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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14화. 공허한 질문들
작성일 : 17-07-13 09:57     조회 : 307     추천 : 1     분량 : 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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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씨, 일어나셨습니까?”

 

 분명 정순의 목소리였다. 옥봉은 필사적으로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아씨, 또 안 좋은 꿈 꾸셨어요? 땀이......”

 “정순이 맞느냐?”

 “아씨, 왜 그러세요? 절 못 알아보시는 겁니까?”

 

 틀림없는 정순의 얼굴이었다. 옥봉은 둑섬의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내가 얼마 동안 잔 것이냐?”

 “글쎄요, 점심도 거르시고 깊이 주무시길래 깨우지 않았는걸요.”

 “혹시 꽃구경 가자 하지 않았느냐?”

 “네? 꽃구경 가기엔 날이 많이 더워졌는걸요.”

 

 강렬한 햇살을 머금고 초록 잎을 무성히 늘어뜨린 왕버드나무가 문틈 새로 보였다.

 

 “지금이 여름이더냐?”

 “그럼요, 아씨. 장마도 지나고 이제 더워질 일만 남았습니다요.”

 

 현세에서 보낸 시간이 두 달여. 이곳도 그 만큼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 제자리로 돌아왔건만 어쩐지 어리둥절하고 낯설었다.

 

 “초희 아씨한테 기별 받으셨던 거 기억하시지요?”

 “뭐? 초희한테?”

 “요즘 자꾸 깜빡하시더니 잊으셨나 봅니다. 초희 아씨 오신단 소식에 그리도 좋아하시더니.”

 “언제, 언제 온다더냐?”

 “신시(15~17시)에 오신다 하셨지 않습니까?”

 

 허난설헌을 연구하는 신영에게서 그녀의 불행에 대한 얘기를 들었던 게 떠올랐다. 어떻게든 그녀를 불운으로부터 막고 싶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옥봉씨가 사라지다니?”

 

 재민이 숨을 헐떡이며 다그치듯 물었다.

 

 “모르겠어. 같이 작업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사라졌어.”

 “무슨 작업?”

 “이번 프로젝트 앨범에 들어갈 곡 만들고 있었거든. 옥봉이가 쓴 시로 가사 만들던 중이었어.”

 

 재민의 눈이 번뜩였다. 어쩌면 시간여행의 단서를 찾아낼 것도 같았다.

 

 “형, 지난번 얘기했던 거 생각나? 시간여행이랑 옥봉씨 시가 뭔가 관련 있을지 모른다던 말.”

 “그럴까? 이번에 옥봉이가 사라진 게 시 때문일까?”

 “확실친 않지만 뭔가 있는 거 같아.”

 

 그녀 인생의 키워드, 시...... 그녀가 시간을 뛰어넘어 이곳으로 오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던 계기가 그녀의 시였을까.

 

 “그 때 상황을 좀 구체적으로 얘기해 봐. 시를 갖고 어떻게 했는데?”

 “풋풋한 느낌으로 부탁했더니 옥봉이가 금세 지어내더라구. 고전적인 단어나 어미는 나랑 같이 수정했구.”

 “그게 다야?”

 

 신후는 그녀가 사라지던 순간을 떠올려 보았다. 특별한 게 있었던가?

 

 “싸비 부분에 결정적인 게 들어가야 할 거 같아서 둘이 고민하고 있었지. 그게 완성되고 나서 사라져 버린 거야.”

 “음, 도대체 뭘까?”

 “이번 앨범 타이틀곡에도 옥봉이 시가 좀 들어갔었는데.”

 “그래?”

 

 신후는 옥봉이 남기고 간 노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정말 조선으로 돌아간 걸까.

 

 “그 때랑 이번이랑 다른 점이 뭔지 알아내면 확실히 밝힐 수 있겠다. 잘 좀 생각해 봐.”

 

 그 때는 아니었으나 이번엔 돌아간 이유가 뭘까. 생각을 거듭할수록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

 

 “얼굴이 많이 여의였네.”

 “너야말로 그래. 어찌 지냈어?”

 

 몇 달 만에 만난 초희의 얼굴은 핼쑥해져 있었다. 전에 없이 가느다래진 팔목이 안쓰럽기만 했다.

 

 “지난 가을에 보고 처음이니 꽤 시간이 지났네. 옥봉이 넌 어찌 지냈냐?”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해야겠지? 영문 모를 일들이 좀 있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오백 년에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신후와 신영을 만난 얘기를 한다면 그녀가 믿어줄까.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일이지 않던가.

 

 “그나저나 초희야, 내 얘기 언짢게 생각지 말고 들을래?”

 “무슨 얘긴데?”

 “그러니까 그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 초희에 관한 일이라면 어떻게든 전해야만 할 것 같았다.

 

 “나리는 아직 공부 중이신가?”

 “그렇지, 뭐. 급제할 날이 올까 싶네. 학업을 핑계로 나와 아이들한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단다.”

 “그래, 그렇다더라.”

 

 아이들의 죽음과 친정의 몰락에 대한 얘기를 해줘야만 했다. 옥봉은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얘기 들었어? 하긴 사람들이 많이들 수군대겠지.”

 “그런 거 아니야. 사람들이 뭐라는 소리에 신경 쓰지 마. 난 너보다 더 심한 걸.”

 “그건 그래. 네가 어쩌다 이런 곳까지 와서......”

 

 초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굵은 눈물방울이 당장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했다.

 

 “초희야, 난 이렇게 지내는 거 괜찮아.”

 “정순이 얘길 들으니 조원 나리가 들렀었다며?”

 “응.”

 “네 재능이나 질투하는 그런 속 좁은 남잔 이제 잊어버려.”

 “그래야지.”

 

 신후와 지내는 동안 그간의 괴로움을 많이 잊을 수 있었다. 기타를 튕기던 그의 가늘고 긴 손가락과 다정스런 말투, 어린아이처럼 재잘거리던 강변의 산책길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그의 달콤한 목소리에 실려 나오던 노래들과 설렘 가득했던 그와의 곡 작업. 모든 것이 아득했다.

 

 “근데 옥봉이 네 얼굴이 한결 편해 보인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아득한 기억의 끝자락을 헤집어 보았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신후와 함께 작업실에 있었다. 신후가 만든 멜로디에 노랫말이 실렸다. 신후의 기타 소리가 들리고...... 이곳으로......

 

 “언젠간 너한테도 다 말할게. 지금은 나도 확신이 없어.”

 “무슨 일 있는 건 맞구나? 궁금하다.”

 “초희야, 그보다 너한테 꼭 해줘야 할 얘기가 있어.”

 

 옥봉은 입을 앙다문 채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조만간 돌림병이 있을 거야. 네 두 아이들 많이 조심해야 해.”

 “돌림병? 네가 어떻게 알아?”

 “그건 묻지 말구. 항상 조심하고 작은 조짐이라도 있으면 바로 의원에게 달려가야 해, 알았지?”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알았어. 꼭 그럴게.”

 “돌림병으로 아이들이 많이 죽게 된대.”

 

 옥봉은 차마 그녀의 두 아이들이 죽게 될 거라는 얘기는 전하지 못했다.

 

 “초희야, 너희 아버지랑 봉이 오라버니 말이야.”

 “아버지랑 오라버니가 왜?”

 

 신영은 두 사람이 객사로 생을 마감한다는 문헌을 옥봉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다. 초희에게 가족의 불행한 죽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두 사람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어. 집이 아니라 밖에 계실 때 말이야.”

 “무슨 안 좋은 일?”

 “돌아가실 수도 있으니까 네가 두 분께 단단히 일러드려.”

 “그게 대체 무슨 얘기야? 돌림병도 그렇구 왜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하니?”

 

 그녀가 옥봉의 말을 믿도록 해야 했다. 옥봉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요즘 내가 현실처럼 생생한 꿈을 꾸거든. 꿈이 실제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우리 가족들이 네 꿈에 나왔다는 거야?”

 “응, 그런 셈이야. 아주 생생했거든.”

 “옥봉아, 너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니?”

 “응?”

 

 초희는 옥봉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전에 알던 옥봉과는 다른 낯선 모습이었다.

 

 “옥봉아, 넌 누구보다 현실에 충실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야. 너답지 않게 왜 자꾸 꿈 얘길 하는 거니?”

 

 가슴이 답답했다. 현세에 다녀온 얘기를 들려준다 한들 그녀가 믿을 수 있을 것인가.

 

 ***

 

 “뭐해?”

 “형, 언제 왔어?”

 “오 초쯤 됐나? 근데 멍하게 무슨 생각해?”

 

 한강에서 신조와 보드를 타기로 한 날이었다.

 

 “뭐야? 이거 지난번에 망가졌던 보드잖아?”

 “응?”

 

 신후가 챙겨온 보드는 뒷바퀴가 망가져 수리를 맡기려던 것이었다. 새로 산 보드를 들고 온다는 게 잘못 챙겨온 모양이었다.

 

 “왜 그래? 옥봉씨 때문에 그래?”

 “뭐? 아,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아니야, 정말.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옥봉과 마주친 이래 신조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녀의 소식을 묻곤 했다. 옥봉의 존재를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아서였다.

 

 “제자리로 잘 돌아갔겠지. 근데 나도 궁금하긴 하다.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신후의 궁금증은 신조와는 다른 것이었다. 그녀가 무사히 돌아갔을까. 이곳으로 영영 다시 오지 않는 걸까.

 

 “형. 다시 가능할까?”

 “뭐가?”

 “옥봉이가 다시 올 수도 있을까?”

 “뭐? 너 설마 그 여자 기다리는 거야?”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옥봉이 사라진 후 신후는 멍하니 창밖을 보는 일이 잦았다. 곡 작업을 하면서도 마음이 어디론가 달려가곤 했다.

 

 “형, 내 맘을 나도 잘 모르겠어.”

 “무슨 마음?”

 “옥봉이가 자꾸 생각나고 걱정이 돼.”

 

 신조가 착잡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겨우 두 달이었잖아. 뭣보다 그 여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구.”

 “맞아. 그걸 알면서도 마음이 자꾸 이상하네.”

 “자기가 살던 세상으로 잘 돌아갔을 거야. 걱정 마.”

 “다신 안 올까?”

 

 신후의 공허한 질문은 계속되고 있었다. 옥봉은 애초에 이곳으로 와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정말 다시 안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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