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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고귀한 여자
작가 : 솜솜
작품등록일 : 2017.7.1

본격 여주 여왕되는 이야기.
환생물, 당찬 여주. 스윗 남주. 힐링, 성장물.
(주의 : 흐름상 남주가 살짝쿵 늦게 등장.)

엄마에게 버림받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살해당한 뒤 환생해서도 여러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여주.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자 만나게 된 여러 인연을 통해 점점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됨.(남주, 충성스러운 시녀 등등.)


(제 멜주소와 트윗 주소 입니다..ㅎㅅㅎ
pang_0315@naver.com / @aSweet_world )
*트위터에는 업뎃 소식이 올라온답니다 ㅎㅎ

 
21.
작성일 : 17-07-14 02:23     조회 : 416     추천 : 1     분량 : 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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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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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주 여행을 하는 동안 불면증이 더 심해져서 새벽 늦게야 잠이 드는 날이 갈수록 많아졌다. 어제도 너무 잠이 안와서 아침에 겨우 잠이 들었으나 배 시간 때문에 메리가 깨우는 대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피곤한데다, 세수를 하며 내 똥파리 같은 머리색을 또다시 확인하고 나니 짜증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정신이 너무 몽롱해서 메리에게 기대어 거의 잠든 채로 배 앞에 줄을 섰다. 이른 아침인데도 배를 타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많아서 복작복작했다.

 

  “마리나. 표 너 줄 테니까 차례 오면 너가 내. 그리고 나 잘 거니까 잘 붙잡고 있어 알았지?”

 

  “네.”

 

  도저히 못 참겠어서 메리에게 표를 넘기고 메리의 어깨에 의지해서 눈을 감았다. 아침에는 이렇게나 잠이 안 깨서 죽겠는데 도대체 왜 밤에는 잠이 안 오는 건지....... 정말 저주스러운 불면증이었다.

 

 

 

 *

 

 

 

  몸이 마구 기우뚱 거렸다. 자꾸만 누가 나를 흔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왜 자꾸 건드는 거야! 간신히 잠들었는데!’

 

  마음속으로 소리 지르며 눈을 번쩍 떴다. 꿈인지 생시인지 몽롱했으나 몸이 흔들리는 것은 여전했다.

 

  눈을 비비며 시선을 드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날렵한 턱이었다. 날카롭게 뻗은 턱 아래로 튀어나온 목젖이 울렁였다.

 

  그리고 등과 무릎 아래를 받치고 있는 단단한 팔이 느껴졌다.

 

  “ㅁ... 뭐야?!”

 

  목소리를 내자 흔들림이 뚝 멈췄다.

 

  “깼나보군.”

 

  “일어나셨어요?”

 

  머리위로 익숙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떨어져 내렸고 연달아 메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빠... 빨리 내려줘!!”

 

  당황하여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기대어 자고 있었을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렸다.

 

  내 말에 노아가 몸을 숙여 나를 설수 있도록 내려주었다.

 

  가슴팍에 묻은 화장품자국이 눈에 들어오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노아가 닿았던 부분들도 불에 댄 듯 화끈거렸다.

 

  ‘이 나이 먹고 공주님 안기라니!’

 

  자다가 봉변을 당한기분이었다. 고개를 홱 돌리고 무작정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가 세상모르게 다른 사람한테 안겨서 잠이 들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보스!”

 

  메리가 얼른 달려와 우리가 배정된 방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방에서 한숨 좀 돌리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더니 노아가 따라 들어오는 것이었다.

 

  “여, 여기에서까지 호위할 필요 없어! 문 잠그고 있으면 되니까 노아 너는 네 방 가 있어도 돼!”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저... 보스.......”

 

  메리가 우물쭈물 나를 불렀다.

 

  “왜!”

 

  “노아 씨도 같은 방으로 배정받으셨어요.”

 

  “뭐? 아니 왜??”

 

  “저희가 너무 늦게 표를 샀다고 이렇게 밖에 안 된대요. 안 그러면 다 찢어지게 배정받아야 된다고....... 저희가 제일 아래층 끝 방이에요.......”

 

  “.......”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표가 그렇게밖에 안 된다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경직된 몸을 뻣뻣하게 움직여 메리에게서 내 짐을 낚아챈 뒤 바로 앞 침대로 가서 짐을 푸는 시늉을 했다.

 

  짐을 아무렇게나 침대위로 빼놓고 올라가 앉았다. 메리와 노아가 내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더니 다가와서 자신들도 짐을 풀기 시작했다.

 

  2층 침대가 두 채가 있는 방이라서 메리는 내 위 침대에 자리를 잡고 노아는 내 맞은편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정적이 감돌았다.

 

  원래도 우리가 대화가 많았던 건 아니었지만, 내가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그런 건지 유난히 조용하게 느껴졌다.

 

  노아가 짐정리가 끝났는지 침대에 걸터앉아 내 쪽을 쳐다봤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노아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 그러고 있으려니 시선이 저절로 노아의 가슴팍과 팔뚝에 닿았다.

 

  얇은 옷감으로 인해 슬쩍슬쩍 드러나는 노아의 몸매는 굉장히 호리호리했다.

 

  레이몬드는 기사라서 그랬던 건지 기사의 예복을 입었음에도 근육이 울퉁불퉁해보였었는데, 노아의 옷 입은 태로는 그 안에 어떤 모양의 근육이 자리 잡고 있을지 쉽게 가늠이 안됐다.

 

  남자의 알몸을 안본지 얼마나 오래된 건지, 대학교 때 과 특성상 많이 접할 수밖에 없었던 모델들의 몸매도 이제는 가물가물했다. 누드크로키 모델의 몸매도 이미 까먹은 지 오래였고... 그나마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뼈밖에 없었던 전남편 정도일까.......

 

  그러나 아무리 대조해 봐도 노아의 몸은 전남편 정도로까지 말라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마르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것은 아까 전 나를 받치고 있던 팔과 가슴이 생각보다 단단하.......

 

  ‘아니 지금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욕구 불만인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변태도 아니고 웃통을 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몸의 나이가 혈기가 왕성하다는 20대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욕구불만이 틀림없었다.

 

  “보스, 배고프지 않으세요? 위층이 식당이라는데 식사하러 가요!”

 

  메리가 자신의 짐을 다 정리했는지 침대에서 내려오며 얘기했다.

 

  확실히 허기가 느껴지는 게 내가 딱 브런치를 먹을 시간이긴 했다.

 

  그래! 이건 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밥도 못 먹어서 그러는 탓이리라!

 

  욕구 불만에서 잠과 밥으로 탓을 돌리고 당장에 메리의 말에 동의하여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밥을 먹고 다시 내려왔어도 마음의 평화는 되찾을 수 없었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몰랐다지만 지금 와서 보니 방이 제일 아래층에 있어서 그런지 배의 출렁거림이 너무 잘 느껴졌다.

 

  게다가 방음도 잘 안되는지 옆방에서 시끄럽게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으려니 메리가 얼른 나가서 옆방 문을 두드렸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소리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렸다.

 

  “얘들아 조금만 조용히 해주면 안 될까? 응?”

 

  메리가 다가가 아이들을 어르는 듯 했지만 아이들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막무가내였다. 안 그래도 멀미를 잘하는 체질이라 배가 출렁 거리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애들이 시끄럽게 뛰고 떠드니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했다.

 

  “나가서 놀면 안 되겠니?”

 

  “우리 엄마아빠가 방에 있으라고 했어요!”

 

  “맞아요! 있으라고 했어요!”

 

  메리가 몇 번이고 아이들을 어르는 듯 했지만 들려오는 대답으로는 아예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어휴.......’

 

  벌써부터 오늘도 잠은 다 잔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저녁을 먹고 나서도 방에 적응하지 못해서 양치만 하고 다시 갑판으로 올라와 서성거렸다. 최소 이십일은 타야 된다고 들었는데.......

 

  심란해서 그런지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검푸른 바다가 더더욱 검게 보였다.

 

  “저기요.”

 

  “.......”

 

  “저기요.”

 

  나를 부르는 것이었는지 어두워서 더욱 새하얘 보이는 고운 손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다시는 볼일이 없을 줄 알았던 낯익은 얼굴이 서있었다.

 

  “어....... 세실리아... 씨?”

 

  “네. 기억하시네요.”

 

  “아... 그럼요. 잊었을 리가요.”

 

  와... 이 여자 일행도 프레이튼을 간다니.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세실리아가 내 대답에 빙긋 웃으며 내 옆의 난간에 나란히 기댔다.

 

  “우린 왠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제 인연이 닿았고 한 배도 탔겠다, 내일은 점심이라도 함께 할 수 있겠지요?”

 

  “아....... 네.......”

 

  다음에 보면 만남의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던 나 자신을 때리고 싶었다.

 

  “통성명은 안 해주실 건가요?”

 

  “... 그러네요. 제 이름은 사라입니다.”

 

  “사라 씨였군요. 사라라고 불러도 되죠? 사라도 절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세실리아가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사라. 내일 일행들과 함께 꼭 점심 같이해요. 정말 친해지고 싶어서 그래요.”

 

  “... 네... 뭐. 그럴게요.”

 

  마음 같아선 싫다고 하고 싶었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그럼 전 이만 쉬러 들어가 볼게요. 내일 봐요.”

 

  세실리아가 돌아갔다.

 

  “어휴.......”

 

  어림잡아 이십일 정도를 방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나와서는 세실리아네 일행에게 시달릴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어쩐지 떠나기 하루 전인 배표를 산 것 부터가 너무 운이 좋다 했다. 그럼 그렇지.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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