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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대
작가 : 장윤봉
작품등록일 : 2017.7.6

여자는 죽어서라도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의 다음 생 끝까지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죽는 그 순간 간절히 빌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게/만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늘은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www_yppah@naver.com

 
반짝, 하고 네가 들어왔다 (2)
작성일 : 17-07-13 19:08     조회 : 258     추천 : 2     분량 : 4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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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내일부터 일꾼들을 보내줄 터이니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집을 짓거라."

 

 "여기에... 말입니까?"

 

  태자의 말은 믿기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척박한 땅을 일구고, 사냥을 배우고, 겨울이면 살을 에는 추위를 이겨내야 했다. 게다가 때만 되면 쳐들어오는 오랑캐 때문에 목책을 세워야 했고, 마을 사람 중 어느 하나 예외 없이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고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한순간도 쉴 수 없었다. 그것이 북계의 삶이었다.

 

  그런데 그가 앞으로 살라며 보여준 땅은 오랑캐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개경인 데다가 비옥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북계를 떠나기 전만 해도 역병에 걸려 죽느니 굶어 죽겠다는 각오를 했는데, 이곳은 북계에 비하면 무릉도원이나 다름없었다.

 

 "대체 뭘 하는 분이기실래 이런 걸 주신단 말입니까?"

 

  염이 데려온 한 무리의 사내들이 작은 의원의 호위무사라고 했다. 애초에 호위무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체 높은 가문의 의원님이겠거니, 생각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던 것이다.

 

 "나라에서 내리는 것이니 사양할 것 없다."

 

  태자는 더는 숨길 이유도 딱히 없었지만, 괜히 의원이라고 거짓말을 한 게 양심에 찔려 말을 돌렸다.

 

 "여기서 네가 하고 싶다는 일, 마~음껏 하면 된다."

 

 "개경에 오면 다 말해주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하지만 그의 어쭙잖은 말기술에 넘어갈 소명이 아니었다.

 

 "..나도 종종 놀러 오마."

 

  소명은 자신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는 그의 양 볼을 딱 잡고 고정시키며 집요하게 굴었다. 그 대담한 행동에 놀란 태자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 소명이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의원이 아닌 것은 진작 알았고. 자, 이제 정체를 밝히시지요."

 

  더는 물러날 곳은 없었다. 소명이 코앞에서 그의 대답을 재촉하고 있었고, 방망이질 당하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결국 정면돌파를 택했다.

 

 "...나는 고려의 태자, 왕언이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건 무슨 반응이지. 놀란 건가. 화가 난 건가. 혹시 쫄았다거나.

 

 "...하하하하하, 거짓부렁도 믿을만한 것으로 하십시오!"

 

  기껏 말해줬더니 믿질 않는다. 하긴, 저가 면상에 팥을 뿌리고 식충이라 욕지거리하던 인간이 태자라니. 믿고 싶지 않을 법도 하다.

 

 "하지만 태자 전하는 훤칠하시고..."

 

  큰 의원님이 워낙 커서 그렇지 이 작은 의원님도 확실히 훤칠하긴 했다. 꽤 큰 축에 속하는 소명이 올려다봐야 할 정도였으니.

 

 "잘생기셨다고..."

 

  소명이 워낙 식충이, 식충이해서 그렇지, 언의 외관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그녀도 한때나마 얼굴 하난 밥값 할만 하구나, 생각했으니.

 

 "지, 진짜 태자 전하?!"

 

 "그럼 가짜 태자 전하도 있더냐."

 

  맙소사.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와 보낸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갔고,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도망쳐!`

 

  순식간에 소명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그녀가 잡고 있던 언의 얼굴을 놓고 도주를 시도했다.

 

 "어딜."

 

  호랑이와 눈이 마주친 토끼처럼 잽싸게 도망하려던 것은 좋았으나 이를 눈치챈 언이 소명의 손목을 낚아채면서 무산되고 말했다.

 

 "주, 죽이실 겁니까아...?"

 

  태자가 좋긴 좋구나.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너의 이런 표정을 볼 수 있다니.

 

  소명은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언은 그 모습에 당장에라도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네가 나에게 얼마나 무례했는지 알긴 아는가 보구나."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나무라듯이 말하자 살짝 치켜 올라간 그녀의 눈매가 한없이 쳐지며 비 맞은 강아지처럼 더욱 처량해졌다.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준다면 지금까지의 무례는 없던 것으로 해주마."

 

 "부탁... 말씀이십니까?"

 

  소명은 네 발로 엎드려 개처럼 짖어라, 라든가, 평생 내 발닦개가 되거라, 같은 요구를 할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을 했다. 조금 비굴하긴 하지만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내 곁에 있어다오."

 

 "예! 평생 발닦개가 되겠습...예?"

 

  얼떨결에 발닦개 맹세를 해버린 그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언의 요구에 적잖이 당황했다.

 

 "어디 멀리 가지도 말고, 피하지도 말고, 그냥 가까이 있어다오."

 

  조금 전까지 발닦개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을까. 소명은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도 커 귀에까지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이게 지금 내 앞에서 짙은 눈빛으로 가슴 떨리는 고백을 하는 이의 귀에도 들릴까, 창피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 창피해서다.

 

 "아, 그리고 나는 국혼날을 제외하곤 태자비 얼굴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연모지정이니 뭐니, 호사가들이 떠드는 얘기는 믿지 말거라."

 

  언은 그런 소명의 마음도 모르고 일전에 그녀가 사람들에게 들려주던 태자와 태자비의 연애담이 호사가들에 의해 철저히 만들어진 허구일 뿐이라며 단단히 일렀다.

 

 

 

 `내 곁에 있어다오.`

 

  동서대비원으로 들어서는 소명의 머릿속엔 방금 언이 했던 말이 몇 곱절이 되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치 그 말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한 여인이(마을에서 소명에게 광주리를 주었던) 말을 걸 때까지 그녀는 백치처럼 걸었다.

 

 "아씨! 또 식충이 도련님이 오셨었다면서요?"

 

  갑자기 머릿속을 치고 들어온 그녀의 존재에 화들짝 놀랐다.

 

 "아주머니까지 그렇게 부르십니까?"

 

 "어머, 향이가 하도 그렇게 부르길래 나도 입에 붙었네. 아무튼, 그 도련님,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뭐가 말입니까?"

 

 "북계에서 올 때부터 유심히 봤는데 자꾸 아씨 옆에서 알짱대는 것이, 아씨를 은애하는 것이 분명해요."

 

 "아, 아주머니도 참!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호호호호, 아씨 귀까지 빨개지셨어요!"

 

  여인은 더 놀림을 당하기 전에 재빨리 자리를 떠나려던 소명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아, 아씨를 찾아온 손님이 또 계세요."

 

  오늘따라 왜 이리 소명을 찾는 사람이 많은지, 그녀를 찾아온 것은 석안이었다.

 

 "아씨를 뵙고 싶어하는 분이 계시오."

 

  다짜고짜 찾아와 나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니, 의심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묻지 말고 따라와 달라는 그의 말에 조용히 따라나섰다. 동서대비원을 나와 도착한 곳은 하루 장사가 끝나 불이 다 꺼지고 객이 있는 방만 간간히 밝혀진 주막이었다.

 

  그가 그중 한 문을 열고 들어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고, 머뭇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서자 병색이 완연해 보이는 남자가 홀로 앉아있었다.

 

 "황제 폐하십니다. 예를 갖추시오."

 

  아까는 태자, 지금은 황제. 오늘 대체 무슨 날이란 말이냐.

  화들짝 놀라 절을 올리기 위해 일어서려 하자 남자는 힘없는 손짓으로 만류했다.

 

 "되었다. 편히 앉거라."

 

  촛불 아래 드러난 그의 얼굴은 대충 봤을 때보다 더 핼쑥해 보였다.

 

 "네가 북계에서 태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지."

 

 "소, 송구하옵니다."

 

  팥을 던진 얘기는 다행히 그의 귀에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게으른 귀신도 쫓아주었다 하고."

 

 "히익!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그럼 그렇지. 그 중요한 얘기를 못 들었을 리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인 소명이 고개를 살짝 들자 황제는 웃고 있었다.

 

 "하하하하, 내가 그 얘길 듣고 10년 만에 웃어본 것 같구나."

 

 "성은이 마, 망극하, 아니 아니, 송구하옵나이다..."

 

  이게 이럴 때 하는 말이 맞나. 어디서 주워들은 것만 많아서 짧은 지식으로 말하려니 실수라도 할까 싶어, 입이 덜덜거렸다.

 

 "하하, 고개를 들거라. 오늘은 내 너를 치하하러 온 것이다."

 

  부드러운 음성에 소명은 살그머니 머리를 들었다. 그 탓에 저고리 안쪽에 들어있던 목걸이가 흘러나왔다. 황제는 그것을 거쳐 소명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굳게 다문 입매와 순해 보이지 않는 눈매가 태자 못지않게 고집이 세 보였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밝고 뚜렷한 눈빛이었다. 그는 이것과 똑 닮은 것을 태자에게서 보았다.

 

 `이 아이의 눈빛을 옮았구나.`

 

 "태자에게 좋은..."

 

  태자가 참으로 좋은 벗을 사귀었구나, 생각하며 말을 꺼내던 황제는 그제야 소명의 목에 걸린 가락지를 제대로 보았다. 처음부터 뭔가 기시감 같은 것을 느꼈는데, 다시 본 그것은 분명 그가 익히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네 나이가 올해 몇이더냐?!"

 

  황제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소명의 어깨를 움켜쥐며 다급하게 물었다.

 

 "여, 열일곱이옵니다..."

 

  이에 놀란 소명이 버벅거리며 대답하자 그는 잠시 중얼거리며 무언가 계산하는 것 같았다.

 

 "열입곱이라, 열일곱이면..."

 

  혼잣말을 마친 황제는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까무러칠만한 말을 던졌다.

 

 "태자와 혼인해 그의 힘이 되어다오."

 

 

 

  그 시각, 태자는 소명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태자궁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동지야."

 

 "예, 전하."

 

  언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이름을 부르자 항상 그의 뒤에 붙어 다니는 환관이 대답했다.

 

 "이제 내 곁에 있어 줄 사람이 생겼느니라."

 

  그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엔 웃음이 만연해있었다.

 

  궁 밖 외출을 다녀온 후 이유 없이 실실거리질 않나, 툭하면 자신을 불러 알 수 없는 말을 해대는 주인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방금 발언은 동지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저, 저는 그럼 쓸모없어지는 것입니까...?"

 

  태자와 거의 같이 자라다시피 하여 지금은 태자의 곁을 지키게 된 자신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모두 그에게 바치다시피 하였건만, 곁에 있어 줄 다른 사람이라니!

 

 "소인은 괜찮습니다. 소인은 전하의 뜻을 따를 준비가 되었습니다. 소인은 그 자를 위해 기꺼이 물러나겠습니다. 흑..."

 

  태자는 그저 저 꽃이 그 아이를 닮았구나, 저 달이 그 아이의 눈과 같구나, 저 구름이 마치 그 아이의 고운 손 같구나, 읊조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흑흑, 소인은 그저 태자 전하의 발닦개가 되어도 좋사옵니다."

 

  깊은 밤, 오해도 깊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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