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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태양이 걷는 순례길
작가 : 에스뗄
작품등록일 : 2017.6.18

인생이라는 고달픈 순례길에서 맞닥뜨린 뜨거운 태양 하나. 어둠 속으로 달아나는 그믐달 진해연과 그녀를 쫓는 태양 문도준. 과연 태양과 달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041. 속마음(3)
작성일 : 17-07-13 01:25     조회 : 306     추천 : 1     분량 : 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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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승아 씨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

  머릿속을 비우려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얼마 안 있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버스에 탈 때부터 하나둘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유리창을 따라 갈림길을 만들어내는 물방울 사이로 보이는 젖은 풍경에 이젠 걱정이 앞선다.

 

 -이번 정류장은 반달마을 앞, 반달마을 앞입니다.

 "하아, 어떻게 날씨가 이렇게 확 바뀌지?"

 

  정류장에 내려서 본 비는 이미 맞고 갈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굳이 손을 뻗어 볼 필요도 없었다.

 

 "어쩌지? 기껏 받은 사인이 망가지게 생겼네."

 

  해온이는 지금 한창 바쁠 때고. 혹시 수원으로 배달 갔던 아빠가 돌아오셨을까?

  아빠에게 전화를 해보기로 한 나는 정류장 안쪽에 서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때, 하얀 구름 하나가 머리 위로 둥실 떠 올랐다. 그리고 빗소리를 닮은 음악이 귓가에 머물렀다.

  하얀 구름을 따라 무심코 고개를 올린 나는 나를 가득 담고 있는 한 쌍의 깊은 눈과 마주쳤다.

 

 "어? 진진!"

 "여기서 뭐 해?"

 

  한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나를 바라보며 다정히 웃고 있는 사람은 바로 진진, 진이였다. 진이가 한쪽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내리며 물었다.

  빗소리를 닮은 음악은 진이의 이어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어폰 줄이 시작된 가슴주머니에는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MP3가 있었다.

  부분적인 워싱처리와 찢어진 팔꿈치가 특징인 청남방은 진이의 투박하면서도 남성적인 자유분방함을 잘 드러내 주었다.

  진이가 한 걸음 다가와 내 옆으로 나란히 섰다. 진이의 손에서 둥실둥실 움직이는 하얀 우산이 그의 옷과 함께 하늘과 구름을 떠오르게 했다.

 

 "집에 가는 중이었어. 너는?"

 "나도 사진관 들렀다가 집에 가는 길."

 

  우리는 대화를 이어가며 정류장 밖으로 나섰다. 누구 하나 말하지 않았지만, 항상 그래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하얀 우산 속을 걷는 우리 두 사람의 발걸음이 나란하다. 고인 물을 피하느라 발이 엇갈리기라도 할 때면 진이가 큰 손으로 붙잡아주었다.

  예전에 혼자서 우산을 쓰고 있을 때는 토독, 토독 굵은 빗방울이 노크할 때마다 손님이 찾아오는 것 같아 작은 설렘을 느끼곤 했다.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쓰는 것도 참 오랜만이라 오늘은 또 다른 설렘이 우산 속에 머무른다.

  진이의 어깨에 매달린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는 하얀 설렘을 증폭시켜주었다.

  비 오는 오후의 음악과 잘 어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도 우산 속을 잔잔하게 울렸다.

 

 "같이 우산 쓰고 걷는 것도 오랜만이네."

 "그러게. 예전에 네가 자주 씌워줬잖아."

 "누구누구 씨가 항상 덤벙대서 우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그런 기억은 잊어도 되거든."

 

  지금과 달리 대학생 때의 나는 한창 건망증을 달고 살았는데, 오죽했으면 별명이 '덤벙대 푼수과 다시 한번'이었다.

  항상 뭔가를 빠뜨리는 나를 챙기고, 사고를 칠 때마다 뒷수습을 담당하는 것은 전 남자친구와 진이의 몫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진이가 한숨을 쉬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명치에 주먹 마사지를 해줄까 하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만 참기로 했다.

 

 "엇, 조심."

 "응? 으앗!"

 

  돌연 진이가 한 손으로 내 어깨를 안고 빠르게 몸을 돌렸다. 진이의 깊은 눈을 닮은 시원한 바다 향이 몸을 감쌌다.

  하나가 된 우리의 옆으로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며 물보라를 일으켰다. 우산에 가려 시야는 온통 하얬지만 촤아, 하는 물소리는 제법 컸다.

  얼굴이 맞닿은 자리에서 규칙적인 박동이 느껴진다. 순간 나의 것으로 착각할 만큼 두 개의 심장이 똑같은 박자로 뛰고 있었다.

  동아리에서 배운 대로 포옹 인사를 나눌 때마다 키가 큰 진이가 허리를 숙여주어 두근대는 심장 소리가 귓가에 닿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우산이 만든 작은 공간 속에서 울림이 커지면서 심장 소리마저 크게 증폭시킨 모양이다.

  묵직하면서도 강한 심장 소리. 눈도, 심장박동도 모두 제 주인을 닮았다.

  서로 달라지는 박자를 느낀 나는 진이의 가슴에서 몸을 떼어냈다. 나를 안쪽으로 돌려세웠으니 혼자서 물보라를 다 맞았을 게 뻔했다.

 

 "진아, 괜찮아? 안 젖었어?"

 "응. 여기까진 안 튀었어."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한 진이는 오히려 나를 살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훑고 나서야 안심한 듯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진이의 걱정을 덜고자 일부러 불퉁한 목소리로 이미 멀어져 보이지도 않는 자동차를 향해 소리쳤다.

 

 "정말 매너 똥인 운전자네. 가다가 미끄러져라!"

 

  피식, 바람을 담은 웃음소리를 흘리는 진이가 부드러운 미소를 띄웠다. 바람 같은 진이의 얼굴에 하얀 구름을 닮은 미소가 둥실거린다.

  시원하면서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미소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따라 웃었다.

 

 "누나답다."

 "왜, 뒷북치니까 소심해 보여?"

 "아니. 완전 세 보여."

 

  진이가 턱 끝을 올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진이의 말에는 아닌 줄 알면서도 믿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깊고 올곧은 눈 때문일까. 거짓을 말하지 않는 진이의 성품이 그대로 투영된 눈은 남들과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

  바다를 닮은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또 다른 맑은 눈이 생각난다. 밤하늘의 별빛을 떠올리게 하는, 아주 예쁜 눈.

 

 "정말이야. 옆에서 지켜달라고 하고 싶을 만큼."

 "내가 너를?"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잠시 다른 사람을 떠올리느라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저 높이 올라가 있던 고개가 아래로 꾸벅 내려오는 걸 보니 제대로 들은 게 맞았다.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운 덩치와 중저음의 음성을 가진 남자가 나더러 자신을 지켜달라 말한다.

 

 "이거 어째 반대로 된 것 같은데?"

 

  나는 항상 너한테서 보호받는 편이었는걸. 미안하다는 말도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그래도 최진이니까 내가 특별히 들어주도록 할까.

 

 "너라면 못 해줄 것도 없지."

 "정말?"

 "그럼. 말만 해. 언제든 출동한다!"

 

  진이가 하하, 꽃망울 터뜨리듯 웃음을 퐁, 하고 터뜨렸다. 기분 좋은 울림이 우산 안에 가득 퍼졌다.

  이번엔 또 다른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담백한 미성이 귓속을 간질이자 이내 가슴이 시큰거리기 시작한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벤치에 앉아서 살랑이는 바람을 맞을 때, 그 기분 좋은 느낌 아세요?'

 

  지금 이 순간을 채우고 있는 빗소리가 멀어진다. 그리고 눈앞에 따스한 오후의 햇살과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마치 수채화와 같은 그림이 펼쳐지면서 또 다른 목소리 하나가 그림 위로 덧입혀졌다.

 

 '신중하고 깊게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지. 하지만 때로는 머리가 아닌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보는 것도 좋아.'

 '네게도 마술 같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

 

  마술을 속임수라 의심하는 내게 레몬 보이는 그럼에도 나 자신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는 그저 한 귀로 흘려넘겼던 말의 의미를 지금은 몸으로 느끼고 있다.

  혹 그가 팔찌에 담아준 마술 속에 밀가루도 들어가 있는 걸까? 정말 내 심장이 반응하는 대로 그렇게 움직여봐도 되는 걸까?

  나는 가슴 언저리를 주먹으로 꾸욱 눌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지도 모르므로.

  이런 내가 누굴 지킨다는 거니? 내 마음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 상태면서.

 

 "일단 오늘은 제가 지켜드리지요."

 

  마치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진이가 정중한 어투로 말했다. 혹시 내 표정에 다 드러나 보인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말을 마친 진이는 나를 길 안쪽에 세우고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슴에 올리고 있던 손을 내리고 다시 발을 맞춰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 시작된 가슴의 통증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게다가 심장이 계속 발딱대는 통에 귓속까지 웅웅거려 시끄러워 죽겠다.

 

 "아 참, 이번 주말에 상현이 형 앨범 나온다."

 "드디어? 그럼 너 이제 밤샘 안 해도 되는 거야?"

 "응. 그리고 누나 노래 정말 예쁘게 나왔어."

 "신의 손 최진님 덕분이지, 뭐."

 

  진이의 손안에서 탄생한 노래. 내 안의 보석을 다시금 살피게 해준 노래. 그와 함께한 두 번째 노래.

  밀가루와 내가 함께 부른 또 하나의 노래가 조금 있으면 세상에 나온다. 달빛의 향기의 경우, 철저하게 일이었기에 별 감흥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쩌면 내 노래를 듣지 못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뭔가 억울해. 그놈은 아무런 생각도 없는데 왜 나만 이래야 해? 나 혼자 얼음 땡 놀이는 언제 끝나는 건데?

  눈앞에 익숙한 집 모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집에 도착한 것이다.

 

 "춥겠다. 얼른 들어가."

 "아, 진아! 잠깐만 거기 있어 봐!"

 

  나의 흑역사를 들추긴 했지만 그래도 진이 덕분에 젖지 않고 올 수 있었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집으로 달려가 따뜻한 레몬차를 타서 가지고 나왔다.

  헐레벌떡 현관문을 나섰을 때 진이는 정말로 그 자리 그대로 우산을 쓰고 서 있었다. 거기 있으랬다고 정말 밖에 서 있으면 어떡해.

 

 "안에 들어와 있지 그랬어."

 "금방 나올 거였잖아."

 "하여튼 못 말려요. 자, 레몬차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일회용 컵을 본 진이가 소리 없이 웃었다. 한쪽 어깨가 다 젖은 줄도 모르고 실실 웃는 녀석의 미소에 내 입이 한일(一) 자로 다물어졌다.

  말간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진이의 어깨에 손을 뻗었다. 그런다고 이미 스며든 물기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덜어내 주고 싶었다.

 

 "또 나 씌워준다고 너는 다 젖었지."

 "아..."

 

  내 손으로 시선을 내린 진이의 옆얼굴이 새삼 생소하다. 그런 녀석의 얼굴을 눈에 익히느라 점점 손이 느려진다.

  연신 어깨를 털어내는 내 손을 진이가 가만히 잡았다. 물기에 젖어 차가운 손과 달리 반쪽만 보이는 미소는 한없이 따스하다.

  미소의 온도에 전염되어 잡힌 손에도 조금씩 온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 느낌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감정을 표현할 말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러는 사이 느릿하게 내게로 눈을 돌린 진이가 볼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해연 누나."

 "응."

 "비도 오는데 치맥 안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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