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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능력사무소
작가 : 클레어
작품등록일 : 2017.7.3

복수하고 싶은 이들에게 능력을 빌려주는 "능력사무소". 얄미운 남동생 골탕먹이는 것부터 살인범 찾아내기까지. 능력을 빌려드립니다. 맡겨만주세요.

 
능력 사무소 (5)
작성일 : 17-07-13 21:07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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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류를 검토하던 케이는 금세 정규와 이야기 중이었다. 뭐라도 해야겠다싶었던 경식은 그들의 대화 내용을 염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머나먼 화성인의 대화처럼 그것들은 정체가 불명했다. 간신히 주워들은 것이라곤 '2사분기, 경찰, 피해자, 의뢰' 정도였다.

 우우웅, 그때 유리 탁자가 울었다. 케이는 양해를 구하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Hello.”

 경식이 유일하게 알아들은 단어로 시작하여 이번엔 금성어가 이어졌다. 습관적으로 얼을 빠뜨린 평범이를 발견한 명훈이 음흉하게 입맛을 다셨다. 노란 머리의 야수가 발톱을 숨기며 먹잇감에게 다가갔다.

 "케이 영어 잘하지." 잘난 아들 자랑하듯 명훈이 물었다.

 "네. 외국인이신 거예요?" 경식이 작게 소곤댔다. 사실 어제부터 궁금했다.

 명훈은 낚시 바늘에 제대로 걸린 물고기를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마를 벅벅 문지르며 그는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케이는 말여. 사실 일본인이야. 일본에서 온지 얼마 안 됐을 때지 아마, 그때가. 케이가 길거리를 걷고 있다가 어떤 남자랑 부딪혔는데, 글쎄 얼굴이 미국 놈 마냥 변해버린겨! 아따, 알고 보니까 그 남자가 신체가 맞닿은 사람과 지 얼굴을 바꿔버리는 능력을 가진 능력자였던 거야! 나 그날 놀라 자빠졌다니까? 그래서 우리 일본인 케이는 팔자에도 없는 미국 아 얼굴로, 아니지 혼혈 얼굴로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다니까 그래."

 듣도 보도 못한 능력 전이 이능에 범이 입이 떡 벌어졌다. 구구절절 딱한 사연인데도 슬픔포단 놀라움이 먼저였다.

 ‘역시 범상치 않아!’

 케이 씨의 시니컬함은 그 과거에서 나오는 걸까? 능력자들은 어쩜 이리도 평범하지 않을까. ‘사실 능력자들은 다들 아픔이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이론까지 경식의 사고가 흘러갔다.

 "헛소리 마."

 전화기에서 입을 떼며 케이가 혀를 찼다. 그는 짧게 인상을 쓰며 다시 통화를 이어갔다. 아예 등까지 돌린 그를 보며 명훈이 껄껄 웃었다. 그는 범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널찍한 손바닥으로 까만 머리카락을 비비적댔다.

 "케이 혼혈이야. 어머니가 한국인."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이었다. 그리고 굳이 등장하지 않은 아버지의 존재를 경식은 현명하게도 묻지 않았다. 이제 그들의 대화 방식을 조금 알 것 같다. 굳이 묻지 않고, 굳이 말하지 않는다. 딱 그 정도로 지내자는 관계의 단절이 아니었다.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았던 지금의 우리는 영원히 이 상태일거란 묘한 존중 같다고 문경식은 생각했다.

 사실 영어영문학 전공인 경식은 케이가 부럽기만 했다. 어떤 이유로든 케이는 전공자인 자신보다 영어를 잘 했고, 갓 대학교에 입학한 1학년은 벌써부터 영어 실력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제 밤에도 영어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경식은 어젯밤 케이를 마주했을 때를 떠올렸다.

 "사실 저는 처음에 케이 씨 마주쳤을 때 '헬로.' 해야 되는 줄 알았어요."

 “푸핫! 푸후후흐으.”

 명훈이 박장대소했다. 과거의 자신도 그랬기 때문이다. 옆집으로 이사 온 케이를 보며 경식은 순진하게도 ‘헬로우? 하, 하이?’라며 수줍게 인사했었다. 사실 그럴 만 했다. 그때의 케이는 지금보다 더욱 하얗고 정말 티비에 나온 미국인처럼 생겼었기 때문이다. 명훈은 소중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웃음의 잔해를 추슬렀다. 그때 막 통화를 마친 케이가 다가왔다. 무표정으로 범이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곤 무심하게 제자리도 돌아갔다. 그러자 명훈이 또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고. 우리 평범이 아주 사랑받네.”

 케이는 감정 표현이 서툴다. 툭하면 사람들은 무뚝뚝하다, 심지어는 싸가지 없다며 그를 단정 짓곤 했다. 하지만 이번 신입은 꽤 마음에 든 것인지 옆에서 보니 은근 먼저 말을 걸고 싶어 하는 게 느껴졌다. 평범이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든 걸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오래된 친구는 마음이 뿌듯했다. 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느낌이었고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까지 됐다.

 “평범이 그리스로마 신화 좋아하니?”

 “네? 좋아하는 편이지요.”

 “다행이네.”

 명훈은 내일 ‘그리스로마 신화’ 책을 잔뜩 들고 올 케이가 상상됐다. 몸은 컸어도 관계형성은 어린이만도 못 하는 케이는 제 호감을 책으로 선물했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리스로마 신화’로 말이다. 영광스럽게도 명훈의 책꽂이에도 세 권의 책이 지금도 꽂혀있다. 아마 내일이면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이 두 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호감과 뿌듯함, 애정이 사무소 안을 오갔다. 그중에 경식 혼자 어리둥절하다. 그는 주위를 둘러싼 묘한 부드러움에 고개를 돌렸다. 정규는 차분하게 서류를 정리 중이었고 명훈은 흔치 않은 온화한 미소에 잠겨있었다. 이때다, 평범이는 질문은 던졌다.

 "저기, 근데 제가 뭘 해야 되는 거죠?"

 사람을 고용해놓고 아무도 일을 안 시킨다. 이럴 때만 능동적인 노예가 불안감을 느끼며 물었다. 이제 곧 시험기간이다. 자신이 아무리 이능에 관심이 많더라도, 월급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대답에 따라 이곳을 박차고 나가겠다고 다짐하며 주먹을 쥔 것과 달리 질문은 참 공손했다.

 "뭐야, 아무도 안 알려준 거야?"

 명훈이 제 주변의 셋을 돌아보며 말했다. 직원도 아닌 정규는 그렇다 쳤다. 그런데 이 두 놈들은 제가 없는 동안 대체 뭘 한 걸까.

 "악덕 사장이잖아아! 케이."

 명훈이 신경질적으로 목소시를 높였다. 그게 마치 ‘이 정도는 너도 할 수 있잖아.’처럼 들렸다. 케이가 뒤적이던 서류 뭉치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쓰게 쉬었다. 하지만 냉담한 태도와 달리 케이는 경식이 원하는 대답을 누구보다 명확하게 들려줬다.

 "서류 처리."

 서울에 위치한 어느 건물의 삼층. 능력자 셋이 있고 곧 다섯이 모일 능력사무소의 막내 문경식. 일명 평범이는 오늘부로 서류 처리 업무를 맡게 되었다.

 

 * * *

 

 케이의 말대로 경식에게 떨어진 임무는 배달 받기, 서류 정리 같은 정말 잡다한 것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업무는 영수증 정리였다. 경식은 출근 일주일 만에 한달 치 영수증을 전달받았다. 한국 회사인데 어째서인지 영수증은 죄다 영어로 돼있었다. 차라리 케이가 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영수증엔 온갖 줄임말이 난무했다. 하지만 꽤나 보람찼다. 전공 수업 시간엔 배우지 않는 미국식 약어나 영어 단어를 생생하게 배우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평범이가 슬슬 일에 익숙해지는 동안, 놀랍게도 한 명의 고객도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특수한 회사니까 사람들이 덜 오는 거겠지, 생각하기도 한두 번. 이제는 받지도 않은 알바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돈으로 운영되는 거야.’

 의뢰 당 천 단위로 돈을 받는 것일까? 아니면 다들 취미삼아 하는 일인건가? 매번 풀리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를 돌면서도 경식은 오늘도 질문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답을 알아낸 몇 가지는 있었다. 소심한 일 대신 경식의 눈이 알아낸 것들이었다.

 먼저 첫 째, 케이의 별빛들은 평소에는 작은 점처럼 꼼짝 않고 있지만, 어떤 때는 그 불씨가 확 커지면서 이리저리 퍼지곤 했다. 경식은 아마 케이가 깊은 생각에 빠질 때 별들이 폭발하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둘 째, 아르의 눈은 ‘익숙지 않은 남자’와 마주칠 때만 변했다. 마치 가게 셔터를 내리듯 안 친한 사람과 마주한 아르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내려앉았다. 그 대상이 택배 기사건 행인이든 상관없이 남자라면 아르는 눈을 닫았다. 하지만 예외가 있는 것인지 사무소 사람들이나 건물 경비 아저씨와 대화할 때는 셔터가 내려가지 않았다. 그리고 고맙게도 경식은 일주일 만에 눈이 반만 닫힌 아르와 대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경식은 언제쯤 아르의 완전한 눈을 보며 대화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그녀를 또렷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럴 때면 아르는 답지 않게 먼저 눈을 피하며 볼을 긁적거리곤 했다.

 마지막으로, 명훈은 손재주가 좋았다. 이건 능력 없이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명훈은 요즘 누가 그럴까 싶은 회사 홍보용 전단지를 직접 제작했고, 회사 블로그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경식은 하루도 빠짐없이 물티슈를 손에서 놓지 않는 명훈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취미 및 스트레스 해소로 ‘청소’를 즐긴다고 한다.

 남몰래 파악한 것들을 스파이마냥 노트에 적어내던 범이는 옆을 바라봤다. 아르가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다.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 연필을 쥐고 그녀는 오늘도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회사로 출근한 지 일주일 째, 경식은 요즘 묘한 사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히어로의 일대기를 집필하겠단 의지를 지닌 작가처럼 그는 사무소의 능력자들을 조심히 관찰했고, 될 수 있으면 입이 아닌 능력으로 일들을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나름 이 공간에 익숙해진 것인지, 이들과 친해졌다는 몽롱하고 짜릿한 감각에 말조심의 경계가 허술해졌다.

 "혹시 어떤 거 푸시는 건가요?"

 "아아, 문제집."

 답은 빨랐다. 아무리 봐도 문제집인 것은 모두가 알겠지만 말이다. 그렇군요, 머쓱함에 범이는 오그라드는 몸을 돌렸다.

 "나 검정고시 준비하거든."

 “아아, 그렇군요....”

 훅 치고 들어오는 솔직함에 경식은 같은 답을 내놓았다. 사실 놀라기보단 기쁨이 컸다. 아르에겐 검정고시가 어떤 의미일지 모르겠지만, 범이는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될 수 있으면 돕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주제 넘는 참견일지 몰라 잽싸게 입을 다물었다.

 ‘조심해야지.’

 오랜만에 관계가 깊어지는 기분에도 경식은 마음을 다스렸다. 그리고 그게 또 한편으론 씁쓸했다.

 "근데 평범이 너 영문과 맞지?"

 "네."

 경식이 순순히 답했다. 그는 이제 이 사람들이 제 일대기를 읊는다고 해도 안 놀랄 자신이 있다. 질문을 기다리며 눈을 반짝이는 평범이에게 아르가 상을 내렸다.

 “나 이거 좀 알려줘. 이게 이거고 저게 저거 같은데, 답은 꼭 다른 거더라.”

 네네, 평범이가 격한 끄덕임을 보이며 그녀에게 바싹 다가가 앉았다.

 "근데 영어는 저보다 케이 씨가 더 잘하지 않나요?"

 그는 처음 접한 검정고시 문제집을 먼저 훑어봤다.

 "왠지 열 받잖아, 쟤한테 물어보면."

 아르가 고운 얼굴을 찌푸렸다. 뽀얀 피부와 대비되는 짙은 검정 눈썹이 일렁거렸다. 알쏭달쏭, 이해가 될 듯 말 듯 했다. 요런 상황을 위해 정해놓은 매뉴얼을 던져 놓으며 경식은 마저 문제를 읽어봤다.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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