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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를 구원해줘
작가 : 꿀크리스마스
작품등록일 : 2017.7.13

“방금 개새끼, 라고 저한테 욕을 한 것 같아서 묻는 겁니다.”
“미친. 저기요, 피해망상 있으세요?”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심상치가 않다.

정솔, 이 세상의 정의는 자본뿐이라 믿는 기업 사냥꾼.
절대 인간을 믿지 않는다.
인간이란 나약하고, 이해타산적이며, 배반적인 동물이니까.

하리안, 강자에게는 아주 강하고 약자에게는 한 없이 약한,
사회에서 소외받는 약자들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서하일보 사회부 기자.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엮어가는 알콩달콩 로맨스!

#사이다여주 #차도남남주 #스윗남서브남주

 
2 사건이거나, 만남이거나 (2)
작성일 : 17-07-13 23:31     조회 : 329     추천 : 1     분량 : 6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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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건이거나, 만남이거나 (2)

 

 

  도심 한 복판에 커다란 폭발음이 울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굉음에 정신을 잃은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치듯 어디론가 뛰어가거나,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자욱한 연기가 도시를 뒤덮고 폭발음의 원인이라 짐작할 수 있는, 꺼지지 못한 불씨가 그 가운에서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리안과 솔도 커다란 소리에 놀라 시선을 돌렸다. 큰일이라도 난 듯한 폭발음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연기를 뚫고 한 남자가 우왕좌왕하며 두 사람의 근처로 뛰어왔다. 폭발음 근처로부터 최대한 멀리 달아나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리안은 빠르게 지나가는 남자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요?”

  정신을 놓고 뛰던 남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졌다. 리안은 안부를 물으며 쓰러진 남자를 부축해 세웠다. 리안의 도움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곧, 팔을 예민하고 거칠게 뿌리쳤다. 과도한 친절은 삼가 달라는 듯한 행동이었다.

  “나도 몰라요! 갑자기, 가, 갑자기 버스가…!”

  “버스가요?”

  “그래요! 버스가 갑자기 폭발했다고요!”

  리안의 질문에 외치듯 대답한 남자는 다시 뛰기 시작했고,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리안은 남자의 대답을 들은 후 서둘러 고개를 휙, 휙, 저으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 리안의 옆에서 남자와의 대화를 모두 듣고, 같이 이 아수라장의 현장에 있었던 솔은 그제야 입을 떼었다.

  “버스 폭발 사고라…….”

  도시를 날려버릴 듯한 커다란 폭발음의 원인이 버스 폭발 사고라는 것을 깨달은 솔은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119로 전화를 걸었다.

  솔은 사고현장을 조금 더 지켜볼지, 아니면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차피 솔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솔은, 타인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것보다는 머리를 쫑긋이 묶은 저 여자가, 기업 사냥꾼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었는지 마저 캐치를 하는 것이 솔에게는 더 중요했다.

  “그러니까, 그 기업 사냥꾼…….”

  리안에게 덧붙여 질문하려던 솔은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옆에 서 있던 리안이 자욱한 연기를 뚫고 지금이라도 당장 불길 속으로 뛰어갈 태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은 덥석, 리안의 얇지만 강단있는 단단한 팔을 붙잡았다.

  “무슨 짓입니까?”

  팔이 붙잡힌 리안은 그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신경질적으로 솔을 돌아보는 리안, 무슨 짓이냐는 질문은 솔이 아닌 자신이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야 말로 무슨 짓이에요? 이거 놔요!”

  리안은 완강하고 힘차게 붙잡힌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솔 역시 이대로 팔을 놓았다가는 이 여자가 무슨 일을 벌여도 크게 벌일 것만 같아서 놓을 수가 없었다.

  “남들은 죽어라 뛰어서 도망치려는 저 사고현장으로, 당신은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아서 붙잡은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사고현장으로 가든 그 반대편으로 도망가든, 그게 댁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리안의 말이 맞았다. 리안이 사고현장으로 들어가서 다치던, 그 반대편으로 도망가서 무사하던 솔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하물며 솔은 리안을 만난 지 채 몇 분도 되지 않은, 평소와 같았다면 그냥 지나칠만한 철저한 남이 아니었던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솔은 손에 힘이 풀렸고, 이를 눈치 챈 리안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팔을 뿌리친 채 결국 사고현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혼자 남겨진 솔은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이 너무나, 평소답지 못했던 것이다. 평소였다면 리안에게 먼저 말을 걸지도, 리안의 반응에 같이 맞받아치거나 대꾸를 하지도, 리안이 사고현장으로 뛰어가던 말던 전혀 신경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저 여자를 붙잡은 거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그때, 솔의 머릿속으로 좀 전의 리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거, 딱 봐도 기업 사냥꾼들 짓이잖아요. 멀쩡한 회사, 부도내고 몰락시키는 게 개새끼들 짓이지, 그럼 뭐예요?’

  ‘딱 보면 알지, 딱 보면. 몰라요?’

  “그래, 저 여자는 기업 사냥꾼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어.”

  그래서 호기심이 일었을 뿐이라고. 원래 타인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솔이었지만 그냥 평범한 일반인처럼 보이는 리안이 기업 사냥꾼이라는 직업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물며 저런 정체불명의 여자가 남들은 모두 피해 도망가는 사고현장으로 직접 발 걷고 뛰어가는 것만 보아도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라고 말이다.

  ‘보통 여자는 아니야. 뭐 하는 여자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겠어.’

  그 뿐이었다. 그런 간단한 이유로 솔은 곧, 리안을 따라 사고현장으로 들어갔다.

 

 

 *

 

 

  사고현장 속에서 폭발을 일으킨 서울 시내버스는 뒷바퀴 쪽으로 불꽃을 튀기며 타들어가는 중이었다. 이어서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버스 주변으로 쓰러져 있는 부상자들을 구조하며 꺼지지 못한 불길을 잡고 있었다. 사람들은 버스를 삥 둘러싸고 서서 구경을 하거나, 부상자들을 붙잡고 울부짖거나, 했다.

  “이 여자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혼잡하고 어지러운 사고현장 속에서, 리안이 이쪽으로 뛰어온 게 맞는가 싶은 정도로 행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솔은 좀 더 부상이 많고 불길이 큰 버스의 뒤쪽으로 향해보기로 했고, 그 곳에 다다러서야 리안을 찾을 수 있었다.

  머리는 언제 다시 묶었는지 좀 전의 하나로 쫑긋이 올려 묶은 포니테일 스타일이 아닌, 하나로 흘러내린 그 머리카락들마저 거추장스럽다는 듯 모두 돌돌 말아 올려 묶은 당고머리 스타일이었다. 목선이 길고 가는 리안에게 포니테일보다는 당고머리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솔과 헤어진 동안 사고 현장에서 몸을 뒹굴기라도 한 듯 흰색의 반팔 셔츠는 온통 더러워져 있었다.

  “폭발음이 정확하게 뒷바퀴 쪽에서 들렸나요?”

  리안은 한 손에는 수첩을, 한 손에는 볼펜을 든 상태로 쓰러져 있는 사람들, 얼이 빠져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에게 정신이 없어 차마 들리지 않을 것만 같은 질문들을 쉴 새 없이 뱉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는 수첩을 커다란 에코백에 다시 집어넣고, 이번에는 사이즈가 크고 한 손으로 들기에는 무거워 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사고현장의 이곳저곳에 앵글을 잡고 미친 듯이 눌러댔다. 마치 이 모든 현장의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담아내겠다는 의지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처음과는 다르지만 분명 잔여 폭발로 의심이 되는 소리가 버스의 앞쪽에서 조그맣게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고함을 쳤고, 구조대원들의 발걸음은 더욱 다급해졌다.

  솔은 리안 쪽을 쳐다봤다. 가까스로 잔여 폭발 쪽에서 벗어난 듯 보였지만 그 여파로 생긴 불길이 리안 쪽으로 퍼지고 있었다. 리안은 그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누군가와 급하게 전화를 하는 중이었다.

  “네, 뒤쪽으로 오시면 돼……! 앗!!”

  리안은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솔로 인해 전화를 끝맺지 못한 채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불길이 급속도로 리안에게 번지고 있었고, 솔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리안 쪽으로 몸을 던졌다. 리안을 안다시피 밀쳐내며 불길로부터 구해낼 수 있었다. 아마 솔이 조금이라도 고민을 하면서 지체를 했다면 리안은 그대로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렇게 몸을 던져 구해낸 솔과 리안은 그 움직임으로 인해 마치 연인들의 포옹과 같은 포지션으로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리안이 아래쪽으로, 솔이 그 위로 리안을 덮쳐 안은 꼴이었다.

  순간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던 리안이 천천히 눈을 떴고, 쓰러진 자신의 위로 재질 좋은 수트의 쟈켓이 드러났다. 고민도 하기 전에 리안은 그 수트 쟈켓의 주인이 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곧, 본능적으로 소리쳤다.

  “악!!! 뭐하는 짓이야!!!”

  리안을 구해낸 후, 그 자세 그대로 주위의 위험 요소를 살피던 중인 솔은 리안의 고함과 함께 발생한 엄청난 발버둥으로 헉 소리를 내며 옆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리안은 되려 솔에게 소리쳤다.

  “피해망상 환자인 줄 알았더니, 스토커였어요?”

  “뭡니까?”

  “그게 아니면 뭐예요! 아까부터 이상한 말도 안 되는 시비로 말을 걸더니, 팔을 붙잡으면서 내 앞 길을 가로막고, 지금은 이렇게 쫓아오기까지 해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요!”

  쉴 새 없이 다다다 쏘아 붓는 리안의 말에 솔은 덩달아 화가 났다.

  “황당하군요. 목숨을 살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는 듣지 못할망정 스토커로 오해나 받다니.”

  “목숨은 개뿔, 이 개 자식!”

  리안은 솔을 보며 눈을 부라렸다. 마치 오전에 캡과 전쟁을 치룰 때 보였던 가히 살인을 저지를 만한 눈빛이었다. 리안 역시 아까부터 왜 자꾸만 이 남자에게 이유모를 분노가 치미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가 차려입은 깔끔한 슈트, 고가의 손목시계,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기는 이 남자에게 그저 습관적인 반감이 일은 것일지도 몰랐다.

  솔은 리안과 같이 화를 내지 않기 위해,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감정을 무단히도 컨트롤 하는 중이었다.

  “실수하는 겁니다. 말을 가려서 하세요.”

  “실수 같은 소리 하네! 네 놈 목적이 이거였어, 아까부터? 어떻게든 나 한 번 안아보려는 수작이었냐고, 이 스토커 자식아!”

  “아…… 저……”

  그렇게 리안이 솔에게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누군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리안의 어깨를 쳤다. 버스 폭발 사고의 부상자로 보이는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는 한 여학생이었다. 리안은 금방이라도 쏴 죽일 듯이 솔을 노려보던 눈빛을 거두고, 인자하고 다정하기 그지없는 눈빛과 말투, 목소리로 여학생에게 되물었다.

  “왜? 도움이 필요하니?”

  “아니요, 그게……”

  “?”

  “아까 불길이 아줌마 쪽으로 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줌마를 밀쳐내다가 껴안게 된 거에요.”

  “응? 그게 무슨,”

  “저 아저씨는 스토커가 아니라, 아줌마를 구해준 거라고요.”

  교복이 더럽혀진 채로 도움이 필요한 것만 같은 몰골의 여학생은 한 손가락으로 솔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리안은 조금 당황스러워 가만히 여학생의 손가락 끝, 그러니까 그 끝에 놓인 솔을 쳐다봤다. 솔은 이제야 알겠냐는 듯 당당한 표정으로 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심이 있으면 와서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를 하던 감사 인사를 하던 뭐라던 하라는 표정이었다.

  ‘아, 씨. 망했다.’

  그제야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된 리안은 인상을 잔뜩 구겼다. 하지만 리안은 여전히 당당했다. 목숨을 구해달라고 구걸한 것도 아니고, 좀 전부터 자꾸만 자신의 허락없이 팔을 잡는 스킨쉽을 해댔으며, 하물며 원치 않는 포옹까지 해버리지 않았는가. 솔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리안은 그에 대한 반감만 더 커질 뿐이었다.

  “이제 알겠습니까?”

  “뭘요?”

  “당신이 오해했고, 큰 실수를 했다는 것 말입니다. 그것도 생명의 은인에게 말이죠.”

  “흥, 누가 구해 달랬어요?”

  “뭐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사람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무슨 생색이 그렇게 심해요?”

  “정말이지 뻔뻔하기 그지없……”

  열심히 마인드 컨트롤 중이던 솔은 지나치게 태연한 리안의 행동에 점점 마음 속 분노를 다스리기 힘들 지경이었다. 몇 마디 덧붙이려던 솔의 말은 곧 리안을 찾아 온 진울에 의해 막혔다.

  “하리안!”

  진울은 재빠르게 뛰어와 리안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며 다친 곳은 없는지 관찰했다.

  “괜찮아?”

  “네, 선배. 전 괜찮아요. 그것보다 이거!”

  걱정하는 진울의 진중한 표정은 처참히 무시하며 리안은 자신의 커다란 에코백에서 메모한 수첩과, 카메라 SD카드, 그리고 USB를 주섬주섬 챙겨 진울에게 넘겼다. 하지만 리안을 샅샅이 관찰하고 있던 진울은 자신에게 자료를 건네는 리안의 오른쪽 손에 나 있는 큰 상처를 발견했다.

  “인마, 너 손은 왜 그래?”

  물론 자신의 손에 상처가 나 있는 줄 전혀 모르는 리안이었다.

  “아, 다쳤나 봐요. 그것보다 선배, 이거요. 빨리. 지금 당장 기사 올려야 해요!”

  진울은 리안이 건넨 자료들이 안중에 없었고, 반면 리안은 자신의 손에 난 큰 상처가 안중에 없었다. 하지만 진울은 리안의 상처에 집착했고, 리안은 자료에 집착했다. 물론 승리는 리안의 몫이었다.

  “알았어, 그럼 같이 들어 가. 애들이랑 같이 왔어. 나머지 현장은 애들이 취재할 거야.”

  “하지만 선배, 아직,”

  “이건 내 말 들어.”

  진울은 엄하고 단호하게 명령했다. 진울이 미소를 거두고 근엄한 표정을 지을 때는 그 아무리 리안이라고 하더라도 거역할 수 없었다. 리안을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렇게, 리안과 진울은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

  “저기요.”

  “무슨 일이죠?”

  남아 있던 솔이 다시 리안의 팔목을 붙잡았고, 그 모습을 지켜 본 진울이 반응했다. 하지만 진울에게는 볼 일 없는 솔이었다. 그 쪽으로는 시선도 두지 않은 채 리안을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해야 할 말이 남은 것 같습니다만.”

  “하, 이 분 집착까지 심하시네. 제가 좀 바빠서요.”

  리안은 귀찮다는 듯 세침하게 말한 뒤, 가방에서 작은 종이를 하나 꺼내 솔에게 던지듯이 건넸다.

  “볼 일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하세요.”

  당신같이 돈 많고 재수 없는 인간에게까지 베풀어줄 아량은 없다는 듯, 리안은 쌀쌀맞게 돌아섰다. 솔은 싸가지 없는 손님이 마지못해 건네준 팁인 듯 자신의 왼손에 꼬깃꼬깃 쥐어져 있는 종이를 펼쳐보았다.

  [서하일보 사회부, 하리안]

  “기자였어?”

  그것도 사회부 기자라. 솔은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던 자신의 호기심이 풀리는 듯 했다. 사회부 기자 정도라면 기업 사냥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겠지, 싶었던 것이다.

  근데, 서하일보라면.

  서하일보라면 기사나 베껴 쓰고, 찌라시를 흘리거나, 자극적인 기사만 찍어대는 신문사였다. 그런 신문사에 저런 정의로운 척을 하는 사회부 기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끝까지, 정중한 사과를 하지 않았단 말이지.”

  솔은 당당하게 걷고 있는 리안의 뒷모습을 보며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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