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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황혼에서 여명까지
작가 : 암달구
작품등록일 : 2016.8.15

(제목 변경합니다)
저주받은 꼬마 스케빈져 성장물.판타지.로맨스

 
돗가비와 꼬마 스케빈져
작성일 : 16-08-15 13:33     조회 : 364     추천 : 0     분량 : 7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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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 스케빈져는 눈두덩을 문질렀다. 눈이 부어서 잘 떠지지 않는다.

 

 가시처럼 뾰족한 나무에 달라붙자 낙인촌의 공터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꼬마 스케빈져의 반짝거리는 시선이 붙박이처럼 박혔다.

 

 작고 연약한.

 

 목소리에 마음을 빼앗겨 훔쳐본 지 반나절. 저 아이들이라면. 꼬마 스케빈져가 실눈을 뜨자 눈동자 색깔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아이들이 공터에 나뭇가지로 커다란 원을 그렸다. 꼬마 스케빈져는 땅에 그어지는 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아이들은 정체불명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원 안에 2명 원 바깥에 2명으로 갈라졌다.

 

 머리에 보라색 천을 두른 아이가 모래주머니를 들고 원안에 있던 아이들을 향해 던졌다.

 

 원 바깥 반대편에 있던 아이가 날아오는 모래주머니를 받아서 다시 던졌다.

 

 던지고 피하고. 까르르 웃음을 터지고 보드라운 바람이 가볍게 분다.

 

 어느새 꼬마 스케빈져도 입을 다물고 코로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몸이 리듬을 타자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꽃씨가 둥실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보라색 천을 두른 아이는 입안에 들어간 꽃씨를 뱉었다. 고개를 들어 올린 아이의 눈과 입이 그려놓은 원 만큼이나 동그래졌다. 꼬마 스케빈져는 꽃씨처럼 뛰어내려 원 안으로 들어갔다.

 

 "카카카 카아-"

 

 꼬마 스케빈져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놀자. 놀아. 어서 같이 놀자.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그 중 한 명, 보라색 천을 두른 아이가 긴장한 얼굴로 돌을 던졌다.

 

 "러스트. 어른들을 불러와!"

 

 "응!"

 

 꼬마 스케빈져가 꺾인 나뭇가지처럼 힘없이 쓰러지자 도망치던 남자아이들이 되돌아와 어른들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나뭇가지, 모래, 돌, 손에 잡히는 건 뭐든 집어던졌다.

 

 "죽어라 이 돗가비야!"

 

 꼬마 스케빈져는 눈에 모래가 들어가자 뛰어오르며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 순간 뾰족한 쇠가 바람을 갈랐다. 채 아물지 않아 물만 닿아도 아픈 곳을 인두가 지진다. 꼬마 스케빈져는 허벅지를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낙인촌의 촌장 스캇은 꼬마 스케빈져가 사라진 곳을 향해 석궁을 겨눴다. 활시위에 놓인 화살촉에는 난폭한 불씨가 일렁이고 있다. 무장하고 있던 어른들이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랬다.

 

 스캇은 화살촉을 땅에 지져 불씨를 꺼트렸다.

 

 "경비가 허술해. 보초를 강화해야겠네. 아이들을 노리다니 너무 방심했어."

 

 이를 달달 떨던 경비원 필립이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하지만 촌장님 어른들은 온종일 일을 해야 해요. 보초를 늘리거나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 없어요."

 

 "그럼 아이들을 일터에 데려가 일을 시켜. 고집을 부리면 때리고 묶어서라도 시야에 두란 말일세.”

 

 “저 사고뭉치들이 말을 들어야 말이죠. 속이 터져서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라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저 아이들은 이 마을의 미래야. 미래를 지키는 게 어른들의 의무고. 오히려 잘됐어. 이번을 계기로 아이들도 깨달았겠지. 언제까지 아이일 순 없다는 걸. ”

 

 “그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스캇? 아직도 살아계시는군요."

 

 기척도 없이 다가온 인영의 등장에 새가슴 필립이 꺅 소리쳤다.

 

 연장자 몇몇이 남자를 아는 체했다. 남자는 눈으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엉덩방아를 찧은 필립의 겨드랑이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필립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손바닥을 털며 헛기침을 했다.

 

 “가, 감사…”

 

 "이 쳐 죽일 놈이 노인네 간을 떨어트릴 작정이냐? 귀신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건 여전하구나."

 

 남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직도 소년 같은 웃음을 지었다.

 

 "스캇은 물에 빠져 죽어도 입은 둥둥 뜰 겁니다."

 

 대다수가 은연중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숨죽여 웃었다. 날이 선 분위기가 순식간에 와해됬다. 남자는 군중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남자는 한쪽 손엔 지팡이를, 등에는 지게를 매고 있었는데 노끈에 감긴 상자들이 그의 머리에서 열 뼘 높이 솟아있었다. 그는 속세를 모르는 사람인 양 순박한 인상이지만 투박한 겉옷에 가려져 있는 단련된 체격은 숨길 수 없었다.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흘렀다. 험한 숲을 지나왔는지 머리와 몸에 도꼬마리 같은 씨앗들이 들러 붙어있었다.

 

 "촌장님 저 새끼는 누굽니까? 뭔데, 건방지게 촌장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겁니까.” 필립의 입이 댓 발 나왔다.

 

 ”뭘 봐. 어쭈, 눈 안 깔아? 내가 이 구역의 미친개다. 한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지." 필립이 까치발을 들고 눈을 부라렸다. 턱을 한껏 내밀고 손 마디를 꺾었다

 

 스캇은 덩치만 큰 어른 아이 필립의 엉덩이에 뭍은 흙을 털어주며 말했다.

 

 "필립. 이곳에 이주 한지 얼마나 됐나?"

 

 "어디 보자 올해로 10년이 됩니다."

 

 필립은 손가락 10개를 펼쳤다.

 

 "10년… 또 10년이 지났군. 20년 전 이 마을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 사내가 있었지. 그는 홀연히 떠났다 10년 뒤에 나타났네. 이번이 3번째 만남이군.”

 

 스캇의 검버섯 핀 손이 존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반갑네 존 윅. 뭣들 하나. 10년 치 물자야. 받지 않고 뭐해.”

 

 스캇의 호통에 멍청히 서 있던 필립이 지게를 받고 허리를 삐끗했다. 잠깐 들지도 못했다.

 

 “수준의 차이를 알겠나 필립? 앞에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는 눈을 기르게.”

 

 스캇이 말에 필립이 얼굴을 훅 붉혔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존의 등에 팔을 올렸다.

 

 “까불어서 죄송합니다. 형님. 형님으로 불러도 되죠?”

 

 필립이 넉살 좋게 아양을 떨었다. 필립은 강자에게 약한 자.

 

 “형님. 설마 이 무거운 걸 들고 혼자 오신 겁니까?”

 

 놓치고 있었던 사실에 두 배로 불어난 사람들이 숙덕거렸다. 이제 이런 반응쯤은 대수롭지 않은지 존은 픽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스캇. 방금 숲으로 사라진 꼬마는 누굽니까? "

 

 "꼬마? 인간이 아니라 돗가비라네. 우리 마을의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괴물이지. 더 크기 전에 싹을 뽑아야겠어."

 

 스캇이 서늘한 눈빛으로 활촉을 매만졌다.

 

 눈물 자국이 채 마르지 않은 사고뭉치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어떻게 하면 아저씨처럼 힘이 세져요?”

 

 “아저씨는 블루존에서 왔군요.”

 

 "정말 혼자 오신 거예요? 다치진 않으셨어요?"

 

 “이 보따리 안에서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요! 뭐예요?”

 

 한창 궁금한 게 많을 나이인지라 마을 바깥에서 온 외지인을 처음 보는 아이들의 충혈된 눈동자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존은 기분 좋게 웃으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놈들! 위험하니까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필립이 제법 무섭게 말했으나 듣는 이가 없다.

 

 스캇이 존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봐 존. 10년 전 질문의 답을 주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스캇은 존을 게슴츠레하게 흘겨보았다.

 

 "그만 튕기게나. 두 번이나 튕겼으면 됐잖아? 제발 내게 세 번이나 똑같은 말을 하게 하지 말게.”

 

 “답은 거절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일세. 마을의 일원으로 들어오게.”

 

 "스캇. 당신도 늙었군요. 제가 죽는 순간까지 스캇을 촌장님이라고 부를 일은 없을 겁니다."

 

 존은 소리 없이 웃었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네! 이 고집불통 같으니!" 스캇은 미련을 싹둑 잘라냈다.

 

 스캇은 자신이 사는 판잣집으로 존을 데려갔다. 판잣집 안은 쉰내와 곰팡이내가 가득했다.

 

 노인 여러 명과 필립이 좁은 판잣집에 모여 앉아 들어오는 스캇과 존을 바라봤다. 회백색으로 흐린 눈동자에 날카로운 결의가 서려 있다. 존은 흉흉한 분위기에 항상 웃던 낯을 지우고 그들과 둥글게 마주 보고 앉았다.

 

 "이제 그만 뜸 들이고 저를 이곳으로 데려온 목적을 말씀해주시죠."

 

 존은 낮은 저음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돗가비를 사냥할 거라네.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전 선량한 사람입니다."

 

 "우스갯소리 말게. 지팡이 인척 들고 다니는 게 실은 검이라는 걸 알고 있네. 손이 비는 걸 견딜 수 없는 게지?”

 

 "거절하겠습니다."

 

 들랜은 이곳에서 스캇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그는 공격적인 말투로 말했다.

 

 "지금 낙인촌은 너무 위험해. 살아남은 인간끼리 힘을 합쳐야 하네! ”

 

 지명은 마을에서 암암리에 금기시되는 것. 노인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거나 일그러졌다.

 

 존은 흐르는 물처럼 담담했다. 성격이 다를 뿐 위험은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그것을 감수하고 떠난 게 아니었던가.

 

 “착각하시는 것 같군요. 제가 이 마을을 도운 건 순전히 속죄를 위한 행위였습니다. 당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천만에.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 무슨 비겁한 말인가! 자네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우린 죽었어! 살렸으니 책임을 지시게!”

 

 “존. 자그마치 20년이야. 이 죽음의 땅에서 살아온 게. 도와주게. 우리 아이들을 위해.”

 

 들랜도 스캇도 이 자리에 있는 낙인촌 사람들은 얼굴을 붉혔다. 그들은 존의 눈을 쳐다보기 부끄러웠다.

 

 언제나 고요하던 잎사귀들이 사각거리며 부딪힌다. 그 움직임은 수면의 파문처럼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 * *

 

 존의 주위로 낙인촌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존이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렸다.

 

 “지금까지의 증언에 따르면 돗가비는 단순한 성격입니다. 함정으로 유인하려면 미끼를 사용해야 하는데 돗가비가 경계심을 갖지 않고 흥미를 느낄만한 게 필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새끼 사슴 같은. 문제는 담력이 있어야 하는데… 저 꼬마.”

 

 존이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리드가 화들짝 놀랐다. 그리드는 이마의 보라색 천을 거칠게 풀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전 새끼 사자인데요.”

 

 “이 새끼가.”

 

 “넌 내가 낳은 새끼잖아.”

 

 그리드는 울상을 하고 머리의 혹을 문질렀다.

 

 존이 덫이 있는곳에 ✕모양을 그렸다.

 

 “돗가비가 미끼를 물면 숨어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이를 할겁니다. 당황한 돗가비가 덫에 걸리면 사냥은 끝납니다. 명심하세요. 한 번이라도 어긋나선 안 됩니다. 시작하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날은 거무죽죽한 나무기둥이 유난히 악몽처럼 느껴지던 날이었다. 건장한 사내들은 땅을 파고 몸을 눕혀 몸 위로 흙을 덮었다. 덤불로 위장한 사람들은 핏기 한 점 없는 낯빛이었다. 서슬 퍼런 눈빛에는 기묘한 독기가 서렸다. 벌써 일주일 째 쥐 죽은 듯 기다리기만 하니 돗가비에 대한 증오심이 순조롭게 자라났다.

 

 간혹 하품하거나 깜빡 졸다 제풀에 놀란 소리만 들릴 뿐 숲은 고요했다.

 

 스캇이 숫돌에 활촉을 갈며 심신을 다스렸다. 필립은 명상한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자는 것 같은 존에게 열심히 주먹을 휘둘렀다. 존이 눈을 뜨자 필립은 재빨리 주먹을 펴고 머리를 긁었다. 존이 오른손을 펼쳤다. 이내 엄지를 접고 검지도 접는다. 수신호가 빠르게 전달되고 사람들이 시선을 교환했다. 존의 새끼손가락이 접혔다.

 

 그리드는 장구 모양의 나무토막 위에 실이 달린 방울을 공중에 던진 후 돌리거나 받는 걸 반복했다.

 

 “하.하.하. 죽.방.울. 재.미.있.다. 하.하.하.”

 

 그리드의 발로 하는 연기는 모두가 생각하지 못한 변수였다.

 

 ‘저 겁보 새끼. 사자는 무슨’

 

 소리 없는 아우성이 단결됐다.

 

 순진한 것인지 둔한 것인지 꼬마 스케빈져는 아무 의심 없이 그리드에게 다가왔다. 꼬마 스케빈져가 한발 다가오면 그리드가 한발 물러났다.

 

 “집.에. 한.개. 더. 있.어. 줄.까?”

 

 아예 거짓말이라고 얼굴에 써 붙여라. 매복한 사람들은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걸 참았다. 그들은 포복하고 거리를 좁혔다.

 

 “흡.”

 

 필립이 숨을 들이쉬었다.

 

 돌에 걸려 바지가 찢어졌다. 존이 검지를 입술 위에 올렸다. 필립이 식은땀을 흘리며 꼬마 스케빈져의 등을 바라봤다. 다행히 들키지 않았다.

 

 존의 손가락이 앞을 가리켰다. 다시 전진.

 

 그리드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죽방울을 움직이면, 그 어설픈 솜씨에 꼬마 스케빈져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드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같.이. 놀.자. 이.리.와."

 

 꼬마 스케빈져는 울타리 너머의 그리드를 바라봤다. 석궁에 맞았던 곳이 욱신거렸다. 꼬마 스케빈져가 허벅지를 움켜쥐며 제 자리에 멈췄다.

 

 “포위해!”

 

 땅에서 솟아난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다가왔다. 꼬마 스케빈져는 한 바퀴를 크게 돌았다. 빽빽하게 어깨를 붙이고 다가오니 도망칠 구멍이 없다. 이렇게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니. 포위망이 좁혀지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울타리 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드의 얼굴이 보인다. 꼬마 스케빈져가 방향을 틀어 울타리 경계를 넘었다.

 

 “됐어! 당겨!”

 

 순식간이었다.

 

 “캭-!!’

 

 나뭇잎에 깔렸던 올가미가 꼬마 스케빈져의 발목을 휘감았다.

 

 눈앞이 아찔해진다. 세상이 뒤집히고 피가 머리로 쏠렸다. 하늘 위로 솟구친 꼬마 스케빈져는 허공에서 발버둥 쳤다. 얼마나 격렬하게 사지를 뒤트는지 덫이 묶인 나무에서 옆에 있는 나무 기둥에 몸을 부딪쳤다.

 

 “던져!”

 

 촘촘히 짜인 그물이 꼬마 스케빈져의 몸을 덮쳤다. 몸부림칠수록 그물이 살갗을 파고든다.

 

 * * *

 

 스캇은 지게를 짊어지는 존을 붙잡았다.

 

 “이보게 존. 저 올가미 끊어지면 어떡하나?”

 

 “산군(山君)도 저 올가미는 못 끊습니다. 빠져나오려 할수록 숨통을 죄이죠.”

 

 “그래도 만에 하나 빠져나올 수 있지 않을까? 저주받은 돗가비란 말일세.”

 

 “저 꼬마는 마음이 아픈 겁니다. 저주라니, 비겁한 자기합리화는 그만두시죠. 뭐, 발목을 자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꼬마 스케빈져는 울부짖으며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움직였다. 시야가 거꾸로 뒤집히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괴로운 일이다.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활시위를 당기고 방아쇠를 눌렀다. 돗가비가 얼마나 미쳐 날뛰는지 명중률이 형편없었는데 어깨를 간신히 스치자 풀이 죽은 듯 얌전해졌다. 붉고 뜨거운 피가 바닥에 고인다.

 

  "이대로 죽여버리죠."

 

 석궁을 쏜 남자가 시촉을 재장전하며 스캇에게 말했다.

 

 스캇은 팔짱을 끼며 앓는 소리를 냈다.

 

 "돗가비는 굶어 죽을 때까지 매달아 놓게. 영물을 죽여 이 마을에 부정이 타면 좋아질 게 없어. 돗가비가 죽으면 산신제를 올리게."

 

 마을 사람들은 허공을 향해 욕지거리나 기도를 하고 발길을 돌렸다. 아이들은 떠나지 않고 새총으로 돌멩이를 날렸는데 초반에는 빗나가더니 이내 붉게 물든 어깨 끝에 맞았다. 꼬마 스케빈져가 움찔거리자 아이들이 외마디 소리와 함께 도망쳤다.

 

 "거 참. 그렇게 무서우면 건드리질 말아야지."

 

 존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떠났던 길을 다시 되돌아왔다.

 

 죄책감. 죄악감. 나를 붙잡는 건 무엇인가.

 

 힘없고 약한 자를 짓밟는 감각. 낙인촌 마을 사람들은 ‘선’ 한자인가? 그렇다면 저 돗가비는 ‘악’한 자인가?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일까.

 

 끈적한 어둠이 나선으로 똬리를 틀고 머릿속을 지배했다. 존은 피 칠갑 된 자신의 손을 보았다. 어느새 아비규환이 만발하는 그곳에 소환당한다. 이건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었다. 학살자의 깃발이 펄럭인다. 절반은 태양 절반은 달이 그려진 문양.

 

 ‘이 악아왕의 개!’

 

 순록의 뿔이 달린 수인족이 피를 흘리며 죽는다. 환영이 환영을 덧씌웠다.

 

 ‘비비안. 그곳에서 만나.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난 곳.’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운 인어가 미소 짓는다. 가슴 언저리가 아프다. 아직도 미련이 남았던가. 이젠 움켜질수록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부질없는 것을.

 

 존은 자신이 죽기만을 바라며 따라붙는 원혼들을 심력으로 베었다.

 

 “좋은 눈빛을 가졌구나.”

 

 꼬마 스케빈져의 머리칼이 뒤집히자 드러난 새까만 눈동자.

 

 “죽기 전 마지막 선물이다.”

 

 존은 꼬마 스케빈져를 향해 사과를 힘껏 던졌다. 꼬마 스케빈져가 매달린 높이보다 높이 떠오른 과일이 중력을 받아 그물 위로 떨어졌다. 죽은 듯이 늘어져 있던 꼬마 스케빈져가 굴러가는 사과를 낚아챘다.

 

 “다음 생에는 마음이 건강한 꼬마로 태어나거라.”

 

 존은 가벼워진 지게를 지고 낙인촌을 떠났다. 꼬마 스케빈져는 사과를 손에 꼭 쥐었다. 존의 등 뒤로 갸르릉 거리는 울음소리가 따라갔다. 꼬마 스케빈져는 계속 한 곳을 바라봤다. 사지가 잔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처럼 흔들렸다.

 

 몸에 찬기가 스며든다. 짙은 어둠이 내리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발목에 피가 통하지 않으니 서서히 말라죽는 기분이다.

 

 스스-

 

 그건 죽음이 다가오는 것 같은 소리였다. 아무런 생기도 기척도 없이 패러사이트(parasite)가 다가왔다.

 

 작은 괴수(怪獸)처럼 생긴 패러사이트의 갈퀴가 움직인다. 지푸라기처럼 얇은 잔가지 위를 긁는다. 앞다리가 꿈틀거리며 올가미를 잡았다.

 

 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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