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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롱기누스
작가 : 얌얌챠
작품등록일 : 2017.6.13

사람이 아니라 꽃으로 분류된 존재, 움꽃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 로엘. 타고난 특성상 누군가를 증오할 수 없는 그녀가 증오와 사랑을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직감
작성일 : 17-07-13 00:32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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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감…….”

  들어봤던 얘기다. 그때는 단순히 감이 좋다는 말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닌 모양이었다. 심장 부근에서 느껴졌던 뜨끈한 무엇이 생각났다. 샤론을 밀칠 때 느꼈던 그것, 혹시 엘자의 영역과 관련된 것일까?

  “로토 씨, 엘자의 영역이 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그래, 가는 길에 설명해주면 되겠네.”

  로토가 붙잡으라는 듯 자연스럽게 한손을 내밀었다. 로엘은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잡을 뻔했다. 아니, 잠깐만. 가는 길이라니? 손은 왜 잡는 거지?

  “네?”

  “손잡고 가는 건 싫어? 혹시 걷기 힘들까봐 그런 건데……. 내가 부끄러워서 싫은 건 아니지? 흑흑, 미미 씨한테 물들어서 내가 싫어진 거야? 그런 거예요?”

  “그건 아니고요.”

  로엘은 단호했다.

  “저 지금 기숙사 방에 갔다가 수업 들어가야 해요. 아, 기숙사 방까지 같이 가주신단 얘기였어요? 아니면 교실?”

  “땡! 둘 다 아니야.”

  “……안녕히 가세요.”

  공손한 허리 인사에 로토는 순간 당황했다. 이게 아닌데? 어째 로엘과 관련된 일은 그가 생각한 시나리오대로 돌아가는 법이 거의 없는 듯 했다. 로엘이 미련 없이 돌아서자 로토가 급하게 그녀를 붙잡았다.

  “아이, 장난쳐서 미안해! 미미 씨한테 가자는 얘기였어. 아무리 괜찮아졌어도 일단 의사한테 가봐야지!”

  “괜찮아요, 가서 걱정 끼치고 싶진…….”

  로엘의 고개가 좌로 기울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볼까 싶었다. 자주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미미의 말이 맞았다. 훈련 일정이며,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미미한테 찾아갈 짬이 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안 좋은 일로 찾아가자니 그것도 마음에 걸리는지라 로엘은 심각한 갈등에 빠졌다.

  “오히려 나중에 이런 일 있었다는 걸 미미 씨가 알게 되면 더 걱정하지 않을까?”

  다 안다는 듯 로토가 짙은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그, 그렇지만……미미 씨가 모르시게 조심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어떻게 가능해?”

  “가능하죠! 제가 말을 조심하기만 하면…….”

  “내가 미미 씨한테 말할 건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

  감정이란 참 간사하다. 퀸으로부터 구해줬던 고마운 마음은 벌써 사라진지 오래였다. 로엘은 눈을 가늘게 뜨고 최대한 예의 있게 로토를 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싱글거리며 다시 손을 내밀었다.

  “몸보다 중요한 건 없어, 빨리 미미 씨한테 가서 진찰 받자. 수업 못 듣는 게 아쉽긴 하지만……오늘 하루 못 듣는다고 진도에 이상이 생기진 않을 거야. 어차피 로엘은 처음부터 배워야 하니까.”

  “……이자젤이랑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응?”

  “아무것도 아녜요.”

  로엘은 로토의 소매를 잡으며 답했다. 내민 손이 무안할 법도 한데 로토는 사람 좋게 웃으며 그대로 걸었다. 로엘의 보폭과 상태를 고려해 천천히, 하지만 느리진 않게 걷는 모양새였다. 다시 여쭤봐야 하나? 로엘이 우물쭈물 하던 찰나 로토가 센스 있게 먼저 입을 열었다.

  “엘자의 영역은 말하자면 마법의 영역이지.”

  “마법이요?”

  “응, 우리의 몸과 정신에 흐르는 엘자를 이용한 마법. 이 세상엔 두 종류의 존재가 있어. 엘자가 흐르는 존재와, 아닌 존재. 엘자가 흐르는 걸 ‘엘자의 영역’이라고 하는데, 몸에 흐르냐 정신에 흐르냐에 따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다 달라. 나는 감각을 넘어서 초감각에 엘자가 흐르는데 ‘직감’으로 발휘돼.”

  “아……. 직감이 왔다는 게 그 말씀이셨구나.”

  “그렇지. 아주 그냥 머리에 제대로 감이 꽂히던 걸? 샤론이랑 퀸이 오후에 훈련소 복도에서 로엘을 괴롭힐 것 같다! 하고 말이야. 엘자가 직감에 흐른다고 해도 나처럼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긴 어렵지. 내가 천재라 말하고 다니는 건 허세가 아니란 말씀. 엄연한 사실이라고! 인정해?”

  “네, 인정해요! 로토 씨는 천재예요! 진짜, 와주셔서 너무 반가웠어요.”

  “말로만?”

  “어, 제가 나중에 돈을 잔뜩 벌면 조금 떼 드릴까요?”

  “……내가 거지로 보였니, 로엘? 이래봬도 돈지랄 할 만큼 차고 넘친단다. 그냥 나중에 소원이나 하나 들어줘. 무리한 건 요구 안 할게.”

  “알겠어요. 그런데 음, 퀸이라는 애는 쿠에? 그런 거라고 했는데 그건 뭐예요?”

  “왠지 약속을 너무 쉽게 동냥 주듯 한 것 같은데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줄게. 퀸이라면 쿠에포 타입. 엘자가 신체에 흐르는 걸 말해. 그것도 신체 겉을 강하게 하는 외강과 신체 내부를 강하게 하는 내강으로 나뉘는데, 퀸의 경우엔 둘 다 가능하지.”

  로엘은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로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퀸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해 엘자의 영역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질문이 들어오면 몇 번이고 친절하게 다시 설명했다. 덕분에 로엘은 첫 수업을 못 듣게 되었단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오히려 이해 못할게 뻔했던 수업보다야 훨씬 즐거운 시간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다만, 엘자의 영역은 그 강도를 1에서부터 10까지 정의한다는 얘기에선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퀸의 능력이 강도 6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어마어마한 애한테 걸렸었다니, 다음부턴 열심히 피해 다녀야겠다. 아니면 정말 로토의 이름을 팔던가. 로엘은 다른 의미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렇게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엘자가 흐르는 존재는 아닌 존재보다 수명이 훨씬 길어. 성장이나 노화도 더디지. 아까 샤론이랑 퀸은 16살인데도 한 14살쯤으로 보이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야. 난 어때? 몇 살쯤으로 보여?”

  “로토 씨는 모르겠지만 보스쿤 씨는 스물? 그럼에도 왠지 중후한 느낌의 카리스마가…….”

  “허허, 멋지게 등장해 구해줬건만 이리도 취급을 못 받을 줄이야. 인생 헛살았어. 헛산 거야. 허허헛.”

  “노, 농담이에요. 로토 씨는 10대 후반? 음, 근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실험실로 잡혀 가기 전엔 움꽃 종족들과 살았더니 인간은 어떤지……. 움꽃 동료들의 생김새마저 잘 기억도 안 나기도 하구요.”

  로토는 헉 소리를 내더니 걸음을 멈췄다. 적절한 말을 고르는 미묘함과 괜한 말을 꺼내서 미안하다는 감정이 섞인 얼굴이었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로엘도 헉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녀는 휙휙 그 조그만 손을 격하게 저으며 괜찮음을 표시했다. 그럼에도 로토의 표정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내가 생각이 깊지 못했어, 미안해.”

  “로토 씨, 저 정말 괜찮아요! 어휴. 그냥 사실대로 말한 건데…….”

  “그래도…….”

  “어, 어, 정 그러시면 보스쿤 씨 진짜 나이 가르쳐주세요! 그럼 용서해드릴게요.”

  “……뭐야, 안 그럼 용서는 없단 얘기야?”

  “듣고 보니 말이 그렇게 되네요. 그건 아닌데…….”

  “됐네요, 이 아가씨야. 어서 빨리 미미 씨한테나 가자.”

  로엘의 볼이 빵빵하게 부풀었다. 로토는 소매를 쓱 당기며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로엘은 멈춘 듯 미적거렸다. 보스쿤의 나이를 꼭 알고 싶었던 건 아닌데, 일이 이렇게 되니 왠지 꼭 알고 싶어졌다. 그 속내가 훤히 보였던지라 로토는 두어 발 걷더니 푸하하 웃으며 귓속말을 건넸다.

  “26살. 알려줬단 건 비밀이야.”

  “……히히, 네!!”

  그제야 로엘의 발이 씩씩하게 움직였다. 26살이라, 의외라면 의외였고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로엘은 몇 번이나 보스쿤의 나이를 되새기며 그를 떠올리려 애썼다. 내면은 나이에 비해 더 성숙해 보였고, 외면은 나이에 비해 더 어려 보였던 그를.

  “아, 로토 씨! 저도 엘자가 몸에 흐를까요? 사실 아까 샤론을 밀쳤을 때 심장에서 뜨끈뜨끈한 걸 느꼈었어요. 실오라기 같은 것이 손끝에서 뻗어 나온 것도 같았구요.”

  “글쎄……. 그 정도면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정확한 건 검사해봐야 알겠지만.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그걸 느낀 거야?”

  “샤론이 가까이 붙기에 제가 그만 퍽! 밀어버렸어요. 그렇게 힘을 주진 않았는데 저어마안치 날아갔더라구요. 여기, 복도 벽에 제가 붙어있었거든요? 그런데 저 반대편 벽 쪽에 샤론이 있었어요.”

  “음, 그럴싸해. 아주 그럴싸해. 계속 말해봐.”

  “어, 어, 그래서 제가 그걸 또 해보려고 했는데, 그때도 뭔가 느껴졌어요!”

  “역시 그럴싸해.”

  “그렇다면 혹시……!”

  “혹시! ……싶긴 하지만 잘 모르겠는데?”

  “…….”

  이번엔 참지 않았다. 단순히 째려보는 걸로 끝내지 않았다. 로엘은 아랫입술을 콱 깨물며 힘을 잔뜩 주고 로토의 소매를 팍 당겼다. 뚜둑, 뜯기는 소리가 났지만 소매는 멀쩡했다. 대신 당겨진 방향으로 로토의 몸이 기우뚱 기울었다. 로엘의 화풀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대로 로토의 몸을 턱 밀어버리려 했다. 허나 로토가 빨리 몸을 원위치 시키는 바람에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허억, 허억. 이 아가씨 무서운 사람일세. 넘어질 뻔했잖아!”

  “무서운 사람이라뇨, 전 사람 아닌데요. 제가 사람으로 보이세요?”

  “그럼 귀신……아니, 이게 아니지. 움꽃 종족이나 사람이나 그게 그거야! 다를 게 뭔데? 말꼬투리 잡지 말고 사과나 하세요, 무서운 로엘 양?”

  “앗, 지금 그 말씀은 좀 감동이었어요.”

  “……어느 부분에서?”

  “비밀이에요.”

  “대화를 못해먹겠네, 에잇. 됐어요, 나 삐졌어! 미미 씨한테 빨리 버리고 갈 거야.”

  “버리고 가시기 전에 엘자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 방법 좀 가르쳐주세요.”

  로토의 코가 살짝쿵 훌쩍였다. 로엘의 악의 없는 순수한 얼굴을 보자니 혼자 술이나 마시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본인보다 훨씬 어린 애한테 연속으로 당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엘자 확인 방법을 알려달라고? 어린 것이 뭘 알겠냐 싶으면서도 얄미운지라, 로토는 안 가르쳐주고 튀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꿀밤 한 대 먹이고 싶은데 참는 거야. 옛말에 미운 애는 스콘 하나 더 준댔으니까……그런 마음으로다가 로엘에게 아주 좋은 기회를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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