리에서 액체를 쏟아내었다.

 나무랄 줄 알았던 남자는 아무 말 없이 하녀를 불러 뒷수습을 했다. 그리고는 깔끔하게 방금 치워진 듯한 새로운 방으로 자신을 놓아주었다.

 산채로 먹잇감으로 주려다가 말고 이제는 그의 몸에 소변을 누었는데도 별말이 없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것인가.

 

 ‘요즘 것들은 알 수가 없어.’

 

 뒷방 늙은이처럼 혀를 끌끌 차며 작은 얼굴을 도리도리 저었다. 얼굴의 움직임의 반동으로 두 귀도 좌우로 펄럭였다.

 그리고 잠시 전에 보았던 금발의 사내를 떠올렸다.

 

 ‘누구 후세댄지 모르지만 참 잘생겼어. 내 미모를 물려받았다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궁에 사는 왕족들이 자신의 피를 받았을 거라 단정해버린 토끼는 한껏 콧대를 내세우며 우쭐해 했다.

 

 ‘이칸과 내 후손이면 당연하겠지.’

 

 이칸과는 그리 오래 함께하지도 못했고 슬하의 자식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피를 물려 받았을 거라 자기 좋을대로 생각해버렸다.

 콧대를 드높이던 토끼는 순간 생각을 멈추었다. 그와는 행복했지만 불행했다. 그의 사랑을 얻기위해 들이마신 마법약은 그녀의 삶을 이토록 변화시켰다.

 사랑을 얻지도 못했고 먼 미래로 와서 토끼로 태어나버렸다. 하지만 토끼는 이성적이었다. 그는 이곳에 없을 것이고 이미 자신은 다른 생물체로 태어났다.

 

 ‘현재를 살자. 내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든 지금은 한낱 토끼일뿐이고 시간은 많이 흘렀잖아. 이곳엔 날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알아보는 게 더 이상하겠군.’

 

 토끼인 자신을 알아보면 웃기겠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어버렸다.

 그때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토끼의 뛰어난 후각으로 짐작한건데 이것은 분명 맛있는 밥인게 틀림없었다.

 곧 문이 열리고 그 주인공이 나타났다. 맛있는 건초들이 수북이 쌓인통을 하인이 들고 오더니 바닥에 깔아주었다.

 라벨라는 인간이었을 때 풀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토끼가 되고 나니 그것들이 최고의 음식으로 보였다. 물론 더 맛있는 건 말린 과일이겠지만.

 열심히 먹고 있을 때 하인들이 조금 더 들어오더니 울타리를 방 가장자리에 세우기 시작했다.

 토끼를 키울 때 필요한 물품들을 보기 좋게 정렬해놓더니 그들은 휘리릭 사라졌다. 커다랗지만 아늑한 토끼집과 배변통, 물, 그리고 여러개의 장난감이 놓여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 인간은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가 다 된 거라는데..’

 

 토끼는 쯧쯧거리며 혀를 찼다. 카시안이라는 자가 무슨 생각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러다 토끼는 금방 지친것인지 바닥에 몸을 뉘였다. 오늘은 힘든 하루였다. 실컷 탈출했는데 다시 잡히질 않나. 왕의 옷에 실례 하질 않나.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이 600년이 지난 미래의 세계라도 것도 모든 것이 벅찼다. 무거운 무게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토끼는 나른히 잠이 들었다. 달빛도 그것이 깨지않게 살며시 비추었다.

 아침에 하녀가 와서 방을 한번 치우더니 사라졌다.

 사람들이 나가자 토끼는 풀을 먹고 공을 한번 툭 쳐보았다.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그것은 저 멀리 굴러갔다.

 그것이 재밌어 다시 한번 물어서 다시 굴려봤다가 이리저리 앞발로 튕겨내보았다. 반 고무로 되어있어서 어린 토끼에 입에도 쉽게 물렸다.

 공을 물어서 뒷발로 일어서서 요번에 어디로 굴려볼까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그 순간 토끼는 문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놀라 공을 툭 떨어뜨렸다.

 마치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미어캣처럼 선 채 굳었다. 앞발은 공손히 앞으로 모았고 귀는 쫑긋 해졌다. 문앞의 남자는 이성의 주인인 카시안이었다. 토끼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 채 석고상이 되어버렸다.

 

 “하하하”

 

 카시안은 토끼의 재롱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방으로 들어왔다.

 토끼가 정신없이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그것은 자신을 보고 굉장히 충격 받은 듯 했다.

 그 모습이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토끼의 익살스러운 모습 같아 그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토끼는 경계가 심해 함부로 만지거나 하면 안 된다는 수의사의 말을 떠올리며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소파에 앉았다.

 둘의 거리는 꽤 멀었다. 토끼는 창문 주변에 왕은 그것의 맞은편 문 근처 소파에 앉아있었다.

 토끼는 아침햇살에 더욱 뽀얀 속살을 드러낸 채 남자를 못 본척 하며 앉아있었다. 태연한척 하지만 눈은 좌우로 움직이며 약간의 불안함을 내비췄다.

 앙증맞은 얼굴과 빵실한 엉덩이를 하고 있는 그 귀여운 것을 보자니 만지고 싶은 충동에 카시안의 손이 움찔움찔 거렸다.

 토끼가 스트레스에 약한 동물이라고 하니 괜히 자신 때문에 명을 다할까봐 카시안은 참으려 안간힘을 썼다.

 토끼는 잠시 경계를 풀었는지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다시 공을 밀치며 놀았다. 이가 간지러운 것인지 당근모양의 이갈이를 열심히 물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쳐다보았다. 시린 검은 눈동자에 항상 무표정이던 얼굴에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다가 자신이 왜 웃는 것인지 알수가 없어 흠칫거리며 다시 무표정으로 바꾸었다. 그러다 다시 그것을 보니 흐뭇함에 자동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것을 계속 반복했다.

 자그만 입술로 공을 물고 노는 흰 토끼. 그것을 흐뭇하게 보는 한 사람. 아침햇살의 따스함을 받으며 포근하고 간질간질한 한 장면이었다.

 자신도 왜 유독 이 토끼에게 관심이 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애써 감춰놓은 자신의 유약함을 떠올리게 한 그것에게 반감따윈 생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왜 이러는것인지 궁금했다.

 

 ‘저것을 지켜보다보면 답이 나올까.. ’

 

 어렴풋한 기대로 그것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지켜볼 예정이다. 그동안의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다 시피 한 자신에게서 도피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진짜 자신이 아닌 가면을 쓴 사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카시안은 지쳐있었다.

 차가움과 냉대로 자신의 약함을 잘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이 작은 토끼 앞에서 조금씩 벗겨졌다. 그 작은 것이 무엇이라고 말이다.

 궁내에는 왕이 토끼를 방안에서 키우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왕이 변한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은 직접 자신이 키워 사자에게 먹이를 주기 위함이라는 말도 있었다.

 어쨌든 왕의 행보에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하루에 한번은 꼭 토끼 방에 가서 한 두시간씩 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

 어느 오후 나른한 햇살이 방 깊숙이까지 스며들었다.

 

 ‘하 심심해.’

 

 토끼는 무료했다. 너무 평화로운 하루하루 였다. 왕비였던 라벨라는 하루일정이 왕만큼 빠듯했다. 토끼로 살려니 의무가 없어서 좋았지만 동시에 지루한건 어쩔 수 없었다.

 이리저리 마음대로 다닐수도 없고 꾸밀수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 방에 갇혀 하루가 지고 오는 것을 해와 달로 구분하는 것뿐이었다. 어느새 공놀이도 흥미를 잃었다. 이곳에만 있으니 너무나 답답했다.

 바깥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이곳에 오는 남자는 자신을 해괴망측한 미소를 지으며 볼뿐 이었다.

 매일 찾아오는 그를 신경쓰지 않는 척 공놀이에 집중하다가 문뜩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보았었다.

 토끼는 그의 표정을 보고 흠칫거렸다. 그는 입꼬리가 한쪽만 반쯤 올라간 채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웃는것도 무표정한것도 아니었다. 그 두 표정이 섞여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토끼는 카시안에게 완전히 경계를 풀지 못했다. 그는 어미토끼를 사자의 먹이로 준 이었다. 그 일이 쉽게 잊혀지지가 않았다.

 사파리 사건이후 그는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날 포동히 살찌운 다음 먹이로 주려는 것 일수도 있어.’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이 맹수의 먹이를 향한 애정일수도 있었다. 여전히 그를 믿지 못하겠다. 말이라도 해준다면 자신은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니 그의 속마음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말없이 자신을 썩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한참을 보기만 했다.

 자신의 먹잇감이 어서 크길 바라는 맹수같이 보였다.

 토끼는 애써 그사람 생각을 지우려 푸르르 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심각한 생각을 지우니 지루함에 온몸이 근질 거렸다. 토끼의 앞발이 불안하게 건들건들하며 앞니로 풀을 건방진 태도로 오독오독 씹었다.

 마치 건달이 한발을 건들거리며 오징어를 씹으며 다른 재밋거리를 찾는 것 같았다. 대신 토끼는 오징어대신 풀을 뜯고 있었다. 야금야금.

 문은 굳게 닫혀있고 창문은 답답할까봐 검지손가락 길이만큼 열려있다. 창문주위에 딛고 올라갈 것은 없었다. 그걸 안심하고 창문을 살짝 열어 둔 것이겠지.

 하지만 딱하나 딛고 갈것이 있었다. 울타리.

 벽을 따라 쳐진 얇은 동물 울타리는 창문쪽도 거쳐서 쳐져있었다. 얇아서 디딜 수 있을까 염려할 그렇게 신중한 토깽이가 아니었다. 일단 시도해보고 아니면 말고였다.

 울타리는 토끼의 두배조금 넘는 높이였다. 하지만 토끼가 무언가. 그 정도 높이쯤이야. 일단 앞발로 선 채 높이를 가늠했다. 폴짝폴짝 궁둥이와 앞발을 들고 열심히 뛰어보았다.

 

 ‘감이 왔어’

 

 그리고 한번에 위로 뛰어 울타리에 아슬하게 선 채 다시 창문선반으로 뛰어올랐다. 밑을 슬쩍 보니 토끼눈에 꽤 높은 높이라 아찔했다.

 창문곁에 서서 보니 밖은 1층이다. 영리한 토끼는 창문이 열린 틈을 노렸다. 미련 없이 창문 틈으로 머리를 집어넣어보니 몸집이 아직 작아 쏙하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뭐 꼭 이곳을 탈출하겠다는 건 아니고 세상 구경 좀 하겠다는 거야.’

 

 일단 자기 생각을 합리화 시켰다. 그리고 폴짝 하며 아래로 뛰었다. 푹신한 잔디에 착지를 잘 하나 싶었는데 순간 토끼의 몸이 옆으로 기우뚱 했다.

 잃어버린 균형에 잠시 멈추는가 싶었던 토끼는 몸을 한번 흔들더니 앞으로 뛰었다.

 오랜만에 세상 구경을 나온 토끼는 신이 났다. 라벨라는 토끼가 된 뒤 결심한 게 있었다. 예전처럼 궁안에서만 생활하며 답답하게 살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고 싶은 것을 체면이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것이다. 동물로 환생했는데 그 정도 권리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토끼는 며칠 전 자신이 본 새로운 세계가 궁금했다. 처음에는 6백년 후에 맞이한 세상은 어지러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토끼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래 라벨라는 호기심이 많은 왕비였다. 그 호기심을 충족하지 못하고 동물로 환생하니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더욱 강해졌다.

 라벨라는 나온 방 주위를 잘 기억해 둔 후 고민없이 직진했다. 이곳은 궁 건물 바로 뒤편인 듯 했다. 가을의 문턱에 걸쳐진 날이지만 아직은 더웠다.

 가을꽃들은 필까 말까 고민하듯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만 애매하게 내밀고 있었다. 여름의 꽃들은 자신의 시기를 아는 듯 모르는 듯 흐드러지게 펴있었다.

 길쭉길쭉하게 긴 줄기위에 매달린 꽃 냄새를 맡으러 코를 들이밀어 맡아보았다. 여름꽃의 시원한 향기가 코끝을 콕콕 자극했다. 그리고 그곳의 넓은 들판을 힘차게 달렸다.

 흙의 시원함이 발 끝에 스며들고 줄기의 부드러운 몸이 토끼의 털끝과 맞닿았다. 토끼 몸에 닿은 줄기들은 이리저리 주체 못하고 휘청여 댔다.

 

 ‘아오 신나’

 

 토끼는 열심히 뛰다가 공중에서 몸을 한번 비틀다가 착지했다. 꼬물거리며 몸통을 공중에서 흔들다가 다시 착지하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밝은 햇빛 사이로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다.

 토끼는 더욱 신이나서 작은 발들로 꽃들을 짓뭉갰다. 무단침입자에 의해서 꽃의 잎들이 속절없이 떨어져 살포시 토끼의 머리위에 앉았다.

 살짝 젖은 토끼의 털에 꽃잎이 닿으니 붙어버렸다. 한마디로 꽃단 년이 되었다.

 꽃 하나를 달고 신나서 뛰어다니는 그것을 보니 손수 토끼께서 ‘이구역의 미친년은 나야’를 시전해 주고 계신듯했다.

 그런데 발끝이 이상하게 아까부터 찌릿찌릿 아팠다. 아무래도 창문에서 뛰어내릴 때 삐끗한듯했다.

 게다가 신나서 풀밭에서 열심히 몸을 흔들어 재겼으니 더 심해지는게 당연했다.

 다시 돌아가는 길 자신의 방 창문 근처에 온 토끼는 그제야 깨닫는다. 나올 때 디딜게 있었지만 들어 갈때는 아무것도 없다.

 창문은 여전히 열린 채지만 디딜게 없으면 다시 들어가질 못했다.

 밖을 볼수있다는 것에 신나서 망각해버렸다. 그리고 창문근처에 털썩 앉아서 헥헥 거렸다.

 간이 큰 대신 심장이 약한 토끼는 숨을 고루 내쉬어야 했다. 나뭇잎들이 울창하게 피어 햇빛을 가려주었다.

 햇빛이 내리 찌며 내린 비는 어느 순간 잦아들었다. 빛과 비, 잘 만나지 않은 둘은 오랜만에 함께 만난 기쁨에 하늘에 예쁜 그림을 그려놓고 이별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그림들. 만들 수 조차 없을 것 같은 푸른 하늘에 일곱빛의 무지개는 멋지게 피었다. 푸른 나뭇잎들 너머로 그것이 어른거리며 보였다.

 토끼는 넋을 놓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저벅저벅

 사람의 발소리에 조용히 쉬고 있던 토끼는 귀를 좌우로 돌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익숙한 얼굴이 빛을 받으며 무지개를 가리고 나타났다.

 빗방울들이 그의 금발에 내려앉아 햇빛사이로 빛났다. 여름의 상큼함을 닮은 싱그러움 이었다. 레리안은 햇살 만큼 환한 미소를 지으며 토끼에게 인사를 했다.

 

 “여기에 있었구나.”

 

 그리고 어느새 토끼는 얌전히 그의 두손에 들려졌다.

 오랜만에 궁에 온 레리안은 궁을 혼자 구경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 만큼 속절없이 변해있었다. 궁앞에도 정원은 있지만 입구와 통해있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었다.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던 그는 어린시절 자주 오가던 뒤뜰로 향했다. 앞정원만큼 잘 정리된 곳은 아니었다.

 자유분방하게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과 풀들이 오히려 더 멋진곳이었다. 그런데 멀리서 보니 무언가가 꽃잎들을 뭉개 뜨리면서 열심히 폴짝 폴짝 뛰고 있었다.

 신난 그것은 공중에서 몸을 여러번 비틀다 내려오는 것을 반복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며 해맑게 웃으며 사진으로 담았다. 어느새 토끼는 지친 듯 뚜벅뚜벅 거리더니 창문아래에 자리를 잡고 뻗어있었다.

 

 “감기 걸리겠다. 들어가자꾸나.”

 

 살포시 한손은 겨드랑이를 잡고 한손은 엉덩이를 받쳤다. 토끼는 이상하게 편안했다. 그러더니 토끼의 양손은 수줍은 듯이 하나로 모아졌다.

 그것은 소녀가 수줍어 하듯 두귀는 시뻘게 지며 베베꼬았다. 곧 있으면 그것의 두 볼에 핑크빛 홍조가 돌 태세였다.

 머리에 꽃 단 토끼년께선 금발 남자 앞에서 인형처럼 얌전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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