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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지옥연애환담
작가 : 황도톨
작품등록일 : 2017.6.23

헬조선을 살아가는 흙수저 김진언.
회사에서 짤리고, 남친에게 차이고, 통장은 텅텅,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진언이 새로 입사한 회사는 진짜 지옥?
설상가상으로 지옥 최종보스, 진언의 직장상사님, 염라대왕은 까칠하기 짝이 없고...
지옥에서 일과 사랑 둘다 쟁취하라!

 
09. 쫓아오다 2
작성일 : 17-07-13 22:03     조회 : 389     추천 : 0     분량 : 5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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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또르르- 오른쪽으로 눈을 굴려 본다. 한약방에서나 쓰일법한 고풍스러운 약재함이 보였다. 실제로 코끝으로 은은한 한방향이 나기도 했다. 마치 어릴 적 아빠가 살아 계실 때, 여름 전이면 마당에서 엄마가 부채를 부쳐가며 달이던, 아빠 보약의 그 냄새였다.

 

 

 또르르- 왼쪽으로 눈을 굴려 본다. 박물관에서 봤던 고려청자 비슷한 청자와 조선백자 비슷한 백자가 보였다. 그리고 전혀 본 적 도 없는 화려한 색감의 도자기도 있었다. 정언의 고정관념인지 몰라도 그렇게 시대가 뒤얽혀 있는 도자기를 보고 있자니 주인의 센스가 의심되었다.

 

 

 다시 또르르- 눈동자를 굴려 천장을 쳐다보자, 하얀 천이 천장에서부터 내려와 침대를 감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진언 생에 최초의 공주님 침대 비슷한 것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침대가 지옥에, 그것도 진언의 직장이자, 질색하는 직장상사 염라대왕의 집을 겸하고 있는 곳이라는 게 문제였다.

 

 

 “아.. 쪽팔려.”

 

 

 진언을 덮고 있던 금침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염라의 앞에서 아이처럼 엉엉 운 것도 쪽팔렸고, 다친 다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염라의 등에 업혀서 온 것도 쪽팔렸고, 자신이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다친 다리 때문에 일을 못하고 누워 있다는 것도 쪽팔렸다.

 

 

 “이건, 회사 의무실 같은 거야.”

 

 

 뒤집어썼던 금침이불을 와락 떨쳐내며 진언은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도 잠시. 염라의 등에 업혀 눈물 흘렸던 자기 모습이 떠오르자,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 회사의 또라이는 자기 일지도 몰랐다.

 

 

 “아.. 미쳤어, 김진언. 나가죽어.”

 

 

 눈앞에 아른거리는 자신의 우는 모습에, 게다가 자신이 기대고 있던 등의 임자를 생각하자 진언은 정말 쪽팔려 죽을 것 같았다.

 

 

 “어허~ 고얀 처자로고. 새파랗게 젊은 것이 어디 죽는다는 소리여?”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진언은 옆을 쳐다봤다. 허연 머리에, 허연 수염. 게다가 눈썹까지 허옇고 숱이 많아서 눈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산신령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 같은 형상에 정언은 눈은 동그랗게 떴다.

 

 

 “누, 누구세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앉은뱅이도 일어서게 하고, 봉사 눈을 뜨게 하고,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약명도사이니라. 여기 환자가 하나 누워 있다 해서 몸소 왔지.”

 

 

 하얀 비단자락을 펄럭이며 진언의 옆으로 다가온 약명도사가 금침이불을 들고, 정언의 다리를 보았다.

 

 

 “헉! 이거 왜이래요?”

 

 

 아귀의 손톱이 박혔던 자리가 시꺼멓게 변해 있었다. 아까부터 계속 욱신거리긴 했지만, 다쳤으니 당연히 아프겠지 라고 생각하며 누워 있었던 정언이었다. 그런데 막상 눈으로 상처를 보자 아무것도 모르는 자리가 보기에도 일반 상처와는 다르게 시꺼먼 색상을 띄고 있자 더럭 겁이 났다.

 

 

 어째 여기 와서는 정상적인 걸 보는 게 더 신기한 일인 것 같았다. 상처 하나도 평범하게 생기지 않았다.

 

 

 “아귀의 독기가 스며든 게지. 쯧쯧”

 

 

 진언의 다리를 보며 혀를 차는 약명을 보며 진언은 더욱 겁이 났다. 제 입으로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자화자찬을 하더니, 왜 자기 다리를 보고는 혀를 찬다는 말인가?

 

 

 “심각.. 한건가요?‘

 

 

 겁먹은 눈동자의 진언이 약명도사를 쳐다보자, 그는 진언의 눈동자를 진지하게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갯짓을 보자 진언은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어, 얼마나요? 다리 잘라야 되고, 막 그런 건 아니죠?”

 

 

 약명도사는 진언의 눈을 회피하고 진언의 상처를 한 번 더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지독하구먼.”

 

 “서, 선생님. 고, 고칠 수 있죠? 네?”

 

 “아귀의 독기에는 삼도천에서 자라는 지옥화를 짓이겨 붙여주면 독기를 뺄 수 있다네.”

 

 “그, 그게 구하기 힘든 건가요? 제가 구해올게요! 네?”

 

 

 곧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눈을 하고 진언은 약명도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집에 있는 엄마 얼굴이 떠오르고, 쌍둥이들 얼굴이 떠올랐다. 진언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약명이 진언의 손을 토닥였다.

 

 

 둘이 비련의 여주인공과 그를 위로하는 의사와 같은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중에 그 연출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들긴 뭐가 힘들어? 삼도천에 가면 지천으로 피는 게 지옥활세. 지금 이미 지왕차사가 지옥화를 베러 갔네.”

 

 

 검은색인건 같았지만, 평소에 있는 용포가 아닌, 검은 색 한복 같은 옷을 입을 염라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냉랭한 그의 얼굴에는 어이없음이라고 써놓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염라의 말에 진언의 눈물이 쏙 들어가고, 약명도사를 쳐다보았다. 눈썹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약명도사의 눈이 슬쩍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게 분명히 보였다.

 

 

 “진짜.. 예요? 흔해요?”

 

 “그렇네.”

 

 “근데, 왜... 힘든 것처럼...?”

 

 “내가 그 냄새를 싫어하네.”

 

 “네?”

 

 “지옥화를 짓이기면 그.. 뭐랄까.. 구정물 냄새 같기도 하고, 분뇨 냄새 같기도 하고, 하수구 냄새 같기도 하는 그런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를 내가 싫어하네. 고약하지. 쯧쯧쯧-”

 

 

 약명도사는 다시 혀를 차며 진언을 다리를 살폈다. 아니, 살피는 척 했다. 책망하는 염라의 눈빛을 못 본 척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럼. 그거 붙이면 나아요?”

 

 “거기에 내가 직접 상처에 좋은 다른 약초를 선별해 섞어서 만들어 붙이면 훨씬 더 빨리 낫지.”

 

 “다행이다...”

 

 

 긴장해서 한껏 솟아 있던, 진언의 어깨가 아래로 내려왔다. 이제는 들어가 버렸지만, 눈물이 글썽했던 눈도 문질렀다. 오늘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손을 대자 눈꺼풀이 부은 것이 느껴졌다.

 

 

 “험험. 그럼 내 지왕이 다녀왔는가 한번 나가보고 옴세.”

 

 

 약명도사가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염라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봐도 나이가 한참 많아 보이는 약명도사에게 염라가 인사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보였는데, 약명도사가 인사를 하는 걸 보자 진언은 새삼스럽게 염라의 나이가 다시 떠올랐다.

 

 

 “또 우느냐?”

 

 

 어느새 뒷짐을 진 염라가 진언의 앞에 서 있었다.

 

 

 “안 우는데요.”

 

 

 진언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추태를 부린 건 낮에 일만으로 충분했다.

 

 

 “저기...”

 

 

 무심한 눈으로 진언의 다리를 한번 쳐다보고 있던, 염라가 진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감사했습니다. 아까 구해주신거요.”

 

 

 슬쩍 말을 꺼내고, 또 슬쩍 염라의 얼굴표정을 살폈지만 그의 얼굴에는 별 변화는 없었다. 아까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진언의 다리를 볼 때도 그저 무심히, 진언의 얼굴을 볼 때도 그저 무심히 였다.

 

 

 “그리고, 여기까지 데려와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또, 약명도사의사선생님께 제 다리를 봐주시게 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 또?”

 

 “네?”

 

 “더 감사할 건 없느냐?”

 

 

 더 감사하라고 강요하는 염라의 말에 진언은 살짝 당황했다가 제가 또 무슨 폐를 끼친 게 있는지 열심히 생각에 잠겼다. 너무 많았다. 그중에서 뭘 더 감사해야할까를 다시 생각하고 있노라니 하얀 손 하나가 진언의 얼굴로 다가왔다.

 

 

 말똥히 그 손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하얀 손은 눈언저리에 붙어 있던 머리카락을 떼어 옆으로 넘겨주었다.

 

 

 “너는 참 이상한 인간이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넘겨준 하얀 손을 따라 진언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갔다. 단단한 손목이 보이고, 검은 비단자락이 보였다. 비단자락의 굴곡을 따라 쭉 뻗은 팔이 보였다. 든든한 어깨를 지나자 쭉 뻗은 긴 목선이 보이고, 단아하지만 날카로운 턱선이 보였다.

 

 

 “화내고, 좋아하고, 울고, 웃고, 사과하고, 감사하고. 어찌 그리 바쁠까?”

 

 

 턱선 다음에는 아주 희미한 웃음이 보였다. 희미한 웃음이 사르르 진언의 마음에 녹아내렸다.

 

 

 

 

 

 

 

 미쳤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딱 일주일간, 염라대왕에 대한 인상은 미친놈, 또라이 딱 그것이었다. 그런데 파란만장한 월요일에는 그 미친 또라이가 진언을 심쿵하게 만들더니, 화요일 출근길이 설레게 만들었다.

 

 

 - 미쳤어.

 

 

 진언은 지하철 창문에 뒷머리를 콩- 박았다. 실제로 미쳤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드라마나 소설에서 자기를 구해준 남자에게 반하는 여자들을 보며, 저렇게 사랑에 빠진다면 소방관이나 경찰관들은 전부 카사노바가 되겠다고 생각을 했던 진언이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그런 일이 닥치자 세상 미친놈이라도 사람이 달라 보이게 된다는 걸 깨닫고 말았던 거다.

 

 

 안 그래도 객관적으로 잘 생긴 얼굴이, 자신이 구해주던 그 순간에는 주관적으로 더 잘생겨 보였었다. 업혔던 등이 아주 듬직했다. 아주 옛날, 밖에서 잠이 들면 아빠가 업어서 집에 데려오곤 했던 그런 든든함이 느껴졌었다.

 

 

 - 안 돼애.... 상대가 너무 나빠...

 

 

 진언은 다시 괴로움에 몸을 뒤틀었다. 지난주에 있었던 재판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저 정의로운 행동을 하지 못했다고, 눈알이 뽑혔던 남자. 남편을 속이고 바람이 난 죄로 뜨겁게 달군 쇠기둥을 끌어안고 있어야 되는 형을 받았던 여자. 도둑질을 한 죄로 양 손이 잘리고 아귀에게 물어뜯기는 형을 받아야 됐던 남자. 그 섹시한 입술에서 흘러나온 별의 별 잔인한 형들을 생각하자 오싹해졌다.

 

 

 그래. 맞다. 그런 사이코패스 같은 남자였다.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사람 손발을 자르고, 피를 보는 남자였다. 심지어 어린애한테도.... 아니다. 사실 어린 우진이를 도와준 사람이었다. 내세에는 예쁨 듬뿍 받는 집에서 태어나도록 해준 사람이었다.

 

 

 사실, 그가 좀 엄격한 편이긴 하지만, 죄를 내린 사람들이 다 죄를 짓기는 했다. 도둑질, 간음, 험담...

 

 

 - 헉!

 

 

 자기도 모르게 염라의 편을 들고 있는 생각을 하고 있자 진언은 놀라 숨을 들이켰다.

 

 

 이게 문제였다. 금. 사. 빠. 조금만 잘해주면 금방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바로 이전에 비참하게 끝난 연애도 그게 문제였다. 서러운 계약직 신입에게 잘해주던 주임님에게 홀랑 마음을 줘버렸었다. 그 주임님이 대리를 달고, 진언에게 고백을 하자 또 홀랑 흔들렸었다. 자기 처지를 생각해서 거절 했지만, 다시 대쉬하는 그를 매몰차게 차버릴 수 없어서 사귀었던 연애였다. 그리고... 계약직 해제와 함께 차였었다.

 

 

 그의 친절함에, 다정함에, 그리고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에 홀려서 그만 홀랑 마음을 줘버린 게 문제였다.

 

 

 이번에는 상대가 더 나빴다. 고작 일주일을 본, 성격 나쁜 사디스트다. 엄청난 나이 차이에, 엄청난 재력차이에, 심지어 그냥 사는 차원 까지 다르다. 자신은 이승에, 남자는 저승에. 아랫집 윗집 정도가 아니었다.

 

 

 - 안 될 일이야.

 

 

 그냥 이대로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여기는 게 훨씬 나았다. 아니면, 생명의 은인에 대한 감사와 호의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언은 속으로 굳게 결심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려야 될 역이 방금 지나버렸다.

 

 

 - 망했다.

 

 

 진언은 이미 출발해 버린 지하철 안에서, 원망스럽게 밖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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