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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Fanatic
작가 : 길헤윰
작품등록일 : 2017.6.21

동생이 결혼을 한단다. 그래도 난 그리 상관 없었어. 그와 깊이 관계되지 않으려 했지.
몇 개월 후, 나라가 망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계략/이중인격(?) 남주 #초식계 여주


 
이상향
작성일 : 17-07-12 19:00     조회 : 262     추천 : 1     분량 : 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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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소식을 들은 아드리안이 페리헬 가를 찾아왔다. 페리헬의 모든 이들이 그의 등장에 놀랐고, 대기하고 있었던 파울 백작과 부인은 그를 맞이했다. 아드리안은 다소 차가운 표정이었고, 백작 부부는 긴장한 채 그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집사는 그들에게 차를 내왔고, 아드리안은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습니다. 라리마는 괜찮은가요? 사고를 당했고 회복 중이라고 하더군요, 헤일린 영애께서."

 

 "아, 아드리안. 유감스럽게도 정말이라네."

 

 "맞아요, 아드리안. 생사가 염려될 정도였답니다."

 

 "라리마의 얼굴을 보는 건 나중이어도 됩니다. 사실 전 지금 제 친우를 잃은 기분이라 백작께 좀 따져야겠습니다. 이틀 전, 헤일린 영애께서 궁에 오셨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잘 지내라고 하셨죠. 지금 헤일린 영애께선 어디에 계십니까?"

 

 백작 부부는 서로 눈짓했다. 설마 헤일린이 궁까지 찾아갔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었다. 그날의 메모는 백작에게 충격이었다. 그렇게 떠나버릴지 누가 알았겠는가! 아드리안의 심기를 거슬리는 건 위험했다.

 

 "아마 제국에 갔을 걸세. 그 아인 제국을 더 좋아하니까."

 

 "이곳도 제국입니다."

 

 그의 눈빛이 어딘가 이상했다. 그는 정중하고 부드러운 언행을 자주 보였기 때문에, 이런 눈빛을 한 게 정말 낯설었다. 약간 풀려있는 듯, 날카로운 눈이 백작 부부의 마음을 조였다.

 

 "페리헬 부인, 그런 선물을 보내시어 저와 헤일린 영애를 곤란하게 하신 건 어떻게 수습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가 가면을 잠시 벗었다. 이제 그는 단지 유능한 인재가 아니었다. 페닐 라의 실세, 부총통이었다.

 

 

 

 

 

  # 이상향

 

 

 

 

 바르나 호는 무사히 비행장이 도착했다. 회남색 머리카락이 저 멀리 보였다. 그녀와 제뉴어리는 직원이 내어주는 짐을 받았다. 일주일 전에 미리 짐을 기숙사에 보내놓았기 때문에, 제뉴어리의 짐은 무척 가벼웠다. 오히려 헤일린의 짐이 무거워보였는데, 라이다는 가까이 오자마자 그녀의 짐을 대신 들었다.

 

 "라이다, 난 괜찮아."

 

 "괘념치 마십시오, 선배. 그 꼬맹이는 누구죠? 친동생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내 친동생 같은 아이야. 제뉴어리라고 해. 숙부님의 아들. 제뉴어리, 여긴 내가 가장 아끼는 후배 라이다란다."

 

 둘은 약간의 기싸움을 벌였다. 라이다는 낯을 가리고, 제뉴어리는 '꼬맹이'라는 말에 발끈했다. 라이다가 상냥한 편은 아니니 제뉴어리에게는 비호감일수도 있었다. 오, 라이다. 제발 그러지 말아줘. 난 괜찮지만 얜 아이라고. 그녀는 라이다를 좋아했지만 그게 라이다의 전부를 좋아한다는 건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라이다님."

 

 "일단 제국에 온 걸 환영한다, 제뉴어리."

 

 그녀의 눈짓에 라이다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제뉴어리의 미간은 어느 정도 풀려있었다. 셋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 시간이면 관장실에서 일하고 있을 거였다.

 

 "짐은 그 방에 갖다놓겠습니다. 교수님이 기다리시니 빨리 가보세요, 선배."

 

 "부탁할게, 라이다."

 

 그가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뉴어리는 말이나 표정은 딱딱해도 그가 친절하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제뉴어리의 생각을 알았는지 빙긋 웃었다.

 

 "라이다는 사람 상대하는 게 좀 서투니까 네가 이해해줘. 좋은 사람이란다."

 

 "예. 화 풀렸어요."

 

 "그래, 그래."

 

 착하다, 우리 제뉴어리. 그녀가 제뉴어리의 손을 잡아주며 칭찬했다. 관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중년의 남성이 그들을 보고 가까이 다가왔다.

 

 "헬린! 이 녀석! 잘 지낸 거냐?"

 

 헤일린의 가방이 격한 포옹에 바닥에 떨어졌다. 베니슬린은 학생들에게 공정하려고 노력했지만, 애제자에게만큼은 그 감정을 선연히 드러냈다. 헤일린이 아카데미 시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건 그의 공이 컸다. 헬린, 이 어색한 발음을 듣고 싶어 정말 힘들었다. 그녀는 그의 옷깃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교수님, 보고 싶었어요."

 

 "평생 편지만 받을까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무정한 것."

 

 "하하, 교수님도 참. 제가 와서 좋으신 거 알아요."

 

 "흥, 알면 일찍 오든가. 왕국이 제국령이 되었다고 해서 여기가 네 본진인 건 변하지 않는다고. 이 아이가 네가 말한 그 아이냐?"

 

 "예, 교수님. 제뉴어리 페리헬, 12살이랍니다. 제뉴어리, 여긴 아카데미 마법학 교수님 베니슬린이시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교수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카데미 입학을 축하한다, 제뉴어리."

 

 베니슬린은 제뉴어리를 살폈다. 역시 편지대로 똑똑해보이는군. 지켜봐야겠지만, 그의 기준엔 합격인 모양이었다.

 

 "짐은 다 보낸 거지?"

 

 "예, 덕분에 기숙사에 잘 보냈어요."

 

 아버지가 기숙사 문제도 잘 해결될 거라더니, 이런 상황이었구나. 제뉴어리는 이 모든 것을 돌봐준 헤일린에게 감사했다. 헤일린은 역시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이었다.

 

 ***

 

 "교수님, 저는 이 아이를 데리고 시내 구경을 좀 다녀올게요. 아카데미 시설도 한번 보고요."

 

 "그래, 저녁 때 좋은 곳으로 예약해둘테니 같이 오거라."

 

 "거기요? 알았어요, 교수님. 조금 있다 뵈어요."

 

 헤일린은 베니슬린의 뺨에 가볍게 인사하고, 제뉴어리와 함께 시내로 나섰다. 제뉴어리는 그녀가 베니슬린과 꽤 친밀한 사이이자, 궁금한 점이 많은 모양이었다.

 

 "베니슬린 교수님과 꽤 친하시네요, 누님."

 

 "응, 그렇지. 베니슬린 교수님은 소신있고 멋지신 분이야. 하나 문제를 내볼까, 제뉴어리?"

 

 "뭔데요?"

 

 "베니아 제국 그리고 베니슬린 교수님. 어떤 관계일까?"

 

 아, 설마? 그 설마야, 제뉴어리. 베니슬린은 황족일 것이었다. 황족이 아니고서야 제국의 이름을 멋대로 빌려쓸 수 없었다. 황족의 피가 섞여있어도 빌려쓸 순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이가 아니면 대체로 쓰지 못한다. 제뉴어리는 왜 황족이 교수를 하고 있는가 생각했다. 왕국인 제뉴어리에게는 어려운 이야기였다.

 

 "정확한 건 아니야, 제뉴어리. 이 문제는 사실 답이 없단다. 나도 모르거든. 단지 황족일 가능성이 높다 뿐이야. 천재인 그에 대해선 많은 추측이 존재하지만 황족일 거라는 추측은 거의 정설이거든."

 

 "저도 그거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의 억양은 완벽한 귀족이거든요."

 

 "6년간 지켜봐온 바로는 그는 정말 황족이 맞을 거야. 난 그의 조수였으니까, 그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거거든."

 

 둘은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헤일린은 제국에 적응해야하는 제뉴어리에게 중요한 걸 알려주고 싶었다.

 

 "페닐 왕국은 너무 융통성이 없어. 내가 제국을 전에 좋아한다고 했을 거야, 나하고 잘 맞는다고."

 

 "예, 그러셨습니다."

 

 헤일린은 요즘 제국에서 유행하는 식물원 형식의 카페에 들어섰다. 환기가 수시로 되어 공기는 답답하지 않았다. 크레이프를 하나 시킨 그녀가 말을 이었다.

 

 "여기 귀족이나 상인들은 자녀들을 어릴 때부터 시민들과 자주 어울리게 해. 같이 일을 배우고 나중엔 분담하지. 일을 가르치는 건 귀족이 아닌 일반인이야. 그 결과 사회의 기반이 시민이라는 걸 깨달아."

 

 "아."

 

 "학업을 마치면 그들도 결국 궂은 일을 도맡아하게 되니까. 올챙이 때를 잊는다고 해도 시민을 존중하려고 하는 습관은 남아. 이곳은 페닐보다 기회가 훨씬 많단다. 지식이 많거나 유능하거나 자립성이 있다면 대우를 받지. 여성도 마찬가지야. 베니슬린 교수님도 황제가 될 생각은 없고, 뭔가 해야겠다 싶어서 적성에 맞는 걸 찾았을 뿐. 그에겐 지식이 잘 맞았겠지."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확실히 왕국은 너무 폐쇄적인 경향이 강했죠. 내부의 불만도 잘 듣지 못했고요."

 

 "맞아, 제뉴어리. 물론 심리적으로 윗사람이 되면 공감 능력이 결여되는 편이니 그 모든 과정을 다시 잊는 이들도 적지 않아. 결국 서로 이해해야 하는 거란다. 왕국은 너무 신분에 엄격했지. 제국은 덜해서 네가 적응해야할 게 많을 거야. 하지만 난 여기에 꿈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

 

 "꿈과 희망이요?"

 

 그녀는 종업원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크레이프를 그에게 먹여주었다. 와, 확실히 제국의 크레이프가 훨씬 맛있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적당한 달달함, 오독오독 씹히는 견과류가 아주 좋았다.

 

 "언젠가는 정말로 신분이 없어지는 미래가 올 거라고, 그렇게 기대하고 있단다."

 

 그녀는 충격적인 발언에도 부드럽게 웃었다. 위에 올려진 딸기를 씹는 동안, 제뉴어리는 사래가 걸려 기침을 했다. 누님이 지금 무슨 말을 하신 거지? 신분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그녀는 지나가던 종업원에게 물을 부탁할 정도로 여유로웠다. 그러면서도 눈빛은 여전히 진지해서, 그는 그녀가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괜찮니?"

 

 "네. 하아, 물을 마시니 낫네요."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는 걸."

 

 그녀는 반 이상 제국의 사상을 받아들인 이였다. 그녀의 환경은 너무 편파적이었고 그게 제국의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요인이 되었다. 터무니없는 소리인 것 같아. 제뉴어리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국은 동양인 혼혈도 이제 크게 차별하지 않아. 아주 먼 미래지만, 시민의식이 성장할수록 신분의 차는 없어질 거야. 이제 페닐 라도 그렇게 되고 있잖니? 하지만 페닐은 아직 멀었어. 가능성이 있다면 가장 개방적인 베니아 제국이겠지. 그래서 난 제국에 희망을 거는 거야."

 

 그녀는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저 너머의 어딘가를 보는 듯한 몽롱한 표정이었다.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묘함이 제뉴어리의 등을 스쳤다. 그녀는 차별을 받았고 그걸 잊지 않았다. 그래서 저렇게 말하는 거겠지, 좀 놀라긴 했지만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당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차별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녀다운 말이라 제뉴어리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으니, 페닐 라에서의 생활이 더 답답하셨겠어요."

 

 "어머, 들켰니?"

 

 그녀가 해맑게 웃었다. 고운 웃음 소리에 몇몇이 그녀를 살폈다. 제뉴어리는 그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걸 눈치챘다. 누님은 이런 쪽으로 영 둔하시니까. 그는 남은 크레이프를 재빨리 먹었다.

 

 "빨리 아카데미 구경하고 싶어요, 누님."

 

 "그래, 가자. 다음에 또 사줄테니 급하게 먹지 않아도 돼."

 

 누님 역시 이런 쪽으로 소질이 없으신가봐. 새삼 그녀가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제뉴어리는 그녀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그녀가 6년간 보았던 거리였다. 혼혈과 제국인, 순수한 동양인도 자주 보이는 거리. 이 광경을 처음 본 누님은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신분이 없어진다는 건 아직까지 불순한 생각이었다. 헤일린은 이성적인 주제에 이상적인 면도 있어서, 이곳에서 그런 미래를 상상할 법했다. 기실 제뉴어리는 그런 그녀를 사랑했다. 이상적인 부분이 있기에 소외되었던 저를 구해줬던 게 아닐까? 왕국의 혼혈로 자라 그런 생각까지 할 수 있는 건 그녀뿐일 거라고 그는 속으로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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